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후.펑-윤민기는 마치 엉망이 된 진흙 덩어리처럼 땅에 쓰러졌다. 그는 이제 사지가 전부 부러졌고, 온몸의 경락이 거의 끊어졌으며, 체내의 진기도 거의 모두 흩어져 버렸다. 완전히 저항할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이제 이진희가 윤민기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셈이었다. 윤도훈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여전히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는 이진희를 보며 마음속에서 묘한 불편함이 일었다. 믿기 힘들었다. 윤민기가 이렇게 이진희에게 당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이진희의 행동에서 보이는 잔혹함과 결단력에 윤도훈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윤도훈의 생각으로는, 갑자기 강해졌다고 해서 사람의 행동 방식이 그렇게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진희는 이전에 비록 암력의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람과 싸운 경험은 거의 없었다.그런 사람이 갑자기 강력한 힘을 얻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부드럽고 온화하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의 이진희는 매우 결단력 있고 강경하게 행동했다. 이전에 반나로를 죽일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때는 윤도훈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윤민기를 무력화시켰다.‘아마도 강력한 힘이 진희에게 자신감을 준 것일까? 혹은, 시율의 안전을 걱정해서 윤민기에 대해 본래부터 가득한 증오심 때문일까?’그런 이유도 충분히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이진희는 여전히 윤도훈에게 낯선 느낌을 주었다. 물론, 윤도훈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이진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윤민기 쪽으로 걸어갔다.한편 염하 서남쪽, 험준한 산맥의 외곽에 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는 바로 은둔한 윤씨 가문의 사골 장로가 외부에서 장기간 거주하던 곳이었다.이 마을은 한강 지역의 토착민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사골은 그가 익힌 뛰어난 부적술과 여러 신비로운 수법들로 인해, 여기서 사이비 종교와 유사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한 상태였다. 따라서 마을 주민들은 모두 사골을 신처럼 숭배
이때 사골의 얼굴에도 흥미로운 표정이 떠오르며, 몇 번 깔깔 웃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바로 이 꼬맹이지. 윤민기가 이 저주에 걸린 윤씨 가문의 배신자의 후손을 잡아왔다는 거야. 참으로 재밌군. 흐흐흐.” 사골은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눈빛에는 불길한 의도가 가득 차 있었다. “나쁜 놈들! 너희들 뭐 하려고 그래? 율이를 놔줘!” 사골의 섬뜩한 웃음에 율이의 두 눈은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찼다. “놔달라고? 그럼 너무 아깝잖아! 저주에 걸린 꼬마야, 너도 그렇고 네 아버지도 난 참 궁금해.”사골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사골은 차갑고 음산한 눈빛을 하고서 율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나쁜 늙은이, 뭐 하려고 그래? 오지 마! 율이를 괴롭히면 우리 아빠가 널 혼낼 거야!” 율이는 고작 다섯 살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렇게 무서운 미소를 짓는 사골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했다. “아빠? 그래서 네 아빠는 지금 어디 있는데? 네 아빠가 온다면 나는 대환영이지! 하하하.” 사골은 율이의 경고를 듣고는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다. 이윽고 사골이 손을 살짝 움직이자, 갑자기 이상한 힘이 율이에게 작용해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윤세영은 본능적으로 표정을 굳히며 긴장 해하고 있었다. 윤세영은 영혼 깊은 곳에서 윤도훈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다하고 있었기에, 윤시율이 사골의 손에 넘어갔을 뿐만 아니라 율이에게 뭔가를 하려는 것을 보니 걱정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사골 스승님, 이 꼬마를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윤세영은 뒤에서 다가와 사골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사골이 냉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율이에게 혼을 빼내는 술법을 써서, 율이 기억 속에서 용 모양 옥패의 흔적을 찾아볼 거야.” “네?”이 말을 듣고 윤세영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사골이 율이에게 혼을 빼내는 술법을 쓰려한다고?’ 혼을 빼내는 술법은 대상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술
“사골 스승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비록 한 번도 써본 적은 없지만, 이미 혼을 빼내는 술법에 대해 너무나도 익숙해요! 저도 한 번만 해보게 해주세요! 사골 스승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그 용 모양 옥패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윤도훈에게 계속 거짓 친절을 베풀어 왔어요. 마음속으로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요! 그러니 윤도훈의 딸에게 직접 혼을 빼내는 술법을 써서 제 속에 쌓인 울분을 풀게 해주세요!” 마지막 말을 할 때, 윤세영은 율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윤세영의 얼굴에는 독기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 이윽고 사골은 윤세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이 꼬맹이는 너에게 맡길게. 세영아, 마음껏 울분을 풀어라.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사골 스승님.” 윤세영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골은 윤세영을 못된 계집애라며 욕을 하면서도 웃음을 지었다. 한편, 윤세영은 다시 한번 사골을 유혹하며 애정을 표시한 후, 율이를 들어 올리고는 사골에게 다시 한번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사골 스승님, 혼을 빼내는 술법은 방해받으면 안 되니, 제가 이 꼬마를 지하실로 데려가겠습니다.” “그래, 가거라! 흐흐.” 사골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흔들며 허락했다.2분 후.작은 집의 지하 저장실에서 윤세영은 율이를 데리고 들어가 철문을 잠갔다. “나쁜 여자야, 날 놔줘! 아니면 물어버린다.”율이는 여전히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심지어 윤세영의 손목을 꽉 물었다. 그러나 윤세영은 근육을 다 풀고, 이를 악물고 꾹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율이에게 말했다. “율이야, 조용히 해! 내 말 좀 들어봐.”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의 율이는 윤세영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큰 눈에는 혼란스러움과 의심이 가득했다. 눈앞의 나쁜 여자를 바라보며 의문스럽게 쳐다보았다. “율이, 지금부터 바보인 척해야 해, 알겠어?” 율이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나쁜 여자, 그게 무슨 말이야? 바보인 척하라니?”
