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청운은 윤도훈을 상대로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만약 윤도훈이 단지 어떤 큰 기우로 수련자가 되었다면 망설일 것이 없다.바로 윤도훈을 찾아가 복수를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일 정도로 말이다.윤도훈을 죽이면 그에게서 ‘기우’를 빼앗아 올 수도 있다.“그게 무슨 뜻이야? 난 그래도 네가 신중하게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말에 일리가 있으나 그 배후에 또 다른 세력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저 그 집안에서 그놈을 엄격하게 키웠을 수도 있어. 청송 장로가 어떻게 죽었는지 명심하고.”오청산이 조용히 말했다.“가주, 저는 지금 그 미친 노인이 우연히 손을 쓴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 미친 노인이 고도훈 곁에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하고 결정하겠습니다.”오청운이 말했다.“그래! 그럼 편한 대로 움직여.”오청산도 더 이상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았다.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기어이 ‘고도훈’을 죽이겠다고 하면 오청산 역시 별다른 의견이 없다....이튿날 오전, 윤도훈은 황보신혁의 전화를 받았다.황보신혁은 한 시간 정도면 도운시에 도착한다고 했다.윤도훈은 상대방과 만날 장소를 약속하고 도운시 서쪽 근요에 있는 ‘와호장원’에서 만나기로 했다.이곳은 원래 우성호 곳이었는데, 그가 죽고 나서 이원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황보신혁에 대해 윤도훈은 경계하는 마음이 좀 있는 편이라 집으로 들일 리가 없다.10시 30분에 윤도훈은 차를 몰고 와호장원에 왔다.이곳은 이원 부하 맹자라는 심복이 책임지고 있다.윤도훈이 오고 나서 맹자는 그에게 따로 룸을 마련해주었다.“윤 선생님, 이룸으로 모셨는데, 괜찮으시겠어요?”맹자는 가장 호화로운 룸을 열고 윤도훈을 모시고 들어선 후 공손하게 물었다.“네, 그냥 얘기하는 자리라 괜찮아요.”윤도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편히 쉬고 계세요. 먼저 물러나겠습니다.”윤도훈은 막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눈빛이 달라졌다.정신이 또렷또렷한 노인이 한적한 정
이 또한 맹자에게 그 어떠한 일이 있어서 이원에게 알리지 말라는 이유이다.헛되이 사상자가 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만약 자신이 대처할 수 없다면 이원이 데리고 온 사람들도 죽게 될 것이다.황보신혁이 가능한 한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금단 강자를 상대로 윤도훈도 자신에게 일전의 힘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금단 경지에 들어서고 공격과 방어에 속성까지 들여 금단 이하의 수련자에는 절대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다.“눈치 하나 빠르네.”오청운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으나 다소 삼엄했다.“내 형이 너 때문에 죽었는데, 뭐라고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네 형이라는 사람이 청송 장로 맞아? 난 그를 건드린 적이 없는데, 내가 가는 길을그 사람이 막아서 나도 어쩔 수 없었어.”윤도훈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오청운은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래? 그럼, 내 형이 죽어도 싸다는 거야?”“허허...”윤도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투를 돌렸다.“그렇게 말한 적 없어. 하물며 내가 죽인 것도 아닌데 번지수 잘못 찾아온 거 아니야?”“번지수를 잘못 찾아와? 그 미친 노인이 내 형을 죽였는데, 너랑 상관없다고?””다시 말해서, 그 미친 노인이 너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야?”그는 윤도훈의 말 속의 또 다른 뜻을 포착했다.마음속에 줄곧 존재해 온 어떤 것도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았다.그 말에 윤도훈은 눈빛이 흔들렸고 말을 잘못했음을느끼게 되었다.“그 미친 노인 인제 네곁에 없지? 너랑도 아무 사이 아니지?”“우리 형이 재수 없었던 게 맞았네.”오청운은 윤도훈을 쳐다보며 삼엄하게 물었다.윤도훈은 오청운의 이런 자세를 보고 이미 수시로 손을 쓸 준비가 되였다.그러나 겉으로는 가능한 한 시간을 끌었다.“아니! 그 사람은 집안 어르신으로 암암리에 날 보호하고 계셨던 분이셔. 만약 나한테 손을 댈 시에 네 형이랑 같은 처지가 될 줄 알아.“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나와보라고 그래.”“꼬마야, 거짓말하지 마. 없는
