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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수현이 입을 열면 티가 날까 봐 걱정된 윤아는 서둘러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요. 뭘. 타요 어서. 오늘 마침 할머님이 댁으로 돌아가시는 날이니 들어와서 좀 앉아있다 가요. 나중에 기사님 시켜서 댁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윤아가 먼저 말을 꺼낼 줄 몰랐던 소영은 시선을 돌려 윤아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고마워요. 윤아 씨.”

말을 마친 소영은 차 뒷좌석으로 다가와 문을 열었다.

모두 마른 체형이라 셋이 함께 앉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차에 타서부터 윤아는 김선월의 곁에 찰싹 붙어있었던 터라 옆자리는 공간이 많이 비어있었다.

차에 탄 소영은 선월을 향해 밝게 인사했다. 윤아는 소영이 조수석에 앉을까 걱정했던 터라 그녀가 뒷좌석에 오르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눈치는 꽤 빠른 모양이다.

“소영 씨. 이 노인네 때문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요.”

선월은 격식을 갖춰 소영을 대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이어나갔다.

차는 유유히 별장 대문을 넘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를 세운 후 수현은 도우미들이 미리 마련해둔 휠체어에 조심스레 선월을 태웠고 휠체어는 밀고 가는 사람은 자연스레 윤아였다.

차에서 내린 소영은 제법 화목한 가족 같은 그 광경에 저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으나 곧 생각이 바뀐 듯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어르신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범수는 잔뜩 들떠 인기척이 들리자마자 도우미들과 함께 그들을 맞으러 나왔다. 그러나 단란한 모습의 세 사람 옆에 웬 반갑지 않은 손님을 보고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 범수뿐만 아니라 다른 도우미들도 당황한 듯 서로 눈을 맞췄다. 그러나 큰 가문의 사용인들답게 김선월이 다가오자 바로 표정 관리를 하며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환영합니다. 어르신!”

