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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부소경의 말에 신세희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그녀는 부소경에게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시선을 창밖으로 옮길 뿐이었다. 가만히 있는 그녀의 표정은 그윽하고 답답했다. 마치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듯했다.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 같았다.

누가 목에 칼을 들이민다고 해도,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그녀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리는 더 만무했다.

부소경은 이런 신세희가 좋았다.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의 자세는 무척이나 꼿꼿했다. 남자의 손이 그녀의 등 뒤로 향하더니, 여자의 허리를 가볍게 감쌌다. 여자도 그런 그의 행동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온순하게 그의 어깨에 기댔다.

비록 그가 한 말은 ‘구자현 일은 알려고 하지 마.’ 이 한마디뿐이었지만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구씨 집안은 그와 가장 절친한 사람들이었다. 지방에서 데리고 온 여자에게는 감히 그들을 물어볼 자격도 없겠지. 한가지 가능성이 더 있긴 했다. 구자현이 날 괴롭힐 거라는 소리를 듣고 일부러 요 며칠 서울에 있는 구씨 저택에 숨는 걸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픈 일이었다.

가는 길 내내,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리가 그녀에게 뭐라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잘 기억나지는 않았다. 유리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엄마의 모습에 엄마가 오늘 많이 힘들었다고 생각했다. 유리는 손을 들어 신세희의 다리를 두드리며 부소경에게 말했다. “아빠, 나 다 크면 우리 같이 엄마한테 잘해주자. 엄마 고생하는 것 좀 봐.”

“…”

네가 나랑 엄마한테 잘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 대답이 없는 부소경의 모습에 유리는 또 한 번 그에게 물었다. “왜? 혹시 내 말에 불만 있어? 엄마한테 잘해줄 생각 없으면, 내가 엄마한테 아빠보다 더 잘생긴 남자친구 찾아 줄 거야. 어차피 우리 엄마 좋다고 하는 남자는 엄청 많으니까! 흥!”

“풉.” 앞에서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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