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의 뒤를 따라 뒤늦게 방에 도착한 현수아와 고민환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이선우를 따라 아연실색하였다.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하더니 다급히 물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죠?”한편, 이선우는 이미 심윤아를 땅바닥에서 허리로 끌어안고 들어 올려 싸늘한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당장 의사한테 연락해.”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그녀가 쓰러지는 것을 보는 순간 다른 모든 감정은 순식간에 걱정으로 바뀌었다.이선우에겐 다른 감정 하나 없이 단지 혹여나 그녀가 사고를 당할까 걱정될 뿐이다.하여 그의 첫 반응도 그녀를 안아 들어 고민환더러 의사를 부르게 한 뒤, 심윤아를 안은 채 그녀를 푹신한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것이었다.고민환은 의사를 부르러 갔고 현장에는 현수아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그러던 중 그녀는 이선우가 심윤아를 직접 안고 조심스럽게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목격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심윤아를 매우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현수아는 이선우를 알고 지낸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선우 오빠가 어떤 여자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 여인은 왜 선우 오빠의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거지?’‘선우 오빠는 정말 이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현수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는 이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선우 오빠, 그 여자 좋아해요?”그러나 이선우는 마치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듯 행동했고 그녀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했다.이는 현수아를 매우 화나게 하는 포인트가 되었다. 왜 자신은 봐주지 않는 거지?울화가 치밀어 오른 현수아는 막말해대기 시작했다.“선우 오빠, 이 여자 믿지 말아요. 낮에는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쓰러지는 건데. 속지 말라고요.”현수아가 너무 떠들어댄 것인지 이선우는 마침내 눈을 들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나가.”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매정했다.그 말을 들은 현수아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해버렸다.“선우 오빠, 지금
“선우 오빠, 저...”“당장 꺼져!”이선우는 줄곧 온화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고 어떤 상황이 들이닥쳐도 현수아의 마음속, 이선우는 항상 군자의 대표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오늘의 변화는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렇게 험악한 말투로 자신에게 말을 하니 현수아는 그만 덜컥 겁을 먹고 말았다.그녀는 동공 지진이 일어나 한참 동안 이선우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는 몸을 돌려 뛰어나갔다.그리고 마침 의사를 데리고 돌아온 고민환과 마주치게 되었고 고민환은 현수아가 엉망이 되어버린 표정으로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그 역시 처지가 좋진 못하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방안에 들어선 후 그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이 요점만 골라 전달했다.“대표님,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어디 봅시다. 어딜 다친 거예요?”의사가 다가와 심윤아에게 진찰을 한 후, 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고 재빨리 소독 처리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상처가 꽤 오래갈 것 같네요.”한편, 그 말을 들은 이선우는 위태로운 기운을 뿜어내며 실눈을 떴고 몸 안의 숨결도 전부 차갑게 식고 있는 기분이었다.위협적인 분위기에 고민환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잔뜩 움츠러들었다.그는 이선우가 자신을 꾸짖으리라 생각했지만 이선우는 오히려 의사에게 다가가 심윤아에게 세심한 검사를 해보라고 주의를 시킨 후에야 다시 그에게 눈을 돌렸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그러자 고민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털어놓기 시작했다.“우진 비서님은 확실히 대표님의 지시대로 윤아 씨를 데려다준 게 맞아요. 그리고 제가 윤아 씨를 방으로 안내해드리려고 했지만 윤아 씨는 계속하여 대표님을 만나고 싶다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는 입구에서 잠시 머물렀는데 그때, 수아 님께서 오셔서 윤아 씨를 보시고 화가 나 대표님 대신 화풀이를 하겠다고 주장하며 윤아 씨와 충돌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고민환이 말을 하는 동안 이선우는 옆에서 조용히 듣다가 그의 말이 끝나자 비
그러나 고민환의 사과는 듣지도 못했다는 듯 이선우는 오직 침대 위에 누워있는 심윤아에게만 눈을 돌렸다.같은 시각, 의사의 진찰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마침내 모든 진찰을 끝낸 의사가 안경을 벗으며 이선우에게 진찰 결과를 전달했다.“피부 외상만 있을 뿐 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옆에 있던 고민환도 피부 외상이 있을 뿐 다른 문제는 없다는 의사의 말에 순간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찰과상만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다른 곳을 다쳤거나 장기손상이라도 있었다면 그의 목숨 또한 부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전에는 살짝 밀치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고 어쨌든 현수아가 벌인 짓이니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심윤아가 단지 밀쳐지기만 했을 뿐인데 기절할 정도로 나약한 여자일 줄 그 역시 생각지 못했다.“그런데...”의사가 갑자기 말을 돌리자 아직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한 이선우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런데 뭡니까?”“제가 검사할 수 있는 것은 외상뿐이지만 이 아가씨가 다친 것은 결국 머리이기 때문에 깨어나면 병원에 가서 추가 검진을 받아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이선우도 곧바로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물었다.“지금 가도 되겠습니까?”그러자 의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이어 그의 물음에 답해주었다.“안되는 건 아니지만... 얼마 동 기절했는지 모르니까 지금 병원에 가려면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선우는 이미 심윤아를 안아 들고 싸늘한 얼굴로 고민환에게 분부했다.“차 준비하러 가.”고민환은 다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이제 자신의 임무는 완수되었다고 생각한 의사가 막 이선우와 작별을 고하려는데 이때 갑자기 이선우가 다시 입을 열 줄 누가 알았겠는가.“의사 선생님은 따라오세요. 길에서 무슨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잖아요.”의사도 이선우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겨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수에게 자신의 약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조수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 재빨리 약상자를 들
