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이 대지 맥동을 일으키는 동안 반나로가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타서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대지 맥동에 갇히게 된 반나로는 도망치는 세 사람을 보고서 험상궂은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하찮은 염하국 놈들 수작 하나는 다양하네.”“그런다고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반나로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필경 원영 경지 강자이니 대지 맥동이 아무리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이윽고 그는 전력으로 움직여서 나청현과 백아름을 포기하고 윤도훈이 도망간 방향으로 달려갔다.지금 윤도훈에 대한 살의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반나로이다.얼굴에서부터 반신의 끔찍한 상처까지 모든 것이 윤도훈을 죽여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귀찮아질 일이 많으니 말이다.전력으로 도주 중인 윤도훈은 용기혼원대법으로 부상을 회복하면서 필사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그는 반나로가 분명 자기 쪽으로 쫓아올 거라고 짐작했고 절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따라서 나청현과 백아름을 향해 그렇게 고리를 친 것이었다.그들이 나서서 윤민기를 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그 외에 윤도훈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진희이다.유적지로 들어온 뒤 어디로 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윤도훈은 속으로 이진희에게 그 어떠한 위험도 없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여보야, 이번엔 나도 좀 힘들 것 같아...’윤도훈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어느 한 방향으로 도망쳐갔다.가능한 한 백아름과 나청현을 위해 도망갈 시간을 벌려고 말이다.뒤에는 반나로가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그는 윤도훈의 그림자와 숨결에 따라 미친 듯이 쫓아가고 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비록 두 사람은 하나의 경지를 두고 실력이 다르지만 뇌 속성을 지닌 윤도훈은 속도측면에서 반나로에게 뒤처지지 않았다.“빌어먹을 염하국 놈들! 상가견처럼 도망만 가다니!”반나로는 약간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하하, 그냥 개 산
여기에서 이진희는 쫓고 쫓기는 두 개의 그림자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도훈 씨.”이진희는 전방에서 도망치는 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고서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이윽고 놀란 목소리로 그만 소리까지 지르고 말았다.“저 사람은 네가 찾는 사람이야? 쫓기고 있는 것 같은데? 위험해 보여.”악령의 주인은 그림자가 되어 덤덤하게 말했다.“알고 있어요.”이진희는 입술을 깨물었다.바보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윤도훈이 지금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도훈 씨를 쫓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굴까? 왜 도훈 씨가 도망가고 있는 거지? 당해낼 수 없어서 도망가는 걸까?’이진희는 한순간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져서 허둥지둥하기 시작했다.“좀 도와주고 싶지 않아?”“그럼, 전에 내가 말했었던 그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는 안색이 몇 번 바뀌었다.도망치고 있는 윤도훈을 한사코 쳐다보면서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바로 그때 가냘픈 몸이 움찔거리더니 윤도훈이 반나로에게 맞아 피를 뿜어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진희는 마침내 모든 몸부림과 망설임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도훈 씨 위험해!’‘내가 도와줘야 해!’지금 이진희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봤어?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어.”악령의 주인이 옆에서 이진희의 감정 기복을 지켜보더니 계속 옆에서 부채질을 했다.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악령의 주인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제 몸속으로 들어오면 정말로 저 사람 구할 수 있습니까?”“그쪽이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개혼체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영혼의 힘을 육신의 힘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었잖아.”“내 영혼은 비할 데 없이 강하거든. 네 몸속으로 들어가게만 한다면 넌 앞으로 원영 강자에 못지 않는 실력을 자아낼 수 있을 거야. 지금 뒤에서 쫓고 있는 저자의 실력도 겨우 원영 초기이니 그쪽에는 거뿐한 존재일 거야.”“그러니 걱정하지 마. 내가 너의 몸속으로 들
