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아는 바로 답장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주현아도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시차가 있으니 천천히 기다리면 되었다....심윤아와 진수현은 저녁이 된 다음에야 집에 도착했다. 떠난 지 얼마 안 되기는 하지만, 심윤아는 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심하윤과 심서훈에게 가려고 했다.이때 그녀는 심하윤과 심서훈은 잠들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아이들을 깨울까 봐 만나는 것은 아쉬운 대로 내일에 미뤘다.“반 시간만 일찍 왔어도 애들이랑 만날 수 있었을 텐데.”이선희의 말에 심윤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어쩔 수 없죠. 저희 이미 최대한 빨리 돌아왔거든요.”“둘 다 길에서 고생했어. 얼른 가서 쉬어. 너희들이 돌아온 걸 알면 애들이 참 좋아하겠다.”“네, 어머님.”심윤아는 먼저 씻으러 올라갔다. 뒤따라가려던 진수현은 이선희가 가로막았다.“둘이 이번엔 뭐 하러 갔어?”진수현은 이선희를 힐끗 보며 되물었다.“궁금해요?”“안 궁금하면 왜 물었겠어?”“왜 윤아한테 안 묻고 저한테 물으세요?”“넌 내 아들이니까 그렇지. 너한테 물어보는 게 편해. 그리고 윤아는 피곤해서 이제 쉬어야 해.”“아하. 윤아는 쉬어야 하고, 전 아닌가 보네요.”“사내놈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이선희의 편애에 진수현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가족들이 심윤아를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어머니 아들도 쉬어야 해요. 저도 이만 올라갈게요.”말을 마친 그는 이선희가 어떤 표정을 짓든 상관하지 않고 올라가 버렸다. 부리나케 올라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이선희는 어이없는 듯 피식 웃었다.‘아들은 정말 믿을 구석이 못 돼... 됐어. 나한테 수현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손주들도 있잖아. 역시 우리 윤아 대단해. 단번에 쌍둥이를 낳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그녀는 원래 손주 한 명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이혼하고 나서, 진수현
아이들이 이 학교에 다닐 때 심윤아는 기억을 잃었었다. 하지만 약간의 익숙한 느낌은 들었다.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머릿속에는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그러나 너무 빨리 사라진 탓에 심윤아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생각에 잠긴 그녀가 우뚝 멈춰 서자 곁에 있던 진수현도 따라 멈춰 섰다.“왜 그래?”진수현은 손을 뻗어 심윤아의 허리를 잡았다. 그의 신경은 전부 심윤아에게 집중된 것 같았다.심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녀가 이렇게 대답했는데도 진수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가자, 나도 들어가서 보고 싶어.”심윤아는 진수현의 손을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기억은 특정한 곳에 가면 약간씩 떠오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그녀는 충분히 즐겁게 지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번 일 때문에 진실을 알 필요성은 있을 것 같았다.그 진실을 알게 된 결과가 기쁨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히 알았다. 그래도 그녀는 알고 싶었다.진수현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뒤따라갔다.안으로 들어간 심윤아의 눈길은 아이들만 쫓았다. 그렇게 그녀의 눈앞에는 점차 익숙하고도 낯선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이번에도 역시나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심윤아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오늘은 아직 첫날이다. 이 정도 기억해 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앞으로 자주 다니다 보면 더 긴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직접 아이들 등하교를 책임지겠다고 진수현에게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서도 진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어머니 일을 뺏겠다는 건가?”심윤아는 잠깐 멈칫하다가 되물었다.“어머님 다른 일로 충분히 바쁘지 않아?”진수현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어머니가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결혼하고부터 손주를 보는 게 유일한 소원이었어.”“...”이선희가 심하윤과 심
“내 회사 말이야... 내가 없는 동안 누가 관리하고 있었어?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는 해?”회사는 심윤아가 고른 훌륭한 직원 덕분에 잘 운영되고 있었다. 그녀가 사고를 당한 다음에도 큰 문제 없을 정도로 말이다.후에는 이민재도 적당한 인재를 찾아서 보냈고, 오민우의 월급까지 올렸다. 오민우의 직속 상사는 지금 진수현이 되었다. 월급도 그가 주고, 심윤아가 해야 하는 일도 그가 했다.진수현은 오민우의 이력서를 본 적 있다. 이력서로 보기에는 더 큰 회사에 가야 맞지만, 어쩐지 자그마한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무래도 회사의 규모보다 직위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이민재와 일 얘기를 할 때 오민우는 아주 솔직히 털어 놓았다.“제 아내도 아이도, 그리고 부모님도 다 이 도시에 있어요. 가족이 없는 곳이라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있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네요. 사람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른 법이잖아요. 남들은 그게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가족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도시에서 적당한 일을 하고 싶어요. 그 외에 바라는 것은 없어요.”그래서 진수현은 그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줬다. 오민우에게는 이보다 완벽한 상황이 있을 수 없었다.진씨 그룹의 투자 덕분에 오민우는 심윤아의 회사를 꽤 좋게 봤다. 심윤아가 자주 자리를 비우는데도 떠날 생각이 없었다.월급을 올린 다음에는 더 그랬다. 진수현이 주는 월급은 대기업에서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오민우는 점점 회사를 집처럼 생각하게 되었다.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뤘다. 가족 곁에서 높은 월급을 받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매니저가 회사 관리를 책임졌다는 것을 알게 된 심윤아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나 회사에 안 간 지 한참 됐는데 아직도 관리하고 있다고? 회사가 망할 거로 생각할 법도 한데?”진수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아무래도 회사를 좋게 봐서 그런 거겠지?”“그래?”“응.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면 그 정도 안목은 있을 거야.”“...”진수현의
