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준의 말에 주란화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민준.”도민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좋은 마음에서 일깨워준 것인데 도민준한테 혼이 난 서준영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직접 당해보지 않고는 남의 말을 듣지 않을 사람인 것 같다. 주란화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준영아, 신경 쓰지 마. 민준이는 원래 성격이 저런 놈이야.”“아닙니다. 도민준 씨의 성격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웃음을 짓는 서준영을 보며 주란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맞은편에 있는 조현수를 쳐다보았다. 조현수도 주란화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돌려 이쪽으로 바라보았고 입안의 포도 씨를 뱉어내며 차갑게 웃었다.“봉문주, 오랜만이군.”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던 주란화는 그저 콧방귀를 뀌었다. 봉문과 청용회는 오랫동안 암투를 벌여왔고 예전에는 구역 다툼으로 크게 싸운 적도 있었다.강운시 9대 세력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마지막 거물이 링 위에 오르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링 위에 용 머리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을 쳐다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건넸다.“여 어르신.”그 순간, 관중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강운시 지하 세계의 일인자.”“여운택? 살아있었던 거야? 얼마 전에 죽었다는 소문이 돌지 않았어?”“하하, 소문일 뿐이야. 여운택이 살아있는 한 누가 감히 강운시에서 소란을 피워? 이렇게 나타난 건 각 세력 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겠지. 각 세력 간에 분쟁이 만만치 않은 것 같군.”여운택은 강운시 지하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강운시의 각 지하 세력을 조정해 온 유일한 사람이었다. 누구든지 여운택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고 감히 여운택에게 실례를 범한다면 그건 강운시 지하 세력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고 그들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운택이 손에 쥐고 있는 용 머리 지팡이는 신분과 지위를 상징한다.예전에는 정보가 발달하지 않아 이 결정권
주란화는 얼굴이 싸늘하게 변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뒤에 있던 도민준이 의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몸을 날려 링 위로 뛰어올라 조현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조현수, 당신 따위가 감히 우리 누님한테 큰소리를 쳐? 오늘 밤, 당신들의 청용회 구역을 모두 빼앗아 올 거야. 현가에서 실력 있는 자를 부르지 않았나? 당장 나오라고 해.”도민준은 거침없이 말을 내뱉으며 큰소리로 웃었다. 한편, 조현수는 도민준의 등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이내 옆에서 눈을 감고 있는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담무 형님, 부탁드립니다.”그 말에 담무는 천천히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인 뒤 링 위로 올라갔다.서준영은 맞은편에 있는 조현수와 담무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뭔가 수상쩍은 느낌이 든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란화를 향해 입을 열었다.“누님, 이 일은 왠지 수상한 것 같습니다. 조현수는 일부러 민준 씨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고 담무라는 저 사람은 매우 침착하고 신중해 보입니다. 걱정이...”서준영은 말끝을 흐렸고 주란화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너도 눈치챘어?”그녀는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고 서준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조현수는 이번에 단단히 준비하고 온 것 같아. 담무라는 자에 대해 자신만만한 것 같던데. 이따가 민준이 링 위에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준영이 네가 민준이의 목숨을 살려줘.”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는 한 도민준 씨는 별일 없을 겁니다.”말이 끝나자마자 링 위에 있는 두 사람은 결투를 벌였다. 링 아래에 있는 각 세력의 거물들은 두 사람을 지켜보며 수군대고 있었다.수련복을 입고 있는 범문의 여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옆에 있는 노인에게 물었다.“아저씨, 누가 이길 것 같아요?”노인은 실눈을 뜬 채 링 위에 있는 도민준과 담무를 쳐다보며 말했다.“도민준은 실력이 강하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 보통 내공 대성의 고수라도 도민준
