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인이 무슨 심정으로‘보물’을 남겼는지 윤도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송씨 가문이 절경에 빠졌을 때 양진인의 묘혈을 열어본다고 한다면... 어쩜 도움이 되는 상황일 수도 있을 듯했다.시왕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면 단번에 번거로움을 해결하는 격이니 보물이 맞았다.윤도훈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곳을 지켜보았는데,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지금의 실력으로도 살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시왕의 기운에 섬뜩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만약 시왕 앞에 서게 되면 자기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따라서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움직이기로 했다.바로 이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가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왔다.천운시 송씨 가문의 조공봉이었다.지금 조공봉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 그려져 있다.천운시 송씨 가문의 최강자로서 송씨 가문의 핵심 인원인 송영신이 그러한 죽음을 당했는데도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어디로 가시는 겁니까?”윤도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렸다.윤도훈을 보게 된 조공봉은 순간 멈칫거렸다.그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꺼져!”조공봉은 바로 욕을 퍼부었고 윤도훈과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돌아가셔서 시왕과 한 번 맞서보시죠.”불난 집에 윤도훈이 계속 부채질을 하자, 조공봉은 화가 벌컥 났다.“미친놈! 죽고 싶으면 너 혼자 가서 죽어!”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허허 웃더니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펑-이윽고 조공봉을 향해 무척이나 무자비한 모습으로 주먹을 날렸다.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던 조공봉은 그 공격에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지금 그의 가슴팍에는 윤도훈의 주먹으로 생긴 피 구멍이 하나 생겼다.“너... 너...”조공봉의 두 눈에는 놀라움과 달갑지 않음이 가득하다.자기한테 공격만 당했던 윤도훈이 무려 한 방에 자기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네가 까부는 거 내가 얼마든 참아 줄 수
그들이 맞이해야 하는 건 무자비하고 끔찍한 살육이었다.하지만 가장 맨 처음으로 탈출한 시희는 가만히 서 있었다.포악하고 흉악한 양진인 시왕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희야, 빨리 뛰어! 뭐 하고 있는 거야!”부노 장로가 그녀를 향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이때 시희의 눈빛에는 탐욕과 도전의 빛이 역력했다. “부노 장로, 조금 전에는 묘혈 안이라 어떻게 할 수 없었고 다른 위험 요소가 있을것 같아 뒤로 물러섰지만, 지금은 이미 밖으로 나왔잖아요. 이대로 도망치는 게 맞을까요?”시희는 안색이 여러 번 바뀌더니 부노 장로에게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냐?”부노 장로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저... 저 시왕을 수복하고 싶습니다! 꼭두각시로 만들게 되면 아마 청탑보다 훨씬더 강할 거예요. 그러니 부노 장로께서 좀 도와주시죠. 어떠세요?”시희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 말을 들은 부노 장로는 안색이 한동안 변화무쌍했다.미친 듯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시왕을 돌아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뭐가 무서워서 망설이는 거죠? 초급 경지 후기 고수잖아요. 그뿐만 아니라 법기 호신도 있고 저한테는 청탑도 있잖아요.”“시도조차 하지 않고 뒤돌아서는 건 헛걸음한 것과 다름이 없잖아요.”시희가 부추기듯 말했다.그러자 부노 장로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근데 조금이라도 상황이 뒤틀어지면 바로 도망가야 한다. 알았어?”“그럼요! 저도 살고 싶어요.”“가자!”시희는 부노 장로를 한번 흘겨보았다.이윽고 두 사람은 시왕이 있는 쪽으로 향해 돌진했다.그와 동시에 속으로 중얼거리자, 꼭두각시인 청탑도 함께 따라왔다.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윤도훈은 갑자기 두 사람의 돌발 행동에 집중하게 되었다.‘시왕과 싸울 생각인가?’‘모처럼 대단하네!’‘마침 지켜보면 되겠어. 만약 저들이 시왕한테 단숨에 죽는 것만 아니라면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걸 설명해.’윤도훈은 속으로 그렇
