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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거실에 들어서자, 주시언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내가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꽃이 조용히 누워 있었는데, 지금 이미 형편없을 정도로 시들어졌다. 그리고 탁자 위에는 텅 빈 술병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주시언은 나에게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차가운 안내음이 울릴 뿐이었다.

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지민아, 너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왜 내 전화를 받지 않는 거지? 넌 남이 전화를 씹는 거 제일 싫어했잖아. 난 네 약까지 사왔단 말이야...”

난 그의 곁에 앉아 씁쓸하게 웃었다.

“시언아, 나 지금 네 곁에 있잖아. 하지만 넌 영원히 날 볼 수 없을 거야.”

...

한밤중에 주시언의 전화벨이 갑자기 울렸는데, 유정연이었다. 난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지민 씨 화난 거야? 내가 너 대신 설명해 줄까?]

“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 해결하면 돼.”

[그래, 그럼 너도 일찍 쉬어.]

전화를 끊은 뒤, 주시언은 다시 잠들었다.

난 옆에서 줄곧 묵묵히 그를 지켜보았다.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난 마지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 남자를 바라보며, 그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싶었다.

설령 내가 절망을 느낄 때,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더라도.

그러던 사이, 주시언의 전화가 또다시 울렸다. 그는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받았다.

“지민아, 왜 이제야 나한테 전화하는 거야? 지금 어딘데? 내가 데리러 갈게.”

[사장님, 접니다.]

이 사람은 주시언의 비서였는데, 회사 일로 그를 찾는 게 분명했다.

이날 밤, 난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나와 주시언의 추억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난 곧 사라질 것이다.

...

이튿날, 주시언은 아침 일찍 외출했다. 난 그가 회사로 갈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여주로 찾아갈 줄이야.

난 흠칫 놀랐다. 여주는 우리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이었다.

주시언은 왜 갑자기 그곳에 간 것일까?

3일 동안 따라다니며, 난 그제야 그가 날 찾기 위해 우리 두 사람이 추억을 남긴 곳을 모조리 찾아다녔단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주시언은 그가 유정연과 함께 병원에 있을 때, 난 이미 죽었단 것을 몰랐다.

하지만 난 확신했다. 사실 주시언도 나에게 감정이 좀 있다는 것을.

떠나려던 참에, 난 주시언이 익숙한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발견했다. 내 집이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면, 오빠는 이미 날 위해 장례식을 치르고 있을 것이다. 그럼 주시언도 이 사실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럼, 그는 슬퍼할까?

주시언은 아직 내 남편이었기에 이 일을 알 권리가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주시언은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검은색의 옷을 입고 어디론가를 향했다.

나의 착각일까, 주시언은 지금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따라갔는데, 뜻밖에도 한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오빠도 마침 주시언을 보았고, 일시에 반응을 하지 못했다.

주시언은 얼른 안에 들어갔다. 난 주시언이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 치마를 입은 채 조용히 관에 누워있었다. 그러나 두 눈은 꼭 감고 있어, 더 이상 그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난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나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져 보니, 위에는 심지어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내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주시언이 달려왔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내 곁에 놓인 모든 꽃을 던지며 중얼거렸다.

“지민은 천식을 앓고 있어서 꽃을 가까이하면 안 되는데. 왜 이곳에 이렇게 많은 꽃을 놔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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