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희는 턱을 높이 들며 말했다.“흥! 싫어요! 비록 비싼 드레스를 살 형편은 안 되지만 제 베프한테 빌려도 되거든요? 제 베프 돈 엄청 많은 거 아시죠? 주말에 저 세희 씨 집에 가서 제일 예쁜 드레스 고를 거예요. 파티에서 다른 여자들 다 기죽일 거라고요!”“풉.”늘 신사답던 서준명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엄선희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서준명에게 물었다.“왜 웃어요? 내가 웃겨요? 나 비웃는 거죠?”신세희도 서준명을 향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서 대표님. 우리 선희 씨 만만하게 보면 안 돼요. 우리 선희 씨가 얼마나 예쁜데. 정말이지 파티에서 제일 빛날걸요?”“맞아요!”엄선희는 더욱 신이 나서 말했다.서준명은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엄선희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엄선희 씨, 잊었나 본데요. 2개월 전쯤인가? 도연주라는 여자가 세희 씨 옷은 아니지만 세희 씨 악어가죽 가방 들었다가....”서준명이 말하는 사건은 구자현이 신세희를 곤란하게 하려고 파티를 개최했을 때 도연주가 신세희의 악어가죽 가방을 들고 나타나 부소경한테 찍혔던 사건이다.구준명의 말을 들은 엄선희는 등골이 서늘해져 바로 구준명의 차에 탔다.그러고는 머리를 내밀어 신세희에게 말했다.“미안해, 세희 씨. 나 세희 씨 드레스 안 입을게. 대표님한테 내가 절대로 세희 씨 드레스 눈독을 들인 적 없다고 전해줘. 꼭 전해줘.”구준명의 차가 출발했다.얼마나 갔을까, 구준명은 엄선희의 이마를 콕 찍으며 말했다.“저기요, 이걸 뭐라는 줄 알아요?”엄선희가 물었다.“뭐... 뭐라고 하는데요?”“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해요.”“뭔 얘기예요?”서준명은 운전대를 잡고 조리 있게 말했다.“부소경이 신세희 씨를 마중 왔더라면 선희 씨가 세희 씨의 드레스를 입으려는 걸 알았겠죠.”엄선희는 겁에 질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저 정말... 찍히는거 아니겠죠? 우리 사촌 오빠가 대표님 보디가드인데, 좀 봐주지 않을까요?”서준명은 엄선희의 울먹
신세희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부소경은 하는 수 없이 다시 말했다.“얼마 전에 얘기했었잖아. 친구들 초대하라고.”부소경은 확실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신세희는 마음속에 두지 않았다.신세희는 부소경을 자세히 보았다.지금의 부소경은 신세희의 친구들까지 생각할 만큼 변화가 많았다. “당신, 뭔가 달라졌어요.”신세희가 말했다.신세희는 부소경과 드레스를 맞추러 갈 때처럼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부소경이 대답이 없자 신세희가 또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없어.”부소경은 짧게 대답했다.하지만 신세희는 부소경이 자기 일로 신경 쓴다는 걸 알고 있었다.“부씨 집안에서 날 인정하기 싫으시대요? 내가 가는 걸 허락하지 않으신 거죠?”부소경이 역시나 대답이 없으니 신세희는 묵인으로 여겼다.“괜찮아요! 저도 가기 싫었어요. 저 그 집 무서워요. 매번 갈 때마다 뭔가 오싹했어요. 그러니까 안 가도 돼요. 저 신경 안 써요. 저는 우리 가족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리고....”여기까지 말한 신세희의 눈길은 부소경에게로 향하고는 마음속 말을 꺼냈다.“우리 셋만 늘 함께 할 수 있다면 다른 건 상관없어요. 저는 다 괜찮아요.”6년 전에 신세희는 부소경과 한 가족을 이루고 싶었지만, 운명의 장난을 피해 가지 못하고 이제야 믿음이 생기기 시작해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그런데 부소경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그게 아니야.”“네?”‘그게 아니면 뭐지?’부소경이 계속 말했다.“저번에 당신더러 운전 좀 배우라 했잖아. 나 한동안 바쁘니까 남성에 없을 수도 있어. 그러면 당신과 유리 픽업은 못 하게 되니까, 당신이 운전 좀 배워서 유리 픽업도 해.”“아.”‘맞다. 그랬었지.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니까.”신세희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렇게 할게요.”“친구들 자주 집에 초대해도 좋아.”부소경이 다시 한번 강조해 말하자 신세희는 의문이 들었다.“왜요?”‘정말 알고도 모를 사람이야. 그렇게 얼음처럼
