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이진희는 쫓고 쫓기는 두 개의 그림자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도훈 씨.”이진희는 전방에서 도망치는 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고서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이윽고 놀란 목소리로 그만 소리까지 지르고 말았다.“저 사람은 네가 찾는 사람이야? 쫓기고 있는 것 같은데? 위험해 보여.”악령의 주인은 그림자가 되어 덤덤하게 말했다.“알고 있어요.”이진희는 입술을 깨물었다.바보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윤도훈이 지금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도훈 씨를 쫓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굴까? 왜 도훈 씨가 도망가고 있는 거지? 당해낼 수 없어서 도망가는 걸까?’이진희는 한순간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져서 허둥지둥하기 시작했다.“좀 도와주고 싶지 않아?”“그럼, 전에 내가 말했었던 그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는 안색이 몇 번 바뀌었다.도망치고 있는 윤도훈을 한사코 쳐다보면서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바로 그때 가냘픈 몸이 움찔거리더니 윤도훈이 반나로에게 맞아 피를 뿜어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진희는 마침내 모든 몸부림과 망설임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도훈 씨 위험해!’‘내가 도와줘야 해!’지금 이진희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봤어?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어.”악령의 주인이 옆에서 이진희의 감정 기복을 지켜보더니 계속 옆에서 부채질을 했다.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악령의 주인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제 몸속으로 들어오면 정말로 저 사람 구할 수 있습니까?”“그쪽이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개혼체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영혼의 힘을 육신의 힘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었잖아.”“내 영혼은 비할 데 없이 강하거든. 네 몸속으로 들어가게만 한다면 넌 앞으로 원영 강자에 못지 않는 실력을 자아낼 수 있을 거야. 지금 뒤에서 쫓고 있는 저자의 실력도 겨우 원영 초기이니 그쪽에는 거뿐한 존재일 거야.”“그러니 걱정하지 마. 내가 너의 몸속으로 들
‘도망을 가?’공격이 먹히자 않고 오히려 거리만 벌어지자 반나로는 순간 꼭지가 돌아버렸다.속도를 높이면서 윤도훈을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나로이다.그는 초혼번을 등에 업고 두 손으로 결인을 하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윤도훈은 부상이 악화되는 것을 꾹꾹 참으면서 속도를 계속 폭발시키고 있었다.그러다가 갑자기 윤도훈의 안색이 확 변하게 되었다.“가!”뒤에서 반나로가 또다시 윤도훈을 밀쳐냈다.고대 문자는 천천히 보이지만 번개의 기세로 순식간에 윤도훈 몸 안으로 들어갔다.윙-쏜살같이 달아나던 윤도훈 문자들이 몸에 들어오는 순간 머리가 윙 해지고 말았다.의식이 순간적으로 잠깐 주춤하더니 실신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조용의 혼이 응집한 검혼의 근원이 아직 있기 때문에 윤도훈은 이겨낼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이 정신적인 차원의 공격은 윤도훈의 영혼에 더 큰 해를 끼치고 말았을 것이다.잠시 의식을 잃었던 윤도훈은 동작도 잠시 멈칫거리고 말았다.몸은 단지 관성 때문에 앞으로 십여 미터나 나갔고 그 뒤로 꼿꼿이 땅바닥에 쓰러졌다.그 상황을 본 반나로는 잔인한 웃음을 얼굴에 떠올리며 윤도훈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염하국 놈! 어디한 번 더 도망가 봐!”“죽어!”“널 죽이고 너의 영혼을 빼내어 백 년을 터울로 괴롭히고 말 것이야.”그러더니 힘을 모아 윤도훈의 머리를 향해 손바닥을 내리치며 살수를 가했다.그 순간 절묘한 그림자가 윤도훈 옆에 불쑥 나타났다.분노와 섬뜩함이 짙게 배어 있는 아름다운 눈으로 곧 출격할 반나로를 주시하고 있었다.“어라?”반나로는 잠시 멍해졌고 동작이 뜸해지자 갑자기 나타난 절색의 여인을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넌 누구냐?”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 사람 죽이고 싶어? 그럼, 네가 죽게 될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이진희는 바로 반나로를 향해 달려들었다.이내 차가운 얼굴로 말이다.반나로는 그 모습을 보고서 개의치 않아 했다.이진희에게서 그 어떤 강한 기운이나 웅혼한 진기의 파동을 전혀 느
