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용도 똑같이 얼굴을 굳히고는 불같이 호통쳤다.“닥쳐!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고현술사를 의심해?”“아빠가 불러온 사람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쫓아냈을 거야.”행오술사도 옆에서 비웃으며 맞장구를 쳤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풍수지리가 뭔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조금 안다고 설치는 꼴이라니, 이런 사람은 따끔하게 혼내주고 내쫓아야 하는 건데.”최요섭이 다급하게 설명했다.“고현술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서 선생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풍수지리를 조금 알긴 하는데 일단 들어보는 게 어떨지요?”고현술사의 얼굴이 순간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몸을 일으키며 총채를 흔들었다.“최 실장님, 지금 이 늙은이를 무시하는 겁니까? 이 늙은이가 지금까지 살면서 보아온 풍수지리와 제거한 살기가 이놈이 먹은 쌀보다 많을 겁니다.”서준영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예의는 제쳐두고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먹은 쌀보다 많다고? 아닐 텐데. 내가 먹은 쌀이 아마 당신이 살아온 날보다 많은데 꿈에서도 풍수지리를 보고 살기 제거를 했다는 말인가?”“너 이 빌어먹을 새끼, 이 늙은이를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의심해?”고현술사가 얼굴을 붉히며 불같이 화를 냈다.“그래, 내가 본 풍수지리가 틀렸다고 하는데 들어나 보자. 무슨 문제가 더 남았다는 거야?”서준영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관우상에 문제가 있는 건 맞아요. 근데 다른 문제가 더 시급해요. 그 문제는 아마 마당에 있을 거예요.”“아까 안으로 들어올 때 마당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살기를 느꼈어요.”“저도 관우상에서 나온 살기인 줄 알았는데 아까 관찰하니 관우상은 내부만 영향 주고 있었고 마당 안의 살기는 관우상이 뿜어내는 게 아니었어요.”“고현술사는 아까 마당을 지나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건가?”고현술사가 이를 듣더니 멈칫했다.사실 마당으로 들어올 때 고현술사도 이를 느꼈다. 하지만 아까 거실 중앙에 놓여있는 관우상을 보고 자연스럽게 관우상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서
사람들은 서준영 뒤를 따라 마당으로 나왔다. 다들 그가 무슨 꿍꿍이인지 구경하려는 듯했다.행오술사가 서준영을 비웃으며 말했다.“서준영, 허세 그만 부려. 우리 사부님 한 번도 풍수지리를 잘못 본 적 없어. 감히 우리 사부님에게 도전을 건 사람은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야.”“행오술사님 말이 맞아요. 고현술사와 풍수지리를 비길 수 있는 사람은 없지.”최지용은 행오술사를 따라서 고현술사에게 아부하며 서준영에게 소리를 질렀다.“야 이 새끼야, 그냥 얼른 고현술사한테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이따 흑역사 추가돼서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말고.”최지용은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아빠가 데려온 서준영을 못마땅해했다.천하의 사기꾼 같았고 다른 사람과 짜고 최요섭을 속이려고 한다고 생각했다.옆에 서 있는 최요섭은 주저하면서도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왜냐하면 최요섭은 마음속으로 서준영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다. 그날 그의 목숨을 구해줬으니 말이다.그리고 그 살을 피하는 벽사부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요 며칠 최요섭은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었다. 며칠 전 느끼던 답답함과 벌렁거림, 그리고 누군가 자기를 주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말끔히 사라졌다.“서 선생, 아니면 여기서 멈추는 게 어때요? 뭐니 뭐니 해도 고현술사는 강운시 풍수지리협회 명예 회장이고 봤던 풍수에 문제가 생긴 적 없거든요.”최요섭이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아니면 제가 고현술사께 청을 드려볼까요, 그럼 그냥 사과하고 끝날 거 같은데.”사무직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최요섭은 당연히 일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서준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최 실장님, 제가 왔으니 꼭 문제를 해결해 드려야죠.”“어떤 영감탱이처럼 이기적이진 않아요. 고작 그런 풍수지리 판단 능력으로 강운시 풍수지리협회 명예 회장이라니, 내가 봤을 땐 그 풍수지리협회도 문 닫을 때 된 거 같네요.”서준영은 고현술사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을 다 했다.이 말에 고현술사는 바로 수염이 파르르 떨리
