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중요한 전화?돈 달라고 찾아가도 될까?신세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그 생각을 멈추었다. 그냥 밑에서 기다리자. 굳이 옥상까지 가서 걸 전화면 분명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되는 엄청 중요한 일이겠지.신세희의 예상이 맞았다. 부소경은 신세희가 이 일을 몰랐으면 했다.10년 전, 부소경이 해외에서 떠돌 때 갓 18살이 된 구씨 집안 둘째 아가씨 구자현이 그를 졸졸 따라다닌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의 부소경은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고 남녀간의 감정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구자현처럼 오만하고 이기적인 살벌한 아가씨를 싫어했다. 그래서 부소경은 번번이 구자현의 구애를 거절했고, 나중에는 구자현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설적인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그런 이유로 구자현은 근 2년간 슬픈 나날을 보냈다.그녀는 그제야 천천히 부소경에 대한 집착을 거두었다.하지만, 매번 부소경이 구경민이랑 함께 모일 때마다 구경민은 매번 장난으로 그의 앞에서 구자현의 얘기를 꺼내곤 했다. “내 사촌 동생 기억해? 아직도 너 못 잊고 있는 것 같던데.”“네 사촌 동생은 그냥 금사빠야! 나 부소경이 고작 금사빠한테 잡혀서 살 수는 없잖아?” 부소경은 친구들 앞에서 절친의 사촌 동생을 마음껏 험담하곤 했다.그의 말에 구경민은 조금은 불편하게 웃었다. “아무리 내 사촌 동생이 금사빠라고 해고 그걸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되지! 내 체면은 어떻게 하라고! 우리 사이 틀어지는 게 무섭지도 않아?”“무슨!” 부소경은 냉소했다.구경민은 부소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소경아, 진지하게 말할게. 구자현이 금사빠이긴 해. 그래도 내 얼굴을 봐서 그 얘기는 떠벌리지 말자. 어차피 쟤가 너한테 시집갈 것도 아니고. 금사빠든 아니든 너랑은 상관없잖아. 내 체면 좀 살려줘. 어때?”그의 말에 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걔가 금사빠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내가 그거 떠벌릴 일이 뭐가 있겠어? 걱정하지 마!”이게 바로 그때 구경민이
부소경은 아무 말없이 신세희를 데리고 서재로 들어왔다. 그는 서랍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더니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10억이야. 비밀번호는 네 생일이고.”“…천만 원이면 돼요.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요.”“이 돈, 어차피 너한테 주려던 보상이야.” 이 카드는 6년 전, 그의 어머니 하숙민이 세상을 뜬 후에 신세희에세게 보상으로 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것을 거절해버렸다.그녀에게 주는 보상?앞으로 구자현이 날 괴롭히거나, 모욕하기 때문에 그런 건가? 날 못살게 굴 거니까? 그래서 먼저 10억이나 보상해주는 건가?좋지 뭐.신세희가 죽지 않는 한, 10억만 있으면 그녀는 지금이라도 당장 집으로 돌아가 어머님을 찾아뵐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유리에게 남겨주면 하나의 보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신세희는 바로 그 카드를 받았다. “알겠어요.” 말을 끝낸 후, 그녀는 카드를 챙기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남자는 떠나는 여자의 허리를 낚아챘다.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줬는데, 고맙다는 성의 표시도 안 하는 거야?”신세희는 그의 가슴팍에 가녀리게 기대며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유리, 혼자 놀이방에서 놀고 있어요. 얼른 가서 달래줘요. 카드는 제가 잘 챙길게요. 유리 잠들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남자는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두 사람의 거리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그녀의 말랑한 볼에 빠르게 입술을 갖다 댔다.그리고는 유리와 놀아주러 놀이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남자는 딸의 손을 잡고 산책을 했고, 신세희는 단톡방에 답장을 했다.‘천만 원은 내일 아침에 바로 낼게요. 죄송해요, 앞으로 단톡방에 올라오는 소식은 최대한 빨리 답장할게요.’문자를 다 보낸 그녀는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안 된다면 그녀는 더더욱 편하게 쉬어야 했다.샤워는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그녀는 얼굴에 팩도 하고 얼
