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윤아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며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괜찮은 거 맞아?”“괜찮아.”말은 그렇게 했지만 잡고 있는 윤아의 손은 놓지 않았다. 혹시나 윤아가 가까이 다가와 확인할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말이다.윤아는 약간 언짢은 듯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수현이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일단 이거 놔.”“안 놔.”수현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눈동자는 창밖으로 비쳐 드는 네온사인과 달빛을 받아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너무 보고 싶었어. 잠깐만 더 잡고 있자.”“...”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이 말을 들은 민재는 사실 약간 낯 간지러워 몰래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수현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다친 곳을 윤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런 이유로 돌려막다니.하지만 윤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현이 보고 싶었다고 말하니 마음이 약간 설레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수현의 상처였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다시 손을 뿌리쳤다.“아무리 내가 보고 싶었다고 해도 얼마나 다쳤는지 봐야지. 아니면 처치하든가.”상처가 너무 깊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수현은 끝내 윤아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그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가만히 있었다.“너는 다친 데 없어? 어디 아프진 않고? 너 다리는...”아까 윤아가 차에서 내릴 때 휠체어를 타고 있는 걸 수현은 보았다.윤아는 멈칫하더니 아까 휠체어를 탔던 걸 떠올렸다. 아마 그녀의 다리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얼른 설명했다.“내 다리는 괜찮아. 휠체어를 탄 건 내가 요즘 좀 기력이 없어서 그래.”“기력이 없다고?”이 말에 수현이 눈을 찌푸렸다.“혹시 선우가 너 학대했어?”이 질문을 하는 순간 수현은 위험한 살기를 뿜어냈다.윤아는 이를 느끼고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학대한 적은 없어. 내 문제야.”“왜?”수현의 말투는 여전히 긴장에 가득 차 있었다.윤아는 대답하지 않
수현은 원래 민재에게 상처를 처치하라고 하려 했지만 민재가 구급상자를 가져오자마자 윤아가 받아 갔다.민재는 윤아와 수현을 번갈아 봤다. 그러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여서야 얌전하게 제일 뒷줄에 위치한 좌석으로 향했다.“이제 손 좀 놓지?”윤아는 수현이 꼭 잡고 놓지 않는 자기 손을 보며 말했다.수현은 자신의 큰 손에 잡혀 있는 하얗고 보들보들한 손목을 힐끔 쳐다봤다. 살짝만 힘을 줘도 부러질 것 같은 크기에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못 본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 정도로 야위다니.그런 윤아를 보며 수현이 마음이 너무 아팠고 걷잡을 수 없는 자책감에 휩싸였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마음 약해지는 게 아닌데...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수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잡고 있던 윤아의 팔목을 놓아줬다.자유로워진 윤아는 아무 말 없이 구급상자를 열더니 수현의 상처에 필요한 약을 꺼냈다. 윤아가 준비하는 동안 수현은 그런 윤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아까는 급해서 신경 쓰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볼살도 많이 빠져 있었고 뼈가 선명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얼굴과 입술 색도 창백하기 그지없었다.보면 볼수록 수현의 마음이 아파왔고 너무 후회막심했다.윤아는 이내 필요한 약을 찾아냈다. 구급상자에 쓸 수 있는 물건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간단한 처치만 가능했다.윤아는 약을 들고 수현에게 가까이 다가가 수현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빼려는데 수현이 자꾸만 상처를 가렸다.윤아가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봤다.그제야 수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면 그냥 이 비서한테 맡겨.”수현은 민재가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왜? 나는 안돼?”윤아가 되물었다.“아니, 혹시나 네가 놀랄까 봐.”“이렇게 지체하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차피 그때도 내가 처치해 줄 텐데.”한참 망설이던 수현이 손을 비키더니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이 상처는 새로 생긴 것이었고 전에 난 상처와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 상처로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깨어났을 때 의사는 이 상처로 수현이 나
“응.”“하지만...”“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게.”수현은 자신의 상처가 덧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구하고 싶은 건 맞지만 일단 먼저 수현 자신부터 안전해야 한다. 아니면 윤아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윤아는 처음에 수현이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가 미리 공항에 의사를 불러 도착하면 바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게 준비했다는 걸 알았다.이를 본 윤아는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윤아는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쑥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수현이 치료를 받는 걸 확인한 윤아는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옆으로 쓰러졌다.그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윤아 왜 이래요? 언제쯤 깰 수 있어요?”“영양실조에 진이 빠져서 그런 거라고요?”삐삐삐.귓가에 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서 들려왔고 이내 윤아의 손등이 따끔하게 아파왔다.