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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작가: 동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30 10:31:49
나는 경악하며 물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9년 전에 네가 만났던 사람은 고현성이 아니야.”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고 내 이름을 부르는 최희연의 목소리만 들렸다. 순간 머릿속이 텅 비더니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최희연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그 뜻을 이해했다.

나에게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비밀이 있었다. 바로 고현성을 9년이나 짝사랑했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엔 항상 그의 뒤를 쫓아다녔고 성인이 된 후에는 바라고 바라던 그의 아내가 되었다.

9년, 나는 9년이나 그 남자만을 바라보았고 조심스럽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짝사랑을 지켜왔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 어떤 사랑도, 동정도 주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그의 옆을 지켰다. 왜냐하면 나의 사랑은 순수했고 평생 고현성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가 고현성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추억과 감정들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그 생각에 가슴이 갑자기 저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다시 응급실로 실려 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조민수가 병실에 있었다. 내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

“수아야, 왜 울어?”

‘내가 울었다고?’

처음으로 ‘고현성’을 봤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훤했고 다정한 목소리로 꼬마 아가씨라고 부르던 모습, 교실에서 날 위해 ‘바람이 사는 거리’를 연주해주던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났다.

우리 둘의 추억이 얼마 없어서 그런지 나는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겼다. 마치 귀한 보물처럼 마음속에 간직했다.

그런데 지금 최희연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9년 전에 네가 만났던 사람은 고현성이 아니야.”

만약 그때 날 꼬마 아가씨라 부르던 남자가 고현성이 아니라면... 3년 동안 고씨 가문 사모님으로서 받았던 고통이 다 우스워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나의 사랑도 나를 기만했던 거고?

마음속의 고통이 가시지 않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내저었다. 칼로 가슴을 도려낸 듯 피가 뚝뚝 흐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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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어머니를 원망하냐고요?”전에 나 자신에게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내가 석씨 가문을 맡은 이후로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그 당시 나는 석지훈의 어머니에게 한동안 괴롭힘을 당했었고 그녀가 아들만을 위한다고 느껴질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그러나 내가 그 여자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오히려 안도했으며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그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존재를 마음에서 내려놓은 것처럼.나는 고개를 저었다.“사람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이 저를 포기한 것도 그분의 선택이었던 것처럼요. 게다가 저는 그분을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원망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더군다나 저에게 신장을 주셨으니 제가 살아가는 매 순간은 그분 덕분이잖아요.”그렇다면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분을 원망할 수 있을까?이 나이가 되고 나서야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내가 아이를 낳아보니 그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아무리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해도, 나는 그 여자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도 나를 찾으려 하지 않았으니까.그녀의 마음속에서 나는 결코 그녀의 딸이 아니었다.‘그 여자가 신장을 기증해 나를 구한 것도 아마 죄책감 때문이겠지. 어찌 됐든 지금은 상관없어.’석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잘 알고 있구나.”나는 말없이 웃었다. 해는 이미 완전히 떠올랐고 나는 그의 팔짱을 끼고 흔들의자에 앉아 운성시에서 보기 드문 아침 햇살을 감상했다.나는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여기 좋아해요?”이곳은 곳곳이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석지훈이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분명했다.“응, 조용한 곳이니까.”그것뿐일까? 왠지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았다.나는 그의 어깨에 기대며 어젯밤 꾼 꿈을 떠올렸다.“나 어젯밤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두 아이와 승아랑 함께 석씨 가문 저택에서 살고 있었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4화

    이른 아침에 깨어났을 때 밖은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멀리 산의 경계선에는 아침 햇살이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고 곧 해가 떠오를 것 같았다.문득 석지훈을 보니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고 마치 무언가 근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나는 손을 뻗어 그의 미간을 부드럽게 펴주었다. 내가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그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졌다.“평소 같았으면 벌써 깨어났을 텐데.”나는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고 작은 오두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는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쪼그려 앉아 엄지손가락으로 꽃잎을 살며시 문지르며 혼잣말로 말했다.’“참 예쁘네.”귓가에 갑자기 새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몸을 일으켜 그 소리를 따라갔다. 몇 마리 참새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잠시 후, 한 마리 크고 튼튼한 까마귀가 날아왔다.“정말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구나.”기지개를 켜며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멀리 풀밭에 오래된 비석 하나가 보였다.호기심에 그곳으로 달려가 보니 비석에는 정자체로 빼곡히 글이 새겨져 있었고 맨 아래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석민기, 안혜인’석민기는 내 친부의 이름이었고 안혜인은 내 친모의 이름일 것이다.그리고 운산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약속했을 것이다.내 아버지는 돌아가시던 날 밤까지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었다. 하지만 수많은 첩을 거느린 남자가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논할 수 있을까?단지 자기 연민일 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으니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었다.나는 풀밭에 쪼그려 앉아 비석에 새겨진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다.‘우리의 인연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가정을 이루었고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처지이다. 내 사랑의 고통이 끝날 날이 오길 바라며 그때쯤 당신이 이미 이 세상에 없기를 소망한다.’비석에 적힌 글은 간단하지만 나의 어머니가 그의 가족 상황을 알고서 얼마나 단호했는지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3화

