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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도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랐지만, 무슨 일 생길까 봐 얼른 따라갔다.

길가의 사람들은 저마다 비를 피하고 있었고, 오직 주시언 만이 빗속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보며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수군거렸다.

난 미간을 찌푸렸다. 주시언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기억 속의 그는 항상 부드럽고 겸손하며 종래로 이렇게 이성을 잃은 적이 없었다. 이런 주시언은 나에게 있어 무척 낯설었다.

주시언은 곧장 집으로 달려가더니, 베란다에 놓인 그 화분을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위에 묻은 진흙을 닦았다.

난 그 화분을 바라보며 멈칫했다.

이것은 내가 주시언과 금방 결혼했을 때 산 화분이었고, 안에는 붉은 장미의 씨앗이 묻혀 있었다.

그때의 그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난 널 좋아할 리가 없어. 너도 내가 너와 결혼한 이유를 잘 알고 있을 테고.”

난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난 안 믿어. 우린 이 붉은 장미처럼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될 거야.”

다시 정신을 차리며, 난 주시언이 아직도 이 일을 기억하고 있단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그는 마치 무슨 보물이라도 안고 있는 듯, 조심스럽게 화분을 들고 거실에 돌아왔다. 난 고개를 드리우며 마음속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주시언은 이미 잊었을지도 모른다. 이 장미는 싹을 튼 적이 없으니 꽃을 필 리가 더욱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화분 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난 널 좋아할 리가 없어.”

그때 주시언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지만, 그의 말은 마치 바늘처럼 내 마음을 찔렀다. 난 화분을 안고 애써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들어 그와 내기를 했다.

그러나 주시언이 돌아설 때,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내 얼굴을 타고 내려와 화분 속 미처 싹트지 않은 씨앗에 떨어졌다.

그리고 난 씨앗을 파낸 다음, 바깥의 풀밭에 묻었다.

“넌 꽃을 필 리가 없으니 여기에 있어도 시간 낭비일 뿐이야. 이제 넌 자유야.”

난 화분을 원래의 자리로 가져갔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방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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