‘도망을 가?’공격이 먹히자 않고 오히려 거리만 벌어지자 반나로는 순간 꼭지가 돌아버렸다.속도를 높이면서 윤도훈을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나로이다.그는 초혼번을 등에 업고 두 손으로 결인을 하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윤도훈은 부상이 악화되는 것을 꾹꾹 참으면서 속도를 계속 폭발시키고 있었다.그러다가 갑자기 윤도훈의 안색이 확 변하게 되었다.“가!”뒤에서 반나로가 또다시 윤도훈을 밀쳐냈다.고대 문자는 천천히 보이지만 번개의 기세로 순식간에 윤도훈 몸 안으로 들어갔다.윙-쏜살같이 달아나던 윤도훈 문자들이 몸에 들어오는 순간 머리가 윙 해지고 말았다.의식이 순간적으로 잠깐 주춤하더니 실신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조용의 혼이 응집한 검혼의 근원이 아직 있기 때문에 윤도훈은 이겨낼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이 정신적인 차원의 공격은 윤도훈의 영혼에 더 큰 해를 끼치고 말았을 것이다.잠시 의식을 잃었던 윤도훈은 동작도 잠시 멈칫거리고 말았다.몸은 단지 관성 때문에 앞으로 십여 미터나 나갔고 그 뒤로 꼿꼿이 땅바닥에 쓰러졌다.그 상황을 본 반나로는 잔인한 웃음을 얼굴에 떠올리며 윤도훈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염하국 놈! 어디한 번 더 도망가 봐!”“죽어!”“널 죽이고 너의 영혼을 빼내어 백 년을 터울로 괴롭히고 말 것이야.”그러더니 힘을 모아 윤도훈의 머리를 향해 손바닥을 내리치며 살수를 가했다.그 순간 절묘한 그림자가 윤도훈 옆에 불쑥 나타났다.분노와 섬뜩함이 짙게 배어 있는 아름다운 눈으로 곧 출격할 반나로를 주시하고 있었다.“어라?”반나로는 잠시 멍해졌고 동작이 뜸해지자 갑자기 나타난 절색의 여인을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넌 누구냐?”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 사람 죽이고 싶어? 그럼, 네가 죽게 될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이진희는 바로 반나로를 향해 달려들었다.이내 차가운 얼굴로 말이다.반나로는 그 모습을 보고서 개의치 않아 했다.이진희에게서 그 어떤 강한 기운이나 웅혼한 진기의 파동을 전혀 느
이 악령의 소굴 공간에서 무적처럼 존재했던 반나로는 처음으로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을 느꼈다.‘너무 세!’‘보통 년이 아니야.’절대적인 실력에서는 절망감을 느낄 정도로 강했다.계속 손을 쓰겠다는 듯 자신의 뜻을 놓치지 않는 이진희를 반나로는 일그러진 얼굴로보면서 두 눈에 음흉한 빛이 감돌았다.“날 죽이려고? 쉽지 않을 텐데!”“악귀가 어떻게 혼을 갉아먹는지 한 번 느껴봐!”“가!”반나로가 으르렁거리자 손에 들고 있던 초혼번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일그러진 허영이 초혼번 안에서 튀어나와 이를 벌리고 이진희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보였다.이전에 경천위와 용검 특수 작전 부대의 전사들이 반나로의 마수에 걸려 영혼이 초혼번으로 뽑혔었다.윤도훈은 그 병사들의 육신을 조심스럽게 숨겨서 혼이 돌아오기를 바라기도 했었다.그러나 그 사람들의 영혼은 일찍이 인간성이 없는 반나라에 의해 연화되었고, 초혼번 안에 구속되어 이미 자신의 본래의 의식을 잃고 그의 통제를 받는 악령이 되었다.지금 이 순간 절대 실력으로 이진희에 맞설 수 없게 되자 반나로는 영혼의 공격을 총동원했다.흉악한 표정으로 악령이 이진희에게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날 죽이려고? 천만에! 난 무도 강자일 뿐 아니라 강한 혼수거든!’‘하하하! 죽어!’‘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영혼이 공격하면 어떻게 저항할 수 있겠어?’순간 윤도훈의 얼굴빛이 변하면서 공포의 빛이 짙게 드러났다.“여보, 조심해.”용안관천술을 구사한 그는 지난번 시왕을 간접적으로 멸망시켜 공덕을 쌓은 뒤 하늘의 눈을 연 셈이었다.두 눈은 용기를 부을 필요가 없고 항상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이때 윤도훈은 그 악령들이 갑자기 이진희를 향해 몰려가자 얼굴빛이 확 변했다.하지만 윤도훈과 반나로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건 이진희가 아무런 영향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반나로의 영혼 공격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무시해 버리는 것만 같았다.그뿐만 아니라 악령들이 침투하면서 이진희의
