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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아니나 다를까 수현도 선희의 부드러운 말투에 모든 화가 눈 녹듯 사르르 풀려버렸다.

“됐어요. 오늘 밤 저와 윤아가 할머니 모시고 집으로 갈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도 요양원에 가실 필요 없으니 댁으로 돌아가세요.

“집으로 모신다고?”

이선희는 뜻밖의 소식에 조금 어리둥절해하더니 이윽고 말을 이었다.

“윤아는 옆에 있니?”

수현은 굳이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윤아에게 눈짓했다. 스피커모드로 해놓았으니 윤아도 다 듣고 있었다.

자신을 찾는 선희의 말에 윤아가 입을 열었다.

“어머님.”

윤아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로 선희의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윤아도 있었구나. 수현이 할머니 일은 네가 참 고생이 많았어.”

“아니에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마워요.”

비록 김선월만큼 윤아에게 극진하지는 않지만 선희도 윤아를 대함에 있어서는 예를 갖췄다. 여태까지 윤아에게 쓴소리 한번을 안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윤아와 수현이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땐 그녀도 조금 놀랐다.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은 몰랐네. 난 그놈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이선희는 당시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결혼을 동의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윤아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다고? 윤아는 그저 어머님이 진수현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하시는 말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어차피 가짜 결혼일 뿐이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어머님은 너희가 잘 보살피니 나와 수현이 아빠도 안심이야.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모여서 밥이나 먹자.”

“네.”

윤아는 흔쾌히 선희의 말에 동의했다.

수현도 그녀와 잠깐 얘기를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돌아가는 길에 수현과 윤아는 침묵을 유지했다. 집에 거의 다 와서야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보는 윤아.

“실망이겠네.”

수현:“?”

갑작스러운 그녀의 쌀쌀맞은 말에 수현이 어리둥절해했다. 반면 윤아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할머님 수술이 미뤄졌으니 우리의 이혼도 미뤄졌잖아.”

윤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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