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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아, 그럼 됐어요.”

헛걸음했다는 생각에 내가 한숨을 쉬면서 그냥 가려는데 안에서 한 소녀가 달려 나왔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하얀 피부, 그리고 허리도 아주 잘록했다.

그녀는 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혼자 있는 나를 보고는 달려와서 팔을 잡고 물었다.

“혹시 연수아 언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

“희연 언니 후배 윤다은입니다. 오늘 저녁에 제가 잘못을 저질러서 잡혀 왔는데 희연 언니가 보석해주겠다고 했거든요. 언니는 마을에 있어서 오지 못하니까 친구한테 부탁했다고 했어요. 근데 우리 오빠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참으로 밝고 활기가 넘치는 소녀였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서툴렀던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오빠는요? 나 운전하고 왔는데 데려다줄까요?”

그때 복도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베이지색 코트에 안에는 옅은 색 스웨터를 매치했고 목에는 그 베이지색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그의 그윽한 눈빛에 나는 삽시간에 빠져들었다. 그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똑똑하게 들었다.

“꼬마 아가씨.”

목소리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만히 있자 윤다은이 나의 팔을 잡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오빠, 이분이 바로 희연 언니 친구 연수아 언니야. 날 보석해주러 왔어.”

그러고는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수아 언니, 우리 오빠 고정재예요. 나한테 고현성이라고 오빠가 더 있어요. 그리고 난 두 오빠의 엄마가 입양한 딸 윤다은이에요.”

고정재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미칠 것만 같은데 내 앞에 떡하니 서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내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 말 없이 고정재를 빤히 쳐다보자 윤다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언니, 왜 아무 말이 없어요?”

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그러자 윤다은도 히죽 웃었다.

“수아 언니가 우릴 집까지 데려다주겠대.”

고정재는 길고 하얀 손을 내밀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고정재입니다.”

나는 그의 손바닥을 내려다보면서 그때 나에게 했었던 질문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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