도민준의 주먹은 맹렬하고 포악했고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기세였다. 그는 다리의 폭발력과 허리의 힘을 빌려 최대한 스피드를 올렸다. 그 주먹은 공기에 부딪히면서 엄청난 폭음을 냈다. 이는 주먹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링 아래에서 구경하는 사람 중, 무인들은 도민준의 주먹을 보고 안색이 돌변하였다.“강력해. 역시 봉문의 실력 1위야.”“그러게. 도민준의 실력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간 것 같아. 오늘 밤의 결투는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 확실치가 않군.”“청용회... 설마 또다시 지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는 현가의 고수까지 모셔 온 거 아닌가?”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고 있던 범문의 그 여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저씨, 도민준의 저 주먹이 정말 그리 강한 거예요?”구광모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아주 강해. 현장에 이 주먹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그 말에 그 여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때, 구광모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담무도 만만치 않아. 도민준의 이 주먹은 허탕 칠 가능성이 높지.”김남길도 도민준의 주먹에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크게 내색하지 않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맞은편의 담무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생사가 난무하는 이 링 위에서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도민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상대를 향해 필사적으로 돌진하였지만 담무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자신을 향해 오는 주먹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민준이 느닷없이 공격하는 모습을 본 순간 그는 얼굴이 굳어졌고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졌네.”도민준의 이 공격은 너무 성급했다. 상대방의 전술과 플레이 방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주먹을 날렸으니 이미 열세에 취한 것과 다름없었다.아무래도 상대를 너무 얕잡아 본 것 같다. 그 순간, 링
“오만하군.”도민준이 분노했다. 지금껏 아무도 감히 이렇게 자신을 얕잡아본 적이 없었고 담무가 처음이었다. 담무는 차갑게 웃었다.“죽고 싶다니 원하는 대로 해주지.”말이 끝나자마자 담무도 똑같이 주먹을 뻗었다.팔꿈치부터 무릎까지 모두 담무의 공격 무기가 되어 폭풍 같은 기세로 도민준을 향해 돌진했다. 도민준은 봉문 제일의 실력자답게 폭풍처럼 몰려오는 담무의 공격을 단호하게 막아냈다. 그러나 상황을 보면 도민준이 열세에 몰렸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곤경에 처하게 될 것 같았다.상대방의 권법은 포악하고 형체가 없어 종잡을 수가 없었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내공 대성의 고수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이었다.그의 팔과 다리는 이미 저린 상태였다. 담무는 범학문의 제자답게 호학 쌍형 권법을 다루는 것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았다.현장에 있던 무사들과 거물들은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뜨거운 열기에 취해있었다. 담무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고 도민준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도민준은 담무의 주먹에 의해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한쪽 난간에 세게 부딪힌 후에야 비로소 비틀거리는 몸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 순간, 도민준은 망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진짜 적수를 만난 것 같아 시합 전에 상대를 얕잡아 본 걸 약간 후회했다. 담무는 생각보다 실력이 강하고 까다로운 적수였다. 게다가 얼굴조차 붉히지 않고 담담한 그의 모습을 보면 아직 온 힘을 다 쓰지 않은 것 같다.링 아래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모두가 숨을 죽이고 링 위의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담무는 그들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만약 도민준이 지게 되면 그들이 등장할 차례가 오고 그럼 지게 될 것이 뻔한 일이었다. 오늘의 최후 승자는 정말 청용회란 말인가?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현수를 쳐다보았다.“어때? 내가 모셔 온 현가의 고수가 대단하지?”조현수는 다리를 꼬고 앉아
