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고? 좋아!”최연준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같이 자줄게.”“연준 씨!”강서연은 강하게 얘기하려고 했지만 전혀 사납지 않았다.“내가 말하는 것은 진짜 잠을 자는 것이지, 당신이 말하는 그런 것이 아니에요...”“내가 뭐랬어?”“...”강서연은 또 그에게 당해 말을 하지 않았다.최연준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껴안았다.몇몇 외국인들이 그들 곁을 지나가자, 최연준은 잔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그가 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딱 마침 강서연을 막았다.방한서는 계속해서 한숨을 쉬었다. 그들 곁에 있는 것이 실수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혹시 도련님과 의논해서 앞으로 직원 복지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을까? 여자친구 찾아줌... 에휴...’그때 멀리서 로제 색 그림자가 샴페인 잔을 들고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최연준은 떠나려 했지만, 강서연이 그를 잡고 눈치를 줬다.‘임나연 아니야? 무슨 무서운 맹수도 아니고...’강서연은 삐죽거리고 곧바로 전투태세로 전환했다.“임나연 씨.”강서연은 웃음꽃을 피우며 인사했다.“강서연 씨도 있었네요!”임나연은 턱을 치켜들고 체면을 유지하고 있었다.최연준은 임나연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강서연에게 속삭였다.“저쪽에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내가 소개해 줄게.”“연준 씨.”임나연은 그에게 다가갔다.“마침 마주쳤네요. 연준 씨와 서교 땅 프로젝트에 관한 것을 의논하고 싶어요.”최연준이 냉랭하게 그녀를 힐끗 보았다. “왜요?”“공사가 지금까지 진행되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다만 두 곳의 협력업체가 근무 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하여 조기 퇴출하고 싶다고 선언했어요.”“큰 문제가 아니에요.”최연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절차가 모두 계약에 부합한다면, 그들이 물러난다고 해도 우리는 막지 않을 거예요.”“네.”임나연이 조용히 말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사가 지연될 수 있어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가 두 곳의 협력업체를 추천했는데 명단과 자료는
임나연은 얼굴이 굳은 채 질투가 가득한 눈빛으로 강서연을 노려봤다.최연준은 강서연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임나연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귓가에 갑자기 임씨 가문 사모님의 차가운 말이 귓속에서 울려 퍼졌다.“너한테는 임씨 가문의 피가 흐르지 않아. 다시 말해 너는 최연준이랑 어울릴 자격도 없다는 말이야.”“그때 널 보육원에서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너는 임씨가 아니야!”임나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화가 치밀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 후에야 조금 진정이 됐다.“또 망신당했어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나연은 뒤를 돌아보았는데 최지한이 위스키 한 잔을 들고 건들거리며 서 있었고 그녀를 향해 웃고 있었다.최지한의 곁에는 강유빈이 아니고 이번에는 미니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다.“무슨 상관이세요!”임나연은 그를 보면 짜증이 났다.“연준이 곁에 그 여자가 있는 한 나연 씨는 평생 최씨 가문에 들어올 수가 없을 거예요!”최지한은 그녀를 비웃었다.임나연은 그를 한번 흘겨보고 떠나려고 했지만, 최지한은 계속해서 말했다.“오늘 밤, 이 경매에 나연 씨가 만나야 하는 중요한 인물이 있어요.”임나연은 걸음을 멈췄다.최지한은 웃으며 손으로 모델의 몸을 몇 번 만지작거리고 먼저 떠나게 했다.“임나연 씨. 임우 그룹이 지금 겉으로는 강해 보이나 속은 텅 비어있다고 들었어요. 화려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대 가문 중에서 제일 허약한 가문이죠!”“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지금 당신이 통혼하고 싶은 것도 임씨 가문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하지만 임씨 가문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굳이 통혼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최지한은 손에 든 술잔을 흔들며 잠시 멈췄다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한 사람을 소개해 줄게요.”임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군데요?”“윤정재.”임나연은 생각에 잠겼다.이름은 익숙한데 남양 쪽에 잘나가는 세력인 것 같다. 전에 최진혁이 이 사람과 꽤 친하다고 들은 적이 있