    “그는 어릴 때부터 백혈병을 앓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발달한 의학 덕분이야. 그래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기에 행동이 극단적일 수밖에 없어.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네가 그의 허상에 속지 않기를 바라서야.”석지훈의 말투는 마치 내가 앞으로도 최욱현을 만날 것을 확신하는 듯했다.‘그토록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남자가 어떻게 불치병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다시는 그 사람이랑 만나지 않을 거예요.”석지훈이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다 쉬었으면 이제 일어나자.”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걸음을 옮겼지만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불치병을 앓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단순히 두 상자의 금을 위해 우리를 납치했을 리는 없었다.최현욱...아니, 이제는 그의 본명인 최욱현이라고 불러야겠지.그는 우리를 납치한 후 빠르게 도망쳤다가 이내 뻔뻔하게 별장으로 들어갔다. 마치 그 별장이 그의 소유인 것처럼.갑자기 내 머릿속에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혹시 별장에 있는 사람들도 그의 사람들일까?’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들이 석지훈과 원한이 있었다면 나를 납치한 후 옷을 갈아입으라고 고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 독특한 장난을 할 사람은 최욱현밖에 없었다.나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한민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최욱현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산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한민수의 답장이 도착했다.[F국 교포에요.]교포라...순간 윤 비서가 말했던 그 귀족 드레스가 떠올랐다. 그것은 F국왕실의 것이었다!나는 곧바로 별장에 있던 사람들 역시 최욱현의 사람들임을 깨달았다.처음부터 모든 게 그의 자작극이었고 그 함정에 빠지고도 나는 그에게 감격하며 고마워하고 있었다.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덕분에 그의 신분이 매우 고귀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왕실 드레스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귀족이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임이 틀림없었다.나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몇 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2화

    “네 생각이 맞아.”그의 가벼운 대답은 내 마음속 추측을 확인시켜 주었다. 나는 별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석 집사, 이미 석씨 가문에서 은퇴한 거 아니었어요?”“그 사람은 자식도 없고 친척도 없어. 일생을 석씨 가문에 바쳤기 때문에 어디 갈 곳도 없었지. 그래서 결국 여기 남기로 한 거야.”석만호는 석지훈을 망가뜨린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석지훈이 나를 데리고 석만호가 있는 곳에 온 이유는 그 역시 이 모든 일이 석만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석만호는 단지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다. 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석지훈이 존경하고 경외했던 그의 아버지였다.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는 석씨 가문을 원망하지 않아요?”차는 천천히 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석지훈은 내가 무슨 뜻으로 물었는지 알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망할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나를 받아준 것도 석씨 가문이었으니까. 내가 친부모한테 버려졌을 때 나에게 안식처를 준 곳이 바로 석씨 가문이야. 이번에 그 사람들이 내게 한 일은 그동안 받은 수십 년의 은혜를 갚은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내 어머니는... 영원히 나의 어머니야.”석지훈은 아기 시절, 석씨 가문의 안주인이 그를 데려와 키운 것이었다. 안주인은 그에게 새 생명을 주었고 석씨 가문은 그에게 부와 권력을 쥐여주었다.이렇게 보면, 나의 친아버지는 확실히 그에게 은혜를 베푼 셈이었다.하지만 가장 존경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건 그에게 가장 큰 상처였다.권력을 잃은 것보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이 한 발 한 발 집요하게 몰아붙였다는 사실이 가장 고통스러웠을 것이다.그 시절의 석지훈이 얼마나 약하고 고통스러웠을지 상상하니 내 마음이 쿡쿡 쑤셨다.나는 안쓰러운 마음을 누르며 그에게 말했다.“오빠 덕분에 내가 지금의 모든 것을 누리고 있어요. 하지만 오빠, 석씨 가문은 내 것이고 나는 오빠 사람이잖아. 우리 사이에는 네 것, 내 것이 없어야 해요!”석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1화

