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맞대고 싸우고 있는 윤도훈과 나청현을 보고서 사람들은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와 반대로 양진석은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진석진을 비롯한 용검 특수 작전 부대 대원들은 하나같이 감격하고 탄복하는 모습을 드러냈다.윤도훈이 무려 전설속의 인물 창섭 군신과 맞서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진석진이다.백아름 역시 표정이 다소 편안해졌다.윤도훈을 위해 손에 땀을 쥐게 한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실력이 그보다 한 수 위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심 득의양양했던 것이다.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는 백아름의 두 눈에 또다시 경멸이 떠올랐다.‘네가 아무리 뛰어난 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한테는 쨉도 안 돼. 너한테는 충분한 수련 자원과 조건을 제공해 줄 만한 빽이 라는 게 없잖아. 하지만 난 달라. 난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고 문파의 자원 지지를 얻고 있거든. 그 덕분에 단기간에 결단 중기에서 금단 경지까지 돌파할 수 있었던 거야.’‘그리고 넌 지금 결단 후기 절정 따위랑 비길 수밖에 없는 실력을 지니고 있지. 어디 감히 겁도 없이 날 모욕하고 능멸했는지 난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이제 기회 봐서 너한테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고 말 거야.’한편 경천위 팀은 팀장이 윤도훈과 비기고 있자, 도발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창섭 군신에게 절대 인정사정 봐주지 말라면서 윤도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라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쳤다.나청현은 윤도훈과 한 번 마주치고 나더니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흥분하기 시작했다.고함을 한 번 지르고서 나청현은 또다시 윤도훈을 향해 돌진했다.두 눈에는 강렬한 전의가 솟구치고 있었다.나씨 가문은 고대 무세 가문으로서 나청현은 또래들 가운데 실력이 가장 으뜸이다.지금껏 단 한 명의 적수도 만난 적이 없는데, 오늘 뜻밖에도 그와 막상막하한 실력을 지닌 윤도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한바탕 통쾌하게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 좋기만 했다.그런 나청현의 모습에 윤도훈은 어이가 없어
“앞서 약속한 바에 따르면 전 나 대위님의 공격을 세 번이나 다 받아주었습니다.”윤도훈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나청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흥이 와장창 깨진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아직 윤도훈과 마음껏 싸우지 못한 게 분명해 보였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흥! 이번 임무에 동참할 자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촌 동생 죽음에 대해서는 이로써 넘어가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나청현은 몸을 돌려 한쪽으로 걸어갔다.속으로 은근히 불쾌하고 달갑지 않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만은.‘이럴 줄 알았더라면 한 10번은 공격하는 건데...’‘한참 재미있었는데...’그때 진석진과 용검 특수 작전 부대 대원들은 존경을 넘어 숭배하는 모습으로 윤도훈 앞으로 달려갔다.“윤 총장님, 너무 대단하십니다! 창섭 군신과 비기시다니!”“창섭 군신께서는 보통 인물이 아니십니다. 지금껏 쌓아온 공적도 많으시고 염하국뿐만 아니라 대외로도 지금까지 적수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었습니다.”“역시! 윤 총장님! 멋있으십니다!”그들 마음속에 있어서 나청현은 이 나라 군부의 신화 같은 존재이다.그러나 오늘 신화에 필적하는 윤도훈을 보게 되면서 어쩌면 그 신화도 무너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까지 들었다.정작 당사자인 윤도훈은 그러한 칭찬을 들으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날 오전.군 수송기 한 대가 에이스들을 전투기에 태우고 염하국 북서쪽 국경으로 향했다.B국을 넘어 금신월 지역으로 바로 직진해 갔다.이튿날 새벽, 날이 밝기도 전에 윤도훈 일행은 금신월 지역에 도착했다.지금 코브라 조직과 염하군 군부에서 유적지를 장악하고 있다.이번 임무에서 나청현은 최고 지휘관을 맡았고 진석진과 윤도훈은 보좌역할을 하게 되었다.그리고 백아름은 따라서 오기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다.정말로 힘든 전투가 벌어져야만 백아름이 나서서 도와줄 것이다.이곳으로 오고 나서 나청현, 윤도훈 그리고 진석진은 가장 먼