임나연도 은근슬쩍 그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그가 응시하고 있는 것이 뜻밖에도 강서연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그에게 물었다. “윤 회장님, 곧 경매가 시작되는데 어떤 소장품을 낙찰하실 건가요?”윤정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의 마음은 이미 강서연한테로 날아갔다. 그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봤는데 한 남자가 보배처럼 강서연을 껴안고 있었고 그녀도 함박웃음을 하며 행복이 넘쳐보였다...그는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져서 울고 싶은 기분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정말 문희를 많이 닮았구나. 미간의 그런 여느 여자들과는 다른 분위기는 나를 닮고.’윤정재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은 한바탕 울적해졌다.그는 윤문희에게 절대 그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그 레시피가 그들 사이의 모든 감정을 끊어버렸고, 윤문희가 남양을 떠나는 순간 그들은 남남이 됐다.윤정재의 술잔을 움켜쥔 손가락은 너무 힘을 줘서 뼈마디가 하얗게 보였다.“윤 회장님, 왜 그러세요?”“네?”그는 정신을 차리고 임나연을 쳐다봤다.“아무것도 아니에요.”“윤 회장님께서 미인을 봤어요?”임나연은 반농담인 척 말했다.“저 여자만은 피해 다녀야 해요!”윤정재는 눈살을 찌푸렸다.“방금 뭐라고 했어요?”“방금 강서연 씨 보는 거 아니었어요?”윤정재는 잠깐 멈칫했다.강서연, 그 이름이다... 그때 윤문희가 강씨 집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 아이가 강명원의 아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딸의 성이 강씨가 되었다.윤정재는 주먹을 꽉 쥐고 손톱이 살 속 깊이 파고들었다.“임나연 씨. 방금 강서연에 대해서 무슨 얘기 해주고 싶었어요?”“저 여자요!”임나연은 그녀를 깔보며 웃었다.“저 여자는 재주가 뛰어나요. 작은 집안에서 나온 혼외자식 주제에 오성 최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을 꼬셨어요!”“저분이 셋째 도련님, 최연준이신가요?”“네, 맞아요!”윤정재의 안색이 변했다.임나연은 계속해서 말했다.“윤 회장님, 저 여자를 무시하지 마세요. 셋
임나연은 너무 화가 나서 제자리에 서 있었다.경매가 시작되자 하객들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맨 앞 로열석에는 최연준과 강서연이 앉았다.반면 윤정재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고 2층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앉은 자리는 딱 마침 강서연의 옆모습을 볼 수 있는 각도였다.임나연은 이것을 보고 윤정재, 이 늙은 색마가 강서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윤정재는 강서연이랑 말 한마디도 섞지 않았는데, 그렇게 강서연을 옹호하다니!’임나연은 밤새도록 그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계집애보다 못하다니...그녀는 화가 치밀어 자리에 앉지도 않고 구석을 찾아가 전화를 걸었다.“수정이는?”그녀의 목소리에 화난 감정이 너무 많아 심호흡하고 다시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가 경매 끝나고 보러 간다고 전해줘!”“아가씨, 그게...”전화너머로 집사의 말투가 초조했다.“또 무슨 일인데? 그냥 그렇게 말해!”“아니에요, 아가씨!”집사가 급하게 말했다.“수정 아가씨가... 없어졌어요!”임나연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놓칠 뻔했다.“뭐라고?”그녀는 잠시 말 없다가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사람이 왜 없어졌다는 거야!”“그게... 오후에 수정 아가씨가 햇볕을 쬐고 싶다고 해서 간호사가 데리고 나갔어요. 그런데 차고에 가서 차를 보고 싶다고 해서 간호사도 별생각 없이 밀고 갔는데... 없어졌어요!”집사의 횡설수설에 임나연은 어리둥절했다.그러나 그녀는 집사의 단편적인 말에서 임수정은 오후에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실종되었을 때, 그녀는 경매장에 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설마 임수정이 내 차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임나연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당장 사람을 붙여서 찾아내! 엄마 아빠는 이 일을 알고 있어?”“두 분께서는 아침 일찍 싱가포르로 가셨어요. 무슨 그룹 융자 때문인지 한두 달은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임나연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이렇게 되면 그녀는 여기저기 찾을 시간이 있다.가장 먼저 의심되는