오청운은 윤도훈의 공격에 거들떠보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맨주먹으로 그 공격을 맞이하려고 했으니 말이다.오청운의 손바닥 사이에는 옅은 남색의 진기가 용솟음치고 있었고 공격에는 차갑고 차가운 수속성 기운이 섞여 있었다.땡-빙하용최검과 오청운의 손바닥이 부딪히며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우렁차게 났다.오청운은 미처 생각지 못한 반응에 몸을 빼서 뒤로 물러섰다.동공이 움츠러들면서 손바닥 위에 핏자국이 하나 더 생긴 것을 보게 되었다.‘날카로운 병기군!’오청운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고 금단 경지 실력임에도 감히 그와 맨손으로 대적할 수 없었다.손에 순식간에 긴 막대기가 하나 더 생겨 다시 윤도훈을 향해 흔들었다.윤도훈은 바로 뒤로 물러섰는데, 얼굴에는 붉은빛이 떠올랐다.발밑의 마루가 갑자기 그에 의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이번 충돌에서 그는 가슴이 아파났고 두 팔이 저렸다.손바닥으로 맞아 쳤을 뿐인데, 그 힘이 이처럼 대단할 줄은 몰랐다.‘금단 강자의 실력이 이러한 걸까...’그러나 윤도훈의 두 눈에는 당황함이나 두려움이 일도 없이 전의가 활활 타올랐다.물론 상대방의 실력은 전방위적으로 자신을 능가한 건 사실이다.하지만 철저히 깔아뭉개고 반항할 힘도 없게 만드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어쩌면 한 번 싸워볼 만도 했다.휴-이때 오청운은 몽둥이로 윤도훈을 향해 쓸어왔다. 무기우에는 웅혼한 옅은 남색의 빛이 용솟음쳤는데 위세는 비할 바 없이 놀라웠다.윤도훈은 소리를 치며 두 손으로 칼을 들고 베었다.빙하용최검과 상대의 긴 막대기가 충돌하는 순간 무서운 위력이 퍼져나오면서 룸을 사분오열해 버렸다.그리고 윤도훈의 몸은 다시 조금 터지고 말았다.이번에는 두 손의 호구가 터져 선혈이 나타났다.심지어 두 팔은 과도한 폭발로 근육이 험상궂고 피부에도 핏방울이 배어 있게 되었다.“하하하, 금단 강자도 보잘것없네!”“더 해!”윤도훈의 두 눈에서 전의가 더욱 불타올랐다.몇 번 미친 듯이 웃더니 손아귀가 터지는 고통을 참으며 체내의 기혈이 진동
차갑게 콧방귀 소리를 내더니 오창운은 긴 막대기로 전력을 다해 쓸어내어 상대의 공격을 무섭게 흩뜨렸다.넘쳐흐르는 여운에 곧바로 옆에 있던 벽도 와르르 무너졌다.윤도훈은 이 기회를 빌려 오청운과의 거리를 빠르게 벌리며 컨디션을 조절했다.맹자를 비롯한 와호산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비할 데 없이 처량해 보이는 윤도훈의 양팔은 임 선혈로 물들어 있었다.무서울 정도의 힘과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전투의 여운으로 피부까지 모조리 갈라졌기때문이다.그뿐만 아니라 입과 코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넘쳤다.한눈에 보아도 무척이나 위급해 보이는 윤도훈이다.“결단 초기 실력으로 금단 강자 손에서 이정도 버텼으면 됐어.”“하지만 네가 아무리 별의별 수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절대 날 넘어서지는 못할 거야. 우린 경지가 다르잖아.”“그래서 하는 말인데, 넌 오늘 반드시 죽게 될 거야.”낭패하기 그지없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윤도훈을 보고 오청운은 기고만장하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솔직히 윤도훈의 전투력에 내심 혀를 내두른 건 사실이다.청송장로가 그때 떠올렸던 생각을 같이하고 있으니 말이다.잠재력이 너무 무서운 놈이라며 오늘 반드시 죽여야 한다며.그러나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는 윤도훈의 두 눈에는 전투력이 이글이글 타올랐다.흥분한 듯한 불꽃이 눈 속에서 미친 듯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 맹렬한 기세는 가히 하늘 끝까지 치솟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지경이다.빙하용최검을 손에 들고 있는 그 모습은 날카롭기 그지없는 것이 검과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윤도훈의 얼굴에는 사악하지만 패기를 잃지 않는 웃음이 떠올랐다.“금단 강자라고 하더니 별 볼 것 없네.”“지금까지 싸우면서 날 죽이지 않는 걸 후회하게 해주지. 날 죽이고 싶다고 한들 이제 너한테 기회가 없어.”이때 두 그림자가 와호산장 안으로 뛰어들어 두 사람에게서 50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황보신혁과 그의 강대한 부하가 타이밍
