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선희는 불안한 듯 입술을 오므렸다.그러나 걱정과는 달라 명인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어서 들어와. 증조할머니가 맛있는 음식 해줄게.”그녀는 옆으로 물러나 자리를 비켜주고 사람들을 불러들였다.뒤이어 들어온 운전기사가 짐을 내려놓으며 선희에게 말했다.“그럼 사모님. 전 이만 돌아가 보고 때 되면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운전기사는 나가며 마당 문을 닫고 다시 자물쇠를 채웠다.두 녀석은 따라 들어온 후에야 비로소 마당 안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뜰에 아주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이 날씨에 위쪽의 잎은 이미 다 떨어져 벌거벗은 모습이었다.두 아이는 호기심에 달려가 살펴보았다.명인은 두 꼬마가 달려가는 것을 보고 그들과 거리가 좀 멀어지자 자신의 딸 선희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너희 셋만 왔어?”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아이의 엄마 아빠는? 왜 같이 안 왔어?”“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올 시간이 없을 거예요.”선희는 나이도 있으신 분들에게 괜히 충격을 드리고 싶지 않아 그들의 사고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젊은이들은 바쁘게 돌아치느라 몸을 잘 돌보지 않는다니까. 너 돌아가면 아이들한테 너무 무리해서 일하지 말라고 전해라. 그게 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거야. 나중에 늙으면 어쩌려고?”“네. 돌아가면 그렇게 말해줄게요. 그리고 애들 데리고 한번 찾아뵈라고도 할게요.”“그런데...”명인은 살짝 감격한 듯 말했다.“그 둘은 이미 이혼하지 않았더냐? 어떻게 이렇게 큰아이가 있지? 설마...”명인의 마음속에 어렴풋한 추측이 하나 있었다.그녀의 추측에 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짐작했지만 막상 확인해 보니 또 다른 심정이다. 이혼 후에도 혼자 두 아이를 낳을 줄이야. 이제 명인은 두 아이 모두 왜 심 씨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엄마. 두 아이 모두 윤아가 직접 키웠어요. 성씨 얘기라면 전 뭐라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재.두 아이가 집에 없다는 소식을 들은 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없다고요? 윤아가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겼을 리는 없는데. 잘 알아본 거 맞아요?”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보낸 사람들 말에 따르면 아이들은 없었답니다.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 확인이 어렵다고...”우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어디로 갔는지 알아보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얼마나요?”“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집에서 나온 차가 30분 뒤부터 시시티비가 잡히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서요. 아직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선우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찾아간 사람들이 한발 늦었다는 거 아닌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미리 몸을 피했을 리도 없으니.그는 순간 뭔가 떠오른 듯 우진을 노려봤다.“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우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되물었다.“네?”“진 비서가 정보 흘린 거 아니냐고요.”그는 버러지 보듯 우진을 보며 매섭게 말했다.“윤아를 죽이려는 거예요?”“?”우진은 잘못 들은 줄 알고 잠시 황당해하고 있다 드디어 선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제가 미리 언질을 줬다고 생각하십니까?”“아니에요? 그게 아니면 어떻게 알고 집을 나가냔 말입니다. 그것도 하필 시시티비가 없는 길로. 무슨 수작을 부린 거죠?”그 말에 우진은 침묵했다.한참 뒤에야 입을 여는 우진.“제가 미덥지 않으시면 다른 사람 시켜서 하세요.”“내가 왜 진 비서를 남겨둔 건지 알잖아요.”“네. 윤아 님을 보호하라는 거죠. 저도 윤아 님이 걱정됩니다. 지금 윤아 님 상태가 이런데 제가 무슨 쓸데없는 데에 신경을 팔겠습니까?”선우는 우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말투에 진심이 묻어나는 걸 보아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하긴, 윤아를 생각하는 마음 없이는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그녀를 탈출시키진 않았겠지.지금 윤아의 상태가 안 좋으니 우진도 그녀를 배신할 리는 없을 거다.하지만... 혹시 모를 고의성을 완전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왜... 