이 악령의 소굴 공간에서 무적처럼 존재했던 반나로는 처음으로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을 느꼈다.‘너무 세!’‘보통 년이 아니야.’절대적인 실력에서는 절망감을 느낄 정도로 강했다.계속 손을 쓰겠다는 듯 자신의 뜻을 놓치지 않는 이진희를 반나로는 일그러진 얼굴로보면서 두 눈에 음흉한 빛이 감돌았다.“날 죽이려고? 쉽지 않을 텐데!”“악귀가 어떻게 혼을 갉아먹는지 한 번 느껴봐!”“가!”반나로가 으르렁거리자 손에 들고 있던 초혼번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일그러진 허영이 초혼번 안에서 튀어나와 이를 벌리고 이진희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보였다.이전에 경천위와 용검 특수 작전 부대의 전사들이 반나로의 마수에 걸려 영혼이 초혼번으로 뽑혔었다.윤도훈은 그 병사들의 육신을 조심스럽게 숨겨서 혼이 돌아오기를 바라기도 했었다.그러나 그 사람들의 영혼은 일찍이 인간성이 없는 반나라에 의해 연화되었고, 초혼번 안에 구속되어 이미 자신의 본래의 의식을 잃고 그의 통제를 받는 악령이 되었다.지금 이 순간 절대 실력으로 이진희에 맞설 수 없게 되자 반나로는 영혼의 공격을 총동원했다.흉악한 표정으로 악령이 이진희에게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날 죽이려고? 천만에! 난 무도 강자일 뿐 아니라 강한 혼수거든!’‘하하하! 죽어!’‘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영혼이 공격하면 어떻게 저항할 수 있겠어?’순간 윤도훈의 얼굴빛이 변하면서 공포의 빛이 짙게 드러났다.“여보, 조심해.”용안관천술을 구사한 그는 지난번 시왕을 간접적으로 멸망시켜 공덕을 쌓은 뒤 하늘의 눈을 연 셈이었다.두 눈은 용기를 부을 필요가 없고 항상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이때 윤도훈은 그 악령들이 갑자기 이진희를 향해 몰려가자 얼굴빛이 확 변했다.하지만 윤도훈과 반나로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건 이진희가 아무런 영향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반나로의 영혼 공격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무시해 버리는 것만 같았다.그뿐만 아니라 악령들이 침투하면서 이진희의
윤도훈의 온갖 의문에 이진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정말 전화위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여기 들어온 뒤, 어느 골짜기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약간의 잔혼이 깃든 해골 병사들을 만났어요. 그때 엄청나게 강한 영혼이 나타나서 해골들을 몰아내 주었죠. 그 영혼은 이곳을 악령의 소굴이라 부르더군. 그리고 자기를 악령의 주인이라고 했어요.”이쯤에서 이진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살짝 머뭇거리는 듯한, 아니면 뭔가 갈등을 겪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이진희가 다시 말을 이었다.“악령의 주인은 해골들을 몰아내 준 후, 저에게도 해를 끼치려고 했어요. 자신의 영혼체로 나에게 영혼 공격을 가해서 제 영혼을 삼키고 제 육신을 차지하려고 했죠.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오히려 내 영혼이 악령의 주인을 역으로 삼켜버린 거예요. 악령의 주인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개혼 체질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제 영혼 에너지를 제 육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갑자기 강해졌어요.”이진희는 말하며 무언가 당혹스러우면서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대충 이런 일이 있었어요.”이진희의 말을 듣고 윤도훈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어.”‘개혼 체질?’개혼 체질이라는 건 이진희도 몰랐고, 윤도훈이 용 모양 옥패의 전승을 받았음에도 전혀 알지 못했다.‘다른 영혼을 흡수해 자기 육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니. 이거 정말 엄청난 능력이잖아! 예상치도 못하게 내 아내가 이런 괴물이었단 말인가?’윤도훈은 이런 생각을 하며 약간 무력감과 부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윤도훈은 힘들게 수련해서 겨우 금단 초기에 도달했는데, 반나로 같은 원영 강자에게는 늘 쫓기기만 했던 이진희가 이 신비한 유적지에 잠깐 들어오더니 윤도훈보다 훨씬 강해진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윤도훈은 마음속에서 부러움과 질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어차피 이진희가 강해진 건 좋은 일이니 괜찮았다. 일찍 알았으면 이진희에게 영혼 공격을 조금 더 받게 했을 텐데. 그런데 다시
