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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임지혜는 무척이나 속상한 듯했다. 전에 임지혜를 미칠 정도로 질투했었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왜냐하면 고현성은 그녀에게만 다정했으니까.

그때 나는 9년 전에 따라다녔던 남자와 나중에 만난 고현성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몰랐기에 모든 사랑을 고현성에게만 쏟아부었다. 그러면서 이 결혼에는 사랑이 없어도 서로 존중하면서 살 줄 알았고 고현성이 남편의 도리를 다할 줄 알았다.

그동안 짝사랑했던 기억만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요?”

계단 위에 서 있었던 터라 허리를 굽히고서야 임지혜와 시선이 맞춰졌다. 그런데 그녀가 뒷걸음질 쳤다.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내가 무서워요?”

임지혜가 두 눈을 감았다.

“너무 눈부셔요.”

“네? 그게 연적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임지혜는 고현성의 마음을 흔들었던 여자였기에 당연히 얼굴도 예뻤고 스타일도 좋았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청순가련미가 더욱 돋보였고 전혀 사람을 해칠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 예전에 나쁜 일을 수도 없이 했어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뻐 봤자 여전히 나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나의 미모와 몸매는 거의 따라올 자가 없었고 내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면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정도였다.

이런 나만의 우세를 이용하여 고현성과 결혼하기 전에는 상업계에서 정말 물 만난 물고기였다. 선양 그룹이 부진하기 시작한 건 결혼 후였고 그 이유도 고현성이 사적으로 겨냥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양 그룹은 여전히 끄떡없었다. 만약 휘청거렸더라면 고승철이 나와 고현성의 재결합을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선양 그룹을 손에 넣으면 진화 그룹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진심이에요. 진짜 빛이 날 정도예요.”

빗방울이 임지혜의 예쁜 꽃 우산에 뚝뚝 떨어졌다가 다시 마당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웃으면서 아무 말이 없자 임지혜가 시선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수아 씨가 3년 전에 현성이 앞에 나타난 순간 사실 내가 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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