“아빠! 진짜 미쳤어요?”최지용이 소리를 질렀다.“저는 사람 안 부를래요. 부르시려면 직접 부르세요.”최요섭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그동안 행오술사는 계속 서준영을 비웃었다.“서준영, 그래 한번 보자. 이 담장에서 뭐가 나오는지.”고현술사도 난감한 표정이었다.서준영이 이 담장에 문제가 있다고 할 때부터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도 이 담장에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저 이 담장을 세운 곳이 좋지 않아 풍수지리에 조금 영향을 끼칠 뿐 서준영이 말한 것처럼 담장 안에 문제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설마 이 자식이 정말 뭐라도 보아낸 걸까?’십분도 지나지 않아 몇몇 인부가 큰 망치를 들고 왔다.최요섭이 물었다.“서 선생, 어디를 부수면 되나요?”서준영이 고민하더니 한 곳을 짚으며 말했다.“먼저 이쪽을 부수십쇼.”순간 인부들이 쾅쾅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5분 뒤, 서준영이 말한 곳은 이미 다 부셨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행오술사가 펄쩍 뛰면서 서준영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하하하, 미친놈, 내가 너 헛소리 했을 줄 알았어. 벽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래. 봐, 얼마나 깨끗해.”“최 실장님, 지금은 제 말 믿으시는 거죠? 저 새끼 그냥 천하의 사기꾼이에요.”최지용도 차가운 얼굴로 비웃었다.“이 담장 내가 1,000만 원 주고 쌓은 거야. 근데 부셨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네? 그럼 배상해야지.”고현술사도 한시름 놓고는 실눈을 뜬 채 수염을 만지작거렸다.‘역시, 내가 너무 걱정했군. 이렇게 젊은 놈이 풍수지리에서 나보다 뛰어날 리가 없잖아? 무조건 허세야.’최요섭의 표정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서 선생, 계속 부셔야 하나요... 그냥 이쯤에서 그만두죠.”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기가 짚은 곳에서 아무 물건도 나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이내 그는 이 담장을 에워싸고 돌며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고는 방안에 모셔둔 관우상과 각도를 이룬 포인트에 살이 깃든
그 말에 인부들이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멀리 비켜섰다.최요섭도 긴장해서 얼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서 선생, 이게 뭔가요? 그렇게 무서운 물건이에요?”서준영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눈썹을 추켜세우며 표정이 안 좋은 고현술사를 쳐다봤다.“고현술사, 이게 뭔지 당신도 알지?”고현술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한마디 뱉어냈다.“향서의 시체를 모시는 주술 양시술이군. 주술이 성공하면 주인집 모두가 죽는 주술이야. 일단 시작하면 무조건 죽는 음습한 주술이지.”“이 주술을 놓은 자는 최 실장님 가족을 모조리 죽이려는 사람이에요... 정말 악독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네요.”이 말을 들은 최요섭과 최지용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식은땀을 흘렸다.집안 모두가 죽는다고... 누가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한 걸까?고현술사의 말에 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고현술사도 능력은 좀 있네. 아쉽게도 집 안에 있는 관우상에 현혹되어 진짜 문제가 어디 있는지 보아내지 못했지만 말이야.”“고현술사, 정말 늙은 거야? 아니면 능력은 그 정도인데 명예만 추구하는 거야?”“그게...”고현술사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뻘쭘해했다.옆에서 듣던 행오술사가 갑자기 큰소리로 호통쳤다.“건방진 자식, 네가 감히 우리 사부님을 능멸해? 사부님은 보아내지 못한 게 아니라 실수로 놓쳤을 뿐이야. 시간만 더 주면 반드시 문제의 핵심이 뭔지 찾았을 거라고.”“행오야, 됐어. 이제 그만해. 그냥 이 늙은이가 능력이 안 돼서 진 거야.”고현술사가 한숨을 내쉬더니 자세를 낮추고는 손을 모아 인사했다.“서 선생, 이 늙은이의 인사를 받아주세요. 서 선생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이 늙은이는 강운시 풍수지리협회에서 탈퇴하고 강운시 풍수지리와 관련된 일은 더 이상 묻지 않을 예정입니다.”이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강운시 풍수지리협회의 명예회장인 고현술사가 서준영에게 허리를 숙여 사부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서준영은 고개를 젓더니 앞으