왜 이렇게 된 거지?’‘어떻게 해야 윤아 님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설마... 대표님은 정말 윤아 님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놓아줄 건가?’우진은 선우가 이토록잔인하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말들은 그저 겁을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딴생각 말고 두 아이나 빨리 데려오게 하기 위해서.그 생각에 우진은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그래. 대표님도 윤아 님이 잘못될까 봐 걱정 하시는 거야. 그게 아니면 이렇게 급하게 아이들을 데려오라고 할 리도 없지.’우진은 정말로 그쪽에 정보를 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발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 것인지. 그것도 별장 내 사용인들조차 어딜 가는지 모르게 말이다.우진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두 아이를 찾지 못하면 윤아는 더 이상 살아갈 희망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 아이들까지 데려온다면 그때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빨리 결정해야 한다.우진은 깊은 고민 끝에 결국 선택을 마쳤다.-우진이 나간 후 혼자 서재에 남아있는 선우.그의 어두운 표정과 어울리는 한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그때, 들려오는 핸드폰 벨 소리에 발신인을 확인한 선우는 눈에 생기가 돌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말투가 친근한 건 아니지만 조금 전보다 훨 듣기 좋았다.그러나 곧 들려오는 말은 선우의 표정을 굳게 만들었다.“무슨 말씀이세요?”핸드폰 너머로 그의 할아버지의 쌀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뜻인진 네가 더 잘 알겠지. 심윤아 그 아이 지금 너랑 같이 있지? 너 이 자식아,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선우는 입술을 꾹 닫은 채 말이 없었다.“당장 그 아이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 속 좀 그만 썩여라!”“진씨 집안 어르신이 알려드린 거예요?”“누가 알려줬든 그건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그의 말투엔 독재와 강압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건 상의가 아닌 명령이었다.선우가 대
선우의 할아버지인 그는 선우가 반드시 자기 말을 듣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큰 가업을 순조롭게 물려받으려면 그의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그는 자기 손자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남자란 동물은 원래 여자 좀 만나보고 그러는 것도 정상이다.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다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그는 그때 심씨 가문의 그 아가씨는 제법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후에 그 집이 쫄딱 망하면서는 별 볼 일 없다고 여겼다. 게다가 진수현과 이혼하고 나서는 애 둘 딸린 이혼녀에 불과했으니 더더욱 곱게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손자놈이라는 것이 무슨 정신인지 그 여자한테 빠져서 이리도 멍청한 짓을 하고 있으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 나중에는 몽둥이를 들고 찾아가 봤지만 선우는 여전히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선우와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그의 혈압은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 결국 그의 비서가 말했다.“어르신, 왜 이리 노하셨어요? 어차피 그렇게 오래 붙어있고도 사귀지 않았잖아요. 대표님도 그냥 갖고 노는 거일 거예요. 애 둘 딸린 엄마일 뿐인데 놀다 질리면 자연스레 떨어지겠죠. 뭣 하러 이렇게까지 관여하세요? 인간이란 게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에요. 이렇게 떼어놓지 못해서 안달이면 저쪽에선 오히려 그 여자를 더 갖고 싶어 할 거라고요. 괜한 일로 두 분 사이만 나빠지시겠어요.”비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둘이 정말 사귀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잠깐 데리고 노는 거일 수도 있었다.그래서 그 뒤론 선우를 말리지 않았고 윤아에게도 잘 해줬었다.그러다 윤아가 귀국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두 사람이 이제 관계가 정리된 줄 알고 내심 기뻤었다.그 뒤로는 줄곧 손자를 위해 명문가의 며느릿감 여자들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진씨 집안에서 연락이 와서는 윤아를 내놓으라 하지 않는가.그는 그 전화를 받고 나서야 윤아가 선우와 함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집안에서 이런 일로 전화가 오자 그는