신세희는 부소경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유리야, 아빠랑 먼저 올라가자. 엄마는 삼촌이랑 할 얘기가 있다네.”신유리는 퐁퐁 뛰면서 부소경을 따라갔다.신세희는 너무 놀라 그들 부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엄선우가 친절하게 말했다.“사모님, 제가 6년 전에 했던 말들 기억하세요?”“네?”엄선우가 계속 말했다.“사실 대표님 따뜻한 사람이에요. 겪은 일이 많다 보니깐 저렇게 차갑게 변하신 거죠. 하지만 원래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죠.”신세희는 가볍게 웃으며 머리를 숙였다.‘그래, 많이 따뜻해지긴 했어.’엄선우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신세희는 느낄 수 있었다.“사모님.”엄선우는 신세희의 행복한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용무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말했다.“네?”신세희는 머리를 들어 엄선우를 보고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엄 비서님, 대표님이 왜 저러실까요? 저와 유리한테 신경 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왜 저한테 굳이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라고 할까요?”“그건 말이에요, 사모님.”엄선우가 바로 대답했다.“대표님의 계획이죠. 대표님이 7년 전에 부씨 그룹을 상속받을 때부터 세워 온 계획이 있어요. 대표님은 동남아 부근의 어느 한 섬과 도시를 손에 넣으려 해요.”“어....”‘서씨 집안 어르신이 이 일에 대해 말씀하신 적은 있지.’신세희는 엄선우의 말을 중단시키지 않고 엄선우에게 계속 말하라는 제스처를 했다.“그런데요. 대표님이 전국을 이 잡듯 뒤지며 사모님과 유리를 찾느라고 시간을 많이 지체했어요. 이제는 사모님과 유리가 대표님 옆에 있으니 대표님도 그때의 꿈을 이루려고 하는 거죠.”“왜 그 섬에 집착하는 거죠? 섬과 도시를 손에 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신세희가 아무리 천방지축이라 해도 섬과 도시를 손에 넣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건 대표님의 어머니와 관련되어 있어요. 대표님의 어머님 쪽 친인척분들은 다 그 섬의 도민이셨어요.
신세희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엄선우가 멍해 있을 때 신세희는 자신이 오랜 시간 부소경을 오해했음을 알게 되었다.오랜 시간 신세희와 서시언을 죽이려 했던 사람은 사실 부소경을 명의로 그들을 죽이려 했다.‘그러면 이 세상에서 날 제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임씨 집안.”“사모님! 무조건 임씨 집안이에요!”신세희는 평정한 말투로, 엄선우는 분노의 말투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사모님 저와 선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선희는 제 사촌이라 제가 잘 알아요. 착한 애니까 옆에 두시면 꼭 도움이 될 거예요.”엄선우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그래요, 선희 씨 좋은 사람이죠. 제 제일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요. 저한테 이렇게 좋은 친구 보내주셔서 고마워요.”신세희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말을 끝낸 신세희는 엄선우과 인사를 했다.“들어가세요, 저도 가 볼게요.”“들어가세요, 사모님.”엄선우는 신세희가 가는 것을 차에서 지켜보았다.그들 가족이 저녁 식사를 끝낸 후에야 엄선우는 휴대폰을 꺼내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저 얘기 드릴 거 있어요.”부소경은 신세희와 신유리가 거울 앞에서 피팅하는 것을 확인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뭔데?”부소경이 물었다.“사모님이 도망 다닐 때 말인데요. 누군가가 사모님을 죽이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꽁꽁 숨어다니신 거예요. 그러고는 대표님이 보냈다고 했으니 사모님이 대표님을 피해 다닐 수밖에 없었어요. 여태껏 경계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어요.”부소경은 얼굴이 굳어졌다.엄선우는 부소경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사모님과 저 알 것 같아요. 임씨 집안이에요.”“알고 있어.”엄선우의 말을 듣는 순간 부소경은 바로 범인을 알 수 있었다.“대표님, 이젠 어떻게 하실 건가요?”엄선우가 물었다.“계속 조사해. 임씨 집안 모든 비리를 다 캐서 내 앞에 가져와! 제일 중요한 건 임씨 집안과 신세희의 어머니, 그리고 서씨 집안 어르신의 관계야.”부소경이
