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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주현아의 어머니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주현아는 통화할 때마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로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주현아는 어릴 적부터 철이 들었다. 아버지가 자기 노릇을 잘못한 탓도 있겠지만, 어머니에 진짜 잘해줬었다. 때로는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억지로 밝은 척하며 미소를 보여줬다. 어머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가 얼마나 속 깊은 사람인지 알기에 그녀의 어머니는 별다른 말 없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우리 딸은 태양 같은 사람이야. 언제나 주변 사람을 환하게 밝혀줘.”

이 말을 들은 주현아는 만족스럽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

“다른 사람을 밝히는 것도 좋지만, 너도 밝혀야 한다는 걸 잊지 마. 집에도 종종 돌아오고. 돈 버는 게 그렇게 좋아?”

이 말을 듣고 주현아는 앞으로 이어질 말도 예상이 갔다. 그래서 한발 빨리 대답했다.

“알았어, 엄마.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나 건강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챙긴다니까?”

그녀의 말에 그녀의 어머니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현아야, 엄마 뜻은 그게 아니라...”

“응? 그게 아니면 뭔데?”

“너 집 나간 지도 한참 됐는데 왜 아무런 소식도 없어?”

“무슨 소식?”

주현아는 뒤늦게 눈치채고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소식? 그걸 진짜 몰라서 물어? 윤아는 벌써 애가 둘이야. 그런데 넌 어쩌면 남자친구도 없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다른 여자애들은 일하면서도 잘만 연애하던데, 넌 왜 소개 한 번 안 시켜줘?”

“...”

연애 얘기가 나오자 주현아는 또 배주한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도움 한 번 받았다고 자칫 전에 미워하던 이유를 깜빡할 뻔했다.

배주한은 일에 미친 사람이다. 더군다나 부하직원에게 아주 엄격해서 대부분 직원이 연애로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직업 특성상 그녀는 잘난 남자를 꽤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나 데이트는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심지어 서로 마음이 안 맞는 것도 아니다. 데이트를 하지 못한 유일한 이유는 바로 시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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