윤도훈이 결단 경지를 돌파하고 나서 대지 맥동은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되었다.결정적인 순간에 마침내 필살기를 꺼내 든 것이다.10배 정도 되는 힘이 순식간에 오청운의 몸을 뒤덮어 버리게 되는 순간이었다.금단 초기 강자인 오청운은 중력으로 모든 동적이 크게 정체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오장육부는 찢어지고 잡아당기는 듯한 통증을 감당해야만 했고 강제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듯한 타격까지 입었다.윤도훈은 공격을 하는 순간에 얼굴이 약간 하얗게 찔렀었지만 바로 원래 모습대로 회복되었다.대지 맥동은 순식간에 온몸의 진기를 다 소모했다.하지만 용 모양 옥패 있던 ‘재고 진기’가 바로 그 빈자리를 채워주었다.윤도훈은 마치 만병통치약을 먹기로라도 한 듯 바로 되살아났다.이윽고 오청운이 10배의 중력을 못 견디고 오장육부의 타박상을 감수하고 있어야 할때 윤도훈은 바로 그의 목을 향해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렀다.그 공격은 바로 열공비홍의 제8식이며 그 위력은 일반 공격의 3배 정도 된다.윤도훈은 자신의 현재 실력으로는 제9식을 단독으로 사용해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한계는 제1식부터 제5식까지 연속으로 사용하거나 제8식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다.칼을 휘두르면서 윤도훈 체내의 진기는 또다시 매말라 버렸다.하지만 그에 따른 위력은 그만큼의 진기가 소모된다고 해도 마땅했다.피식-오청운이 눈을 부릅뜨고 놀라워 마지 못하는 순간 빙하용최검은 이미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머리통이 통째로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피가 분수처럼 3미터 넘게 솟아올랐다.오청운과 처음으로 맞붙던 순간의 윤도훈은 그에게 밀리는 것처럼 보였었다.그때의 윤도훈은 사실 오청운을 떠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힘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일전의 힘으로 오청운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답을 찾고서 윤도훈은 마침내 지니고 있던 필살기를 동원했다.금단 강자를 상대로 그 어떠한 여유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
몸속의 진기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모조리 뽑아져 나가버렸으니 말이다.만약 옥패에 ‘진기 보급소’라는 기능이 없었더라면 모든 건 공담에 불과하다.그 어느 한 고리라도 잘못되면 다른 결말이 될 수도 있었다.짝짝-이때 박수 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했다“멋져요! 멋져요!”“역시 보통 인물이 아니었네요.”황보신혁은 윤도훈을 보며 진심으로 찬탄했다.비록 윤도훈이 자신의 병을 치료해 주기를 바랐지만, 윤도훈을 마주하면서 황보신혁은 시종일관 그를 내려다보는 모습을 띠었었다.하지만 지금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러한 눈빛을 윤도훈을 바로며 진심으로 탄복하고 있다.난생처음으로 평등하게 교차하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이 세상은 실력이 왕이라는 진리가 살아있는 모습이다.윤도훈은 손에 든 칼과 금단 강자의 머리로 황보신혁의 존중을 받게 되었다....같은 날 X세계 호텔.윤도훈은 황보신혁 두 사람을 데리고 왔다.룸 안에서 윤도훈은 옷을 갈아입었으나 큰 싸움을 거친 뒤로 허약한 모습이 얼굴에 약간 남아 있었다.한 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진기를 바닥냈고 전의 상처도 제대로 낳지 않았기 때문에 설상가상인 상황이라 바로 회복하기는 어려웠다.황보신혁으로 부터 받은 회기단을 먹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회복되기는 했다.“할 수 있겠어요?”“힘드시면 하루 정도 쉬시고 완전히 회복하고 나서 다시 치료해 주셔도 돼요.”황보신혁은 윤도훈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걱정해하며 물었다.“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미 도련님 상황은 체크했고 보아하니 제가 말씀드린 대로 잘 하신 것 같아요. 100%는 아니더라도 80% 정도는 완전히 낫게 할수 있어요.”윤도훈은 아주 그럴듯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황보신혁은 눈이 번쩍 뜨였다.“그래요? 그럼, 얼른 시작하시죠.”30분 뒤.윤도훈은 한숨을 내쉬며 땀을 닦고 황보신혁의 몸에 있는 은침을 거두었다.사실 지난번에 그는 황보신혁을 철저히 치료할 수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와 만남
