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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운성시의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주룩주룩 내렸다. 고정재는 베이지색 목도리로 비를 막아주었다. 그의 다정함에 나의 마음은 뒤죽박죽이 돼버린 동시에 속상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데 그날 왜 나를 속였는지 물으려고 입을 떼자마자 고현성이 갑자기 튀어나와 나의 말을 가로챘다. 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고현성이 온몸이 홀딱 젖은 채로 비를 맞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정재가 나서서 설명했다.

“다은이가 잘못한 일이 있었는데 연수아 씨가 우릴 데려다줬어.”

나를 꼬마 아가씨라고 부른 것 외에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건 예의상 부른 것이었다.

내가 잠깐 멈칫한 그때 치명적인 문제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고정재에게 있어서 나는 남동생의 전처라는 것. 그것도 한때 고현성의 합법적인 아내...

갑자기 그날 밤 왜 자신이 고정재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와 일정한 거리를 뒀을 수도 있었다.

나는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고정재를 쳐다보았다.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기고 싶었으나 고현성이 옆에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의 꼬마 아가씨처럼 고정재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면서 뒤에 숨고 싶었지만 이젠 나는 어른이 되었다. 꼬마 아가씨가 어엿한 성인 여성이 되었다.

마음이 저릿해진 나는 이 자리를 떠나고 싶어 고개를 숙이고 차에 올라탔다. 나는 차에 시동을 걸고 똑같게 생긴 두 남자를 쳐다보았다.

한 사람은 친절하고 다정하기 그지없었지만 한 사람은 인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차갑기만 했다.

내가 베이지색 목도리를 옆에 내려놓고 가려는데 고현성이 갑자기 조수석 차 문을 열었다. 나는 싫은 티를 내면서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봄이긴 해도 온몸이 흠뻑 젖으면 불편하기만 했다. 고현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수석에 올라타더니 차갑게 물었다.

“전 남편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건 괜찮겠지?”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데려다주고 싶지 않았지만 낮에 조민수의 전화가 생각나 잠시 망설이다가 태워주기로 했다.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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