이선우는 심윤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었다.“다시 정신을 차렸으니 됐어. 어디 아픈 데는 없어?”심윤아는 낯설기만 한 눈앞의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의 걱정스러운 말투와 눈빛을 살폈다.하지만... 심윤아는 그 사람에 대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그쪽은...”그녀의 첫 번째 질문에 이선우는 그만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응?”이선우는 당연히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심윤아가 왜 그에게 누구냐고 묻겠는가?하지만 곧이어 심윤아가 건넨 말은 결코 이선우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주었다.“누구세요?”심윤아가 다시 한번 물었다. 이번에 그녀의 말투는 더욱 또렷했고 새하얗게 질린 그녀의 눈빛 또한 더욱 의심스러웠다.그뿐만 아니라 심윤아는 그녀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다들 누구세요?”“...”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상관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이전에 심윤아와 만난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 여자는가 이선우 대표님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그런데 이 여자는 어찌하여 그들의 이선우 대표마저 모르고 있냔 말인가?그때, 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고 누군가가 무심코 입을 열었다.“설마 머리를 부딪쳐서 기억을 잃어 대표님을 못 알아보는 건 아닌가요?”“에이 설마. 겨우 한 번 부딪힌 건데 바로 기억을 잃는다고요?”머리를 다치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선우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기억을 잃었다고?“윤아야, 나야.”잠깐의 침묵이 흘렀지만 이선우는 끝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나 기억 안 나?”이선우의 말에 그에게 시선을 돌린 심윤아는 순진한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좌우로 훑어보더니 마지막에는 멍한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이선우의 미간은 더욱 보기 좋게 찌푸려졌다.한 번 부딪혔다고 못 알아본다고.?이게
윤아는 많이 아팠던 모양인지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선우는 윤아가 이렇게 아파할 줄 몰랐는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됐어, 그만 생각해. 검사부터 하자, 의사 선생님 말씀도 들어보고.”윤아는 창백한 얼굴로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식은땀이 돋아났다.“종이.”그 말에 옆에 선 사람이 곧바로 종이를 꺼내 선우에게 넘겨주었다. 선우는 종이를 넘겨받아 조심스레 윤아의 땀을 닦아주었다.윤아는 입술마저 파랗게 질린 채 허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선우의 품에 기대있었다. 선우는 가슴이 아파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화가 나 선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부하에게 질문했다.“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 응급실로 가면 안 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저 멀리서 한 사람이 달려왔다.“저희 차례입니다, 가시죠.”그 말을 들은 선우가 윤아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린 채 걸음을 옮겼다. 검사의 대부분은 윤아의 머리에 집중돼 있었다. 원래는 외상이 있는지만 보는 간단한 검사였지만, 윤아가 모든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안 주치의가 다른 검사까지 시킨 것이다.가장 신속한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모두 끝났을 때엔 이미 몇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선우는 윤아를 VIP 병실에 입원시켰다. 검사를 마친 윤아는 지친 모양인지 금세 잠들었다. 그는 조용히 윤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침대 곁을 지켰다.선우가 병실에 들어온 민환에게 조용히 말했다.“결과는 언제쯤이면 나온대?”“빨리해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언제가 될 지는 정확히 모릅니다.”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선우는 말을 아꼈다. 더 대화했다가는 윤아의 수면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됐다.그 모습을 본 고민환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선우가 잠깐 좋아하는 여자라고만 생각했기에 자신도 윤아에게 냉랭하게 대했는데, 지금 선우의 행동은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고 조심스러웠다. 잠깐 좋아하는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생각에 잠겼던 민환이 말했다.“그럼 쉬십시오, 전 이만 가보겠
선우는 자신의 마음을 확신했다. 평생 윤아의 곁에 있고 싶었다. 설령 자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다른 사람의 옆에 있는 꼴을 눈 뜨고 못 볼 것 같았다.전에 그녀를 갖기 위해 노력할 때도 그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윤아는 선우를 거부하지 않았기에 선우도 윤아의 생각을 존중했다.하지만 그 뒤로부터...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귀국하게 하지 말 걸 그랬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갑자기 기억을 잃었다. 어쩌면 선우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모든 기억을 잃었으니 지금이 선우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그녀만 옆에 있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선우는 윤아의 침대 옆에서 잠들고 말았다. 민환이 그런 선우를 보고는 담요를 찾아와 그에게 덮어주었다.하지만 얼마 못 가 선우가 깨어났다. 