윤도훈의 온갖 의문에 이진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정말 전화위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여기 들어온 뒤, 어느 골짜기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약간의 잔혼이 깃든 해골 병사들을 만났어요. 그때 엄청나게 강한 영혼이 나타나서 해골들을 몰아내 주었죠. 그 영혼은 이곳을 악령의 소굴이라 부르더군. 그리고 자기를 악령의 주인이라고 했어요.”이쯤에서 이진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살짝 머뭇거리는 듯한, 아니면 뭔가 갈등을 겪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이진희가 다시 말을 이었다.“악령의 주인은 해골들을 몰아내 준 후, 저에게도 해를 끼치려고 했어요. 자신의 영혼체로 나에게 영혼 공격을 가해서 제 영혼을 삼키고 제 육신을 차지하려고 했죠.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오히려 내 영혼이 악령의 주인을 역으로 삼켜버린 거예요. 악령의 주인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개혼 체질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제 영혼 에너지를 제 육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갑자기 강해졌어요.”이진희는 말하며 무언가 당혹스러우면서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대충 이런 일이 있었어요.”이진희의 말을 듣고 윤도훈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어.”‘개혼 체질?’개혼 체질이라는 건 이진희도 몰랐고, 윤도훈이 용 모양 옥패의 전승을 받았음에도 전혀 알지 못했다.‘다른 영혼을 흡수해 자기 육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니. 이거 정말 엄청난 능력이잖아! 예상치도 못하게 내 아내가 이런 괴물이었단 말인가?’윤도훈은 이런 생각을 하며 약간 무력감과 부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윤도훈은 힘들게 수련해서 겨우 금단 초기에 도달했는데, 반나로 같은 원영 강자에게는 늘 쫓기기만 했던 이진희가 이 신비한 유적지에 잠깐 들어오더니 윤도훈보다 훨씬 강해진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윤도훈은 마음속에서 부러움과 질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어차피 이진희가 강해진 건 좋은 일이니 괜찮았다. 일찍 알았으면 이진희에게 영혼 공격을 조금 더 받게 했을 텐데. 그런데 다시
30초 후.펑-윤민기는 마치 엉망이 된 진흙 덩어리처럼 땅에 쓰러졌다. 그는 이제 사지가 전부 부러졌고, 온몸의 경락이 거의 끊어졌으며, 체내의 진기도 거의 모두 흩어져 버렸다. 완전히 저항할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이제 이진희가 윤민기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셈이었다. 윤도훈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여전히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는 이진희를 보며 마음속에서 묘한 불편함이 일었다. 믿기 힘들었다. 윤민기가 이렇게 이진희에게 당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이진희의 행동에서 보이는 잔혹함과 결단력에 윤도훈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윤도훈의 생각으로는, 갑자기 강해졌다고 해서 사람의 행동 방식이 그렇게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진희는 이전에 비록 암력의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람과 싸운 경험은 거의 없었다.그런 사람이 갑자기 강력한 힘을 얻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부드럽고 온화하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의 이진희는 매우 결단력 있고 강경하게 행동했다. 이전에 반나로를 죽일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때는 윤도훈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윤민기를 무력화시켰다.‘아마도 강력한 힘이 진희에게 자신감을 준 것일까? 혹은, 시율의 안전을 걱정해서 윤민기에 대해 본래부터 가득한 증오심 때문일까?’그런 이유도 충분히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이진희는 여전히 윤도훈에게 낯선 느낌을 주었다. 물론, 윤도훈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이진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윤민기 쪽으로 걸어갔다.한편 염하 서남쪽, 험준한 산맥의 외곽에 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는 바로 은둔한 윤씨 가문의 사골 장로가 외부에서 장기간 거주하던 곳이었다.이 마을은 한강 지역의 토착민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사골은 그가 익힌 뛰어난 부적술과 여러 신비로운 수법들로 인해, 여기서 사이비 종교와 유사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한 상태였다. 따라서 마을 주민들은 모두 사골을 신처럼 숭배
