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중요한 전화?돈 달라고 찾아가도 될까?신세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그 생각을 멈추었다. 그냥 밑에서 기다리자. 굳이 옥상까지 가서 걸 전화면 분명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되는 엄청 중요한 일이겠지.신세희의 예상이 맞았다. 부소경은 신세희가 이 일을 몰랐으면 했다.10년 전, 부소경이 해외에서 떠돌 때 갓 18살이 된 구씨 집안 둘째 아가씨 구자현이 그를 졸졸 따라다닌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의 부소경은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고 남녀간의 감정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구자현처럼 오만하고 이기적인 살벌한 아가씨를 싫어했다. 그래서 부소경은 번번이 구자현의 구애를 거절했고, 나중에는 구자현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설적인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그런 이유로 구자현은 근 2년간 슬픈 나날을 보냈다.그녀는 그제야 천천히 부소경에 대한 집착을 거두었다.하지만, 매번 부소경이 구경민이랑 함께 모일 때마다 구경민은 매번 장난으로 그의 앞에서 구자현의 얘기를 꺼내곤 했다. “내 사촌 동생 기억해? 아직도 너 못 잊고 있는 것 같던데.”“네 사촌 동생은 그냥 금사빠야! 나 부소경이 고작 금사빠한테 잡혀서 살 수는 없잖아?” 부소경은 친구들 앞에서 절친의 사촌 동생을 마음껏 험담하곤 했다.그의 말에 구경민은 조금은 불편하게 웃었다. “아무리 내 사촌 동생이 금사빠라고 해고 그걸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되지! 내 체면은 어떻게 하라고! 우리 사이 틀어지는 게 무섭지도 않아?”“무슨!” 부소경은 냉소했다.구경민은 부소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소경아, 진지하게 말할게. 구자현이 금사빠이긴 해. 그래도 내 얼굴을 봐서 그 얘기는 떠벌리지 말자. 어차피 쟤가 너한테 시집갈 것도 아니고. 금사빠든 아니든 너랑은 상관없잖아. 내 체면 좀 살려줘. 어때?”그의 말에 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걔가 금사빠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내가 그거 떠벌릴 일이 뭐가 있겠어? 걱정하지 마!”이게 바로 그때 구경민이
부소경은 아무 말없이 신세희를 데리고 서재로 들어왔다. 그는 서랍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더니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10억이야. 비밀번호는 네 생일이고.”“…천만 원이면 돼요.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요.”“이 돈, 어차피 너한테 주려던 보상이야.” 이 카드는 6년 전, 그의 어머니 하숙민이 세상을 뜬 후에 신세희에세게 보상으로 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것을 거절해버렸다.그녀에게 주는 보상?앞으로 구자현이 날 괴롭히거나, 모욕하기 때문에 그런 건가? 날 못살게 굴 거니까? 그래서 먼저 10억이나 보상해주는 건가?좋지 뭐.신세희가 죽지 않는 한, 10억만 있으면 그녀는 지금이라도 당장 집으로 돌아가 어머님을 찾아뵐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유리에게 남겨주면 하나의 보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신세희는 바로 그 카드를 받았다. “알겠어요.” 말을 끝낸 후, 그녀는 카드를 챙기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남자는 떠나는 여자의 허리를 낚아챘다.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줬는데, 고맙다는 성의 표시도 안 하는 거야?”신세희는 그의 가슴팍에 가녀리게 기대며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유리, 혼자 놀이방에서 놀고 있어요. 얼른 가서 달래줘요. 카드는 제가 잘 챙길게요. 유리 잠들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남자는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두 사람의 거리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그녀의 말랑한 볼에 빠르게 입술을 갖다 댔다.그리고는 유리와 놀아주러 놀이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남자는 딸의 손을 잡고 산책을 했고, 신세희는 단톡방에 답장을 했다.‘천만 원은 내일 아침에 바로 낼게요. 죄송해요, 앞으로 단톡방에 올라오는 소식은 최대한 빨리 답장할게요.’문자를 다 보낸 그녀는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안 된다면 그녀는 더더욱 편하게 쉬어야 했다.샤워는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그녀는 얼굴에 팩도 하고 얼