윤도훈뿐만 아니라 나청현과 진석진 역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코브라 조직은 자수할 준비를 하고 모든 것을 넘겨주기도 했다.그러한 상황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겠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굳이 군부와 함께 레바도르 무장과 싸우려고 하고 심지어 레바도르 무자에서는 신의눈물 조직까지 데리고 왔는데도 말이다.조상승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 역시 이상하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두사는 레바도르 무장에서 자기 팀의 대원들을 죽였다면서 직접 복수하겠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코브라 조직에도 고수들이 많고 우리 측의 힘도 제한되어 있으니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에 레바도르 무장과 그들이 고용해 온 신의 눈물에서 우리를 상대로 습격을 한 적이 있는데, 만약 구두사가 아니었다면 우린 이미 유적지를 빼앗겨 버렸을지도 모릅니다.”그 말을 듣고서 나청현은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상황이 그러하여 코브라의 도움이 필요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코브라의 구두사와 다른 핵심 요원들도 소집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체 무슨 수작을 벌리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하겠습니다.”“네.”조상승은 명을 받들었다.그리고 조상승이 코브라 사람들을 소집하러 간 틈을 타 몇 사람은 그 유적지 입구에 도착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아름도 바로 뒤따라왔다.금심월 지역은 대부분 산악 지역이고 이곳의 돌산으로 연결되어 있다.유적지의 입구는 바로 동굴 안에 있다.자욱한 빛의 장막이 가장 먼저 보이더니 그 안에는 또 다른 공간이 숨어있는 것만 같았다.막상 뚫고 들어가려고 하면 에너지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여기가 바로 입구입니다! 뭐가 들었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윤도훈 일행을 데리고 온 한 부관이 조용히 말했다.빛이 자욱한 광막 입구를 보면서 윤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러나 그때 백아름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입구..
사십 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로서 여유로우면서도 늠름한 자태가 물씬 풍겼다.‘윤보검? 윤 씨?’본명을 알고 난 윤도훈의 두 눈에는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윤세영 말이 맞았네.’코브라는 확실히 은둔 윤씨 가문에서 지지하고 있는 외부 세력이었다.심지어 금심월 지역에서 개인 무장 세력까지 만들고 마약 밀매를 일삼아 왔었다.“이 두 분은 새로 오신 장관이십니까?”텐트 안에 있던 윤보검은 조상승과 함께 들어온 윤도훈과 나청현을 보고서 벌떡 일어나 웃는 얼굴로 물었다.“네, 이 두 분은...”조상승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사람을 소개하려고 했다.그러나 그때 나청현이 나서서 말을 끊어버렸다.“소개할 필요 없습니다.”나청현은 의자를 가리키면서 무덤덤한 얼굴로 윤보검에게 말했다.“다들 앉아서 듣습니다. 앞으로 나 장관이라고 부르면 되고 내가 이곳의 최고 지휘관이라는 점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질문 몇 개만 하겠습니다. 사실 그대로 대답하기 바랍니다. 아니면 처차한 결과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나청현은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지면서 두 자루의 예리한 검처럼 윤보검 일행을 훑었다.윤도훈은 그 광경을 보고서 눈썹을 들썩였다.‘참 마음에 드는 친구일세.’그러나 구두사 윤보검과 그의 부하들은 나청현의 말과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눈 밑 깊은 곳에 음침한 빛이 은은히 번득일 정도로 말이다.윤보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바로 억지웃음을 자아내면서 말했다.“그럼요. 장관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할 테니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좋습니다.”나청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자에 앉았다.“여기에 남아있는 목적이 뭡니까? 레바도르 무장 세력에 대항할 때 힘이 되고자 하는 것이 본심입니까?”그 말을 듣고서 윤보검은 멍하니 있다가 바로 비분강개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악물었다.“그럼요! 레바도르 무장과 저희 코브라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거기까지...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여기서 시간을 끌
