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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만약 고정재가 9년 전에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날 꼬마 아가씨라 부르던 그 남자라면 최희연의 고양이 카페에서 봤던 익숙한 모습이 아마 그 사람일 것이다.

수년 전처럼 인상이 깊었고 기억 속의 따뜻했던 그 남자의 모습과 완전히 겹쳤다.

그때 최희연이 나에게 물었었다.

“수아야, 왜 울어?”

나도 울고 싶지 않았지만 그 뒷모습은 내가 9년이나 따라다녔던 뒷모습이었고 뼛속까지 그리워했던 남자였으며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부렸던 욕심이었다.

그날 밤 음악 콘서트가 끝난 후 나는 그 사람을 찾으러 무대 뒤로 갔었다. 그런데 아무 수확이 없어 실망감을 드러낸 채 음악 센터를 나왔었다.

그러다가 하이힐을 신고 길거리를 거닐고 있던 그때 바닥에 비스듬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나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고 그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꼬마 아가씨, 왜 또 따라와?”

그때의 ‘고현성’이야말로 내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였다. 그날 밤 그는 일부러 그곳에서 나를 기다렸고 나는 그 사람을 고현성이라 불렀다.

내가 사람을 착각했다는 걸 분명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았고 계속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사실 그도 다정하면서 잔인하고 매정한 사람이었다.

...

요즘 운성시는 비가 그치질 않았다. 내가 돌아왔을 때도 하늘은 어둡고 칙칙했다. 내가 운성시로 돌아오기 전에 조민수는 나의 사망 신고를 철수했다. 다시 말해 유언장이 아직 효력을 발생하지 않았다.

고현성이 선양 그룹을 관리하긴 했지만 명의상으로는 여전히 내 회사였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고현성과 선양 그룹을 빼앗으려고 돌아온 게 아니었으니까.

나는 고정재를 만나서 대답을 듣고 싶었고 그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9년 동안 간직해온 마음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캐리어를 끌고 공항 밖으로 걸어 나갔다. 택시에 타자마자 최희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수술을 마치고 상태가 안정되고 나서야 최희연은 마음을 놓고 진서준을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지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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