한편, 여자의 말투는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아이고. 기억력은 좋은가봐? 어제 말 한마디 한 것뿐인데 바로 누군지 알아차리고 말이야. 그렇게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면 6년 전에 충분히 운성의 재벌 집 도련님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이제 와서 에밀리처럼 대단한 배우까지 있는 자리에서 교만하게 꼬리를 쳤는지 몰라? 발정 난 개새끼처럼?”구자현의 욕설은 남들과 수준이 좀 달랐다.신세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시간 맞춰서 출근할 테니까 회사에서 보죠!”말을 끝낸 후, 신세희는 전화를 끊었다.유리는 바로 그녀의 옆에 있었다. 그녀는 유리에게 아무 일이 없었으면 했다.신세희는 몸을 숙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엄마한테 알려줘. 아빠 뭐 하러 갔는데?”유리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아빠 출장 가서 며칠 뒤에나 집에 온데. 엄마는 모르지?”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엄마는 모르고 있었네. 유리는 어떻게 알았어?”유리는 점점 더 자랑스러워졌다. “어젯밤에 아빠가 알려줬어. 아빠가 없는 동안 대신 엄마 좀 잘 보살펴 달라던데? 엄마 잠꾸러기라고 지각하지 않게 아침마다 깨워주라고도 했어. 아빠가 엄마한테 주라고 차키도 줬는데.”말을 끝낸 후, 유리는 신세희에게 열쇠 하나를 건네주었다.신세희는 알 수 있었다. 이 차키가 바로 부소경이 얼마 전에 그녀에 사준 그 차라는 걸.그녀의 심정이 복잡미묘해졌다.유리는 또 입을 열었다. “아빠가, 요즘에는 엄마가 유치원에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 서울에 내 장난감 사러 갔다고, 며칠 뒤면 나한테 새로운 장난감이 생길 거래,”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웃어 보였다. “유리한테 새 장난감이 생기겠네. 축하해.”밥을 먹은 후, 신세희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또다시 몸이 부서질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고, 통증에 그대로 드레스 룸에 기대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며칠 전처럼 편안한 와이드 핏의 청바지에 셔츠를 골라 입었다. 무척이나 깔끔해 보이는 차림이었다.오늘 몸 상태로는
그녀가 두 아이를 보며 말했다."너희는 얼른 들어가."두 아이는 손을 잡고 사이좋게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서수진 엄마는 불쾌한 티를 잔뜩 내며 신세희에게 말했다."유리 엄마, 오늘은 왜 차를 타고 오지 않은 거예요?"신세희가 가까스로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남편이 출장을 가서요.""그렇지만 오늘 입은 옷도 너무 평범한데요. 거의 잠옷 차림으로 나온 수준이잖아요?""......"잠시 뒤 신세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수진 엄마,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설마 그 천만 원을 구하느라고 차랑 명품 옷을 다 처분한 건 아니죠? 혹시 유리 엄마도 그 아이 엄마처럼 그냥 허세를 부린 거예요? 정말 그런 거라면, 우리 단톡방은 물론이고 유치원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걸요?"서수진 엄마는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다.평소였다면 신세희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떠났을 것이다. 기껏해야 다른 유치원을 알아보면 그만인 문제였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회사에서는 구자현이 그녀를 벼르고 있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디로 향할지 신세희 본인조차도 감히 짐작할 수 없으니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이때 강수희 엄마가 다가왔다. 그녀도 신세희를 곱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잔뜩 비웃었다."수진 엄마, 됐어요. 돈도 내겠다는데 파티에 초대 안 할 순 없잖아요? 유리 엄마, 파티에서 봐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자세한 일정은요?""이번 주 토요일 오후 세 시요."강수희 엄마가 말했다."알겠어요. 그때 봐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뒤에서 그런 그녀를 보며 서수진 엄마와 강수희 엄마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흉을 봤다."저 꼴 좀 봐요. 파티에서 저 여자를 망신 줘도 늦지 않아요.""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똑똑히 알려줘야죠.""맞아요.""수진 엄마, 보니까 저 집 아이가 수진이랑 친하던데, 같이 못 놀게 하면 안 돼요?"서수진 엄마가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애들끼리 사이가 워낙 좋아야죠. 제가 억