윤보검은 그 말을 듣고서 마침내 가면을 벗어 던지면서 눈빛도 한껏 차가워졌다.“나 장관님,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도통 솔직하게 말을 하지 않으니 강요할 수밖에 없잖습니까!”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윤보검은 바로 뒤로 물러서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저 새끼 죽여!”이때 윤보검 곁에 있던 고수 7명이 동시에 나청현을 향해 돌진했다.그 상황을 보고서 나청현은 이대로 얼버무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날 죽인다고? 겨우 너희들이?”나청현의 입가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이윽고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펑-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수 중 한 명이 거꾸로 날아가면서 몸이 그대로 터져버렸다.이를 본 윤씨 가문 고수들은 아연실색했고 그 중 두 사람은 그대로 몸을 돌려 윤보검을 데리고 탈출하려고 했다.나청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서 몇 수만에 남은 네 사람까지 처리해저렸다.실은 윤보검에게 파견된 은둔 윤씨 가문 고수들의 실력은 세속에서도 충분히 횡행할 수 있을 정도이다.하지만 결단 경지 후기 절정인 나청현 앞에서는 이토록 볼품이 없는 것이다.그렇지 않고서야 레바도르가 고용해 온 신의 눈물 고수들을 거들떠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다 죽이면 안 됩니다! 하나는 남겨 두어야 물어보든지 뭘 하든지 할 것 아닙니까!”이때 윤도훈은 나청현보다 한발 앞서 윤보검을 비롯한 구사일생한 세 사람을 쫓아갔다.속도는 극에 달했고 단 열 번의 호흡 만에 도로 체포해 왔다.펑펑펑-윤도훈은 사냥꾼처럼 사냥물을 나청현 앞에 툭 하고 던졌다.사색이 되어버린 세 사람은 지금 단전도 손발도 모두 다친 상황이다.나청현은 그 세 사람을 보고 또다시 윤도훈을 바라보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들썩였다.“그쪽도 참 무서운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그럼 어떡합니까? 설마 일반 병사들에게 화경과 종사급 범인을 압송해 가라고 하겠습니까?”윤도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다.나청현은 그
상대의 눈빛에 주단성은 은근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상대의 신분과 아버지가 하셨던 당부를 거듭 되새기면서 여전히 웃는 얼굴로말했다.“그래. 네 아버지께서 이번에 좀 많이 주셨어. 귀찮기는 하지만 기어이 도우려고 한다. 어차피 나한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는 일이거든. 걔 이름이 뭐였지? 윤... 윤도훈? 얼른 해결해 줄 테니 앞장서봐.”윤치훈은 마치 보잘것없는 일이라는 듯 가볍게 말했다.‘나랑 같은 윤 씨네?’속으로는 이내 중얼거리기는 했지만.“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주단성의 윤치훈의 말을 듣고서 흥분을 억제하지 못했다.요즘 그는 이진희와 율이의 움직임에 대해서 몰래 파악하고 있었다.수시로 윤도훈의 처자식인 이진희와 율이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윤도훈은 실력이 하도 높아서 감히 사람을 붙일 수가 없었다.그러나 만약 처자식만 찾는다면 자연스레 윤도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한 시간 뒤, 오전 8시.전국 의약 우수 기업 표창 대회가 끝나면서 그린 제약회사의 다른 직원들은 오늘 비행기를 타고 도운시로 돌아갔다.하지만 이진희와 율이는 아직 천운시 머물러 있었고 급히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율이가 좀 더 놀고 가자고 보챈 것도 있었고 천운시에 남아 있는 성시아와 얘기를 좀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윤도훈의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이진희는 성시아와 구체적으로 기술 차원 합작에 관해서 깊이 얘기하고 싶었다.“율이야, 오늘 엄마가 예쁜 아줌마랑 얘기 좀 하고 올 건데, 엄마 일 다 끝나고 나가 노는 건 어때?”호텔 방에서 이진희는 율이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좋아요. 진희 엄마 일이 우선이에요.”이진희는 그런 율이가 마냥 귀엽고 기특했다.그렇게 야속을 하고 난 뒤 이진희는 바로 율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펑-와르르-그런데 그때 호텔 방의 유리가 갑자기 깨지고 말았다.여기는 22층이고 창밖에는 강철로 된 칸막이도 있다.그런데 창문을
