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범은 선희의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됐어요? 간 지 꽤 오래됐는데 이 비서는 찾았어요? 뭐 좀 알아냈어요?”태범은 말이 없었다.그 순간 차에서 민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일을 알게 된 후에 그녀에게 말할 수 있겠냐던.그때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그리고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자 그는 정말 그녀에게 이 일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너무 큰 일이라 괜히 말했다가 마음 졸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기 싫었다.생각만 해도 너무 마음이 아프지 않은가.태범은 수현과 민재가 입 다물고 있었던 이유도 조금 짐작이 가는듯했다.‘어휴.’여기까지 생각한 태범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는 고심 끝에 이 일을 선희에게 얘기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전부 말하는 대신 조금만 덜어내기로 했다.“일이 좀 생겨서 내가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 나 없는 동안... 몸조심하고요.”그러나 선희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무슨 일이길래 당신이 직접 며칠씩이나 시간을 내서 처리한다는 거예요? 무슨 일인데요?”어느새 그녀의 말투에 조급함이 묻어났다.“여보, 일단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요. 일이 좀 까다롭긴 하지만 내가 잘 처리할 수 있으니 해결되면 그때 얘기해줄게요. 네?”그러나 선희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도대체 무슨 일인데 못 알려주는 거예요? 많이 심각한거예요?”“지금 당장 가서 처리해야 해서 당신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이 대답은 오히려 받아들일 수 있었다.정말 급한 일이라면 그 일을 처리하느라 자기에게 설명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좋아요. 먼저 가서 처리하고 와요. 하지만 약속해요. 급한 일을 처리하고 나면 나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준다고. 나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봐야겠어요.”“그래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전화를 끊은 후 태범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침내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했다. 당시 이민재 그 녀석이 전화를 끊
선희는 일어나 두 녀석의 방으로 향했다.두 꼬마가 자신의 작은 이불을 끌어안고 쿨쿨 자고, 심지어 자리까지 바꾸는 것을 보고 하루 종일 애를 태우던 선희는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다.‘정말 귀엽네. 이 녀석들.’그녀는 새삼 윤아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두 명의 아이가 이렇게 잘 자랄 수 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이 두 아이를 혼자 5년 동안 키우며 힘든 상황이 분명 많았을 텐데 그래도 아이들을 이렇게 잘 가르쳤다니.선희는 두 아이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서훈의 눈매는 또렷하고 화려한 게 마치마치 어린 시절의 진야가 보이는 것 같았다정말 너무 닮아서 한 틀에 새겨진 것 같았다.수현이 어렸을 때 그녀의 어머니도 수현이 귀엽게 생겼다며 자주 안아주던 것을 떠올렸다.그때의 수현과 똑 닮은 서훈을 보고도 좋아하실지 모르겠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선희는 자신과 어머니도 오래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들과 함께 살지 않았고 심지어 이 도시에도 살지 않았다. 두 부부는 은퇴 후 도시 오염이 심각하다고 싫어했고 시골에 정원과 마당이 있는 넓은 층을 사서 노후를 보냈다. 마당에서는 각종 화초와 나무를 기르고 한쪽 구석에 야채와 과일, 참외를 조금 심었다. 부부는 해가 진 어느 날의 밤처럼 그렇게 평온하게 지낸다.선희는 일찍이 부모님을 한 번 뵈러 갔다가 두 사람이 화목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굳이 더 찾아가 방해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부부는 수현의 결혼에 관해 자주 물어댔고 그가 이혼한 후에는 오랫동안 그 일로 한숨을 쉬기도 했다.그 후 선희는 집에는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그러다 오늘 갑자기 두 아이를 데리고 시골로 그들을 찾아가고 싶어진 것이다. 어쨌든 윤아와 수현도 당분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니.그녀는 잠시 학교에 휴가를 내고 가서 일주일 동안 놀고 오면 좋겠다 싶었다.마음을 굳힌 후 선희는 기운차게 일어나 옷을 챙겼다.다음날, 훈이와 윤이가 막 일어나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선희가 그들에게 옷을 입히고
