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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수현이 입을 열면 티가 날까 봐 걱정된 윤아는 서둘러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요. 뭘. 타요 어서. 오늘 마침 할머님이 댁으로 돌아가시는 날이니 들어와서 좀 앉아있다 가요. 나중에 기사님 시켜서 댁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윤아가 먼저 말을 꺼낼 줄 몰랐던 소영은 시선을 돌려 윤아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고마워요. 윤아 씨.”

말을 마친 소영은 차 뒷좌석으로 다가와 문을 열었다.

모두 마른 체형이라 셋이 함께 앉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차에 타서부터 윤아는 김선월의 곁에 찰싹 붙어있었던 터라 옆자리는 공간이 많이 비어있었다.

차에 탄 소영은 선월을 향해 밝게 인사했다. 윤아는 소영이 조수석에 앉을까 걱정했던 터라 그녀가 뒷좌석에 오르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눈치는 꽤 빠른 모양이다.

“소영 씨. 이 노인네 때문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요.”

선월은 격식을 갖춰 소영을 대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이어나갔다.

차는 유유히 별장 대문을 넘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를 세운 후 수현은 도우미들이 미리 마련해둔 휠체어에 조심스레 선월을 태웠고 휠체어는 밀고 가는 사람은 자연스레 윤아였다.

차에서 내린 소영은 제법 화목한 가족 같은 그 광경에 저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으나 곧 생각이 바뀐 듯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어르신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범수는 잔뜩 들떠 인기척이 들리자마자 도우미들과 함께 그들을 맞으러 나왔다. 그러나 단란한 모습의 세 사람 옆에 웬 반갑지 않은 손님을 보고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 범수뿐만 아니라 다른 도우미들도 당황한 듯 서로 눈을 맞췄다. 그러나 큰 가문의 사용인들답게 김선월이 다가오자 바로 표정 관리를 하며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환영합니다. 어르신!”

그들은 언제 준비한 것인지 환영식 무대까지 선보였다. 선월은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세계급 국가급 가리지 않고 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요양원에 오래 있으며 무료했던 탓인지 사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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