한편, 여자의 말투는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아이고. 기억력은 좋은가봐? 어제 말 한마디 한 것뿐인데 바로 누군지 알아차리고 말이야. 그렇게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면 6년 전에 충분히 운성의 재벌 집 도련님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이제 와서 에밀리처럼 대단한 배우까지 있는 자리에서 교만하게 꼬리를 쳤는지 몰라? 발정 난 개새끼처럼?”구자현의 욕설은 남들과 수준이 좀 달랐다.신세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시간 맞춰서 출근할 테니까 회사에서 보죠!”말을 끝낸 후, 신세희는 전화를 끊었다.유리는 바로 그녀의 옆에 있었다. 그녀는 유리에게 아무 일이 없었으면 했다.신세희는 몸을 숙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엄마한테 알려줘. 아빠 뭐 하러 갔는데?”유리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아빠 출장 가서 며칠 뒤에나 집에 온데. 엄마는 모르지?”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엄마는 모르고 있었네. 유리는 어떻게 알았어?”유리는 점점 더 자랑스러워졌다. “어젯밤에 아빠가 알려줬어. 아빠가 없는 동안 대신 엄마 좀 잘 보살펴 달라던데? 엄마 잠꾸러기라고 지각하지 않게 아침마다 깨워주라고도 했어. 아빠가 엄마한테 주라고 차키도 줬는데.”말을 끝낸 후, 유리는 신세희에게 열쇠 하나를 건네주었다.신세희는 알 수 있었다. 이 차키가 바로 부소경이 얼마 전에 그녀에 사준 그 차라는 걸.그녀의 심정이 복잡미묘해졌다.유리는 또 입을 열었다. “아빠가, 요즘에는 엄마가 유치원에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 서울에 내 장난감 사러 갔다고, 며칠 뒤면 나한테 새로운 장난감이 생길 거래,”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웃어 보였다. “유리한테 새 장난감이 생기겠네. 축하해.”밥을 먹은 후, 신세희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또다시 몸이 부서질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고, 통증에 그대로 드레스 룸에 기대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며칠 전처럼 편안한 와이드 핏의 청바지에 셔츠를 골라 입었다. 무척이나 깔끔해 보이는 차림이었다.오늘 몸 상태로는
그녀가 두 아이를 보며 말했다."너희는 얼른 들어가."두 아이는 손을 잡고 사이좋게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서수진 엄마는 불쾌한 티를 잔뜩 내며 신세희에게 말했다."유리 엄마, 오늘은 왜 차를 타고 오지 않은 거예요?"신세희가 가까스로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남편이 출장을 가서요.""그렇지만 오늘 입은 옷도 너무 평범한데요. 거의 잠옷 차림으로 나온 수준이잖아요?""......"잠시 뒤 신세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수진 엄마,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설마 그 천만 원을 구하느라고 차랑 명품 옷을 다 처분한 건 아니죠? 혹시 유리 엄마도 그 아이 엄마처럼 그냥 허세를 부린 거예요? 정말 그런 거라면, 우리 단톡방은 물론이고 유치원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걸요?"서수진 엄마는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다.평소였다면 신세희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떠났을 것이다. 기껏해야 다른 유치원을 알아보면 그만인 문제였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회사에서는 구자현이 그녀를 벼르고 있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디로 향할지 신세희 본인조차도 감히 짐작할 수 없으니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이때 강수희 엄마가 다가왔다. 그녀도 신세희를 곱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잔뜩 비웃었다."수진 엄마, 됐어요. 돈도 내겠다는데 파티에 초대 안 할 순 없잖아요? 유리 엄마, 파티에서 봐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자세한 일정은요?""이번 주 토요일 오후 세 시요."강수희 엄마가 말했다."알겠어요. 그때 봐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뒤에서 그런 그녀를 보며 서수진 엄마와 강수희 엄마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흉을 봤다."저 꼴 좀 봐요. 파티에서 저 여자를 망신 줘도 늦지 않아요.""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똑똑히 알려줘야죠.""맞아요.""수진 엄마, 보니까 저 집 아이가 수진이랑 친하던데, 같이 못 놀게 하면 안 돼요?"서수진 엄마가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애들끼리 사이가 워낙 좋아야죠. 제가 억