윤도훈은 두 사람에게 좀 더 강한 진살부를 적어주려고 했었다.다만 평범한 종이로 만들어진 진살부는 가장 최고의 공격을 더 해봤자, 초급 경지 후기 절정밖에 되지 않는다.더 강력한 공격을 봉인하려면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다는 말이다.이때 이진희는 진살부도 먹히지 않는 것을 보고 얼굴에 절망한 기색이 역력해졌다.이윽고 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결단을 내린 듯한 모습으로 중년 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단 2, 3초라도 어떻게든 막아서 율이가 안전했으면 했다.“어머, 암력이네? 쯧쯧...”중년 부인은 이진희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 달려오는 것을 보고 입꼬리를씩 하고 올렸다.펑-이진희가 아무리 공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느낌도 없이 간지럽기만 했다.“이거 놔! 우리 엄마 놓으라고!”그때 이진희에게 버려졌던 율이가 다시 데굴데굴 일어나서 달려왔다.율이는 잔뜩 분노한 모습으로 중년 부인을 때렸다.“율이야, 도망가!”이를 본 이진희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초조한 나머지 목이 터져라 소리만 쳤다.30분 뒤.중년 부인은 혼수상태에 빠진 이진희와 율이를 윤치훈과 주단성 앞에 버렸다.휠체어에 앉은 주단성은 자기 손에 들어온 윤도훈의 처자식을 보면서 험상궂게 웃었다.그리고 소파에 앉아 있던 윤치훈은 한창 머리를 찻상에 엎드린 채 하얀 가루를 들이마시고 있었다.이진희와 율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더없이 괴팍하게 웃었다.“윤도훈 아내 꽤 미인이네?”“하하하...”조금 전까지 하얀 가루를 들이마시고 있던 윤치훈은 이진희를 보고서 요사스레 웃기시작했다.주단성 역시 이진희를 보고서 침을 흘렸지만, 윤치훈이 바로 옆에 있기에 그 마음을 숨겨주었다.“그러네요. 도련님께서 마음에 드시면 좀 가지고 노시는 것도...”하지만 윤치훈은 이진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약기운도 한껏 올라와서 주단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나 여자한테 관심 없어.”순간 주단성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만 같았다.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윤치훈의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벌벌
“남편이 바로 윤도훈 그놈일 거야.”주단성은 이를 갈며 말했다.하지만 막 전화를 걸려고 했을 때, 망설이다가 윤치훈에게 건네주었다.“도련님이 직접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내가? 뭐 상관없어.”윤치훈은 코를 훌쩍이며 아무렇지도 않아 하면서 바로 핸드폰을 받았다.“그... 도련님, 제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그 말을 듣고서 윤치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주단성을 향해 ‘퉤’하고 침까지 뱉었다.“못난 놈! 윤도훈이 그렇게도 무서워?”윤치훈은 비록 하얀 가루를 들이마시기는 했지만, 두뇌는 빠르게 돌아갔다.정확히 말하면 그의 실력으로 이 정도 약은 그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다.다만 신경이 좀 극도로 흥분될 뿐이다.바로 이러한 이유로 윤치훈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약을 마시고 번마다 더 많은 양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윤치훈의 신체 기능에는 큰 손상이 없지만 성격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점점 더 날뛰고 눈에 보이는 게 없었으니 말이다.자기를 비웃고 있는 윤치훈의 언행에도 주단성은 웃기만 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윤도훈의 복수가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윤치훈이 완전히 윤도훈을 제압하기 전까지 절대 이 일에 자기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없었다.만약 윤도훈이 처자식을 무시해 버리고 오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니 말이다.그때 윤치훈이 떠나고 나서 주단성에게 보복을 하게 된다면 그건 새드 엔딩일 수밖에없다.그러한 이유로 주단성에게 전화를 하라고 한 것이고 자기 이름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이때 윤치훈은 코웃음을 치며 주단성과 더 이상 시시콜콜 따지지 않았다.정확히 말해서 윤치훈은 윤도훈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다.바로 이진희의 핸드폰으로 윤도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한편...캠프에서 윤보검과 코브라의 핵심 고수 두 명은 이미 녹초가 되어 거의 시신이나 다름없었다.소변이 온 바닥을 더럽혀 버렸으니 말이다.“이 정도로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좀 더 강한 고문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