“왜 대답 안 해요? 예쁘냐는데.”신세희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부부처럼 대화를 던졌다.신유리도 불만 가득한 눈길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안 예쁜가 봐. 아빠 아무 말도 없는 거 보면.”신세희는 신유리의 팔을 당기며 말했다.“아빠가 뭘 알겠어.”“....”부소경은 한참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내가 보기엔 두 사람의 이 패션, 정말 괜찮아.”신유리는 이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와! 그럴 줄 알았어. 나도 이 옷이 제일 예뻐.”신세희도 환히 웃었다.“우리 셋 다 이렇게 입으면 더 예쁠 것 같은데 소경 씨 생각은 어때요?”신세희는 처음으로 부소경의 이름을 불렀다.‘내 이름을 불렀어. 처음이야.’부소경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놀라웠다.‘갑자기 이렇게 두 번이나 날 놀라게 하면, 그것도 별것도 아닌 것으로 날 놀라게 할 수 있다니. 신세희 이 여자, 왜 이렇게 주동적이야.’신세희는 심지어 열정적이었다.그녀의 얼굴에 달콤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부소경은 종래로 달콤한 것을 즐기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부소경은 알 수 있었다.달콤한 것이 맛없는 게 아니라 부소경이 알고 있는 달콤한 것은 당도가 부족했다는 것을 말이다.이렇게 달콤한 거라면 부소경은 평생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예를 들면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신유리가 잠이 든 후, 신세희는 가운 차림으로 부소경을 찾아왔다.“씻어야죠. 오늘 많이 피곤하죠? 씻겨 줄까요? 근데 저 남자한테 때밀이는 안 해봤어요. 서툴러도 뭐라 하지 말아요, 알겠죠?”부소경은 미간을 찌푸렸다.‘남자한테 못 해본 게 잘못인가? 해본 게 잘못된 거지. 그거야말로 완전히 잘못된 거 아니야? 그럼, 그럼.’“왜요? 싫어요?”신세희가 묻자 부소경이 대답했다.“됐어, 당신 잘못할 것 같아서 그래. 그냥 내가 해주는 게 편해.”신세희는 웃음이 나왔다.“풉.”오늘 밤, 보나 마나 씻겨주는 건 부소경 몫이다.샤워를 끝낸 뒤, 신세희는 또다시 부소경에게 먼저 다가갔다.신세희는 자기가
부소경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오늘 평소와 달랐던 게 이런 이유였어?’“안돼!”부소경은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신세희가 계속 말했다.“나 이제야 알았어요. 당신은 날 죽이려 한 적 없어요. 오히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만 찾아 다녔죠. 그래서 6년을 낭비했어요. 당신이 그토록 원했던 동남아의 그 섬과 도시도 나 때문에 지체되었어요. 하지만 그 섬에는 어머님의 일가족을 살해 한 범인이 있잖아요. 아니에요?”부소경은 신세희가 이렇게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신세희가 이런 피비린내 나는 일을 모르길 바랐다.“아까 엄선우가 말해준 거야? 엄선우와 엄선희 일로 상의할 거 있다더니 결국 이런 일이었어?”부소경이 물었다.“아니요. 서씨 집안 어르신이 말해줬어요.”신세희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계속 말했다.“서씨 집안 어르신이 오늘 찾아오셨더라고요. 예전과 비하면 아주 상냥해졌어요. 나한테 당신이 오랜 시간 그 섬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리고 사람을 보내 당신을 돕겠다고 했어요. 군정 쪽에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서씨 집안 어르신의 도움이 있다면 당신은 꼭 해낼 수 있어요. 당신은 유리 아빠잖아요. 그래서 난 꼭 당신이 해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유리는 나처럼 어린 나이에 아빠 사랑을 받지 못하고 괴롭힘과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거예요. 그래서 당신과 이혼하면 했지 유리가 아빠를 잃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유리는요. 성격도 많이 변했어요. 이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아하고요,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기도 좋아해요.”진심으로 말하는 신세희의 표정에는 슬픔이 가득 묻어 나왔다.부소경은 그런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내 사전에 결혼은 오직 한 번뿐이야. 그리고 이혼은 없어.”“....”신세희는 바로 부소경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죽어도 당신과 함께 죽을게요.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어떤 곤란도 다 견뎌낼 수 있다는 걸 알려 줄 거예요.”신세희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부소경