민환은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의도를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민환도 자신을 위해서라는 걸 안 선우는 더 이상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윤아 깨니까 이제 들어오지 말라는 당부만을 할 뿐이었다. 민환도 얌전히 대답한 후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그렇게 날이 밝고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선우를 불러와 윤아의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다고 했다.“어떤 이상이요?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가요?”“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다만 뭐요?”“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고요?”“네, 저희도 못 알아보고, 전에 있었던 일들도 기억하지 못해요.”“그럼 맞겠네요, 머리를 조금 다친 모양이에요, 절대 안정이 필요해요.”“기억은요? 기억은 언제쯤 돌아올까요?”“확실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라 장담은 하지 못해요. 전에 있던 곳에 자주 간다든지, 전에 했던 행동들을 많이 한다든지 하면 빨리 회복할 수도 있고, 평생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평생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요?”“네, 그런 사례가 있어요.”선우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윤아의 기억이 평생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네, 감사합니다.”얘기
“나가게 해줘요.”심윤아는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약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손을 뻗어 그녀를 막고 있는 사람을 밀어내려고 했다.하지만 문 앞에서 막고 있는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 그들이 물러서지 않으면 심윤아는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었다.“저 정말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래요.”“무슨 중요한 일인데?”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멈칫했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보자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선우였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병실로 들어가 심윤아 앞으로 다가갔다.다른 사람들은 이선우를 보자 모두 물러갔고 나가면서 병실 문을 잠갔다.심윤아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키 크고 잘생긴 이선우를 보고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이선우였기도 했고, 그가 했던 일들을 돌이켜보자 자신과 그의 관계가 꽤 좋을 거라 생각되었다.이렇게 생각하자 심윤아는 그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돌아왔네. 저 사람들이 나 못 나가게 막고 있었어. 무조건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대.”“맞아. 나 방금 의사 선생님한테 네 몸 상태에 대해 여쭤보러 갔어.”이선우가 자신의 병에 대해 언급하자 심윤아는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내 몸 상태를 여쭤봤다고? 어떤데? 무슨 문제 있어?”이선우는 그녀를 흘끗 보자 불안해하는 모습이 웃겨서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응, 의사 선생님께서 문제가 있다고 하시더라.”“무슨 문제가 있는데?”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듣자 심윤아는 더 긴장되었다.“그건 급하지 않고.”그러나 이선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내가 대답하기 전에 네가 먼저 내 물음에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그 말을 듣자 심윤아는 흠칫했다.“뭔데?”“방금 내가 들어오기 전에 네가 문을 지키고 있던 사람한테 중요한 볼일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중요한 일이야?”이 물음에 심윤아는 당황해서 제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표정도 멍해졌다.어떤 중요한 일이냐고?그
처음에 이선우는 심윤아가 연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지는 걸 보고, 또 검사 결과를 생각하자 이게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이선우는 눈빛이 변하더니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심윤아의 손을 잡았다.“윤아야, 기억이 안 나면 억지로 생각하려 하지 마.”그러나 이때 심윤아는 이미 깊은 생각에 빠져 있어 이선우가 하는 말이 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이선우는 할 수 없이 그녀의 안색이 서서히 더 창백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자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심윤아의 목덜미를 쳐서 기절시켰다.의식을 잃은 심윤아는 곧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고, 이선우는 잽싸게 허약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는 한참 동안 자신의 품에 안긴 의식 잃은 심윤아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를 들어 안아 다시 침대에 눕혔다.이선우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손수건을 꺼내 심윤아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이제 심윤아가 깨어나면 그냥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우선, 그녀가 기억을 회복하면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도 없고, 둘째, 만약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차라리 계속 잊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한 이선우는 손을 천천히 심윤아의 하얀 얼굴에 대고 자기만 들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윤아야,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마. 난 그저 널 직접 보살피고 싶었을 뿐이야.”...점심때, 고민환은 급한 일이 있다면서 이선우를 찾아왔다.이선우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무슨 일이야?”“대표님, 진 비서가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고민환이 진우진을 언급하자 그제야 이선우는 그가 심윤아를 데려왔던 것이 생각났다. 그는 입꼬리에 살짝 힘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고민환이 이어서 말했다.“이미 도착해서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그 말을 듣자 이선우는 표정이 확 굳어지면서 차갑게 말했다.“누가 알려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