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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난 얼른 입을 열었다.

“시언아, 지금 어디야? 나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 좀 빨리 돌아올 수 있어?”

맞은편은 잠시 침묵했고, 곧이어 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시언이 지금 바쁘니까 좀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요.]

난 놀라서 멍해졌다. 이 목소리는 그리 낯설지 않았는데, 주시언의 첫사랑이자 그가 줄곧 결혼하고 싶었던 여자였다.

전화가 아직 연결되어 있어, 수화기 너머로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유정연님, 지금 산부인과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내가 미처 묻기도 전에, 유정연은 전화를 끊었다.

이 순간, 난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고, 머릿속은 온통 방금 들은 안내 방송이었다.

유정연? 산부인과? 주시언이 왜 유정연과 함께 산부인과에 갔을까? 천식 발작하면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내 약을 들고 자신의 첫사랑을 찾으러 갔을까?

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힘없이 땅에 주저앉았다. 눈물은 볼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리며 내 손등에 뚝뚝 떨어졌다.

충격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화분을 너무 많이 흡입해서인지, 이번의 증상은 전보다 훨씬 심각했으며 사지는 감각이 없을 정도로 마비되었다.

이때 문득 내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난 애써 핸드폰으로 구급차를 부른 다음, 땅에 웅크리며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살려줘, 제발 내 아이를 살려줘...”

“나와 시언의 아이를 살려줘...”

난 눈빛에 초점을 잃고 중얼거렸고, 두 눈은 자꾸만 감겨졌다. 잠시 후 눈앞이 캄캄해지자, 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것을 들었고, 곧이어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민아! 정신 좀 차려! 오빠가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

누군가 날 안은 다음 허둥지둥 차에 올라탔고, 덜컹거리는 과정에서 난 완전히 기절을 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은 온통 새하얬고,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난 한참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자신이 병원에 있단 것을 알아차렸다.

별일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난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

난 억지로 몸을 받치며 침대에서 일어난 다음, 방안을 둘러보았다. 지금 여기에는 아무도 없었고, 복도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선생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지민이 임신했다뇨?!”

이 말을 듣고 황급히 병실을 나와보니, 난 오빠가 복도 끝에서 의사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분노를 느끼며 주먹을 꽉 쥐었고, 표정도 많이 일그러졌다.

“오빠! 어쩐 일로 갑자기 우리 집에 간 거야? 정말 제때에 나타났어. 그렇지 않으면 나 정말 무슨 일 생겼을지 몰라.”

난 고개를 들어 물어보았지만, 오빠는 마치 듣지 못한 듯 날 바라보지 않았다.

의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이번에 천식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발작한 데다, 또 제때에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지 못했거든요. 저희도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그만 아가씨를 데려가시죠.”

의사의 말은 내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뭐? 내가 죽었다니?

난 얼른 손을 가슴에 얹었는데, 내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멈칫하다, 난 곧바로 방금 있었던 병실로 달려갔고, 내 몸이 잠든 것처럼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오빠가 들어오더니, 곧장 내 영혼을 뚫고 지나가 침대에 엎드려 통곡하며 끊임없이 내 이름을 불렀다.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난 비로소 내가 이미 죽었단 사실을 믿을 수 있었다.

오빠의 울음소리를 듣고, 난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다가가서 그를 안았다.

“미안해, 오빠...”

한참 뒤, 오빠는 감정을 가라앉힌 다음, 내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주시언이 보낸 문자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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