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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갑자기 왜 그러시지?‘

비서는 생각에 빠진 대표님을 바라보며 설마 연차도 주지 않았던 자신을 반성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린 배주한이 입을 열었다.

“혹시 주현아 씨의 퇴사 결정이 연차휴가와 관계가 있는 것 같나요?”

비서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덧붙였다.

“연차휴가 때문에 그만둘 생각이라면 지금까지 기다리진 않았을 거예요.”

배주한은 말이 없다.

비서는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그는 왠지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몇 년 동안 연차 휴가를 쓰지 못했으니 회사의 제도에 실망했고 이에 따라 퇴사를 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인 것 같았다.

역시 기회가 된다면 확실히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대표님, 현아 씨가 그만두게 하고 싶지 않았다면 사직서에 왜 서명하신 겁니까?”

“그럼 계속 회사에 갇혀 살게 해야 하나요?”

비서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네요.”

비서가 떠난 후 배주한은 핸드폰을 꺼내 주현아와의 카카오톡 대화창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채팅창은 매일 업데이트되었지만 모두 업무로 시작해 업무로 끝나는 사무적인 대화였다.

배주한이 넋이 나간 듯 한참 대화창을 바라보다가, 주현아가 왜 자신을 일중독자에 히틀러라고 말한건지 이해가 되었다.

배주한은 일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남에게 엄격히 요구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기준이 높았다.

하여 일에 미쳐있을 때는 밤낮없이 몸을 사리지 않았기에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 가만히 보니 히틀러라 부르는 것도 무언가 납득이 되었다.

여러모로 급여 부분만 제외하고 보면 히틀러와 다를 바도 없어 보였다.

배주한은 불쾌한 듯 입술을 말아 물었다.

...

한편.

배주한의 이러한 생각을 알 리 없는 주현아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 남은 일을 끝내자 마침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소 피곤했던 그녀는 전화가 걸려 오자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얼굴에 미소를 띠며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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