그는 바지를 안 입었다!“아아!”‘망했다!’배경원은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옆에서 옷 한 벌을 가져와 가렸다.소녀는 겁에 질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바로 그때 탈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배경원은 비명을 멈추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안에 사람이 있습니까? 지금 들어가도 됩니까?”남자 목소리다.배경원은 어리둥절했다.그는 막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무엇에 발목을 잡혔다.고개를 숙여 봤는데 소녀가 그의 앞에 엎드려 그의 다리를 잡고 있었고 눈에는 물안개가 한층 가라앉았다.“제발”그녀는 애원했다.“제가 여기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네?”배경원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게 무슨 상황이에요?”“제발요!”밖에서 노크 소리가 더 커졌다.배경원은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쾅 차고 들어오는 순간 그는 몸에 걸친 옷을 벗어 던지고 소녀를 바닥에 눕혔다.그는 그녀의 등에 손을 얹고 차가운 바닥과 닿지 않도록 막아줬다.그의 건장한 몸은 작은 그녀를 꽁꽁 싸맸다.몇 명의 남자들이 뛰어 들어와서 눈앞의 이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뭐 하는 거야?”배경원은 살짝 고개를 돌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야! 죽고 싶어?”이 사람들은 전부 임씨 집안의 집사여서 배경원을 알아봤다. 다들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배씨... 도련님...”“당장 꺼지지 못해! 지금 바쁜 거 안 보여?”“네. 네...”사람들이 허둥지둥 뛰쳐나갔고 문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발소리가 멀어지자, 배경원은 그제야 몸을 추스르고 조심스럽게 소녀를 일으켜 세웠다.“괜찮아요?”소녀는 기침을 많이 해서 말할 힘조차 없었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배경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병원에 데려다줄게요.”“괜찮아요...”그녀는 겨우 이 말을 내뱉었다.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이름이 수정이에요?”배경원은 볼을 불룩하게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성이 뭐예요?”임수정은 시선을 아래로 보며 묵묵부답했다.어차피 그녀의 성이 무엇이든 이름은 암호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한 배경원은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마당에 산책하러 갑시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아니, 그게...”그는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임수정에게 붙잡혔다.배경원은 멍하니 고개를 숙였는데...‘바지를 안 입었잖아!’그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놀란 눈으로 임수정을 바라보면서 우는 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웃음을 지어냈다.임수정은 배경원 덕분에 웃었고 창백하던 작은 얼굴에 마침내 핏기가 돌았다.배경원은 황급히 탈의실로 뛰어 들어가 서둘러 바지를 입은 뒤 임수정을 데리고 마당으로 산책하러 나갔다.가을밤은 아름다웠다. 마당은 하루 종일 햇볕을 쫴서 아직도 따스한 햇볕 냄새가 난다. 마당은 조용했고 때때로 작은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반딧불도 날아다녔다.임수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눈을 감았다.이렇게 마당에 서서 자유롭게 숨을 쉬는 건 전생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너무 좋아요.”임수정은 웃으며 눈을 뜨고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네?”배경원은 못 알아들었다.“제가 이렇게 마당에 서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이미 저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에요.”“...”배경원은 더 이해가 안 갔다.“평소에 숨 안 쉬어요? 혹시 인공호흡기를 차고 살아요?”임수정은 그를 보고 싱긋 웃었다.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었지만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았다.임수정은 오랫동안 웃지 않았는데 오늘 밤의 웃음은 모두 배경원이 선사해 준 것이다.방금 전 그는 그녀를 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대로 바닥에 눕혔고... 그 순간 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았다.임수정은 배경원 셔츠에서 나는 맑은 냄새를 맡았고 그의 남자다운 기운을 느꼈다.그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문이 갑자기 그