“네. 왜 그러시죠? 무슨 저주라도 받은 줄 알고 유명한 무당까지 찾아갔었던 적이 있거든요.”황보신혁은 윤도훈이 이렇게 묻는 것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그 무당이 누군지 아니면 알고 있는 무당이라도 있으세요? 저주에 관한 것을 연구하고 엄청 대단한 사무당이면 좋을 텐데... 제 신변에 누군가가 사악한 저주에 걸려들었는데 그걸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러거든요.”윤도훈이 떠보며 물었다.윤도훈을 은인으로 보고 있는 황보신혁은 마음속으로도 그를 평등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로 보고 있다.“사실 제가 찾은 무당들은 그저 그래요. 윤 선생이 해결할 수 있는 일도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제가 아는 무당속에서 가장 대단한 인물이라면 아마 대무의 무구지일 거예요.”황보신혁은 윤도훈에게 이 무구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그의 말에 따르면 이 무구지는 도운시의 한 고진에 은거하고 있으며 고술, 무술, 고의술에 대한 연구에서 거의 원탑이라고 할 수 있다.설령 상고 세력이라 할지라도 모두 그를 공경해야 할 정도니 말이다.“저주라는 것도 무술에 속하니 만약 그분을 찾아가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전에 찾았던 무당들은 거의 다 사기꾼이라고 보면 되니 알려드릴 가치도 없고요.”황보신혁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대무의 무구지라고요?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죠? 도와주기는 하겠어요?”윤도훈이 물었다.황보신혁은 쓴웃음을 지었다.“그건 저도 분명하게 대답하기 어려운데 무구지 성격이 괴팍하다는 말이 있긴 해요. 제 병도 무구지가 나서면 고쳤을 수 있으나 만나주지를 않아 그의 큰 제자 무몽만 만났었어요. 무구지를 만나 보고 싶다면 일단 무몽의 시련부터 통과해야 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시련인지 정해진 건 아니고 운에 따라 결정될 거예요.”이윽고 윤도훈의 물음에 따라 황보신혁은 그에게 어떻게 무구지의 큰 제자 무몽을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무몽은 일 년 내내 ‘역명각’에 자리 잡고 있는데 도운시 근교에 있는 ‘무하’라는 고진에 위치해있다.
오청산의 얼굴에 비분과 달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해졌다.“됐어. 그들 두 형제의 복수는 일단 잠시 내려놓기로 하지. 앞으로 다시는 언급하지 않도록 다들 주의해.”“네!”그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은둔 오씨 가문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서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결국 모두 이에 호응했다.은둔 오씨 가문은 포악하지만, 그들보다 약한 사람이나 가족에게만 그러한 것이다.가문 내의 양대 금단 강자가 선후로 불행을 당한 것을 보고 한가지 느낀 바가 있었다.윤도훈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세력은 감히 은둔 오씨 가문에서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이런 상황에서 제때 손실을 막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선택이다.“참! 관운 장로, 도운시로 가서 윤도훈을 만나보게. 가서 설명 잘하게. 청송장로가 그러한 선택을 한 건 오로지 청송장로 혼자만의 뜻이었다고. 청운장로 역시 사적인 원한을 갚고자 그러한 것이라고. 우리 은둔 오씨 가문과는 그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똑똑히 전하게.”오청산은 흰 수염 노인에게 분부했다.“네, 가주. 그렇게 하겠습니다.”흰 수염 노인이 공수하며 말했다.그날 밤.윤도훈은 율이를 재우고 나서 마당에서 다시 칼을 휘두르며 연습하기 시작했다.오늘 오청운이라는 금단 강자와 일전을 벌이면서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으니 말이다.이런 월등한 대적의 경험과 그런 압력 하에서만 생기는 심경은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귀중한 것이다.윤도훈은 당시의 상태, 그 전의, 그 용왕매진한 기세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쏴-이윽고 두 눈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쏘아나가더니 빙하용최검이 아주 정교한 궤적을 타고 베어 나갔다,그는 아무런 진기도 쓰지 않았고 단순히 육신의 힘으로 베었다.그러나 위력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았다.칼날이 지나가는 곳은 마치 어떤 특수한 힘에 의해 찢어진 것만 같았다.먼 곳의 석류나무 가지 하나가 보이지 않는 칼바람에 잘려 나갔으니 말이다.“이것은... ‘세’의 힘인가?”윤도훈은 흥분한 기색을 띠며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오늘 오청운과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