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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날 위해 장미를 심어줄까?
누가 날 위해 장미를 심어줄까?
Author: 유청

제1화

병원에서 나오자, 난 임신 진단서를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은 다음, 배를 어루만지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머릿속에는 의사가 방금 한 말이 계속 메아리치고 있었다.

“심지민님 맞죠? 축하드려요, 임신하네요.”

주시언과 결혼한 1년 만에 내가 드디어 임신을 했다.

꽃집을 지나갈 때, 난 발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임신한 것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꽃 하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스키를 잘 쓴 다음, 난 특별히 화분이 적은 꽃을 골랐고, 또 점원에게 꽁꽁 포장하라고 부탁한 후에야 꽃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난 천식을 앓고 있었기에 집에 꽃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주시언도 나에게 꽃을 선물한 적이 없었다. 그때 난 일방적으로 그와 결혼하겠다고 말했고, 그 남자는 날 사랑하지 않았다.

만약 주시언의 회사에 문제가 생겨 자금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도 나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한 이 1년 동안, 난 주시언의 태도가 점차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더 이상 예전처럼 쌀쌀하지 않았다. 지금 난 또 임신을 했으니, 그는 이제부터 날 아껴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 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주시언에게 내 임신 진단서를 보여주고 싶었다.

주시언이 곧 집에 돌아오기 전, 난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나의 가슴은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심심한 사이, 난 베란다에 엎드려서 텅 빈 꽃병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웠다. 이때 문득 오후에 산 꽃이 거실에 있단 것을 떠올렸고, 난 얼른 꽃을 안고 나와 주시언이 집에 들어올 때 주려고 했다.

그러나 꽃은 뜻밖에도 탁자에서 떨어져 온 바닥에 흩어졌다. 난 허둥지둥 꽃을 주워서 품에 안았고, 자신이 천식을 앓고 있단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에취!”

정신을 차리자, 난 얼른 자신의 코와 입을 막으며 화장실에 달려가서 손을 씻고 세수를 했다. 뱃속에 아이가 있단 생각에, 난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올라가서 약을 먹으려 했다.

그러나 서랍을 열어보니, 안에는 약이 하나도 없었다. 한참을 뒤적이고 나서야, 난 지난번에 다 먹었단 것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천식이 발작을 하지 않아, 나와 주시언은 만일을 대비해서 약을 사야 한다는 것조차 잊었던 것이다.

난 호흡이 가빠졌고, 얼른 주시언에게 연락했다. 지금 아마도 집에 돌아오는 길이니 약국에 들러 약을 사는 것도 늦지 않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주시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난 심호흡을 하며 대답했다.

“시언아, 집에 약이 다 떨어졌는데, 돌아오는 길이라면 약국에 가서 약 좀 사오면 안 돼? 내가 자주 먹는 걸로.”

주시언은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을 했다.

[응, 알았어.]

그가 전화를 끊기 직전, 난 또 한마디 덧붙였다.

“그럼 일찍 돌아와. 너에게 아주 중요한 일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래.”

[음.]

핸드폰을 내려놓자, 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난 가슴이 점점 답답해졌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 콜록콜록 기침하기 시작했다.

이 익숙한 느낌은 뭐지... 이때 왜 갑자기 천식이 발작하기 시작한 거냐고.

난 억지로 참으며 또다시 주시언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운전을 하고 있어서 전화받기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 잠시 기다리다 다시 그를 연락했다.

이번엔 전화가 한참 울려서야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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