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아직 떨어질 위신이 있나?”그 말에 할아버지는 다시 한바탕 꾸짖었다.“이놈의 자식이! 넌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더냐?”선우는 말을 받지 않았다.“그 아가씨나 빨리 풀어줘!”그가 위협했다.그러나 선우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할아버지는 내게 명령할 자격이 없어요.”“네가 내 손자인데 내가 명령할 자격이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선우는 냉소를 지었다.“꿈 깨세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이 개자식!”그가 막 욕을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전화는 이미 끊겨 반복되는 기계음만 들려올 뿐이었다.그 모습에 옆에 있던 비서가 급히 다가와 그를 진정시켰다.“어르신. 노여움 푸셔요.”“이놈이 내 전화를 끊다니. 이 망할 놈의 자식.”“한창 젊고 기세도 왕성할 때잖아요. 너무 따지지 마세요. 그러다 몸 상하시면 수지가 맞지 않잖아요.”비서의 위로가 있었기에 그의 마음은 비로소 조금 풀리는 듯했다.그러나 얼마 안 가 그의 얼굴에는 다시 근심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전화를 끊은 뒤 선우는 휴대전화를 그대로 꺼놓은 채 내팽개쳤다.그는 어두운 얼굴로 그곳에 앉아 있었는데 머릿속은 온통 할아버지가 방금 한 말들뿐이었다.‘왜?’그는 단지 그녀를 원했을 뿐인데 왜 모든 사람이 그와 맞서는 것인지. 모두가 그녀를 자기 곁에서 빼앗고 싶어서 안달인 것만 같았다.심윤아...그의 눈동자가 가라앉더니 잠시 후 일어나 윤아의 방으로 향했다.오늘은 정신과 의사도 와있었다. 그는 자기가 매일 와서 그녀에게 말을 좀 하고 두 사람의 신뢰를 쌓는다면 언젠가는 윤아도 마음을 터놓기를 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선우가 원하고 있는 것도 그것이었다.그러나 별 소용이 없었는지 첫날과 달리 다음날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말을 걸어보아도 아예 눈을 감고 듣지 않았다.나올 때 지태는 사람들을 보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도 대화를 거부하시니 내일모레 다시 시도할 수밖에 없겠네요.”여기까지 말한 지태
“헛소리 그만 하세요!”선우의 호통에 정윤은 깜짝 놀라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서있었다.어느새 눈가가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모습으로 그녀는 바들바들 떨었다.옆에서 보고 있던 지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지금은 일단 그럴 일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다른 의사분을 찾아 음식물 섭취가 아닌 다른 경로로 영양분을 채울 방법을 알아보는 게 최선입니다. 방법은 늘 있지만 그래도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시는 게 가장 좋겠죠. 그 방법도 오래는 못 버틸 겁니다. 계속해서 이렇게 음식을 먹지 않으면 몸이 망가져요. 죽진 않겠지만 죽어가겠죠. 그러다 결국엔...”그는 말을 잇지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선우는 검은 눈으로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칼로 난도질당한 듯 아려왔다.“대표님...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볼게요.”그때, 선우가 방에 들어가려는 정윤을 불러세웠다.“따라와요.”“네?”무슨 일로 보자는 건진 모르지만, 집주인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으니 정윤은 그를 순순히 따라갔다.가기 전에 선우는 우진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윤아 잘 지키세요.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우진은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선우와 정윤이 간 후에도 우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고개를 들어 윤아의 방문을 보자 그때 그의 선택이 떠올랐다.선우가 일부러 그에게 기회를 준 건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왜 그날 정윤과 함께 밖에 나가게 했겠는가.정말 그런 거든 아니든 우진은 그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방 안은 커튼이 쳐져 있어 한 줌의 빛도 없었다. 창문도 허약한 윤아의 몸 상태를 고려해 아주 작은 틈만 벌어지게 열려있었다.방 안의 공기는 후덥지근했고 오래 있으면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우진은 이런 환경에 있으면 병이 더 악화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생각이 들었다.윤아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는데 아마도 잠에 든 모양이다. 우진은 다가가 자는 윤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윤아 님.”그러나 그의
