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간 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응급실에서 나왔다.밖에서 서준명 부모님, 서준명, 엄선희 그리고 서진희와 신세희 및 부소경이 기다리고 있었다.“할아버지 상황은 어떤가요?” 서준명이 다가가서 의사 팔을 붙잡고 물었다.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의사는 한숨을 내쉬더니,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마도 마음을 크게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르신 연세가 있으시니, 이젠 그 명을 다 할 듯합니다. 남은 수명이 일주일을 버틸지……후사를 준비하시지요.”“안 돼!” 서준명은 울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아버지……”“아버지 항상 건강하셨어……”서준명의 부모님도 같이 어르신 몸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서진희는 입술을 깨물고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그녀를 죄책감이 들게 하는 것은, 어르신에게 그렇게 자극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온 가족이 울고 있고, 어르신은 아직 혼미 상태이고, 서진희는 다가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죄송해요.”서준명이 일어서면서 서진희를 보았다:”고모……”“미안해.” 서진희는 다시 한번 사과했다.이때 오라버니와 새언니도 서진희를 바라보았다.서진희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처량하게 입술을 물다가 얘기했다. ”어르신 이렇게 화나서 쓰러지게 한 것, 이젠 더 이상 연명도 못 하게 된 것, 이 모든 책임 제가 지겠습니다. 때리든 욕하든, 다 받겠습니다.하지만 이 일은 제 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고모, 무슨 말씀이세요! 고모 때문이 아닙니다” 서준명은 바로 얘기했다.오라버니도 서진희를 보면서 얘기했다. ”진희야! 아버지 이젠 수명을 다하신 거야. 설사 너랑 그런 말다툼이 없었다고 해도 아버지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어. 이 일 너랑 상관이 없어.”서진희”고맙습니다.”이때 서씨 집안 어르신은 갑자기 눈을 떴다.“나……나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 어르신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아버지!”“아버지 깨어나셨어요?”“할아버지, 할아버지……” 서준명은 몸을 숙여 어르신을 끌어안았다.어르신은 애써
모녀는 서 씨 집안의 저택으로 향했다.장엄하고 위엄 있는 저택 밖에 도착하자 서진희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엄마.”신세희가 팔을 들어 엄마의 어깨를 감쌌다.서진희는 딸을 바라보았다.“엄마가 두려워하는 거 알고 있었던 거야?”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그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두려움이야.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구나.”저택의 대문을 바라보면 서진희는 어릴 적 넓은 저택 밖에서 동창이었던 고가영, 늘 공주 치마를 입고 있던 그 고귀한 어린 공주에게 쫓겨나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리고...친오빠도 떠올랐다.이복남매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친오빠였으니.서진희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었다. 친오빠가 발로 몇 미터 밖까지 차버렸던 일을.그 일이 있었던 뒤 서진희는 며칠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있었고 매일 피를 토했다.놀란 엄마는 매일 서진희의 침대 옆에서 눈물을 흘렸다.서진희가 발길질에 맞아 죽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했다.지금 오빠는 늘 우리 여동생이라고 불렀고 얼굴에 비치는 미안함은 서진희도 보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미안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지 않은가?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을까?아무도 몰랐다. 어린 시절, 어린아이가 감당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그녀가 감당했고 그 나이대에 감당할 수 있는지를 막론하고 모두 그녀가 감당해야 했다는 사실을.아무도 그녀의 어린 시절을 대신 책임져 주지 않았다.어린 시절은 딱 한 번뿐이다.고가영의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고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사촌 오빠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그녀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가?높은 관직에 있는 친아빠, 그리고 친오빠도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건 어린 시절의 악몽으로 남아있다.지금 그들은 한때 악몽이었던 곳으로 그녀를 초대한 것이었고 서진희에게 있어서 그건 고통이었다.“엄마, 들어가기 싫으면 들어가지 마세요. 불효라는 말이든 인색하다는 말이든 용서할 줄 모른다는 말이든 상관없어