굳이 쳐다보지 않았음에도 구자현이라는 걸 알아챈 신세희는 고집스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신세희는 다른 건 몰라도 죽은 척하는 건 잘했다. 그녀는 구자현이 욕을 하든 때리든 죽은 척할 심산이었다.신세희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살아남아서 신유리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이젠 이판사판이다, 이거지?"구자현이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인사팀 팀장, 인사총괄임원과 디자인 디렉터가 구자현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고 있었다.디자인팀 직원들은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신세희에게 시비를 걸던 여직원들도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에 덜컥 겁이 났다. 남자 동료들은 신세희가 걱정되어 손에 땀을 쥐었다.이때 구자현이 입을 열었다."여기 직원들도 아마 왜 당신이 나한테 꼼짝 못 하는지, 왜 내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지 무척 궁금할 거야."말을 멈춘 구자현은 일부러 이곳의 사람들을 천천히 훑었다. 하나같이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이때 인사팀 팀장이 말했다."신세희 씨, 이력서에 적힌 학력, 경력 모두 가짜라는 게 사실입니까?"신세희가 순순히 대답했다."네.""공사장 인부였던 것도 사실이고요?"인사팀 팀장이 다시 물었다."그렇습니다."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세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신세희를 한껏 노려봤다."이... 망할년! 사람을 속여도 유분수지. 뭐? 공사장 인부? 감히 그러고도 뻔뻔하게 내 상사 노릇을 했다고? 기가 막혀서!"느긋하게 세라를 향해 돌아선 구자현이 미소 지었다."진정해요. 지금부터 그렇게 놀라면 나중엔 턱 떨어질걸요."세라는 이내 얌전하게 웃어 보였다."네, 진실을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자현 아가씨. 저 여자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온갖 사건사고로 물의를 일으켰어요. 학력도, 이력서도 다 가짜라면 당장 감옥에 보내야죠!"구자현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 치며 신세희를 바라보았다."들었니? 이 뻔뻔한 여자야. 널 감옥에 보내래. 왠지
"뭐야, 저 걸레한테 딸까지 있대요?""누가 걸레 아니랄까 봐, 잘도 숨겼네요.""우리 팀 남자 직원들도 저 창녀에게 단단히 홀렸잖아요. 혹시 다들 한 번씩 잔 거 아니에요? 어떡해, 다들 얼른 병원에 가서 검사해봐요."세라는 악독한 말을 서슴없이 퍼부었다. 회사에서 그녀는 민정아 다음으로 신세희를 증오하는 사람이었다.주현욱, 진시훈, 동명욱, 송주혁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들은 당장이라도 폭발해버릴 것만 같았다.네 명은 모두 신세희가 마음에 들었지만 절대 이성으로써의 호감은 아니었다. 그녀는 가녀리고 얌전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입사하자마자 민정아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지만 몹시 조용하게 그녀를 처리해버렸고, 세라가 텃세를 부리며 괴롭혔어도 그녀가 친 사고를 수습해주었다. 게다가 당당하게 그녀의 상사가 되기까지 했다.신세희는 회사에서 구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사람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구 대표와 데이트를 못 해서 안달 났을 것이다. 구 대표의 여자친구는 못되더라도 지위가 높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건 큰 이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개인적으로 구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구자현 씨는 눈이 멀었나? 분명 제 조카가 먼저 신세희에게 관심을 보였던 건데... 집에 가서 제 조카나 잘 단속할 것이지.'비록 마음속엔 불만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대학을 갓 졸업한 인턴사원 송주혁은 그들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그는 한마디 하려다 이내 다시 입을 다물었다.신세희는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는 구자현을 쳐다보았다. 아마 자신을 망가질 때까지 갖고 놀 작정인 듯싶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신세희는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구자현은 신세희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잠시 당황하던 그녀는 이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좋게 말하면 들어 처먹질 않는군."한편, 금방 비행기에서 내린 부소경은 서울의 고위급 간부 병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부소경은 서씨 집안
