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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아... 고정재... 9년 전의 고정재를 말하는 건가?’

나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다. 내가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오래 걸렸다.

“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최희연의 말이 맞았다. 3년 동안 내 옆에 있었던 사람은 고현성이었고 나와 3년을 투덕거린 사람도 고현성이었다.

그러나 9년 전의 고정재는 그저 내가 어릴 적에 혼자 짝사랑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나는 손을 가슴 위에 올려놓고 울먹거렸다.

“맞아요. 난 그 사람 좋아해요. 그 사람은 내가 어렸을 적에 쫓아다녔던 유일한 빛이에요.”

그런데 그 빛이 전남편의 형이었다. 속상함이 지나친 나머지 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난 항상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그 사람 뒤를 몰래 쫓아다녔어요. 그 사람이 나를 어떤 태도로 대하든 예전에 나한테 줬던 따뜻함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위로했죠. 근데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내가 그때 좋아했던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잘못 봤다고. 이보다 더 우스운 일이 있을까요?”

몸이 아픈 탓인지 나는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까먹었다. 결국 그가 오늘 나에게 여러 번 물었던 질문에 대답했다.

차 안에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훌쩍이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피곤한 바람에 참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땐 이미 이튿날 아침이었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눈을 비볐다. 그제야 나의 익숙한 방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

이불을 들어보니 옷도 다 벗은 상태였다. 나는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집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고현성이 컵과 약을 들고 서 있었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왜 여기 있어요?”

고현성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젯밤에 내 차에서 잠들었어.”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잖아요.”

고현성이 여유롭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너희 집 키가 없어.”

나는 그제야 키를 차에 뒀다는 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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