“그럼 일어나서 양치질하고 아침 먹고 할머니랑 같이 가자.”힘없이 있던 하윤은 기운이 다 나서 욕실로 가 이를 닦았다.서훈도 하윤의 뒤를 따라갔다.화장실에는 선희가 미리 준비해 둔 칫솔과 칫솔 컵이 있었고 치약까지 이미 짜놓았다.그러자 하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훈과 눈을 마주쳤고 들어오는 선희를 향해고개를 젖혔다.“할머니, 엄마가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고 했으니까 앞으로 양치질하고 세수할 때 치약 짜주는 거 안 도와줘도 돼요.”선희는 고사리 같은 두 아이의 손을 보고 조금이나마 더 잘해주고 싶어서 치약을 짜준 거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보게 된 아이들인데 애지중지할 만도 하지.그런 생각을 할 줄은...“할머니가 잘못했네. 역시 너희 엄마 말이 맞아,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지.”“그래도 오늘은 도와준 거 감사해요.”서훈은 또 말을 바꿨다.그러자 하윤도 말했다.“할머니 감사합니다!”선희는 이 두 녀석이 너무 귀여워 심장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세수를 마치고 두 사람을 데리고 아침 식사를 한 뒤 선희는 하인에게서 차가 준비돼 있고 필요한 물건도 다 옮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두 녀석을 데리고 떠났다.그녀는 아주 빠르게 떠났고 그들이 간 후에 하인들은 집에 남아 멀어져 가는 차를 보고 있었다.“다들 나갔으니 좀 쉬엄쉬엄 일할 수 있겠네요?”“쉿! 이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사모님이 우리에게 주는 월급이 얼만데. 받는 만큼 일을 해야지. 네가 다른 곳에 가서 이것보다 몇 배 더 한다고 해도 월급의 절반도 못 받을 거야.”집주인이 다 떠나면 조금 게으름을 피우려던 하인은 그 말을 듣고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는 게으른 꾀를 부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차가 큰길에 올라서서 나갔을 때 맞은편에서 검은색 대형 승합차 한 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나 선희는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렇게 두 차는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한편, 선희는 차에 앉아 자신이 특별히 가지고 온 사탕을 펼쳤다.“오늘 시골에 가야 하는데 조금
다리가 떨려오는 선희를 두 녀석이 부축해 차에서 내리려 했으나 키 때문에 전혀 도울 수 없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서둘러 그녀의 다리를 누르고 말했다.“할머니. 편찮으시면 차에서 좀 쉬세요. 우리 이따가 내려갈게요.”선희는 자기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앉아 쉬면서 서훈이 건넨 음료를 마셨다. 새콤달콤한 음료를 마시니 메스꺼움이 좀 가시는 것 같았다.그녀는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이 길이 아직까지도 그대로인게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돌아가면 아버지께 돈을 좀 드려 이 길을 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할머니, 좀 편해졌어요?”선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응, 훨씬 편해졌어. 인제 그만 가자. 이제부터는 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할머니가 너희들을 데리고 들어갈게.”방해가 될까 봐 따라온 사람도 기사 한 명뿐이었고 차에서 내려서는 기사 혼자 짐 꾸러미를 들고 뒤따랐다.마을 길이 좁고 굽이굽이 돌아 차가 들어가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때문에 마주 오는 승용차를 만나거나 뒤에 차가 있으면 쉽게 막힐 수 있었다.예전에 선희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그런 상황을 겪었는데 지금은 이곳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나서 걸어 들어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두 녀석은 이런 곳은 처음인 데다 타고난 호기심까지 겹쳐 길을 가다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길을 따라가는 길에 농촌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자 모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이며 그들을 훑어보았다.훈이와 윤이는 이곳 아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하윤은 상대의 꽃무늬 천 치마를 보고 자신이 입고 있는 고급 치마를 내려다보며 물었다.“할머니, 저 애들이 입고 있는 저런 치마는 입어본 적이 없는데 저도 나중에 저런 치마를 살 수 있어요?”그 말에 선희도 반대편 아이를 봤는데 하윤과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파란색 꽃무늬 치마를 입고 있었다. 옷감이 좀 낡아 보였지만 깨끗하게 빨아져 있었고 그 소녀의 귀여운 용모와 어우