행오술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한참을 망설이더니 두 손을 모으며 자세를 숙였다.“사조님께 인사 올립니다.”서준영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난 너처럼 쓸모없이 게으름만 피우는 사손 둔 적 없어.”“너 진짜!”행오술사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준영이 행오술사에게 말했다.“풍수지리협회 회장은 됐습니다. 저는 어디 제한받는 게 싫습니다. 마음만 받을게요.”고현술사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지금부터 강운시 풍수지리 쪽은 서 선생을 사부님으로 모실 겁니다.”서준영은 그저 웃었다. 그는 이런 타이틀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최요섭을 돌아보며 말했다.“최 실장님,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근데 유의하셔야 할 게 있어요. 저 담장을 쌓은 사람, 많이 수상합니다.”최요섭이 멈칫하더니 순간 서준영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는 얼굴을 굳히고는 말했다.“서 선생,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가서 조사해 볼게요.”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는 군말 없이 최요섭의 집에서 나왔다.별장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받고 주병곤이 사람을 시켜 다시 짓고 있다. 하여 서준영은 당분간 호텔에서 지내야 했다.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서준영은 소강혁의 기사 김재민의 전화를 받았다.“서 선생님,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 드립니다. 평안 부적은 완성되었나요?”김재민이 웃으며 공손하게 물었다.“와서 가져가세요. 거의 완성됩니다.”서준영이 웃으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김재민이 대답했다.서준영은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가 부적 종이와 개의 검은 피를 사서 호텔로 돌아와 일고여덟 장의 평안 부적을 그렸다.평안 부적을 마침 다 그렸는데 김재민이 도착했다.“서 선생님, 안녕하세요.”김재민이 예의를 차리며 스위트룸으로 들어왔다.서준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평안 부적 두 장을 김재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부국장님과 김 기사님께서 한 장씩 몸에 지니고 다니셔야 합니다. 저번에 드린 것보다
12시에 세 여자와 영화 보기로 약속한 서준영은 지금 마음이 너무 초조하다.하연우는 절대 거절할 수가 없는 사람이고, 누님은 너무 기가 세서 거절할 기회조차 없었고, 또 한설아는... 거절해도 무방할 것 같으면서도 지금 하연우와 같이 작업하고 있는데 거절했다가 하연우가 새로 프로모션하는 일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거절을 못 했다.‘아악.’여자가 많아서 고민하고 머리가 아픈 날이 올 줄은 서준영 자신도 전혀 몰랐다. ‘이게 다 너무 잘생겨서 그런가?’서준영은 특별히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 거울로 상태를 확인해 보았고, 본인이 봐도 확실히 잘생긴 모습이긴 했다.‘에잇, 몰라, 상황 보면서 행동하면 되겠지. 뭐’그러고는 호텔로 들어가 쉬기 시작한 서준영.오후가 되어 호텔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고 있는데 두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고 그들은 그나마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서준영 씨, 맞죠?”“네.”서준영이 대답했다.“정문주 님께서 부르십니다.”다가온 이가 덤덤하게 말했다.생각 밖으로 정문주라는 사람이 자신의 정보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서준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너무 손바닥 안에 둔 마냥 어디에 있는지, 어디서 밥을 먹고 있는지까지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가시죠.”서준영은 일어나서 두 사람을 따라 차에 몸을 실었고 독채 별장에 도착했다.별장에 들어서자 그는 거실 안에 감도는 몇 가닥의 기운이 느껴졌고 순식간에 본인한테 집중되었다. 그중의 기운 하나는 정청운임이 분명했다. 그런 대가의 위압감은 어젯밤과 똑같았다. 소파에는 손에 지팡이를 든 노인이 앉아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서준영을 아래위로 살펴보았다. “이분이 서준영 씨인가 보네요.”유영식은 이때 일어나서 꽤 겸손한 투로 웃으며 말했다.서준영도 우물쭈물하지 않고 바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제가 서준영입니다만, 누구신지?”“아, 유영식이라 해요. 한중에서 의술의 길을 걷고 있지요. 준영 씨의 은용 봉인 침술을 본 뒤로 바로 정문주를 따라