서진희와 신세희 두 사람은 서 씨 집안 어르신의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진희야, 아빠는... 아빠는 먼저... 먼저 세희랑 얘기할게”서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뒤에서 들리는 흐느끼는 울음소리에도 서진희와 신세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가끔 모녀도 속으로 자신들이 너무 독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독한 게 뭐 어때서?독하지 않으면 뭐가 달라지나?진짜 눈물이 나오지 않는 데도, 속상하지 않은 데도 속상한 척할 수는 없지 않은가.단지 모든 가족이 슬퍼하는 분위기 속에서 모녀는 어색할 뿐이었다.어색한 신세희가 서 씨 집안 어르신 앞에 다가갔다.“어르신께서 부탁하실 것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이건 신세희가 한 노인에게 건넬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다.만약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외할아버지,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이대로 돌아가시면 안 돼요.”라는 말을 외쳐주길 원한다면 그건 그녀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세희야.”서 씨 집안 어르신이 수척한 손으로 신세희를 잡았다.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내, 내가 정말 미안해.” “몸도 안 좋으신 데 힘을 많이 쓰시지 마세요. 어르신, 전... 전 진작에 어르신 탓을 하지 않았어요.”신세희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야!”서 씨 집안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그 뜻이 아니야.”신세희가 물었다.“그럼... 그럼 무슨 뜻이에요?”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내 말은 말이지, 내가 젊었을 땐 너무 건방졌고 사람이 아니었어.”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신세희는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어르신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젊었을 때부터 난 의기가 넘쳤고 눈에 뵈는 게 없었어, 그래서 항상 내 입장에서만 옳고 그름을 가리곤 했지. 모든 건 나를 중심으로 일의 앞 뒷면을 평가했어. 그리고 항상 내 기준이 정확하다고 생각했지.”신세희는 갑자기 눈을 치켜올리더니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쳐다보았다.그녀
뒤에 있던 서진희는 눈물까지 흘렸다.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던 사람이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해 참회하는 말을 들었을 때 서진희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아버지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게 아니었다.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아무리 진심으로 참회한다 해도, 아무리 후회한다 해도 그 젊은 목숨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이 모든 건...”노인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목소리가 점점 더 쉬어갔다.어찌나 쉰 목소리였던지 신세희도 견딜 수 없었다.“어... 어르신 좀 쉬세요. 저와 어머니는 더 이상 어르신 탓을 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쉬고 계세요,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요. 어르신은 몸도 튼튼하시고 큰 병도 없으시니 100세도 꼭 넘으실 겁니다. 세상에 100세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어떤 여성작가는 112세까지 살았대요, 어르신은 112세가 되시려면 20년이나 남으셨잖아요.”이 순간 신세희도 어쩔 수 없이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위로했다.서 씨 집안 어르신은 눈물을 흘렸다.“내 마음이 너무 좁았어, 마음이 너무 좁았던 게야. 사실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가장 소질이 없고 한계가 없는 사람이 바로 나야! 내가 외손녀를 잘못 보지 않았더라도, 임서아가 진짜 내 외손녀였더라도 너한테 그렇게 모질게 대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내 행동은 권세만 믿고 업신여기는 행동이었어. 내 권력으로 아무 무기도 없는 소녀를 제압하려 했다. 얼마나 뻔뻔했던 걸까? 이렇게 오래 살고 보니 내가 늘 중요시했던 체면은 내가 제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더라. 늘 뻔뻔하고 체면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여기저기서 허세를 부리며 체면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제일 부족한 것이었지.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뻔뻔한 사람이야. 내가 저질렀던 일들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마. 세희야, 이 한계도 없고 소질도 없는 뻔뻔한 나쁜 노인네가 너한테 정중히 사과할게. 당시 권력만 믿고 너에게 모질게 대했었어, 미안해.”