아니야!여장부가 더 타당하지!그것도 아닌가?부소경은 무슨 말로 그녀를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빨리 자!” 부소경은 한 팔로 신세희를 꼭 껴안고 다른 팔을 뻗어 벽 등을 껐다.신세희는 조금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반 시간이 지나 겨우 잠들었다.다음날.세 식구 중의 두 사람은 아주 늦게 일어났다.신유리는 점점 철이 들어갔다. 혼자서 우유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게다가 가정부의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리면 조용하라고 주의를 주곤 했다.“이 씨 할머니, 전 씨 이모, 조용히 해주세요. 엄마, 아빠 아직 주무셔요. 저 동생 갖고 싶으니까 우리 엄마, 아빠 더 주무셔야 해요” 신유리는 차근차근 가정부들과 상의를 했다.두 가정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날 아침, 신세희는 처음으로 회사에 지각했다.하지만 평소 책임감 있게 일했던 그녀이기에 어쩌다 한 번씩 지각해도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직원들이 궁금한 일은 따로 있었다. 신세희가 지각했다고 치자, 그녀의 두 절친은 왜 지각했을까?점심시간, 엄선희와 민정아를 비롯한 세 사람은 구내 식당으로 향했다. 신세희가 질문했다. “두 사람 왜 지각했어? 이실직고해”두 사람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너희 둘! 남자랑 데이트 한 번만으로 그......그런건 아니지?” 신세희는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잊은 채 말이다. 그때도 신세희는 처음 만남에 부소경한테 몸을 바쳤고 임신까지 했다.“뭐야!” 엄선희는 신세희를 젓가락으로 때렸다. “넌 유부녀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우리 둘은 아직 순진한 소녀야,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그런데 왜 오늘 지각했어?”“아~” 민정아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 둘 아직 드레스도 못 입어봤잖아, 어제 구 도련님과 서 도련님이 우리를 데리고 드레스 사러 갔어, 엄청 눈부셨고 바로 구매해서 집에 가져왔어, 근데 한참 지나도 잠이 안 오는 거야, 그래서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 신고 쇼를 한 거지”“그래서? 너무 신나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보니 거들먹거리며 흉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임서아가 보였다.“너 감히 여기를 와?” 신세희는 차분하게 물었다.“하!” 임서아는 신세희한테 비참하게 당했던 일은 깡그리 잊은 듯 오만하기 그지없었다.“신세희!” 그녀는 위풍당당하게 외쳤다. “내가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온 줄 알아? 난 자신 없는 싸움 안 해”신세희는 여전히 침착했다. “너 무슨 뜻이야?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신세희는 오늘 임서아가 먼저 손을 쓴다면 그녀를 물어서라도 죽이려고 작심했다. 그녀는 임 씨 집안을 원망했다. 자신을 감옥살이한 것도,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을 못보게 된 것도, 그리고 임지강에 관해서도 모두 원망스러웠다.신세희가 방랑하면서 살아왔던 6년간, 임 씨 집안에서 온갖 악독한 수단을 써가면서 부소경의 명의로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사실을 어제 알게 되였다. 지금 당장 임서아를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여겨 임 씨 집안을 찾아가 따지지는 않았다. 이럴수록 침착하고 냉정해야 한다.그녀는 우선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의 상황부터 알아보려 했는데, 임서아가 이렇게 먼저 찾아온 것이다.신세희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엄선희가 나서서 말했다. “임서아, 너 바보 아니야? 서 씨 집안 외손녀로서 부끄럽지도 않아? 너 며칠 전 회사에서 쫓겨난 일 잊었어?자기가 파렴치한 내연녀라고 자기 입으로 지껄이더니 이제 고작 열흘도 안 지나서 벌써 잊은 거야? 건망증 심하네, 참 이상한 여자야!”엄선희는 욕설을 내뱉었다. 신세희보다 더 강했다.엄선희의 말에 신세희는 몰래 웃었다.곁에 친구가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한 부소경의 말이 생각났다.이럴 경우, 엄선우보다 엄선희가 더욱 도움이 된다. 엄선우는 남자로서 어찌 전혀 도리를 따지지 않는 저런 막장녀와 싸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엄선희는 다르다.엄선희는 욕설을 하고 나서 임서아를 조롱하듯 바라보며 웃었다.임서아는 화가 나서 신세희를 때리려고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