그들은 언제 준비한 것인지 환영식 무대까지 선보였다. 선월은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세계급 국가급 가리지 않고 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요양원에 오래 있으며 무료했던 탓인지 사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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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성대한 환영회가 끝난 후 모두 실내로 돌아왔다.범수는 셰프에게 전달해 선월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 물론 메뉴선정과 식자재 선택 모두 엄격한 기준을 통해 엄선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늦은 터라 선월은 두세 숟가락 뜨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애써줘서 고마워요. 모두.”선월은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씻을 준비를 했다. 윤아가 얼른 다가가 도우려 했으나 선월이 그녀의 손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됐어. 씻는 거 하나 못할까 봐? 내가 몸을 못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뭘.”윤아가 입을 떼려 했으나 선월은 고개를 돌려 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소영 씨.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는 거 어때요? 윤아더러 도우미들 시켜서 묵을 방 하나만 더 준비해두라고 할게요.”바로 전에까지 음식을 깨작대던 소영은 선월의 부름에 후다닥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아니에요. 할머님. 제가 여기 있는 건 실례잖아요.”“실례라뇨. 집에 빈방이 많으니 소영 씨가 묵을 곳 하나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게다가 소영 씨는 우리 집의 은인이니 맘 편히 있어요.”선월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소영은 더 거절하기도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사실 그녀도 이 집에 머물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왠지 수현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소영이 입을 열기 전에 윤아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집사님. 강소영 씨가 머물 방 하나만 더 준비해주세요.”윤아의 말에 범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수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침묵을 유지했다.잠시 후 선월을 포함한 대부분 사용인이 자리를 뜨고 그나마 남아있던 몇 명 도우미들도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끼고 서둘러 자리를 피한 덕에 윤아와 수현, 그리고 소영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자 소영이 윤아를 힐끗 보더니 시선을 수현에게로 돌리며 낮게 말했다.“수현 씨.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나 그냥... 갈까?”소영은 입으로는 가겠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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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영은 잔뜩 불쌍한 척을 하며 수현을 올려다보았다.“수현 씨. 내가 뭘 잘못 말한 거야? 미안해. 윤아 씨가 화낼 줄 몰랐어. 역시 난 이만 돌아가야 할 것 같아.”말을 마친 소영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고는 휘청거리며 뛰쳐나가려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막아 세우는 수현.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괜찮아. 여기 있으라고 했으니까 그냥 있어. 윤아는 신경 쓸 필요 없어.“하지만….”“대표님. 강소영 씨 방도 준비를 마쳤습니다.”언제 왔는지 저 먼발치에 있던 범수가 달려오며 소영의 말을 끊었다.‘뭐? 벌써?’소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범수를 바라봤다. 간지 몇 분이나 됐다고 벌써 방 정리를 다 했다니. 소영은 그들이 제대로 한 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네.”하지만 수현은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소영에게 말했다.“집사님과 함께 방으로 돌아가. 늦었으니 빨리 쉬고.”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윤아가 떠난 방향으로 가버렸다.“수현 씨...”소영의 부름에도 듣지 못했는지 쌀쌀하게 가버리는 수현.소영은 어느새 혼자 그 자리에 우두커니 남겨졌다. 그녀는 윤아가 미웠다. 방금 그녀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바람에 일이 꼬인 것 같았다. 그러나 소영이 생각에 깊이 빠지기 전에 범수의 냉랭하고 기계적인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그녀의 사색을 끊었다.“아가씨. 손님 방으로 모실까요?”소영은 범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하지만 범수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몸을 휙 돌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소영은 불쾌한 마음이 들끓었지만 애써 누르며 그를 뒤 따라갔다.-한편, 방으로 돌아온 윤아는 곧장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조금 전 그 말을 내뱉을 때 소영의 황당한 모습과 수현의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떠올리며 윤아는 내심 속이 시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고 강소영이 먼저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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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그날 직접 두 눈으로 봤는데 오해라니. 윤아는 수현이 낯짝도 두껍다고 생각했다.수현은 눈앞의 이 여자가 갑자기 이리 화를 내는 이유가 자신과 소영이 함께 밤을 보냈다고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자 왠지 답답하던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 걸 느꼈다. 그러자 방금까지도 흙빛이던 낯빛이 훨씬 나아졌다. 수현은 입술을 앙다물더니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 없었어. 그날 밤은…”수현은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그가 그날 밤 일을 말하려 하자 윤아가 잽싸게 그의 말을 끊었다.“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난 전혀 궁금하지 않아. 그러니까 굳이 알려줄 필요 없어.”생각하는 그런 일이 없었다니. 윤아는 수현이 그날 자신이 현장에 없었다고 생각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넘어가려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날 그녀는 현장에 있었고 두 눈으로 직접 소영이 그를 데리고 떠나는 걸 봤다.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도 모자라 이튿날 요양원에까지 늦게 오지 않았던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윤아는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일이 언제 이렇게까지 꼬여버렸는지… 윤아는 점점 자신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수현을 좋아했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러나 윤아는 사랑에 눈이 먼 미친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 수현에게 발정 났냐고 하던 자신의 모습은 정말 그녀가 봐도 끔찍했다. 전혀 그녀답지 않았고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을 순간이었다.마음이 진정되자 윤아는 바로 전에까지 그녀를 열 오르게 하던 복잡한 감정들이 차분해지며 점차 종적을 감추는 것을 느꼈다. 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도 다시 맑고 잔잔하던 모습을 되찾았다.수현도 윤아의 변화를 단번에 눈치챘다. 그녀의 차분함과 막연함 모두 수현의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그는 윤아의 이런 모습에 가슴이 갑갑해나며 갉아 먹히는듯한 고통을 느꼈다.한참 후, 수현이 자소 섞인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나 이혼 절차도 끝내지 않고 다른 여자랑 놀아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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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윤아를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며 서늘한 기운을 풍겼다. 수현에게서 전해지는 압박감에 윤아는 그가 또 뭔갈 하려는 줄 알았으나 예상외로 수현은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윤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자소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문밖에 서 있는 소영은 초조하게 두 손을 꼼지락대며 기다리고 있었다. 소영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조금 전 수현의 목소리에는 분명 짜증이 섞여 있었다. 마치 중요한 일이 그녀 때문에 끊긴것미냥.소영은 현재 몹시 초조했다. 자신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도 한참이 지났는데도 수현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그녀는 더욱 불안해졌다.도대체 방 안에서 뭘 하고 있었길래 한참이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단 말인가?그때,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소영의 앞에 문을 열고 나타난 수현.소영은 고개를 발딱 들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방금과 같은 옷에 외투도 벗지 않은 걸 보아 별일은 없었던 듯싶다. 비록 전보다 옷매무새가 많이 흐트러졌지만, 소영은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애써 자신을 이해시킨 후 그녀는 시선을 돌려 수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그의 입가의 붉은 핏자국. 소영은 순간 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걸 느꼈다.핏자국이 옅어 자세히서 관찰하지 않으면 못 알아챌 정도였지만 소영의 눈을 피하진 못했다. 수현은 소영의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듯 무뚝뚝하게 물었다.“왜 왔어?”소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머쓱하게 입술을 깨물었다.“나... 나 입을만한 잠옷이 없어서 윤아 씨 옷 좀 빌리려고 했지.”윤아의 옷을 빌린다고?수현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올렸다.“도우미 아줌마가 준비해주지 않았나?”소영은 고개를 저었다. 수현은 소영의 말에 언짢은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그 낌새를 눈치챈 소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수현 씨. 화내지 마. 내가 오늘 너무 갑작스레 찾아왔으니 못 준비했을 만도 하지. 윤아 씨 옷 빌리면 돼. 그래도 될진 모르겠지만.”수현은 악에 받쳐 있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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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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