선희는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그들을 위해 일반인들이 쉽게 열 수 없는 초대형 자물쇠를 하나 샀다.문이 잠기지 않은 걸 보니 모두 집에 있는 모양이다. 선희는 출입문 옆의 초인종을 누르고 아이들과 함께 문 앞에서 기다렸다.안에서 작은 발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누구요?”두 아이는 노인의 목소리를 듣고 매우 감격하여 고개를 들어 말했다.“할머니, 증외할머니의 목소리예요?”선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나야.”익숙한 소리에 안에서 발소리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다급해진 걸음으로 다가오는 듯했다.듣고 있던 선희가 말했다.“엄마, 천천히 와요.”현관문이 열리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과 캐주얼한 중국식 실내복을 입은 우아한 노인이 세 사람 앞에 나타났다.서훈과 하윤은 어릴 때부터 예의 바르게 인사해야 한다는 윤아의 가르침에 따라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증조할머니, 안녕하세요.”선희의 어머니 이명인은 오랜만에 만난 딸에 깜짝 놀랐다. 자식 걱정은 늘 있지만 혹시나 방해할까 봐 전화도 안 했는데 이렇게 딸이 찾아왔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녀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문을 열자 보인 딸의 얼굴에 놀라기도 잠시, 곧이어 귀여운 목소리로 인사를 해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잠시 멈칫했다.‘증조할머니?’‘누굴 부르는 거지? 내가 나이가 들어 환청을 듣나?’그녀가 소리를 따라 고개를 숙여 보니 귀여운 녀석 둘이 거기에 서서 일제히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런데 놀랍게도 이 두 녀석은 손자 수현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명인은 놀란 눈으로 두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딸 선희를 바라보았다.선희는 그녀를 향해 웃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마치 그녀에게 보여주려고 작은 증조 외손자를 데리고 왔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게...”명인은 한참 후에야 어떻게 된 일인지 가늠이 되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두 꼬마가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가
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선희는 불안한 듯 입술을 오므렸다.그러나 걱정과는 달라 명인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어서 들어와. 증조할머니가 맛있는 음식 해줄게.”그녀는 옆으로 물러나 자리를 비켜주고 사람들을 불러들였다.뒤이어 들어온 운전기사가 짐을 내려놓으며 선희에게 말했다.“그럼 사모님. 전 이만 돌아가 보고 때 되면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운전기사는 나가며 마당 문을 닫고 다시 자물쇠를 채웠다.두 녀석은 따라 들어온 후에야 비로소 마당 안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뜰에 아주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이 날씨에 위쪽의 잎은 이미 다 떨어져 벌거벗은 모습이었다.두 아이는 호기심에 달려가 살펴보았다.명인은 두 꼬마가 달려가는 것을 보고 그들과 거리가 좀 멀어지자 자신의 딸 선희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너희 셋만 왔어?”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아이의 엄마 아빠는? 왜 같이 안 왔어?”“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올 시간이 없을 거예요.”선희는 나이도 있으신 분들에게 괜히 충격을 드리고 싶지 않아 그들의 사고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젊은이들은 바쁘게 돌아치느라 몸을 잘 돌보지 않는다니까. 너 돌아가면 아이들한테 너무 무리해서 일하지 말라고 전해라. 그게 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거야. 나중에 늙으면 어쩌려고?”“네. 돌아가면 그렇게 말해줄게요. 그리고 애들 데리고 한번 찾아뵈라고도 할게요.”“그런데...”명인은 살짝 감격한 듯 말했다.“그 둘은 이미 이혼하지 않았더냐? 어떻게 이렇게 큰아이가 있지? 설마...”명인의 마음속에 어렴풋한 추측이 하나 있었다.그녀의 추측에 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짐작했지만 막상 확인해 보니 또 다른 심정이다. 이혼 후에도 혼자 두 아이를 낳을 줄이야. 이제 명인은 두 아이 모두 왜 심 씨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엄마. 두 아이 모두 윤아가 직접 키웠어요. 성씨 얘기라면 전 뭐라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재.두 아이가 집에 없다는 소식을 들은 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없다고요? 윤아가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겼을 리는 없는데. 잘 알아본 거 맞아요?”