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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최희연이 화들짝 놀라면서 재빨리 사과하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었다. 비록 이번에 잠깐 만났지만 그래도 거처를 알아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젠 더 얘기할 것도 없다는 걸 알지만 얘기하지 않으면 마음속의 집념을 지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최희연이 나에게 했던 질문의 답도 모르겠고...

고현성과 고정재 중에 대체 누굴 사랑하냐는 질문 말이다.

나의 사랑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이젠 나마저도 헷갈렸다.

최희연과 전화를 끊은 후 고현성이 베이지색 목도리를 빤히 보면서 목소리를 내리깔고 물었다.

“우리 이혼한 이유가 진짜 고정재 때문이야? 고정재를 그렇게 사랑해?”

나는 고현성의 떨리는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몇 개월 전에 나랑 이혼하겠다고 한 사람은 현성 씨예요. 그땐 내가 아무리 빌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기억을 잃었단 핑계로 날 몰아세우지 말아요.”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고현성이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나는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지만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민수 오빠가 그러는데 당신이 선양 그룹을 이용하여 대성 그룹을 공격하고 있다면서요? 선양 그룹은 내 것이고 되찾을 권리도 있어요. 그러니까 조용하게 살고 싶으면 이쯤에서 멈춰요.”

고현성은 내 말을 듣기나 들었는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고씨 별장에 데려다준 후 재빨리 떠났다.

잠시 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에 내가 먼저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던 그 전화였다. 고현성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대성 그룹을 계속 공격할 거야. 네가 선양 그룹을 다시 가져가면 모를까. 아니면 너한테 방법 하나 알려줄게. 나랑 재결합하면 대성 그룹 더는 건드리지 않을게. 그렇지 않으면 양쪽 모두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대성 그룹을 망가뜨릴 거야.”

내가 큰소리로 호통쳤다.

“고현성 씨, 억지 부리지 말아요.”

선양 그룹을 되찾을 수는 있지만 되찾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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