굳이 쳐다보지 않았음에도 구자현이라는 걸 알아챈 신세희는 고집스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신세희는 다른 건 몰라도 죽은 척하는 건 잘했다. 그녀는 구자현이 욕을 하든 때리든 죽은 척할 심산이었다.신세희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살아남아서 신유리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이젠 이판사판이다, 이거지?"구자현이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인사팀 팀장, 인사총괄임원과 디자인 디렉터가 구자현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고 있었다.디자인팀 직원들은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신세희에게 시비를 걸던 여직원들도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에 덜컥 겁이 났다. 남자 동료들은 신세희가 걱정되어 손에 땀을 쥐었다.이때 구자현이 입을 열었다."여기 직원들도 아마 왜 당신이 나한테 꼼짝 못 하는지, 왜 내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지 무척 궁금할 거야."말을 멈춘 구자현은 일부러 이곳의 사람들을 천천히 훑었다. 하나같이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이때 인사팀 팀장이 말했다."신세희 씨, 이력서에 적힌 학력, 경력 모두 가짜라는 게 사실입니까?"신세희가 순순히 대답했다."네.""공사장 인부였던 것도 사실이고요?"인사팀 팀장이 다시 물었다."그렇습니다."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세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신세희를 한껏 노려봤다."이... 망할년! 사람을 속여도 유분수지. 뭐? 공사장 인부? 감히 그러고도 뻔뻔하게 내 상사 노릇을 했다고? 기가 막혀서!"느긋하게 세라를 향해 돌아선 구자현이 미소 지었다."진정해요. 지금부터 그렇게 놀라면 나중엔 턱 떨어질걸요."세라는 이내 얌전하게 웃어 보였다."네, 진실을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자현 아가씨. 저 여자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온갖 사건사고로 물의를 일으켰어요. 학력도, 이력서도 다 가짜라면 당장 감옥에 보내야죠!"구자현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 치며 신세희를 바라보았다."들었니? 이 뻔뻔한 여자야. 널 감옥에 보내래. 왠지
"뭐야, 저 걸레한테 딸까지 있대요?""누가 걸레 아니랄까 봐, 잘도 숨겼네요.""우리 팀 남자 직원들도 저 창녀에게 단단히 홀렸잖아요. 혹시 다들 한 번씩 잔 거 아니에요? 어떡해, 다들 얼른 병원에 가서 검사해봐요."세라는 악독한 말을 서슴없이 퍼부었다. 회사에서 그녀는 민정아 다음으로 신세희를 증오하는 사람이었다.주현욱, 진시훈, 동명욱, 송주혁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들은 당장이라도 폭발해버릴 것만 같았다.네 명은 모두 신세희가 마음에 들었지만 절대 이성으로써의 호감은 아니었다. 그녀는 가녀리고 얌전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입사하자마자 민정아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지만 몹시 조용하게 그녀를 처리해버렸고, 세라가 텃세를 부리며 괴롭혔어도 그녀가 친 사고를 수습해주었다. 게다가 당당하게 그녀의 상사가 되기까지 했다.신세희는 회사에서 구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사람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구 대표와 데이트를 못 해서 안달 났을 것이다. 구 대표의 여자친구는 못되더라도 지위가 높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건 큰 이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개인적으로 구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구자현 씨는 눈이 멀었나? 분명 제 조카가 먼저 신세희에게 관심을 보였던 건데... 집에 가서 제 조카나 잘 단속할 것이지.'비록 마음속엔 불만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대학을 갓 졸업한 인턴사원 송주혁은 그들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그는 한마디 하려다 이내 다시 입을 다물었다.신세희는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는 구자현을 쳐다보았다. 아마 자신을 망가질 때까지 갖고 놀 작정인 듯싶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신세희는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구자현은 신세희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잠시 당황하던 그녀는 이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좋게 말하면 들어 처먹질 않는군."한편, 금방 비행기에서 내린 부소경은 서울의 고위급 간부 병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부소경은 서씨 집안