하늘을 찌를 듯한 양진인 시왕의 흉악함으로 본다면 시왕은 어느새 자기만의 의식과 사상을 지니게 된 것 같았다.“호!”누군가 감히 먼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시왕은 포악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으르렁거렸다.이윽고 주먹을 날리면서 가장 앞장서서 온 청탑을 한방에 무너뜨려 버렸다.펑-육신의 강도가 결단 강자에 비견될 정도인 청탑이다.본래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 청탑은 그 어떠한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존재였다.하지만 시왕의 주먹 한 방에 힘없이 ‘가루’가 되어 버렸다.땡-그와 동시에 부노 장로는 당나귀의 정혈이 묻은 큰 칼을 휘두르며 시왕을 향해 갔다.철이 부딪히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단번에 울려왔다.하지만 부노 장로의 실력으로도 시왕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오히려 진동으로 인해 부노 장로는 팔이 저려났고 손아귀에 피가 터지기도 했다.순간 부노 장로와 시희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기색을 드러냈다.‘말이 되는 상황이야?’‘무려 한 방에 청탑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버리다니!’‘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공포스러운 시왕의 실력에 짙은 절망과 두려움이 두 사람을 가득 채웠다.“부노 장로, 조심하세요!”정신을 차린 시희는 부노 장로를 향해 소리를 치면서 일깨워주었다.시희의 비명에 소스라치게 놀란 부노 장로는 얼른 마음을 다잡았다.도망가기에는 너무 늦어서 서둘러 몸에 있는 법기 갑옷의 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순간 그 갑옷의 표면에는 빛이 흐르면서 방어력을 크게 높였다.어느새 영지가 나타난 시왕은 부노 장로를 바라보면서 인간적인 경멸의 빛을 드러내는 듯했다.시왕이 고함을 지르자 입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바로 부노 장로를 공격해갔다.이윽고 부노 장로의 갑옷이 또다시 힘없이 산산조각 나버렸다.킥킥킥-자욱한 빛으로 덮여 있던 갑옷은 빠르게 균열로 채워지더니 바로 조각으로 변해 그의 몸에서 우두득 떨어졌다.그러한 상황에서 부노 장로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시왕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부노 장로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려고 시희는 스스로 시왕의 타깃이 되려고 했다.“호!”하지만 시왕은 이미 부노 장로를 향해 공격을 하고 있었다.메마른 손으로 부노 장로의 목을 확 잡으려고 했으니 말이다.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갑자기 어디선가 날카로운 칼날이 나타났다.땡-빙하용최검이 시왕의 팔을 아주 세게 내리쳤다.칼이 팔에 닿는 순간 역시나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진동했다.시왕의 팔이 흔들렸을 뿐만 아니라 내리친 곳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호!”관에서 나온 후 지금까지 시왕은 처음으로 사람에게 부상을 당했다.그로 인해 시왕은 갑자기 사납게 고함까지 질렀다.시왕은 고개를 돌려 회색빛인 눈동자로 자기를 공격한 상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렇다, 윤도훈이었다.이쪽 상황을 주시하던 윤도훈은 끝끝내 나서주기로 한 것이다.사실 청탑이 단 한 방에 무너지고 부노 장로의 갑옷도 순식간에 조각이 나는 것을 보고 윤도훈은 그만 물러설 생각이었다.그 역시 시왕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서 말이다.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떠오른 순간 머릿속에는 갑자기 강한 파동이 일었다.어떤 힘이 그에게 시왕을 어떻게든 멸망시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이런 파동을 느낀 윤도훈은 조금 망설이다가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했다.율이를 위해 저주를 풀고 부모를 위해 복수하고 사골 장로, 은둔 윤씨 가문 그리고 상고 윤씨 가문까지 모조리 죽이고 대항하려면 실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그러나 윤도훈에게 주어진 시간은 극히 제한적이다.스스로 차근차근 수련한다면 언제쯤이면 최강의 실력을 지니게 될 수 있는지 확답을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그냥 한 번 도전해 봐?’이윽고 윤도훈은 마음을 굳게 먹고 빙하용최검을 손에 쥐고서 ‘후토지체’를 발휘했다.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시왕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특별히 부노 장로와 시희를 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두 사람의 운이 좋았던 것이다.이때, 이산문의 두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윤도훈을 보고서 놀란 얼굴로 멍하니 있었다.땡땡땡