“큰 문제는 없어요. 몸에는 외상도 없고요. 깨어나서 잘 조리하면 될 것 같아요.”그 뒤로도 윤아는 많은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선명하다가도 흐릿했고 그러다 결국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긴 시간 동안 그녀는 기나긴 어둠속에 빠졌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깨어나 보니 낮이었고 얼마나 잤는지 머리와 몸이 천근만근이었다.침대맡에 누군가 엎드려 있었다.수현이 윤아의 침대맡에 엎드려 잠에 든 것이었다.윤아는 혹시나 수현이 깰까 봐 살며시 움직였다.수현은 윤아가 깼다는 걸 금방 알아채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어디 불편한 데 없어?”지척까지 다가온 수현의 얼굴에 윤아는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불편한 데 없다니 다행이야.”충혈된 수현의 눈은 그가 얼마나 피곤한지 알려주고 있었다. 거리가 매우 가까운지라 수현의 코끝에서 알릴 듯 말 듯한 숨결이 전해졌다.“진짜 불편한데 없어?”수현은 마치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러서지 않았고 계속 거기에 기댄 채 코가 윤아의 얼굴에 닿을 만큼 얼
어떻게 알았지?아마 차에 타 있을 때부터 뒤를 미행하는 다른 차량을 발견했을 것이다. 비록 뒤에 그 차가 다른 길로 빠졌지만 말이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전화하던 남자도 네가 보낸 사람이야?”수현은 윤아가 컵에서 입을 떼자 손으로 윤아의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내가 보낸 사람이야.”윤아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로비에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적다고 생각했다. 큰 호텔이라 그럴 수가 없는데 말이다.마침 이를 수상해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그리고 마침 두 층을 올라가다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났고 또 마침 그 남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니 수현이 나타났다.이는 수현이 사전에 설계한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윤아가 물도 이제 마시지 않고 또렷한 의식으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얘기하자 수현은 기분이 좋아졌다.그녀가 깨어나기 전 의사가 한 말로 들어보면 그녀의 몸에 상처는 없지만 다른 곳은 깨어나면 다시 검사해 봐야 한다고 했다.머리를 다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려면 그녀가 깨어난 후 말을 시켜보면 된다고 했다. 만약 사고방식이나 노직이 정확하다면 별문제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다행인 건 다시 되찾은 윤아는 영양실조 외에 다른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수현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윤아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더니 이렇게 물었다.“근데 여긴 어디야?”이를 들은 수현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윤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뭐?”수현의 말투가 변하자 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질문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다시 한번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다시 가볍게 물었다.“그냥 여기가 어딘지 묻고 싶은 거야.”수현은 윤아의 첫 질문에 웃음이 옅어졌다가 다시 한번 주위를 빙 둘러보는 윤아의 모습에 아예 웃음기가 사라졌다.여기는 두 사람이 살던 곳이었다. 수현이 깨어난 후 윤아가 아이들을 데리고 쭉 여기서 지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여기로 돌아왔던 것이다. 돌아온 김에
그들을 못살게 굴지 않았으면 된 것이다. 수현이 윤아를 데리고 떠나도 정윤이 밖에 있으니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우진을 도울 수 있을 테고 두 사람이라면 별문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우가 이를 문제 삼을지는 의문이었다.“걱정하지 마. 우진 씨 전에도 너를 구했는데, 나 그렇게 배은망덕하지 않아.”이를 들은 윤아가 감탄했다.“전에 나를 구해주셨구나.”왠지 전에 우진을 보자마자 다른 사람과는 다른 느낌이라 했다.과연 기억은 잃었어도 몸은 속일 수 없었다.이 말에 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수현의 질문에 윤아는 그제야 뭔가 눈치챘다.수현은 아마 그녀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수현을 만났을 때 단번에 수현임을 알아봤기 때문이다.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먼저 꺼낼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 기억이...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어디 다쳤어?”윤아는 더는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응.”예상은 했지만 윤아가 직접 인정하자 수현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어떻게 된 거야? 모든 기억을 잃은 거야?”수현의 표정이 순간 너무 안 좋아졌다.“아닌데. 모든 기억을 잃은 거라면 나는 어떻게 알아본 거야?”“핸드폰으로 검색해 본 적이 있으니까.”윤아가 말했다.“그리고 너에 관한 얘기는 진 비서님이 알려줘서 알고 있어.”수현은 이 말이 마치 장난 같았다.“뭐라고?”수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아를 바라봤다. 겨우 구해냈는데 그를 잊었다고? 그를 알아본 것도 우진이 알려줘서, 핸드폰으로 검색한 사진 덕분이었다고?“사진 찾는 것도 힘들었어. 너 은근히 유출 안 되게 잘 막았더라? 멀리서 찍은 사진 겨우 한장 찾았는데 오관도 잘 안 보이더라고.”이를 들은 수현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진작에 기억을 잃은 윤아는 수현이 그녀를 구하러 갔을 때 그의 얼굴을 기억도 못 하면서 사진 한 장으로...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오