신세희는 헛숨을 들이켰다. 구자현이 이런 방식으로 벌을 줄 줄은 미처 몰랐다.잔뜩 해진 신발을 손에 들고 있던 민정아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민정아는 사실 쪼들리는 월급으로 연명하는 평민들 앞에서 부잣집 아가씨 행세를 하며 자신의 허영심을 채웠을 따름이었다. 진정한 부잣집 아가씨를 마주하고 있는 그녀는 시녀보다도 못한 처지였다. 오늘 구자현이 그녀를 부른 이유도 순전히 끄나풀 노릇을 시키기 위해서였다.구자현은 그녀의 차에 탄 민정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그러다 차가 육교를 지날 때쯤 가방에서 20만 원을 꺼내며 민정아에게 명령했다."저기 밑에 있는 구두 수선공한테 가서 낡은 신발을 사 와."구자현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던 민정아가 버벅거리며 질문했다."대체... 신발로 뭐 하시려고요?""신세희 목에 걸어주려고.""…..."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 명문가의 아가씨 아니랄까 봐 아이디어가 참으로 남달랐다. 신세희의 목에 낡고 냄새나는 신발이 걸려있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잔뜩 신이 났더랬다.그러나 민정아는 구자현이 이런 식으로 신세희의 뺨을 내려치라는 명령을 할 줄은 몰랐다. 당황한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아가씨... 그러니까... 저년의 얼굴을 때, 때리라고요?""그래. 당장.""...…"민정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사람들 앞에서 신세희의 얼굴을 엉망이 될 때까지 때린다면 정말 감옥에 갈지도 몰랐다.평소 제멋대로 날뛰는 그녀였지만, 그것들은 언제까지나 작은 소란일 뿐이었다. 이렇듯 대놓고 사람의 얼굴을 망가뜨리는 짓을 저지를 배짱은 없었다. 민정아는 심지어 속으로 구자현을 비난하기도 했다.'그렇게 큰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왜 자기가 직접 때리지 않고?'그러나 속으로 욕설을 지껄였을 뿐 감히 입 밖에 낼 순 없었다.민정아는 겁에 질린 눈빛을 감추지도 못하며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그런 민정아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구자현이 비웃었다."한심하긴. 누가 신세희 대신 보복하기라도 할까 봐서 그래? 걱정
그러나 사무실 문밖에서 구경하던 이들은 동의하지 않았다."어휴, 소문이란 참 무섭네요.""그러게요. 난 신세희 씨가 불쌍해요. 그냥 미혼모일 뿐이잖아요.""그리 나쁜 사람 같지도 않았어요. 신세희 씨에게 먼저 관심을 보인 건 구 대표님이잖아요. 세희 씨는 계속 무시했고요.""공사장에서 몸을 팔았다고? 인부들에게 몸을 파는 걸 본인이 직접 보기라도 했대? 왜 저래.""점점 선을 넘는 것 같아요. 괴롭히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우린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럴 힘도 없고. 그래도 함부로 입을 놀리진 말자고요."모두 작은 소리로 수군대는 가운데 어떤 여자가 버럭 소리쳤다."여기가 무법천지예요?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요!"그녀는 다름 아닌 엄선희였다. 사람들을 밀치고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신세희를 보호하듯 자신의 뒤편으로 보냈다. 엄선희는 잔뜩 겁을 집어먹었으면서도 구자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당신은 또 뭔가요?"구자현은 하찮은 물건을 바라보듯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엄선희는 잔뜩 턱을 치켜들었다."엄선희입니다. 경고하는데 나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나도 빽이 있다고요."구자현이 차갑게 비웃었다."빽? 설마 부소경 오빠의 운전기사나 하는 엄선우를 말하는 건가요? 진심이에요?""당신이 그걸 어떻게..."구자현은 코웃음 치며 엄선희의 물음을 무시한 채 오히려 그녀에게 반문했다."이봐요, 아가씨. 줄 똑바로 서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신 뒤에 있는 신세희의 의견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어제 신세희한테 경고했거든요, 얌전히 회사에 나와서 내 처분을 기다리라고. 봐요, 오늘도 이렇게 고분고분 내 말에 따르잖아요. 어쩌면 신세희는 내가 자기 뺨을 뭉개버리길 바랄지도 모른다고요."그 말을 듣고 부아가 치민 엄선희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구자현 아가씨. 아가씨 집안이 서울에서 손꼽히는 명문 세가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