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보낸 사람들 말에 따르면 아이들은 없었답니다.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 확인이 어렵다고...”우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어디로 갔는지 알아보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얼마나요?”“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집에서 나온 차가 30분 뒤부터 시시티비가 잡히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서요. 아직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선우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찾아간 사람들이 한발 늦었다는 거 아닌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미리 몸을 피했을 리도 없으니.그는 순간 뭔가 떠오른 듯 우진을 노려봤다.“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우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되물었다.“네?”“진 비서가 정보 흘린 거 아니냐고요.”그는 버러지 보듯 우진을 보며 매섭게 말했다.“윤아를 죽이려는 거예요?”“?”우진은 잘못 들은 줄 알고 잠시 황당해하고 있다 드디어 선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제가 미리 언질을 줬다고 생각하십니까?”“아니에요? 그게 아니면 어떻게 알고 집을 나가냔 말입니다. 그것도 하필 시시티비가 없는 길로. 무슨 수작을 부린 거죠?”그 말에 우진은 침묵했다.한참 뒤에야 입을 여는 우진.“제가 미덥지 않으시면 다른 사람 시켜서 하세요.”“내가 왜 진 비서를 남겨둔 건지 알잖아요.”“네. 윤아 님을 보호하라는 거죠. 저도 윤아 님이 걱정됩니다. 지금 윤아 님 상태가 이런데 제가 무슨 쓸데없는 데에 신경을 팔겠습니까?”선우는 우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말투에 진심이 묻어나는 걸 보아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하긴, 윤아를 생각하는 마음 없이는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그녀를 탈출시키진 않았겠지.지금 윤아의 상태가 안 좋으니 우진도 그녀를 배신할 리는 없을 거다.하지만... 혹시 모를 고의성을 완전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왜... 왜 이렇게 된 거지?’‘어떻게 해야 윤아 님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설마... 대표님은 정말 윤아 님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놓아줄 건가?’우진은 선우가 이토록잔인하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말들은 그저 겁을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딴생각 말고 두 아이나 빨리 데려오게 하기 위해서.그 생각에 우진은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그래. 대표님도 윤아 님이 잘못될까 봐 걱정 하시는 거야. 그게 아니면 이렇게 급하게 아이들을 데려오라고 할 리도 없지.’우진은 정말로 그쪽에 정보를 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발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 것인지. 그것도 별장 내 사용인들조차 어딜 가는지 모르게 말이다.우진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두 아이를 찾지 못하면 윤아는 더 이상 살아갈 희망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 아이들까지 데려온다면 그때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빨리 결정해야 한다.우진은 깊은 고민 끝에 결국 선택을 마쳤다.-우진이 나간 후 혼자 서재에 남아있는 선우.그의 어두운 표정과 어울리는 한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그때, 들려오는 핸드폰 벨 소리에 발신인을 확인한 선우는 눈에 생기가 돌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말투가 친근한 건 아니지만 조금 전보다 훨 듣기 좋았다.그러나 곧 들려오는 말은 선우의 표정을 굳게 만들었다.“무슨 말씀이세요?”핸드폰 너머로 그의 할아버지의 쌀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뜻인진 네가 더 잘 알겠지. 심윤아 그 아이 지금 너랑 같이 있지? 너 이 자식아,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선우는 입술을 꾹 닫은 채 말이 없었다.“당장 그 아이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 속 좀 그만 썩여라!”“진씨 집안 어르신이 알려드린 거예요?”“누가 알려줬든 그건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그의 말투엔 독재와 강압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건 상의가 아닌 명령이었다.선우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