비록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송씨 가문 옛 저택의 움직임이 너무 하도 커서 송장헌을 비롯한 도운시 가족들은 은은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비명, 놀라움, 울부짖음... 별의별 소리만 듣게 되자 그들은 점점 불안감이 엄습했다.“무슨 소리지?”현문 장로가 의문을 가득 품은 채 물었다.“할아버지, 윤도훈은 뭐 하러 돌아갔어요? 설마 그가 한 짓은 아니겠죠?”송영태의 얼굴빛이 몇 번 바뀌었다.그 말이 떨어지자 송장헌 역시 의심스러운 기색을 보였다.현문 장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걔 혼자서 뭘 해낸다고 그러는 거야? 그럴 능력이 있는 놈이야?”“대체 뭐 하러 간 거야? 설마 그 모든 걸 그놈이 했다는 말이야?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 거지? 일부러 고개 숙인 척하고 우리 모두 보내고 나서 홀로 몰래 그 보물 차지하려고 다 죽이고 있는 거 아니야?”그러자 송장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도훈이에 대한 편견이 너무 심하구나. 너무 못난 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 사람 아니고 그렇게 할 리도 없어.”“어떻게 된 일인지 가서 보면 되지 않겠어요?”방금 구조된 송인우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그래요! 제가 사람들 데리고 가서 확인하고 올게요.”송영태가 말했다.송씨 가문 옛 저택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그들이었다.“이왕이면 같이 돌아가자.”송장헌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그곳의 움직임에 송장헌 역시 불안하고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그렇게 도운시 송씨 가문 일행이 옛 저택으로 향했다.도착하고 나서도 그 누구도 그들을 말리거나 묻지를 않았다.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느라 바빴고 두려움에 사색이 되어 있었다.“무슨 일이에요?”송영태가 어느 한 도우미를 붙잡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죽었어요! 사람들이 죽었어요!”“괴물이 있는데... 괴물이...”얼굴이 창백해진 도우미는 정신이 나간 듯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몇 마디만 더 중얼거리고 나서 바로 송영태의 손을 뿌리치
순간 송장헌과 송영태를 비롯한 이들은 자기의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고소하다고 하기에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그렇다고 슬픈 감정이 밀려오는 것도 아니었다.“도훈이 지금 뭐랑 싸우고 있는 거야?”이때, 송장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선을 윤도훈에게 돌렸다.시왕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다른 이들도 송장헌의 소리에 놀라움과 공포로 가득 찬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다들 괴물이라고 하던데... 저거 아니에요?”“저건... 좀비? 시왕?”“설마 양진인 묘혈에서 기어 나온 건 아니겠죠?”“맞는 것 같아요. 조금 전에 큰할아버지께서 울부짖으며 양진인을 욕했잖아요.”“그럼, 윤도훈은 저 속에 위험한 것이 들어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그래서 그렇게...”도운시 송씨 가문 사람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갖은 추측을 했다.현문 장로의 안색은 여러 번 바뀌었고 은근히 미안해하는 기색을 드러냈다.만약 저 ‘괴물’이 양진인 묘혈에서 나온 것이 맞다면 윤도훈을 오해했던 것이 맞기때문이다.땡-바로 그때 윤도훈의 손에 있던 빙하용최검이 다시 시왕과 부딪히는 것이 보였다.금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윤도훈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게 되었다.두 손이 이따금 저리고 손아귀가 아팠다.눈빛도 점점 엄숙해지기 시작했다.시왕의 실력이 의외로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대단했기 때문이다.‘후토지체’ 신통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밀려나고 있으니 말이다.더더욱 놀라운 건 시왕의 영지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별다른 공격수도 수단도 없는데 이처럼 대단한 실력을 지닌 시왕이었다.만약 영지도 갖추고 수단도 지니고 있다면 윤도훈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대지 맥동이나 열공비홍 제8식을 사용하면 이길 수 있을까?’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이 전투의 방향을 가늠하고 있었다.그러나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바로 부정해 버렸다.상대는 지금 시체고 그 무엇도 먹히지 않는 존
