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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병실을 나온 수현은 윤아의 손목을 잡고 병실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윤아는 온 힘을 다해서 겨우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진수현. 무슨 짓이야?”

수현은 수심 가득한 눈으로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가지.”

윤아는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 할머님 모습 못 봤어? 할머님은 요양원을 떠나고 싶어 하셔. 여기 계시고 싶지 않아 하신다고.”

윤아는 바로 전에 일로 할머님이 요양원을 떠나고 싶지만 가족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계속 계시는 거라 추측했다. 할머님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지만 막상 돌아갈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윤아는 매주 주말마다 할머님을 뵈러 오면서도 그의 기분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조금 일찍 알아챘다면 집으로 모시고 가서 보살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수술 전날인 오늘 할머님이 쓰러지시는 일은 없었겠지.

“알아.”

수현이 낮게 말했다.

“너도 봤잖아. 할머니는 지금 나에게 화를 내고 계시는 거야.”

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뭔가 떠오른 듯 말을 보탰다.

“너에겐 아니고.”

윤아는 멈칫했다.

확실히 방금 할머님이 안 좋은 소리는 모두 수현에게 했었다. 윤아에게는 늘 그랬듯 친절하게 대하셨지.

생각을 마친 윤아는 더 마음이 아팠다. 분명 기분이 안 좋으신데 자신에게까지 감정을 감추려 하신다니.

“그니까 오늘은 할머니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드리자. 우린 이만 돌아가서 방을 정리하고 내일 다시 모시러 오자.”

윤아는 생각에 잠겼다. 수현의 말은 모두 맞다. 하지만 밤은 유독 길고 어둡다. 그녀는 기나긴 밤 동안 혼자 계실 할머님이 혹여 마음이 더 안 좋아지실까 염려되었다.

고민 끝에 윤아가 입을 열었다.

“오늘 밤에 모시고 가는 건 어때?”

“오늘 밤?”

“그래. 아직 시간은 이르잖아. 방 정리는 도우미분들한테 부탁하고 할머님께 두 시간 후에 집으로 모시겠다고 말하는 건 어때? 생각 정리하시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실 거야.”

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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