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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서연아는 김정우의 품에 안겨 도발적인 눈빛으로 허유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러니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장난감은 장난감 자리에 있어야죠.”

유영은 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팔찌는 이미 부서졌어. 이제 나와 너는 완전히 끝이야.”

그 말을 남기고, 유영은 돌아서려 했다.

“잠깐!”

그때, 정우가 유영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유영은 멈춰 섰고, 가능한 한 정우와 눈높이를 맞추려 했다.

잠시 후, 정우는 담배를 비벼 끄고 유영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긴 손가락으로 유영의 턱을 잡고, 강제로 눈을 맞췄다.

담배 냄새가 은은하게 코를 찔렀다. 정우의 얼굴이 눈앞에 가득 차올랐다. 한때 유영이 얼마나 동경했던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그만큼 두려웠다.

한편, 정우는 유영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 웃음은 눈까지 닿지 않고, 서늘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뭐야? 정말로 떠나고 싶은 거야? 하지만 허씨 가문의 죄는 아직 씻기지 않았잖아?”

그 말을 들은 유영은 이를 꽉 악물었다. 반박할 말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한편, 유영의 그런 모습에 정우는 더욱더 위협적인 눈빛으로 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영, 네 아버지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우리 김씨 가문을 파멸시켰어. 너는 그 빚을 갚아야 해. 난 네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가 널 어떻게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지켜보게 할 거야. 평생 저승길에 편히 갈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말이지.”

정우는 유영이 가장 아파하고 분노할 말을 잘 알고 있었다.

이윽고 유영은 정우를 노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했다.

“말했잖아, 우리 아버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야.”

그러나 유영의 반박은 너무나 무기력했고, 주변 사람들은 유영을 우스꽝스러운 여자로 바라보았다.

그 말에 정우는 유영의 턱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정우는 냉혹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떠나고 싶다고? 좋아. 저기 저 쓰레기 더미들 보여? 너무 더럽지 않아? 네가 한 번 깨끗하게 치워봐. 그러면 널 바로 보내줄게.”

유영은 모진 말을 하는 정우를 바라보며, 가슴 속 깊이 아파왔다. 얼마나 완벽한 얼굴인지. 마치 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처럼, 얼굴의 모든 선이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과거에는 유영도 그 얼굴에 설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벌어진 후, 이제 정우의 얼굴을 보면 오직 냉혹함과 잔인함만이 남을 뿐이다. 그러나 정우를 떠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유영은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더니, 손으로 땅에 떨어진 음식을 집어 들었다. 이때, 귀가에 정우의 차가운 경고가 들려왔다.

“유영, 너무 더럽게 굴지 마.”

유영은 정우의 말을 무시한 채, 손에 잡힌 음식을 입에 넣었다.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깨끗하다는 걸까?’

유영은 결코 더럽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귀를 찔렀다.

“유영이라는 여자, 완전히 미쳤네요. 쓰레기까지 먹다니요.”

“저 여자 완전히 미쳤어요. 온 안청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유영이 정우 도련님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런데 지금은 떠나기 위해 쓰레기까지 먹는다고요?”

“이거 혹시 밀당 하는 건가요?”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유영을 세게 잡아 일으켰다.

정우였다.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꺼져!”

유영은 더 이상 정우를 바라보지 않았다.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무시하고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유영은 단지 멀리,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었다.

유영은 가장 빠른 속도로 도심으로 돌아왔고, 젖고 더러운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위가 쥐어짤 듯한 통증을 참고 병원으로 달려가 소정화의 퇴원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엄마, 우리.”

하지만 소정화는 병실에 계시지 않았다.

“엄마?”

유영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옥상, 인공 호수 근처, 계단 모퉁이, 병원 전체를 뒤졌지만 소정화를 찾을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

잠시 후, 그쪽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 완전히 떠나겠다고 했지? 그런데 이 순간에 왜 나를 찾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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