심윤아가 이런 생각을 할 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사람이 늘어나면서 진수현은 어쩔 수 없이 두 발짝 정도 움직였다. 심윤아는 따라서 휘청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허리를 꽉 잡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전보다 훨씬 밀착하게 되었다. 이때 위에서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진작 이렇게 할 것이지.”이 말을 듣고 심윤아는 그의 허리를 꽉 꼬집었다.“씁...”진수현은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고 마구 움직여대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하지 마.”엘리베이터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곧 있으면 심윤아의 회사에 도착하는데 이러다가 진수현은 멀쩡하게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두 사람의 몸은 밀착되어 있었다. 그래서 심윤아도 무언가 느꼈다. 그녀는 눈빛이 약간 변하더니 속으로만 투덜거리고 더 이상 그를 꼬집지 않았다. 그저 살포시 안고 있을 뿐이었다.엘리베이터는 계속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으로 가득한 주변을 보고 진수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회사 위치를 바꿀까?”그녀의 회사가 있는 건물에는 다른 회사도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하나뿐이라 이동하는 게 아주 번거로웠다.심윤아는 눈을 깜빡이다가 대답했다.“됐어, 바꾸고 싶었으면 진작 바꿨을 것 같아. 지금까지 미룰 건 없지.”비록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이곳을 선택한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안 그러면 누구나 단독 건물을 마련할 테니 말이다.그녀의 말을 듣고 진수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이제는 내가 있잖아. 내가 바꿔줄게.”얼핏 들으면 아주 달콤한 말 같았지만 심윤아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그는 진수현을 바라보며 눈을 깜짝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있다는 게 무슨 뜻이야?”이 말을 듣고 진수현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입가에 퍼졌던 웃음기도 줄어들었다. 뒤늦게 말실수를 깨달은 그는 다행히 임기응변 능력이 놓은 덕분에 곧바로 말을 바꿔 대답할 수 있었다.“내 말은 나한테 애교 한 번 부리면 회사 위치 정도는 바꿔줄 수 있다는 거
“그러니까. 이렇게 모여 있으니까 더 보기 좋네. 추남이랑 미녀의 조합은 이제 지긋지긋해.”엘리베이터 안은 금세 떠들썩해졌다.사람들의 말소리에 부끄러워진 심윤아는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이제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진수현이 그러지 못하게 꽉 붙잡고 있었다.곧 회사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진수현은 심윤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 말하던 여자들 곁으로 지나갈 때 그녀들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해 줬다.“예쁜 사랑하세요.”심윤아는 따라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하자마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마음 따듯해지는 축복에 그녀는 기분이 다 좋아졌다.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앞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회사에 도착했다. 심윤아는 기억도 없으면서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 외부에 간판이 없는 것도,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되어 있는 것도 전부 그녀의 스타일이었다.‘이게... 내 회사라고? 내가 직접 만든 회사?’심윤아는 무의식적으로 명패를 쓰다듬었다. 피부가 닿으니 전류가 통하는 기분이었다.진수현은 뒤에서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물었다.“왜? 뭔가 기억이 났어?”그녀의 머릿속에는 이 명패를 직접 걸어 올릴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곁에는 다름 아닌 오민우가 서 있었다. 그는 마찬가지로 신난 얼굴로 박수치면서 말했었다.“축하드려요. 이 명패 너무 예쁘게 만들었는데요? 언제 시간이 있을 때 저도 하나 만들어주세요.”그때 그녀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이런 생각을 하다 말고 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해.”진수현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이어서 물었다.“뭐가 기억났는데? 기억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그 정도는 아니고... 아직 첫날이나 나도 잘 모르겠어. 앞으로 꾸준히 와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그러게. 네가 원하는 대로 해.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지는 말고.”진수현은 회사를 옮길 생각을 완전히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대로 지내는 게 기억