악령의 소굴에서 나온 사람은 윤도훈 셋뿐만이 아니었다. 나청현과 진석진을 포함한 이전에 들어갔던 전사들도 모두 여기에 나타났다. 물론, 이미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잠시 후, 캠프 안에서는 나청현, 백아름, 진석진, 조상승을 비롯한 전사들이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 앞에는 반나로에게 희생된 전사들의 옷이 놓여 있었고, 그 옷들은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악령의 소굴에서 직접 전송된 것이라, 전사들의 시신을 가지고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들의 옷을 태우며 그들을 기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추모했다.한 텐트 안에서! “당신 부하에게 전화해! 내 딸을 보여줘야겠어!” 윤도훈은 차가운 얼굴로 반쯤 무력해진 윤민기의 옷깃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윤민기는 지금 몸이 축 늘어져 있었고, 윤도훈과 이진희를 향해 쏘아보는 눈빛에는 미친 듯한 원망과 악의가 가득했다. “하하하, 네 딸을 보고 싶다고? 네 딸은 아마 이미 내 증조할아버지 손에 넘어갔을걸! 하하하.”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네 증조할아버지? 사골 말인가?” “맞아! 바로 은둔한 윤씨 가문의 사골 장로님이시지. 하하하. 네가 그걸 다 알다니? 보아하니, 윤보검 그 녀석이 정말 다 불었구나! 내가 사골의 증손자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니! 분명 너도 내 증조할아버지가 얼마나 강한 분이신지 알고 있겠지? 이진희가 나를 무력화시킨 건, 내 증조할아버지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 딸도 결코 좋은 꼴을 못 보게 될 거다. 하하하!” 윤민기는 눈을 부릅뜨고 히스테리컬하게 웃었다. 이를 들은 윤도훈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졌다.“말해! 네 증조할아버지의 전화번호!” 윤도훈은 핸드폰을 꺼내며 윤민기의 멱살을 잡고 차갑게 소리쳤다. “뭐, 네 딸과 나를 맞바꾸려는 거냐?” 윤민기는 비웃듯이 물었다. 비록 지금 윤민기는 포로 신세였지만, 더 오만해진 듯했다.바로 그
율이가 무사하다는 소식에 윤도훈은 잠시 마음의 짐을 덜었다. “무슨 결정? 그쪽 상황은 어때?” 윤도훈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율이가 지금 사골의 손에 있다는 생각에 윤도훈의 가슴은 마치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했다.이윽고 윤세영이 낮은 목소리로, 이곳 상황과 윤도훈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율이야, 이리 와봐. 아빠가 너에게 할말이 있대. 한마디 할래?]윤세영은 윤도훈이 혹여나 자신을 믿지 않을까 두려워 율이를 불렀다. 한편, 바보인 척하고 있던 율이는 아빠라는 말에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윤세영이 휴대전화를 가까이 가져가자, 율이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전화기 너머에서 율이의 목소리를 들은 윤도훈은 온몸이 순간적으로 떨렸고, 얼굴에는 감격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잘했어, 율이 착하구나! 아줌마 말 잘 들어야 해. 꼭 바보인 척해야 한다, 알겠지?” 윤도훈은 율이에게 아주 엄격한 어조로 당부했다. [응! 알았어.]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대답했다. “좋아, 아가. 아빠가 가기 전까지 걱정하지 마. 아무 일 없을 거야. 이제 전화 아줌마에게 돌려줘.” 윤도훈이 말했다. 또한, 윤세영이 말한 내용을 듣고 나서, 시간이 많지 않음을 눈치챈 윤도훈은 율이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율이가 안전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영아, 고마워! 이제 짧게 말할게. 아까 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윤도훈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윤세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내가 사골에게 율이에게 혼을 빼내는 술법을 사용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반드시 사골에게 어떤 결과를 보여줘야 해. 즉, 사골이 의심하지 않고 율이에게 더 이상 해를 끼치지 않게 하려면, 사골에게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 같아.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그 말을 듣고 윤도훈의 얼굴은 여러 감정을 오갔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어.”