범문의 구광모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졌어. 이 싸움은 이 늙은이가 나선다 해도 이길 수 없어. 살아남는 것도 기적일 거야.”“도민준이 너무 성급했어. 이렇게 티 나는 트릭에도 걸려들다니.”“봉문에서 고수 하나를 잃겠구먼.”조현수는 담무가 나서자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형님! 저 새끼 죽여버려요.”주란화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받침대를 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를 질렀다.“민준아,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서.”패배를 인정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하지만 링 위에 선 도민준은 이미 눈에 뵈는 게 없었다.죽더라도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아! 오늘 링 위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누님께, 그리고 봉문에 누가 되지 않을 겁니다!”도민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랬다간 죽음뿐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앞으로 달려갔다.담무는 죽을 각오로 달려드는 도민준을 보며 하찮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죽을 각오로 달려들어? 아쉽네. 이 주먹 한 방이면 대가급 아래는 전부 말살이야.”말이 끝나기 바쁘게 담무의 주먹은 도민준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들었고 주먹 하나를 사이에 두고 멈췄다.구경꾼은 하나같이 한숨을 쉬며 차마 링을 쳐다보지 못했다.곧 벌어질 사태를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다.결과라면 담무의 주먹을 맞은 도민준이 심장 파열로 링 위에 죽는 것이라고 예상했다.“죽어라!”담무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뻗었다.절체절명의 순간 링 아래 서 있던 누군가가 신속하게 링 위로 올라갔다.담무의 주먹이 가슴에 닿으려는 찰나 그 누군가가 도민준을 밀쳐내고 손을 내밀어 담무의 주먹을 전혀 흔들림 없이 받아냈다.펑 하는 소리가 현장을 가득 메웠다.주먹과 손바닥이 부딪치면서 폭발음까지 들린 것이다.게다가 두 사람 사이에는 하얀 기류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두 사람이 서 있던 타일은 뿜어낸 내력으로 인해 2미터 정도 파열되어 있었다.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거물과 그들이 데려온 무술 유단자들이
담무는 미간을 찌푸리고 자기보다도 어린 서준영을 쳐다봤다.그가 날린 그 주먹을 막아내다니, 같은 경지에서는 마주친 적이 없었다.‘이 새끼, 실력이 장난 아닌데.’하지만 서준영 뒤에 서 있던 도민준이 오히려 서준영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준영 씨, 여기는 왜 올라온 거예요?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얼른 내려가요!”서준영은 도민준을 돌아보며 말했다.“민준 씨, 제가 상대할게요. 인제 그만 내려가서 쉬어요.”“준영 씨가요?”이를 들은 도민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더니 이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장난칠 때가 아니에요. 여기는 링이에요. 아이들 장난이 아니라고요. 이제 겨우 내공 소성인데 어떻게 버티려고 그래요? 그러다 다치지 말고 얼른 내려가요.”도민준은 마음이 급해졌고 화도 났다.서준영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도민준의 말에 링 아래 서 있던 구경꾼과 담무의 표정이 변했다.“뭐? 내공 소성밖에 안 되면서 링으로 올라갔다고? 진짜야?”“설마. 담무가 날린 그 주먹 내공 소성이 어떻게 막아?”“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내공 소성이 올라가서 개죽음당하는 거 빼고 뭐가 있다고.”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의심하면서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화를 내기도 했다.김남길도 도민준의 말을 듣고는 미간이 구겨졌다. 손에 든 부채를 톡톡 건드리더니 말했다.“그럴 리 없는데. 고작 내공 소성이라고? 담무의 주먹을 받아낼 정도면 최소 내공 대성일 텐데...”“형님, 저 새끼 혹시 일부러 실력을 숨긴 건 아니겠죠?”옆에 있던 심복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김남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그래, 담무의 주먹을 막아낸 건 그걸로 밖에 설명이 안 되겠네.”김남길은 멀지 않은 곳에 앉은 주란화를 바라보며 말했다.“주란화도 보통 인물이 아니야. 외부 지원을 부른 것도 모자라 타이밍 봐가면서 올리고.”한편, 범문 쪽.장우희가 눈이 휘둥그레서 물었다.“