이때 사골의 얼굴에도 흥미로운 표정이 떠오르며, 몇 번 깔깔 웃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바로 이 꼬맹이지. 윤민기가 이 저주에 걸린 윤씨 가문의 배신자의 후손을 잡아왔다는 거야. 참으로 재밌군. 흐흐흐.” 사골은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눈빛에는 불길한 의도가 가득 차 있었다. “나쁜 놈들! 너희들 뭐 하려고 그래? 율이를 놔줘!” 사골의 섬뜩한 웃음에 율이의 두 눈은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찼다. “놔달라고? 그럼 너무 아깝잖아! 저주에 걸린 꼬마야, 너도 그렇고 네 아버지도 난 참 궁금해.”사골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사골은 차갑고 음산한 눈빛을 하고서 율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나쁜 늙은이, 뭐 하려고 그래? 오지 마! 율이를 괴롭히면 우리 아빠가 널 혼낼 거야!” 율이는 고작 다섯 살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렇게 무서운 미소를 짓는 사골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했다. “아빠? 그래서 네 아빠는 지금 어디 있는데? 네 아빠가 온다면 나는 대환영이지! 하하하.” 사골은 율이의 경고를 듣고는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다. 이윽고 사골이 손을 살짝 움직이자, 갑자기 이상한 힘이 율이에게 작용해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윤세영은 본능적으로 표정을 굳히며 긴장 해하고 있었다. 윤세영은 영혼 깊은 곳에서 윤도훈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다하고 있었기에, 윤시율이 사골의 손에 넘어갔을 뿐만 아니라 율이에게 뭔가를 하려는 것을 보니 걱정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사골 스승님, 이 꼬마를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윤세영은 뒤에서 다가와 사골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사골이 냉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율이에게 혼을 빼내는 술법을 써서, 율이 기억 속에서 용 모양 옥패의 흔적을 찾아볼 거야.” “네?”이 말을 듣고 윤세영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사골이 율이에게 혼을 빼내는 술법을 쓰려한다고?’ 혼을 빼내는 술법은 대상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술
“사골 스승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비록 한 번도 써본 적은 없지만, 이미 혼을 빼내는 술법에 대해 너무나도 익숙해요! 저도 한 번만 해보게 해주세요! 사골 스승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그 용 모양 옥패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윤도훈에게 계속 거짓 친절을 베풀어 왔어요. 마음속으로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요! 그러니 윤도훈의 딸에게 직접 혼을 빼내는 술법을 써서 제 속에 쌓인 울분을 풀게 해주세요!” 마지막 말을 할 때, 윤세영은 율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윤세영의 얼굴에는 독기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 이윽고 사골은 윤세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이 꼬맹이는 너에게 맡길게. 세영아, 마음껏 울분을 풀어라.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사골 스승님.” 윤세영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골은 윤세영을 못된 계집애라며 욕을 하면서도 웃음을 지었다. 한편, 윤세영은 다시 한번 사골을 유혹하며 애정을 표시한 후, 율이를 들어 올리고는 사골에게 다시 한번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사골 스승님, 혼을 빼내는 술법은 방해받으면 안 되니, 제가 이 꼬마를 지하실로 데려가겠습니다.” “그래, 가거라! 흐흐.” 사골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흔들며 허락했다.2분 후.작은 집의 지하 저장실에서 윤세영은 율이를 데리고 들어가 철문을 잠갔다. “나쁜 여자야, 날 놔줘! 아니면 물어버린다.”율이는 여전히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심지어 윤세영의 손목을 꽉 물었다. 그러나 윤세영은 근육을 다 풀고, 이를 악물고 꾹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율이에게 말했다. “율이야, 조용히 해! 내 말 좀 들어봐.”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의 율이는 윤세영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큰 눈에는 혼란스러움과 의심이 가득했다. 눈앞의 나쁜 여자를 바라보며 의문스럽게 쳐다보았다. “율이, 지금부터 바보인 척해야 해, 알겠어?” 율이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나쁜 여자, 그게 무슨 말이야? 바보인 척하라니?”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