    “윤아야, 네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든 그건 어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당부야. 더군다나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네 아버지 눈에는 언제나 소중한 딸이고 나한테도 네 과거가 어떻든 간에 너는 내 인생에서 단 하나, 존중하고 소중히 여길 가치가 있는 여자야.”석지훈이 이렇게 따뜻한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내가 멍하니 웃고 있을 동안 그의 진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해.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가문이나 외모는 더더욱. 사랑은 네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거야.”‘네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석지훈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나는 마음이 벅차올라 그의 새끼손가락을 살짝 잡으며 다급히 물었다.“오빠는 사랑을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나를 사랑한다니! 언제부터 사랑하게 된 거예요? 혹시 우리 아버지랑 무슨 약속이라도 한 거예요? 오빠는 결혼 얘기는 했으면서 왜 아직도 나한테 청혼하지 않는 거죠?”석지훈이 다정하게 나를 불렀다.“윤아야.”나는 싱긋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내 코끝을 살짝 만지며 물었다.“결혼하고 싶어?”나는 결혼하고 싶었지만, 초조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뭐가 중요해!’‘내가 부인해도 내 마음을 꿰뚫어 볼 텐데!’나는 솔직하게 말했다.“네. 오빠랑 결혼해서 아내가 되고 싶어요.”그는 가볍게 웃으며 약속했다.“우리 동성시로 돌아가면 약혼하자.”그 약속은 현실감 있는 것이었다. 나는 기쁨에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있던 장미꽃을 그의 품에 안겨주며 달콤하게 말했다.“자, 이 장미는 오빠한테 줄게!”석지훈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고마워.”그는 장미를 손에 쥐고 내 손을 꼭 잡고 별장으로 돌아갔다.나는 그의 곁을 따라가며 물었다.“오늘 내게 편한 옷을 입으라고 한 건 여기 데려오려고 했던 거야?”“이따 운산에 같이 가려고.”‘운산이라...’나는 이 지명이 낯익었고 적어도 처음 듣는 건 아니어서 망설이며 물었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0화

    운성시의 오늘 밤은 유난히 맑았다.늘 이어지던 비도 그치고, 공기 중의 습한 기운도 사라진 상태였다.맑은 달빛이 부드럽게 비추고, 살랑거리는 선선한 바람까지 더해져 데이트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데이트... 이걸 데이트라고 할 수 있을까?’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차를 타고 30분쯤 지나 꽃집 하나가 보였다.나는 차를 멈추고 내려, 탐스럽게 피어난 붉은 장미 아홉 송이를 골랐다.검은색 카드지로 직접 꽃다발을 포장한 뒤, 차에 다시 올랐다.꽃다발을 품에 안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석지훈이 보낸 위치 정보대로 해변 근처였다.내려다보니 검은색 캐주얼 코트를 걸친 남자가 바다를 향해 두 손을 뒤로 하고 서 있었다.그 차분한 자세를 보고 한눈에 그가 석지훈임을 알 수 있었다.오늘따라 서류 가방과 정장을 벗어 던지고 캐주얼한 차림을 한 그가 조금 색다르게 보였다.나는 현정우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손짓하며 살금살금 그의 뒤로 다가갔다.그와의 거리가 반 미터쯤 되었을 때, 장난기가 발동해 튀어 오르듯 그의 등에 매달렸다.그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안 떨어질 자신 있어?”나는 그의 목을 꼭 안고 웃으며 대답했다.“오빠가 있으니까 무서울 게 없죠.”그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저녁은 먹었어?”“아니요. 우리 석 대표님이 해 주실 건가요?”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뭐 먹고 싶어?”현정우의 말처럼 이곳은 석지훈의 자택이었다.주위를 둘러보니 멀지 않은 절벽 위에 호화로운 별장이 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나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오빠가 해 주시는 건 뭐든 다 좋아요.”석지훈은 나를 등에 업고 해안선을 따라 별장을 향해 걸었다.그의 등에서 나는 조용히 마음속의 질문을 꺼냈다.“엄마가 오빠 만나고 왔다고 말해줬어요... 뭐 안 좋은 말씀 하신 건 아니죠?”그는 무심히 물었다.“응?”나는 조용히 다시 물었다.“부모님이 오빠를 힘들게 하신 건 아니죠?”내가 아는 아빠의 성격이라면 그 자리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09화