30초 후.펑-윤민기는 마치 엉망이 된 진흙 덩어리처럼 땅에 쓰러졌다. 그는 이제 사지가 전부 부러졌고, 온몸의 경락이 거의 끊어졌으며, 체내의 진기도 거의 모두 흩어져 버렸다. 완전히 저항할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이제 이진희가 윤민기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셈이었다. 윤도훈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여전히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는 이진희를 보며 마음속에서 묘한 불편함이 일었다. 믿기 힘들었다. 윤민기가 이렇게 이진희에게 당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이진희의 행동에서 보이는 잔혹함과 결단력에 윤도훈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윤도훈의 생각으로는, 갑자기 강해졌다고 해서 사람의 행동 방식이 그렇게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진희는 이전에 비록 암력의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람과 싸운 경험은 거의 없었다.그런 사람이 갑자기 강력한 힘을 얻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부드럽고 온화하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의 이진희는 매우 결단력 있고 강경하게 행동했다. 이전에 반나로를 죽일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때는 윤도훈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윤민기를 무력화시켰다.‘아마도 강력한 힘이 진희에게 자신감을 준 것일까? 혹은, 시율의 안전을 걱정해서 윤민기에 대해 본래부터 가득한 증오심 때문일까?’그런 이유도 충분히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이진희는 여전히 윤도훈에게 낯선 느낌을 주었다. 물론, 윤도훈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이진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윤민기 쪽으로 걸어갔다.한편 염하 서남쪽, 험준한 산맥의 외곽에 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는 바로 은둔한 윤씨 가문의 사골 장로가 외부에서 장기간 거주하던 곳이었다.이 마을은 한강 지역의 토착민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사골은 그가 익힌 뛰어난 부적술과 여러 신비로운 수법들로 인해, 여기서 사이비 종교와 유사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한 상태였다. 따라서 마을 주민들은 모두 사골을 신처럼 숭배
이때 사골의 얼굴에도 흥미로운 표정이 떠오르며, 몇 번 깔깔 웃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바로 이 꼬맹이지. 윤민기가 이 저주에 걸린 윤씨 가문의 배신자의 후손을 잡아왔다는 거야. 참으로 재밌군. 흐흐흐.” 사골은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눈빛에는 불길한 의도가 가득 차 있었다. “나쁜 놈들! 너희들 뭐 하려고 그래? 율이를 놔줘!” 사골의 섬뜩한 웃음에 율이의 두 눈은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찼다. “놔달라고? 그럼 너무 아깝잖아! 저주에 걸린 꼬마야, 너도 그렇고 네 아버지도 난 참 궁금해.”사골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사골은 차갑고 음산한 눈빛을 하고서 율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나쁜 늙은이, 뭐 하려고 그래? 오지 마! 율이를 괴롭히면 우리 아빠가 널 혼낼 거야!” 율이는 고작 다섯 살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렇게 무서운 미소를 짓는 사골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했다. “아빠? 그래서 네 아빠는 지금 어디 있는데? 네 아빠가 온다면 나는 대환영이지! 하하하.” 사골은 율이의 경고를 듣고는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다. 이윽고 사골이 손을 살짝 움직이자, 갑자기 이상한 힘이 율이에게 작용해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윤세영은 본능적으로 표정을 굳히며 긴장 해하고 있었다. 윤세영은 영혼 깊은 곳에서 윤도훈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다하고 있었기에, 윤시율이 사골의 손에 넘어갔을 뿐만 아니라 율이에게 뭔가를 하려는 것을 보니 걱정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사골 스승님, 이 꼬마를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윤세영은 뒤에서 다가와 사골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사골이 냉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율이에게 혼을 빼내는 술법을 써서, 율이 기억 속에서 용 모양 옥패의 흔적을 찾아볼 거야.” “네?”이 말을 듣고 윤세영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사골이 율이에게 혼을 빼내는 술법을 쓰려한다고?’ 혼을 빼내는 술법은 대상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술