그때 수현이 많이 다친 걸 알고 있었기에 윤아는 혹시나 선우가 제때 치료해 주지 않아서 수현이 깨어나지 못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이라도 남을까 봐 걱정했다.그래서 선우와 신경전을 벌이게 되었고 그렇게 수현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선우와 한 약속이 생각났다.선우 곁에 남겠다는 윤아의 말에 선우는 수현을 보내줬다. 하지만 선우와 제대로 된 얘기를 나누기 전에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다.옥상에서 기다리던 선우는 헛수고했을 것이다. 선우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윤아는 선우가 작별 인사를 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직감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이런 생각이 든 윤아는 수현에게 물었다.“나 얼마나 기절해 있었어?”“왜?”“내가 나온 지 얼마나 됐는지 알고 싶어서.”“하루.”윤아는 입술을 오므렸다. 하루 사이 그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생각에 잠긴 윤아를 보고 수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은 몰랐지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왜?”수현의 질문에 윤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녀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계속 사색에 잠겨 있었다.수현은 그런 윤아의 모습에 먼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기억을 잃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이 질문에 윤아도 약간 막연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다. 기억을 잃고 나서 한 번도 왜 기억을 잃게 되었는지 물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나도 잘은 모르겠어. 깨어나 보니 머리를 다쳤다고 하더라고.”머리를 다쳤다는 말에 수현의 눈빛이 윤아의 이마로 향했다. 이마에 상처가 없자 뒤통수를 확인했다.“뒤통수를 다친 거야?”“그런 것 같은데.”수현이 한참 동안 검사하더니 침묵했다.“조금 이따 정밀 검사해 보자. 그래야 내가 시름 놓을 수 있을 거 같아.”검사라는 말에 윤아는 뭔가 떠오른 듯 이렇게 말했다.“나만 검사하지 말고, 너는?”“뭐가?”“내 기억이 맞는다면 내가 그곳에
“너는 괜찮은 거야?”윤아가 수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깨어나자마자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데, 의사 선생님은 동의한 거야?”자신을 관심하는 윤아를 보며 수현은 기분이 좋아져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당연히 의사 선생님께 확인했지. 허락받고 나간 거야.”윤아가 멈칫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나는 기억을 잃은 거지, 지력을 상실한 건 아니야.”“...”수현은 말문이 막혔다.“이런 말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윤아의 말에 수현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화났어?”윤아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미안, 나는 네가 걱정하는 게 싫어서 그랬는데, 실망했어?”수현의 말투가 많이 조급해 보였다. 윤아가 용서해 주지 않으면 바로 자결이라도 할 것 같은 기세에 윤아는 마음이 조금 아팠다.자신의 몸은 일도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구하러 달려왔으니 윤아도 성질을 부릴 자격이 없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사실 너도 알잖아. 내가 너한테 화난 게 뭐 때문에 화난 건지.”“알지.”수현의 눈빛이 기쁨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윤아에게로 다가가 익숙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이를 본 윤아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지만 딱히 거부하지 않고 뼈가 없는 사람처럼 그대로 나른하게 수현의 품에 안겼다.“알아. 네가 화가 난 건 나를 걱정해서라는 거.”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향기가 그녀를 가득 채웠다. 이에 윤아는 마음이 편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팔을 돌려 수현의 목을 감쌌다.이런 윤아의 행동에 수현은 마음이 동했는지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린 채 그녀를 향해 덮쳐왔다.이때 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윤아는 그대로 얼어붙더니 얼른 그의 목에 올렸던 손을 풀고 그를 밀어냈다. 그러더니 다시 이불속으로 숨어버렸다.수현은 행동을 개시하다 말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방으로 들어온 민재가 이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왜 그런 자세로 앉아계세요? 윤아님은 깨셨나요?”“에헴...”이불속으
선우를 속으로 단단히 욕한 민재는 이 말을 뒤로 방을 나섰다.“의사 불러올게요.’그러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윤아는 민재가 그렇게 떠난 줄 알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 서서 수현을 불렀다.고개를 돌린 수현이 민재의 표정을 보고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윤아에게 말했다.“나갔다 올게. 잠깐만.”윤아는 이불속에 숨어 고개를 끄덕였다.“응.”방에서 나온 수현을 보고 민재는 방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가자고 했다.민재의 요구에 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할 말 있으면 해요. 뭘 그렇게 멀리까지 가요?”이를 들은 민재가 수현의 뒤쪽을 힐끔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대표님, 아무래도 좀 떨어진 곳에서 말씀 드리는게 좋은 것 같아요. 여기서 말씀드리면 윤아 님이 들을 수도 있어서요.”민재의 말에 수현은 살짝 언짢아졌다.윤아를 얼마나 힘들게 데려왔는데 멀리 나갔다가 중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이를 배상할 수 있을까?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표정이 차가워졌다.“윤아가 듣는게 싫으면 네가 목소리를 낮추면 되잖아요. 아니면 문자로 하든지.”민재가 더 설득하려는데 수현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에 민재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목소리를 낮췄다.“대표님, 윤아 님 곁을 꽤 오래 지키셨는데 윤아 님이 안 깨어나시면 몰라도 지금은 깨어나셨으니 일단 먼저 상처부터 치료하시는 게 어때요? 의사 선생님께서 계속 기다리고 계세요. 혹시나 염증으로 다른 문제가 생길까 봐요.”수현은 자신이 다쳤다는 사실을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민재가 이 말을 꺼낼 줄은 생각도 못 했기에 수현은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조금 있다 갈게요.”하지만 민재는 이를 믿지 않았다.“대표님, 이 말 지금 몇 번째 하고 계시는지 아세요? 항상 말씀만 하시고 안 가시잖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치료받으러 못 오겠다면 직접 찾아간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