한으로 가득 찬 송장남의 슬픔이 천지를 뒤흔들었다.참혹하게 죽은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천운시 송씨 가문의 가주인 송장남은 극도의 슬픔과 각종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 윤도훈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겨우 살아남은 다른 이들 역시 윤도훈을 향해 증오의 빛을 떠올렸다.직계 가족들이 시왕의 손에 죽었으니 말이다.윤도훈이 부노 장로를 구하고 시왕과 한참이나 싸우는 것을 보고 그 원한이 점점 커져갔던 것이다.일찍이 나서 주었다면 가족들도 절대 끔찍한 봉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망했다.일부러 그런 것이 분명하다면서 모두가 화살을 윤도훈에게 돌렸다.송장남의 분노에 부노 장로와 시희, 박한을 비롯한 박씨 가문의 모든 이들도, 도운시 송씨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하나 같이 아연실색했다.갑자기 다들 윤도훈의 탓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박씨 가문은 윤도훈과 아무런 친분도 없었지만, 송장남의 언행이 너무 한스러웠다.시왕과 싸우고 있던 윤도훈은 송장남의 욕설과 울부짖음을 듣고 눈에서 한기와 분노가 솟구쳤다.‘허허.’위험을 무릅쓰고 싸우고 있는 자기를 원망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천운시 송씨 가문 이들을 함정에 빠뜨릴 의도는 없었고 그냥 위험 정도를 가늠하면서상황을 지켜봤을 뿐이다.함정으로 빠뜨린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천운시 송씨 가문 역시 윤도훈을 폐인으로 만들려고 했었으니 말이다.자기를 죽이고자 하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나서는 건 성인이 아닌 이상 하기 힘들다.목숨을 마다하고 나설 만큼 중요한 사람들도 아니고 말이다.윤도훈은 생각하면 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어 화가 났다.‘다들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왜 나한테 지랄이지?’바로 그때...후두두-시왕에게 밀려 또다시 밀려난 윤도훈.밀린 순간 오랫동안 드리워진 먹구름 속에서 갑자기 천둥이 치솟았다.순식간에 물항아리처럼 굵고 아나콘다 같은 번개가 윤도훈과 시왕을 향해 덮쳐왔다.시왕을 겨냥하고 덮친 것으로 보이지만 하도 굵고 시왕과 윤도훈의 거리가 하도 가까워서 파급된
윤도훈의 행동을 보고서 천운시 송씨 가문 이들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천운시 송씨 가문 전체를 저승으로 데리고 가려는 작정일 것일까?부노 장로와 시희는 눈을 마주치면서 조롱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까불더니 꼴 좋다.’윤도훈이 언제 나서서 시왕을 막았는지를 막론하고 그 덕분에 살아남은 건 사실이다.그런데도 고마운 줄 모르고 비아냥거리더니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적어도 가문 전체가 없어진 건 아니니 그에 만족해야 하는 데 말이다.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다.단 두 번의 호흡만으로 윤도훈은 천운시 송씨 가문 사람들 속으로 달려들었다.송장남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도망치려고 했으나 얼마 가지도 못하고서 치명적인 재난에 닥치고 말았다.펑펑펑-윤도훈을 쫓아온 시왕은 간단히 충돌만 했을 뿐인데, 천운시 송씨 가문 쪽의 사상이 막심했다.심지어 종사급 강자는 그대로 산산조각 나버렸다.“윤도훈! 이 미친놈아!”“이게 다 너 때문이야!”“죽어야 하는 사람은 너...”그러나 바로 그때...후두두-또 한차례 굵은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졌고 무참히 시왕의 몸을 덮쳤다.송장남 등도 그 번개에 파급되어 멸망의 재앙을 맞고 말았다.이런 천겁에 시왕과 윤도훈은 한동안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다.하지만 그 외 다른 이들은 일반인이고 종사급 강자라고 한들 힘이 없다.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번개가 그들의 몸에 직접 덮치지 않더라도 기운만으로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윤도훈... 너 언젠가... 보복당 할 거야...”입에서 푸른 연기가 모락모락 뿜어져 나오는 한 종사가 달갑지 않아 하며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었다.이윽고 시커멓게 변한 시체가 와르르 쓰러져 버렸다.이를 본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저마다 엇갈렸다.송장헌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자기 형인 송장남과 한때는 ‘가족’이었던 그들이 눈앞에서 죽게 되니 만감이 교차했다.안타까운 마음도 약간의 쾌감도 슬픈 감정까지 뒤엉켜서 밀려왔다.송영태는 눈꺼풀이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