배경원은 한순간 심장이 멈칫한 것을 느꼈고 자신이 주체할 수 없었다.임수정의 청아한 얼굴은 마치 마법이 있는 듯했고 그 두 눈은 마치 신비로운 세계처럼 그를 유인했다.그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고, 온 세상의 빛이 그녀에게 집중되는 것 같았다.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임수정은 기침을 몇 번 했다.배경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괜찮아요!”“어서 걸치세요!”배경원은 옷을 그녀에게 걸쳐 주었다. “몸이 안 좋다면서요? 그럼 더더욱 감기에 걸리면 안 돼요!”임수정은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이때 경매장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문밖으로 걸어 나왔다.“다 끝난 것 같네요.”배경원이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하고 말했다.“제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어디 사세요?”임수정은 잠깐 멈칫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의 모든 것이 마치 꿈인 것 같았다. 이제는 꿈에서 나올 무렵이 됐고 그녀도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현실은 임씨 가문의 알려지지 않은 딸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자신에게 미래가 있을지 전부 미지수다...임수정은 몸을 돌려 천천히 걷고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임씨 가문 집사들이 자기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배경원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고마워요.”그에게 감사해야 한다.방금 이 꿈은 모두 그가 선사해 준 것이다.배경원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괜찮아요!”배경원은 퉁명스럽게 굴었다.“다음에 또 산책하고 싶으면 저를 찾으세요...”그러나 말소리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임수정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배경원은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흰 그림자가 그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최연준은 강서연에게 은근슬쩍 말했다.“경원이 연애하는 것 같아.”강서연은 뚱냥이한테 고양이 밥을 주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잠깐 안 돌아갔다.“경원 씨가 연애한
강서연은 얼굴을 붉혔다. 최연준이 정신이 산만해진 틈을 타 황급히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방한서는 등골이 오싹해져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최연준의 그 얼굴은 너무 어두워 잉크를 짜낼 수 있는 정도다.그는 대문까지 몇 걸음 걸어가서 철문을 쾅 하고 열어 얼음장처럼 굳은 눈으로 방한서를 노려보았다.방한서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억지웃음을 지었고 심장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무슨 일이야?”최연준은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방한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잊어버리고 멍하니 그를 쳐다만 봤다.몇 초간의 침묵은 마치 몇 세기처럼 길었다.그리고 강서연은 방에서 누군가의 포효를 들었다.“방한서!”박경실은 채소를 반쯤 다듬다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주방에서 뛰쳐나왔다.“도련님, 왜 그러세요?”강서연은 소파에 앉아 몰래 실실 웃었다.“이 방비서가 또 무슨 사고를 쳤길래!”박경실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며 주방으로 돌아가 혼잣말했다.“도련님께서 목이 너무 무리한 것 같은데, 이따가 탕을 끓여서 몸보신을 해줘야겠어.”마당에서 뚱냥이는 밥을 몽땅 먹어 치우고 몸을 비틀거리며 두 남자 사이로 파고들어 갔다.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울음소리를 냈다.최연준이 고개를 숙여 뚱냥이를 보고 나서야 어두운 얼굴이 그나마 조금 풀렸다.그는 방한서를 째려보았다.“너는 고양이보다도 못해!”고양이도 용돈 받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네, 네...”방한서는 사과하는 내내 진땀이 났다.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번뜩 스치는 게 있었다. 이곳에 온 목적이 생각난 방한서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낡은 핸드폰을 꺼냈다.바로 전에 인지석 방에서 발견한 그 폰이다.“도련님, 핸드폰의 데이터가 복구되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세요!”최연준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핸드폰을 받고 뒤적였다. 그 안에는 최연희와 인지석의 채팅 기록이 남아있다.그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성큼성큼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최연준은 핸드폰을 강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