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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윤정재는 조용히 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선이 점점 모호해졌다.

너무 넋을 잃은 바람에 손에 쥐고 있던 캣 백팩이 땅에 떨어지면서 샴고양이가 몇 번 울부짖더니 발톱으로 백팩을 긁기 시작했다.

이때 힘센 팔 하나가 나타나면서 윤정재를 부축했다.

윤정재는 어안이 벙벙하여 고개를 돌려 최연준의 복잡한 눈빛과 마주쳤다.

“너...”

“회장님.”

최연준이 백팩을 주워 들고 물었다.

“안 들어가세요?”

윤정재의 눈시울은 아직도 붉어 있었고 몇 번이나 심호흡하고서야 기분이 안정되었다.

최연준은 왠지 모르게 그를 동정했다.

사실 강서연이 이 일을 꾸밀 때부터 마음에 걸렸지만, 흥분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차마 방해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윤정재와 윤문희가 만나는 날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윤정재가 충격을 받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니 최연준의 마음속에는 오묘한 감정이 뒤섞였다.

최연준이 항공 사고를 당한 후 윤정재는 그에게 특효약을 보내 치료해 주었다.

입으로는 임씨 가문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임수정의 병을 치료해 줬다.

할아버지가 쓰러지던 날에도 처음에는 모른 척하더니 또 바로 약상자를 들고 최씨 빌라로 달려왔다.

강서연을 위해서였지만 최재원의 위기를 모면해 준 것도 사실이다.

윤제 그룹이 매년 생산하는 그 값싸고 좋은 약품들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고 보니 윤정재는 좋은 사람이다.

윤정재의 악행은 아마 윤문희만 몸소 겪었을 것이다.

사람은 정말 복잡해서 한두 가지 일로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딱지를 붙일 수 없다.

어른들의 세계에는 원래 명확한 흑과 백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은 회색이다.

“나...”

윤정재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이 메어 있었다.

“나는 안 들어갈게. 서연이가 이 고양이를 좋아할 것 같은데.. 네가 대신 전해주렴.”

“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서연이가 아니에요.”

최연준은 의미심장하게 윤정재를 바라보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저의 장모님 윤문희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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