이 말에 현장이 술렁였다.구경꾼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와 대박,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허세도 저런 허세가. 그러다 가랑이 째지겠네. 도민준도 담무를 이겨내지 못하는데 저 사람은 택도 없지.”“담무 손에 죽은 내공 대성이 수도 없이 많은데, 같은 경지에서는 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지정된 구역에 앉은 각 세력의 거물과 그들이 데려온 무술 유단자도 다들 고개를 저으며 서준영을 비웃었다.“이 새끼 허세에 찌들었구나. 꼭 저런 놈들이 결국 죽던데.”“아까 담무가 전부의 실력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도민준을 완승했단 말이야. 그러니 담무의 진짜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이미 어느 정도 증명이 된 거지.”“담무는 이미 대가급 이하에서 으뜸가는 고수야. 저 사람 저렇게 올라가면 그냥 개죽음당하는 거지.”범문 구역에 앉은 장우희도 서준영의 말을 듣더니 예쁜 미간을 구기며 싸늘하게 말했다.“흥, 저 자식 정말 너무 설치네. 담무가 만만한 상대도 아니고.”옆에 있던 구광모도 표정이 어두웠다. 그조차도 지금 링 위에 있는 두 사람의 실력이 누가 우위인지 보아낼 수 없었다.문제는 서준영이 너무 갑툭튀라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젊은이를 본 적이 없기에 어떤 실력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밑에 앉아 있는 도민준도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준영 씨, 너무 허세 부리는 거 아니야?”주란화가 그런 도민준을 째려보자 도민준은 자기가 말을 잘못했음을 알아챘다.한편, 조현수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링 위에 있는 서준영을 바라보더니 주란화에게 말했다.“봉문주님, 봉문주님도 외부 지원을 불렀네요. 아주 재밌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봉문주님이 스폰하는 기생오라비인 줄 알겠어요.”주란화가 싸늘한 눈빛으로 조현수를 힐끔 쳐다보더니 대꾸하지 않았다.조현수는 주란화가 자기를 무시하자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링 위에 서 있는 서준영을 비웃었다.“야 이 새끼야! 충고하는데 죽고 싶지 않으면 덤비지 마.”서준영이 조현수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말
처음에 사람들은 서준영을 하찮게 생각하면서 재롱을 떠는 거라고 생각했다.백호권은 범학문의 범학양형권법에서도 제일 포악한 호권(虎拳) 중 하나였다.일반적으로 나오기만 하면 거의 모두를 압도하는 폭발적인 힘이었다.현장에서 담무의 백호권을 막을만한 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사람들은 서준영이 선보인 백호권을 보고 넋을 잃었다.이건 범학문에서 외부인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던 그 비법 아니었던가. 그런 비법을 서준영이 부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설마 현장에서 배운 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들었다.서준영이 무학면에서의 조예는 전무후무했다.게다가 서준영이 선보인 백호권은 아는 사람은 한눈에 담무보다 순도가 높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폭발력으로 보나 응집력으로 보나 아니면 실속으로 보나 모두 담무가 선보인 백호권보다 레벨이 많이 높았다.심지어 담무가 선보인 백호권은 서준영 앞에 서자 초등학생이 힘 겨루기하는 것처럼 우습기 그지없었다.그리고 제일 놀라운 건 서준영이 여섯 겹의 진기를 뭉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범학문 수장보다도 한 겹 더 많았다.믿을 수 없었다.순간 담무의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어떻게 된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서준영이 백호권을 휘두르는 순간 마치 그 시대를 대표하는 대가 같았다. 혹은 백호권을 만든 창시자처럼 여유작작하고 풍미가 다분했다.담무는 범학문 대 제자였기에 순도 백 퍼센트의 범학양형권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가 진기로 뭉쳐서 만든 백호권은 오히려 아마추어 서준영보다 레벨이 몇 개나 더 낮았다.“내가 말했죠. 당신이 선보인 백호권은 사짜라고.”“내가 보여준 백호권이야말로 진짜예요.”서준영은 주먹을 허리춤에 바짝 갖다 대고 휙 당겼다. 그러자 주먹에 뭉친 두 개의 백호 대가리에 두 마리의 용이 생겼다. 매우 거대했고 무서웠다.백호권의 최종 오의는 범을 용으로 만드는 것이었다.서준영의 주먹에 생긴 백호는 분명 범의 대가리를 하고 있었지만 용의 몸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