‘아이. 아이가 있었어?’‘어쩐지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기분이라 했더니.’윤아는 다시 생기를 되찾은 듯 보이자 우진은 문 쪽을 한번 보고는 서둘러 말했다.“윤아 님. 이 일은 다른 사람한테는 일단 말하지 마세요. 제가 대표님과 상의해 볼 수도 있을지 몰라요. 대표님도... 윤아 님이 설득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그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윤아뿐일 거다.“설득이요?”윤아는 조금 전의 시체 같은 모습 대신 든든한 기둥을 부여잡고 있는 듯 강인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허약한 몸을 일으키려고까지 했다.“날 내보내달라고 설득하라고요? 지금 제가 이 꼴이 되도록 절대 안 풀어주던 사람이 그걸로 설득한다고 받아줄까요?”“어쨌든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몸을 망쳐가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요.”예전이었으면 몸이 망가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우진이 아이에 대해 말해준 뒤로는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그래요. 해볼게요. 그런데 제가 기억이 전혀 없어서 혹시 전의 일들을 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제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그럼요.”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곧 돌아올 거예요. 지금 말씀드리긴 힘들고 듣고 싶으시면 오늘 밤 저를 찾아오세요.”“네.”“그럼... 식사는 하실 건가요?”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를 띠어 보였다.“아이를 위해서라도 먹어야죠.”얼마 만에 보는 그녀의 웃는 얼굴인가. 우진은 그 모습에 잠시 멈춰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전 이만 나가볼게요. 대표님도 아마 금방 돌아오실 거예요. 먹을 걸 준비해 오실 테니 좀 드세요. 내일은 의사분께도 좀 협조하시고 치료받는 척이라도 하세요.”“그럴게요.”윤아는 말을 멈추었다가 우진이 나가려 하자 다시 입을 뗐다.“참,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방을 나서려던 우진의 발걸음이 멈추었다.“네.”“내 아이... 어떻게 생겼어요? 사진 같은 건 없어요? 좀 보고 싶은데.”우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정윤은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어딘가 달라진 분위기에 조심스레 물건을 들고 다가가 말했다.“윤아 님. 대표님이 주방에서 드실 것 좀 준비해 주셨어요. 새로 온 셰프가 만든 건데 드셔보실래요?”그러자 정윤은 윤아가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새로 온 요리사가 대단하다고 해요. 전에 거식증 환자들한테 음식도 만들어 줬던 분이래요. 음식도 독특하게 한다는데 드셔보시지 않으시겠어요?”그 사람이 대단하든 아니든 윤아가 신경 쓸 리가 있나.윤아는 우진과 이야기를 나눈 후 음식을 먹고 싶어졌다. 식욕이 생긴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언젠가 여기서 떠나서 자신의 두 아이를 만나기 위해 그녀는 반드시 음식을 먹어야 했다. 많이든 적게든 먹어서 스스로를 지탱해야 하니까.때문에 정윤이 몇 마디만 했는데 윤아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원래 이맘때쯤 윤아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 정윤은 윤아가 먹기 싫어할까 봐 걱정했지만 뜻밖의 말에 쟁반을 든 채 깜짝 놀랐다.“윤아 님. 보세요, 과육이 얼마나 예쁘게 만들어졌는지. 제가 방금 몰래 맡아봤는데 향도 정말 좋아요.”정윤은 요즘 윤아에게 대령 되는 음식을 볼 때마다 먹고 싶어지는 걸 꾹 참느라 힘들었던 참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윤아에게 음식을 먹이기 위해 부엌 쪽 사람들도 애를 썼다고 할 수 있다.매번 그녀가 음식을 나르러 갈 때마다 한 입만 먹어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지만 윤아가 못 먹을 것을 생각하니 그녀를 대신해서 괴로워했다.윤아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느낄 생각도 없이 마구 떠먹었다.정윤은 옆에서 기대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음식을 먹는 윤아의 얼굴에 표정이 전혀 없어 이번에도 맛없다고 느끼고 몇 입 먹고 치울 것이라 예상했다.때문에 이번에도 음식을 치우려고 옆에서 기다렸다.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윤아는 평소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였고 음식을 원했지만 기쁜 내색 하나 없었다.그러다 결국...“우웩.”윤아는 갑자기 헛구역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