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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김정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한 번 해보지 그래? 누가 먼저 감옥에 가는지, 아니면 네 엄마가 먼저 지옥에 가는지 말이야.]

허유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소정화의 무기력한 얼굴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엄마 다 나으면 같이 산도 보고 눈도 보러 가자. 우리 영이, 정말 고생 많았어.]

이윽고 유영은 갈라지고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정우, 네 말 따를게. 계속 네 곁에 있을게.”

그러자 정우는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

[정말로 떠난다는 말은 다시 하지 않겠다는 거야?]

“응.”

[잘 안 들리는데, 한 번 더 말해봐.]

유영은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 유영은 정우를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정우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유영은 정우가 보낸 사람들을 따라 정우의 곁으로 갔다.

정우는 그곳에 앉아 있었다. 정우의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끼어 있었고, 연기가 피어올라 정우의 얼굴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유영은 참지 못하고 정우에게 따졌다.

“너, 일부러 그랬지? 내가 신장 기증자를 찾는다는 걸 미리 알고, 엄마 병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때 신장을 빌미로 나를 협박해 네 곁에 붙잡아 두려는 거잖아.”

그러자 정우는 거리낌 없이 인정했다.

“맞아.”

“정우, 내 모든 꿈을 망쳐 놓아야 기분이 좋아지는 거야?”

정우는 유영의 물음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간단히 말했다.

“그렇지지.”

유영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목구멍에서 서글픔이 새어나왔다. 정우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유영은 정우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그날 밤 유영은 그곳에서 어떻게 떠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단지, 그날 밤 정우가 미쳐 있었다는 것.

유영은 그 밤 내내 움직일 수 없었다.

그 후로 정우는 오랫동안 유영을 찾지 않았다.

유영은 휴가를 내고, 소정화의 병상 곁을 지켰다.

깊은 밤, 누군가 유영 옷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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