“사골 스승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비록 한 번도 써본 적은 없지만, 이미 혼을 빼내는 술법에 대해 너무나도 익숙해요! 저도 한 번만 해보게 해주세요! 사골 스승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그 용 모양 옥패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윤도훈에게 계속 거짓 친절을 베풀어 왔어요. 마음속으로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요! 그러니 윤도훈의 딸에게 직접 혼을 빼내는 술법을 써서 제 속에 쌓인 울분을 풀게 해주세요!” 마지막 말을 할 때, 윤세영은 율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윤세영의 얼굴에는 독기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 이윽고 사골은 윤세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이 꼬맹이는 너에게 맡길게. 세영아, 마음껏 울분을 풀어라.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사골 스승님.” 윤세영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골은 윤세영을 못된 계집애라며 욕을 하면서도 웃음을 지었다. 한편, 윤세영은 다시 한번 사골을 유혹하며 애정을 표시한 후, 율이를 들어 올리고는 사골에게 다시 한번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사골 스승님, 혼을 빼내는 술법은 방해받으면 안 되니, 제가 이 꼬마를 지하실로 데려가겠습니다.” “그래, 가거라! 흐흐.” 사골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흔들며 허락했다.2분 후.작은 집의 지하 저장실에서 윤세영은 율이를 데리고 들어가 철문을 잠갔다. “나쁜 여자야, 날 놔줘! 아니면 물어버린다.”율이는 여전히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심지어 윤세영의 손목을 꽉 물었다. 그러나 윤세영은 근육을 다 풀고, 이를 악물고 꾹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율이에게 말했다. “율이야, 조용히 해! 내 말 좀 들어봐.”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의 율이는 윤세영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큰 눈에는 혼란스러움과 의심이 가득했다. 눈앞의 나쁜 여자를 바라보며 의문스럽게 쳐다보았다. “율이, 지금부터 바보인 척해야 해, 알겠어?” 율이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나쁜 여자, 그게 무슨 말이야? 바보인 척하라니?”
악령의 소굴에서 나온 사람은 윤도훈 셋뿐만이 아니었다. 나청현과 진석진을 포함한 이전에 들어갔던 전사들도 모두 여기에 나타났다. 물론, 이미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잠시 후, 캠프 안에서는 나청현, 백아름, 진석진, 조상승을 비롯한 전사들이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 앞에는 반나로에게 희생된 전사들의 옷이 놓여 있었고, 그 옷들은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악령의 소굴에서 직접 전송된 것이라, 전사들의 시신을 가지고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들의 옷을 태우며 그들을 기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추모했다.한 텐트 안에서! “당신 부하에게 전화해! 내 딸을 보여줘야겠어!” 윤도훈은 차가운 얼굴로 반쯤 무력해진 윤민기의 옷깃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윤민기는 지금 몸이 축 늘어져 있었고, 윤도훈과 이진희를 향해 쏘아보는 눈빛에는 미친 듯한 원망과 악의가 가득했다. “하하하, 네 딸을 보고 싶다고? 네 딸은 아마 이미 내 증조할아버지 손에 넘어갔을걸! 하하하.”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네 증조할아버지? 사골 말인가?” “맞아! 바로 은둔한 윤씨 가문의 사골 장로님이시지. 하하하. 네가 그걸 다 알다니? 보아하니, 윤보검 그 녀석이 정말 다 불었구나! 내가 사골의 증손자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니! 분명 너도 내 증조할아버지가 얼마나 강한 분이신지 알고 있겠지? 이진희가 나를 무력화시킨 건, 내 증조할아버지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 딸도 결코 좋은 꼴을 못 보게 될 거다. 하하하!” 윤민기는 눈을 부릅뜨고 히스테리컬하게 웃었다. 이를 들은 윤도훈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졌다.“말해! 네 증조할아버지의 전화번호!” 윤도훈은 핸드폰을 꺼내며 윤민기의 멱살을 잡고 차갑게 소리쳤다. “뭐, 네 딸과 나를 맞바꾸려는 거냐?” 윤민기는 비웃듯이 물었다. 비록 지금 윤민기는 포로 신세였지만, 더 오만해진 듯했다.바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