서준영은 눈살을 찌푸리나 싶더니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어찌 정문주 님께서는 내뱉으신 말을 지키지 않으시려는 건지?”정청운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문주로서 나는 아직 내공 대성인 이들과는 승강이를 버리지 않아.”“그럼 정문주 님께서 어쩐 연유로 이러시는 건지요?”서준영은 태연하게 물었다. 정청운은 뒷짐을 지고 안하무인의 자태로 답했다.“우리 청양파 객경 의관으로 두고 싶은데, 청양파 앞으로 모든 의료 업무를 책임지는 권한과 같이. 푸대접은 하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말게나. 연봉 20억, 어때?“말을 끝으로 정청운은 당연히 서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 모아 합장하며 감사해하며 제안을 받아들일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그의 예상을 깨고 서준영은 동의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짓고 말했다.“청양파의 객경 의관이요? 청양파의 모든 의료 사무를 책임지는데 연봉이 20억이라고요? 정문주 님,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아니면 저를 너무 없이 보셨나 봐요. 제가 대충 정제한 원기단만 해도 연간 50억 남는 장사인데...”그 말에 정청운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서준영을 유심히 살폈다. 되려 옆에 있던 유영식이 흥분하며 일어서서 의아한 표정으로 서준영을 보며 물었다.“원기단이 준영 씨가 만든 건가요.”“맞아요...”서준영은 대범하게 사실을 인정했다. 순간, 유영식은 매우 놀라 하며 감탄에 마지않아 고개를 마구 저으며 말했다.“대단해, 대단해요. 원기단은 나도 조금은 연구했었는데. 약재는 간단한데 융합해서 특수한 정제 수단을 거치면, 전례 없는 원기를 돕고 피로를 풀어주고 거기에 장수 효과까지 갖게 되는 약. 무예를 익힌 사람들에게 더욱 큰 도움을 주는 보신 약이죠. 요 앞서 원기단을 강운 어느 고수가 정제한다고 들어서 찾아 만나고 싶었어요. 뜻밖에도 이렇게 준영 씨 일 줄은 몰랐네요. 정말 영웅 소년이 맞네, 맞아. 대단해요. 이래보면 준영 씨가 의술하고 약리학 쪽으로는 이 늙은이보다 좋네요.”유영식은 숨김없는 감탄과 아
원기단을 얻는다는 건 다 노인네한테 있어서 장생불로는 아니더라도 생명을 반년 정도 연장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었다.‘세월을 더 살고 싶은 건가?’한쪽에 있던 정청운은 서준영의 말을 듣고 샘나듯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도 원기단을 몹시 원했지만 가호가 있는 그로서는 창피하게 서준영에게 약을 구하겠다고 빌 거나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서준영은 정청운의 꼬여있는 안색을 보고 무슨 고민에 잠겼는지 바로 알아챘다.“정문주 님, 원하시면 말씀하세요. 이제 원기단이 나오면 제가 세 개 정도는 팔아 드릴 수 있어요.”판다는 말이 아주 딱 적당하게 정청운이 난처하지도 않고 원기단을 얻을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줬다. 정청운은 즉시 쌀쌀맞은 투로 말했다.“준영 씨가 나한테 판다고 하면 사줄 의향은 있네.”이 말을 들은 서준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정청운 이 사람 은근히 교만함이 몸에 배어있어. 누구한테 자세를 낮출 인물이 아니네.’이어서 정청운이 말했다.“서준영 씨, 나의 제안을 생각해 보시게. 우리 청운파 객경이 되는 게 당신한테 나쁠 거 하나 없네만.”“고려해 볼게요.”서준영은 웃음 짓고 답하고는 이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서준영의 뒷모습을 보던 정청운이 물었다. “유신의, 저 아이가 정말 말한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거 맞아요?”“대단하죠. 너무. 원기단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면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니 건 분명하죠. 정 문주님, 굳이 서준영 씨하고 등질 필요가 없어요. 청운파 객경을 못 하겠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둬요. 강요해서 얻어지는 것 중에 좋은 결과 없잖아요.”유영식 숨김없이 칭찬했고 충고도 스스럼없이 했다. 그에 정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준영은 독채 별장에서 나온 뒤 구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신의 님. 시간 있어요?”“아이고, 준영이. 마침 의학 문제가 있어서 연락하고 싶었던 참이었는데.”구일수는 웃으며 대답했고 서준영에게 얘기했다.“네, 그럼 일요다방에서 만나요, 기다릴게요.”“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