“왜 그래?”심윤아가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진수현이 물었다. 심유나는 생각하던 것을 전부 말했고 진수현은 한참이나 말을 잃었다.이건 그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다. 기억을 잃은 그녀가 부모에 관해 묻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전에 겪었던 고통을 다시 한번 겪게 된다.‘아버지 얘기를 괜히 했나?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을 아끼는 건데...’“왜 아무 말도 안 해?”진수현이 침묵에 잠긴 것을 보고 심윤아는 더욱 궁금해졌다.“그렇게까지 말하기 어려운 일이야?”진수현은 이제야 살짝 정신을 차렸다. 그는 심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네가 퇴근한 다음에야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어. 여기까지 왔는데 안 들어가 볼 거야? 들어가 보면 다른 힌트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진수현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심윤아는 바로 납득했다.“좋아, 들어가 보자.”‘내가 직접 떠올려 낸다면 누구한테 물어볼 것도 없겠지’말을 마친 심윤아는 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들어오자 안내 데스크 직원은 습관적으로 몸을 일으켜 인사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심윤아인 것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넋이 나가버렸다.“대... 대표님?”심윤아는 잠깐 멈칫했다. 그녀가 직원이 부르는 사람이 자신이 맞는지 헷갈리고 있을 때 직원은 이미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그녀의 말을 듣고 원래 일하고 있던 직원들은 우르르 달려 나왔다.“대표님이라고요? 어디요? 어디요?”“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어디 대표님이요?”심윤아가 자리를 비운 동안 오민우와 진씨 그룹 직원이 회사를 가꾸고 있었다. 그래서 심윤아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오민우가 새로 뽑은 직원들은 여자 대표가 따로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가 시도 때도 없이 칭찬했기 때문이다.심윤아를 본 적 없는 직원들도 오민우의 칭찬 덕분에 그녀에게 좋은 인상이 있었다. 그래서 만날 수 있는 날을 아주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돌아
미인은 언제나 편애 받기 마련이다. 직원들이 보기에 심윤아는 흩날리는 머리카락 한 오리조차 아름다웠다.오민우가 혀를 내두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미모는 연예계에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나아가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도 아주 잘생겼다.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은 신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때 진수현을 알아본 한 사람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 순간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진수현...? 진씨 그룹의 진수현 말하는 거야?”“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진씨 그룹의 진수현 맞아.”“진씨 그룹의 진수현이 왜 여기에 있는데?”“바보야. 진씨 그룹이 우리한테 투자하고 있잖아.”아무리 투자한다고 해도 대표가 직접 나타날 건 없지 않아?”“...”직원들은 이제야 이상함을 눈치챘다. 진씨 그룹에 비해 그들의 회사는 아주 작았다. 그렇다면 진수현이 나타난 이유는 하나밖에 있을 수 없었다.직원들의 시선은 심윤아에게 향했다. 예쁜 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대부분 사람의 인식 속에서 남자는 다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권력 있는 남자는 특히 그랬다.이때 진수현은 직원들의 생각을 보아낸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의 부부 관계를 밝히고 싶은 것인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심윤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우리 사이가 알고 싶은 모양이네요.”심윤아는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수현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머리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힘찬 심장 박동을 느꼈다.“저희는 부부입니다.”이 말을 들은 순간 현장은 또다시 떠들썩해졌다. 진수현이 벌써 두 사람의 사이를 인정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이 법적인 부부라는 것이다.폭탄을 터뜨린 장본인인 진수현은 심윤아와 함께 자리를 떴다. 직원들이 남아서 무슨 말을 하든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우리 대표님이 진 대표님과 결혼한 사이였어요? 그렇다는 건 진씨 그룹 사모님이라는 거잖아요!”“헐, 저희 이제 진씨 그룹의 계
진수현은 심윤아를 사람 없는 곳에 데려간 다음에야 발걸음을 멈췄다.심윤아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왜 우리 사이를 밝힌 거야?”이 말을 듣고 진수현은 심윤아의 허리를 잡고 있는 손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 난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그건 왜 물어? 우리 사이를 밝히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진수현은 강압적인 분위기와 함께 심윤아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공주야, 넌 남한테 우리 사이를 말하고 싶지 않아? 내가 아직 그 정도 놈이 못된 건가?”“...”“아니면... 너 회사에 다른 남자가 있어?”심윤아는 그냥 진수현이 갑자기 밝힌 이유가 궁금했을 뿐이다. 그가 잠깐 사이에 이토록 터무니없는 상상을 할 줄은 몰랐다.‘남자들도 이상한 생각을 하긴 하는구나...’심윤아는 진수현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나 기억을 잃었잖아. 회사에 다른 남자가 있다고 해도 기억 못 해.”심윤아가 일부러 자신을 놀린다는 것을 아는데도 진수현은 질투가 났다. 그래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기억 못 해도 괜찮아. 네가 돌아온 이상 알아서 나타나 줄 테니까.”“그럼 어디 한 번 기대 해볼까?”심윤아는 무언가 생각난 듯 눈썹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나만 말하지 말고, 너는? 넌 대기업에 다니니까 만나는 사람도 많을 거 아니야. 애인 숨기기도 더 편하겠네.”“...”진수현은 말문이 막혔다.‘대기업이라... 그렇다면 바람피울 확률은 내가 자기보다 더 높다는 건가?’진수현의 질투는 이제야 약간 달래졌다. 심윤아의 마음속에 자신이 있기에 진씨 그룹이 언급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걱정되면 내 회사로 가자. 우리 같이 일해.”이 말을 듣고 심윤아는 거절하지 않고 되물었다.“그래도 돼? 내가 방해되지는 않아?”“뭘 방해하는데?”“데이트. 회사에서 애인을 만나야 할 거 아니야.”말을 마친 심윤아는 진수현이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더한 것을 발견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공주야, 내가 회사에서 어떻게 지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