    석지훈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가 운성시에 머물 곳이 없다고 생각해 우리 집에서 묵으라고 제안했었다.‘그때 왜 운성시에 집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 걸까? 설마 그때부터 나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던 걸까?’생각에 잠기다 나는 현정우에게 물었다.“석지훈 대표님이 특히 좋아하는 게 있어요?”현정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리시안셔스가 맞을까요?”나는 웃으며 물었다.“대표님, 여자에게서 장미꽃을 받아본 적은 있나요?”현정우는 짧게 대답했다.“없습니다.”나는 웃으며 말했다.“정우 씨, 지나가는 길에 꽃집이 보이면 알려 주세요.”...낮, 석씨 가문 별장의 서재.한민수가 경쟁사를 상대할 방법에 대해 설명하던 중, 석지훈의 휴대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평소 같았으면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았겠지만, 발신지가 운성시라는 걸 보고 잠시 망설였다.운성시는 연수아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였다.그는 몇 초간 고민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누구십니까?”“석지훈 씨, 저는 수아의 엄마입니다.”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석지훈은 통화의 목적을 짐작했다.그의 얼굴에 잠시 긴장한 기색이 스쳤다.“어머님, 안녕하십니까...”서재에 있던 한민수는 그가 ‘어머님’이라는 말을 꺼내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그의 기억 속에서 석지훈이 누구를 ‘어머님’이라 부른 적은 없었다.심지어 아버지의 첩들이나 한민영의 어머니조차도 ‘작은방 사모님’이나 ‘사모님’이라고 불렀을 뿐이었다.게다가 ‘안녕하십니까’라니, 이런 정중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더욱 낯설었다.‘석지훈이 이렇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과거 석지훈이 연수아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어도, 한민수는 단순히 그것이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번 순간, 한민수는 깨달았다.석지훈은 연수아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가족을 자기 가족보다 더 소중히 여길 정도로.“석지훈 씨,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야 석지훈 씨의 연락처를 찾을 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08화

    연시혁의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나는 최희연과 서둘러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서니, 별장은 마치 특별한 날을 위해 준비된 듯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정원의 꽃과 나무도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어 단번에 특별한 날임을 알 수 있었다.나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석지훈은 보이지 않았다.거실에서는 부모님이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내가 돌아온 걸 본 두 분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며 물었다.“이 시간에 웬일로 왔니?”나는 연시혁의 말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려고, 서둘러 거짓말을 지어냈다.“낮에 전화했잖아요. 오늘 저녁에 온다고요.”“그래, 어서 와. 얘기 좀 하자.”별장 안에 석지훈이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부모님이 이미 그를 만났음이 분명했다.‘그럼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혹시 아빠가 첫 만남부터 기선 제압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겠지?’불안한 마음을 안고 엄마 옆에 앉았다.엄마는 내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며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우리 수아도 이제 다 컸구나. 엄마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너는 열네 살쯤 되는 것 같은데 말이야. 사실 엄마는 많이 아쉬워. 네가 크는 동안 옆에서 함께하지 못했던 게.”그들이 떠났던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그 이유 역시 내가 준 재앙 때문이었다.만약 그들이 나를 입양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고립된 생활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나는 엄마의 손등 위에 내 손을 얹으며 말했다.“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는 엄마랑 아빠께 정말 감사해요.”그들이 내게 준 사랑과 무탈한 성장 환경에 늘 고마웠다.그때 아빠가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수아야, 우리 아까 석지훈을 만났어.”나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무슨 얘기를 하셨어요?”“너에 대해서 얘기 좀 나눴지. 결혼 얘기는 꺼내지 않았어.”아빠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우리가 먼저 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07화

    “맞아. 우리 먹으라고 준비한 거야.”최희연은 내가 건넨 케이크를 받아 식탁 위에 올리고 포장을 풀었다.내가 조심스레 물었다.“설마, 내가 온다고 일부러 나간 건 아니지?”최희연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야. 그냥 좀 어색할까 봐 잠깐 나갔던 거야.”“그럼 내가 너희 둘만의 시간을 방해한 거네?”그 말을 하고 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최희연은 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 내게 건네며 웃었다.“우리 둘 사이에 방해라니.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너희 집에 갔어도 석지훈이 우리한테 자리를 내줬겠지. 아니면 뭐, 그 큰 남자가 우리 대화 엿듣기라도 했겠어?”나도 케이크를 받으며 피식 웃었다.“그러게. 그럴 리가 없지.”최희연이 물었다.“근데 갑자기 운성시에 무슨 일로 온 거야?”“지훈 오빠가 이쪽으로 온대. 연락이 오면 같이 갈 데가 있다는데,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어.”‘이게 약속이라 할 수 있을까?’문득 생각해 보니, 나와 석지훈은 정식으로 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다.그때 최희연이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진서준 일 말인데... 수아야, 아직 그 사람한테 복수를 못 했어. 하지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결국 진유겸의 가족이잖아.”나는 그녀의 심정을 짐작하며 물었다.“그래서 마음이 약해진 거야?”“응.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진유겸이 네 복수를 싫어할까 봐 그런 거야?”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니야. 진유겸은 날 원망하지 않을 거야.”“그렇다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나는 진심으로 말했다.최희연은 고개를 떨군 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수아야, 내가 복수를 망설이는 건 그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서야. 진유겸이 내가 진서준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다고 오해할까 봐... 사실 그 일로 우리 둘이 몇 번 싸우기도 했어. 솔직히 말해서, 난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특히 내가 그의 조카랑 얽혔었다는 게...”그녀는 말을 멈췄다.나는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최희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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