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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김정우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모습을 보며 허유영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유영은 정우를 올려다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뭐야, 이제 와서 후회해?”

“내 아빠와 엄마의 죽음, 내 몸의 상처, 내 마음의 고통, 그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잖아! 그런데 이러는 거, 정말 웃기지 않아? 정의감에 사로잡혀 복수한다며, 이제와서 진짜 범인이 우리 아빠가 아니란 걸 알게 되니까 지금 이러는 거야? 이게 다 무슨 소용인데!

그리고 이제와서 네 후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너가 망가뜨린 내 인생을 돌려놓을 수 있어?”

유영이 미쳐가는 모습을 본 정우는 고개를 떨구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정우는 유영을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한참 동안, 유영이 계속 몸부림치던 순간, 늘 고고하고 거만했던 정우가 유영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내가 잘못했어, 영아. 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미안해.”

‘미안해라니. 하하하!’

모든 것을 잃은 유영이 정우에게서 들은 것은 이 가벼운 한 마디일 뿐이었다.

유영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갑자기 피를 쏟아냈다.

그리고는 정우의 품으로 쓰러졌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유영은 정우가 사람들을 부르며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유영은 어렴풋이 소리를 들었다.

“정우 도련님, 유영 아가씨는 이미 위암 말기입니다. 유영 아가씨에게 혹시 남은 소원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위암이라고?”

정우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아직 이렇게 젊은데, 어떻게 위암에 걸릴 수 있지?”

의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영 아가씨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응어리를 품고 있었어요. 감정이 가장 큰 독이었죠.”

유영은 천천히 눈을 떴고,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아빠, 엄마, 조금만 더 기다려.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유영이 깨어난 것을 본 정우는 급히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정우는 유영을 바라보며, 눈 속에 희미한 희망의 빛이 어리어 있었다.

“정우, 네 이 모습, 참으로 비참해 보인다.”

“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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