신세희는 헛숨을 들이켰다. 구자현이 이런 방식으로 벌을 줄 줄은 미처 몰랐다.잔뜩 해진 신발을 손에 들고 있던 민정아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민정아는 사실 쪼들리는 월급으로 연명하는 평민들 앞에서 부잣집 아가씨 행세를 하며 자신의 허영심을 채웠을 따름이었다. 진정한 부잣집 아가씨를 마주하고 있는 그녀는 시녀보다도 못한 처지였다. 오늘 구자현이 그녀를 부른 이유도 순전히 끄나풀 노릇을 시키기 위해서였다.구자현은 그녀의 차에 탄 민정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그러다 차가 육교를 지날 때쯤 가방에서 20만 원을 꺼내며 민정아에게 명령했다."저기 밑에 있는 구두 수선공한테 가서 낡은 신발을 사 와."구자현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던 민정아가 버벅거리며 질문했다."대체... 신발로 뭐 하시려고요?""신세희 목에 걸어주려고.""…..."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 명문가의 아가씨 아니랄까 봐 아이디어가 참으로 남달랐다. 신세희의 목에 낡고 냄새나는 신발이 걸려있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잔뜩 신이 났더랬다.그러나 민정아는 구자현이 이런 식으로 신세희의 뺨을 내려치라는 명령을 할 줄은 몰랐다. 당황한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아가씨... 그러니까... 저년의 얼굴을 때, 때리라고요?""그래. 당장.""...…"민정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사람들 앞에서 신세희의 얼굴을 엉망이 될 때까지 때린다면 정말 감옥에 갈지도 몰랐다.평소 제멋대로 날뛰는 그녀였지만, 그것들은 언제까지나 작은 소란일 뿐이었다. 이렇듯 대놓고 사람의 얼굴을 망가뜨리는 짓을 저지를 배짱은 없었다. 민정아는 심지어 속으로 구자현을 비난하기도 했다.'그렇게 큰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왜 자기가 직접 때리지 않고?'그러나 속으로 욕설을 지껄였을 뿐 감히 입 밖에 낼 순 없었다.민정아는 겁에 질린 눈빛을 감추지도 못하며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그런 민정아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구자현이 비웃었다."한심하긴. 누가 신세희 대신 보복하기라도 할까 봐서 그래? 걱정
그러나 사무실 문밖에서 구경하던 이들은 동의하지 않았다."어휴, 소문이란 참 무섭네요.""그러게요. 난 신세희 씨가 불쌍해요. 그냥 미혼모일 뿐이잖아요.""그리 나쁜 사람 같지도 않았어요. 신세희 씨에게 먼저 관심을 보인 건 구 대표님이잖아요. 세희 씨는 계속 무시했고요.""공사장에서 몸을 팔았다고? 인부들에게 몸을 파는 걸 본인이 직접 보기라도 했대? 왜 저래.""점점 선을 넘는 것 같아요. 괴롭히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우린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럴 힘도 없고. 그래도 함부로 입을 놀리진 말자고요."모두 작은 소리로 수군대는 가운데 어떤 여자가 버럭 소리쳤다."여기가 무법천지예요?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요!"그녀는 다름 아닌 엄선희였다. 사람들을 밀치고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신세희를 보호하듯 자신의 뒤편으로 보냈다. 엄선희는 잔뜩 겁을 집어먹었으면서도 구자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당신은 또 뭔가요?"구자현은 하찮은 물건을 바라보듯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엄선희는 잔뜩 턱을 치켜들었다."엄선희입니다. 경고하는데 나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나도 빽이 있다고요."구자현이 차갑게 비웃었다."빽? 설마 부소경 오빠의 운전기사나 하는 엄선우를 말하는 건가요? 진심이에요?""당신이 그걸 어떻게..."구자현은 코웃음 치며 엄선희의 물음을 무시한 채 오히려 그녀에게 반문했다."이봐요, 아가씨. 줄 똑바로 서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신 뒤에 있는 신세희의 의견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어제 신세희한테 경고했거든요, 얌전히 회사에 나와서 내 처분을 기다리라고. 봐요, 오늘도 이렇게 고분고분 내 말에 따르잖아요. 어쩌면 신세희는 내가 자기 뺨을 뭉개버리길 바랄지도 모른다고요."그 말을 듣고 부아가 치민 엄선희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구자현 아가씨. 아가씨 집안이 서울에서 손꼽히는 명문 세가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