윤세영은 차가운 숨을 내쉬며,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놀란 듯 말했다. [주인님, 그렇게 말하면 용 모양 옥패가 사실 너에게 있다는 뜻이잖아. 그리고, 네가 그 능력을 얻었다는 것도...] “그래, 바로 그 뜻이야! 그대로 사골에게 전해.”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 윤세영은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주인님, 알겠어.]“응.”윤도훈이 대답했다.“됐다, 이렇게 하면 사골이 더 이상 내 딸을 건드리지 않겠지. 세영아, 내 딸을 부탁할게. 너에게 실망하는 일은 없길 바라.”[그래.]윤세영은 대답한 뒤, 잠시 고민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걱정하지 마. 나의 영혼은 너와 연결되어 있어.] 말을 마친 윤세영은 전화를 끊었다. 그 직후, 윤세영의 정교한 얼굴에 약간 자조적인 표정이 떠올랐다. 윤세영은 알고 있었다. 비록 지난번에 두 사람이 영혼 계약을 맺었지만, 윤도훈은 여전히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그리고 윤도훈이 이 엄청난 비밀을 윤세영에게 털어놓은 것은, 오직 율이 때문이다. 윤세영은 답답했다. 그러나 윤세영은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윤도훈에게 절대적인충성을 바치고 있었고, 단지 조금 비참하고 슬플 뿐이었다. “주인님, 실망시키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윤세영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다시 바보인 척하는 율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후 만일을 대비해, 자리에 앉아 공중을 향해 혼을 빼내는 술법을 사용하는 시늉을 하며, 일부러 특이한 진동을 만들어냈다.그 시각, 다른 한편에서. 통화를 마친 윤도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우울함과 무력함이 스쳤다. 윤세영에게 말한 것은, 곧 사골에게 용 모양 옥패가 윤도훈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며, 더 나아가 윤도훈이 그 전승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윤도훈은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율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
“지금은 괜찮다고? 하하하. 그 꼬맹이, 이제 내 증조할아버지 손에 넘어갔겠지? 너희들 생각해 봐. 내 증조할아버지가 너희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걸 알면, 네 딸에게 어떻게 할 것 같아? 하하하.” 이때 윤민기는 독기 어린 눈빛으로 이진희와 윤도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가 널 죽인다 해도, 사골이 당장 내 딸을 어쩌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계속 떠들어 봐! 내가 널 지금 당장 보내버릴 테니. 왜? 못할 것 같아?” 윤도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눈빛에 섬뜩한 살기를 담았다. 윤도훈이 윤세영을 통해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비밀을 사골에게 알린 이유는 오로지 율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윤민기가 분명 중요한 협상 카드이긴 하지만, 사골이 자신이 전승을 얻은 사실을 알게 되면, 지금 가장 중요한 협상 카드는 바로 윤도훈 자신이었다.“너.” 윤민기는 손발이 모두 이진희 때문에 부러졌기에 지금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게다가 윤도훈의 살기를 느꼈기에 윤민기는 가만히 있기로 했다. 잠시 후, 윤민기는 눈알을 굴리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너 같은 겁쟁이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거 같아? 네 딸과 나를 맞바꾸려고? 내 증조할아버지는 나를 굉장히 아끼셔. 네가 나한테 함부로 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나 있겠어?” 그러나 윤도훈은 비웃으며 대꾸하지 않았다. 그때 이진희가 다가와 윤민기를 기절시켰다. 이윽고 이진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도훈 오빠, 율이가 누구 손에 잡혀 있는 거에요? 위험해 보이는데 저랑 같이 가요. 나도 이제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강해졌어요.” 이진희의 진심 어린 말과 주저 없는 결단에 윤도훈의 가슴은 뭉클해졌다.그러나 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진희야,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넌 걱정하지 마.” 사실 이진희의 실력은 매우 강했다. 이진희의 능력은 원영 후기, 심지어 후기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였다. 윤세영의 말에 따르면, 사골의 실력은 원영 초기일 뿐이니 이진희가 더 강할지도 모
“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