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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하지만 이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선우가 늘 침묵으로 이 모든 걸 감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일을 겪을수록 선우는 더 침묵했고 그렇게 침묵하다 보니 오히려 성격은 부드러워지고 사람들을 향해 웃을 줄도 알게 되었다.

모든 슬픔과 고통은 그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선우는 아버지의 무책임함과 그 속에서 자아를 잃은 엄마까지 원망했다.

선우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 모든 걸 거부하면서도 조금씩 잠식당했고 동화되어 결국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정도까지 오게 되었다.

윤아를 놓아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신경 쓰이는 사람이 윤아밖에 없는데 그녀까지 떠나보내면 선우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침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지태가 찾아왔다.

그는 늘 하던 대로 윤아의 방으로 찾아가 윤아와 얘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소통을 거부하는 환자를 만나면 치료하기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유지태는 그만큼 인내심이 있기에 조금씩 해결하기로 했다.

고작 며칠이 더 지났을 뿐인데 유지태는 윤아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겼고 꼭 고쳐주고 싶었다.

유지태가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계속 말이 없던 윤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유 선생님.”

유지태는 아마 윤아가 자기를 부를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지 멈칫했다.

“윤아 씨, 드디어 저랑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한테서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 선우한테 가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네?”

유지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저는 아프지 않거든요.”

윤아가 한마디 덧붙였다.

유지태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아 씨, 윤아 씨가 아프다는 게 아니니 긴장할 필요 없어요.”

유지태는 일부러 천천히 말했다.

“그냥 편하게 대화를 나누면 돼요. 자신에게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제 말은 몸이든 정신이든 다 정상이라는 거예요.”

유지태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봐 윤아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지태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윤아를 지켜보며 윤아가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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