그 목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굳어져 버렸다.신세희와 서진희도 예외는 아니었다.모녀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서준명과 비슷한 얼굴이었지만 서준명보다 7, 8살은 더 많아 보였다.“형님?”서준명은 깜짝 놀란 듯 외쳤다.“비행기가 지연된 거 아니었어요? 전 오후에나 오실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공항에서 저한테 전화도 안 해주시고, 제가 모시러 갔을 텐데요.”큰형이 처음으로 남성에 돌아온 건 무려 5년 전이었다.어느덧 5년이 지났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고 큰형을 다시 만나는 날이 할아버지의 임종일 줄은 몰랐다.서준명은 감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큰형의 얼굴에 비친 분노는 눈치채지 못한 채 감격스러워 큰형에게 다가갔다.“형님, 정말 제때 오셨어요.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위급한 상태예요. 형님도 임종 때에 할아버지를 뵐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잘 됐어요, 형님!”가족들은 몇 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대체 무슨 가족이란 말인가?서준명은 세 명의 형이 있었지만, 그가 어릴 때 세 형 모두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의해 외국으로 보내졌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부모님은 서준명도 외국에 보내려 했지만 2,3년 동안 서준명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외국에 가면 더욱 물이 맞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먹을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부모님은 그렇게 그를 집에 남겼다.그로 인해 부모님도 이민가지 못하셨다.이게 바로 서 씨 집안의 현재 상황이었다. 서진희와 서준명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을 제외해도 서 씨 집안은 3대, 7명인 가족이어야 했다.사실 3 대 7식구는 상위층 귀족 가문 중에서 많은 편이 아니었다.심지어 많지 않은 식구들이 국내외에 흩어져 있었으니.서준명의 부모님과 할아버지는 줄곧 남성에 살았고 가끔 경성에 머무르기도 했다.서준명의 세 형은 10살 때부터 외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녔고 그렇게 대학교까지 외국에서 다녔다. 나중에
큰 손자 서명헌은 넷째 동생의 인사를 무시했다. 넷째 동생의 얼굴에 비친 감격과 기쁨은 전혀 보지 못한 모양이다.서명헌은 서 씨 집안 어르신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신세희와 서진희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서 씨 집안 어르신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제때 왔기에 망정이지 속으실 뻔하셨네요. 어떻게 이렇게 경솔하게 결정을 내리실 수 있죠? 두 번이나 속으신 걸 까먹으신 겁니까! 할아버지, 마음 너무 약해지신 것 아니에요!”서 씨 집안은 입을 다물었다.“......”그는 입을 열고 설명할 힘도 없이 매우 무기력했다.그제야 서명헌은 서진희와 신세희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두 여성분은 나가주세요. 이건 제 집안일이니 외부인은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사실 서명헌은 서진희와 신세희 두 사람을 한 번 만난 적 있었다.바로 5년 전.서명헌이 외국에서 돌아왔을 때 어르신은 기뻐하셨다. 서준명에게 특별히 서진희와 신세희도 초대하라고 하셨고 그렇게 그들은 큰 레스토랑에서 서 씨 집안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였다.신세희와 서진희는 별로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서준명의 체면을 보아서였다.서준명은 고모를 아꼈고 고모도 그를 아들처럼 생각했다.고모는 서 씨 집안 어르신과도 가깝지 않았고 서 씨 집안 가족들 모두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유독 서준명과만 가깝게 지냈다.신세희도 마찬가지였고.그래서 그들은 서 씨 집안 가족과 식사하기로 했던 것이었다.식사 자리에서 신세희와 서진희는 말을 몇 마디 하지 않았었고 서 씨 집안의 삼 형제도 마찬가지였다.말이 제일 많은 건 서준명이었다.이따금씩 신세희와 서진희에게 물었다.“세희야, 고모,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음식을 집어 드릴까요? 아 맞다, 세희야 앞으로 너 일이 안 바쁠 때 고모를 모시고 큰형님이 계시는 곳에 놀러 가도 돼. 큰형님은 외국에 개인 섬도 갖고 계셔. 그 섬에 햇빛이 얼마나 눈부시던지. 시간 나면 꼭 가봐.”그 말에 서명헌은 못 들은 것처럼 무표정
서명헌의 말에 신세희는 너무 화가 나 웃음까지 나올 지경이었다.그들 모녀를 쫓아내고 그들을 외부인이라고, 자기들끼리 상의해야 한다던 사람이 단지 한마디 대답만 한 엄마에게 이렇게 화를 낸다고?“서명헌, 당신 말을 어떻게 하는 거야!”신세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녀의 소양과 차분한 성격으로 볼 때 그녀는 충분히 침착하게 화를 참을 수 있었다.그러나 침착하다고 해서 순응해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네가 뭔데? 네가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서명헌은 신세희에게 화를 내며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화를 내며 말한 뒤에도 한마디 또 주절거렸다.“당신 모녀 때문에 이 집안이 어떻게 됐는지 아냐고! 명분이 없는 것들일수록 더 발악한단 말이야. 첫째인 내가 있는 이상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그녀는 화가 나 웃음까지 나왔다.“형님!”그때 오히려 서준명이 화를 냈다.그는 소리를 지르더니 몸을 돌려 신세희를 위로했다.“세희야, 나를 봐서라도 조금만 참아줘. 일단은 고모를 잘 돌봐드리는 게 좋겠어. 미안해, 형님 일은 내가 해결할게.”말을 마친 서준명은 서명헌에게 다가갔다.“형님!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우리 고모신데! 이건 검증을 할 수 있는 혈연관계라고요. 그리고 세희가 고모의 친딸이라는 것도 의심할 여가 없고요! 고모와 세희는 우리 가족이에요! 우리 아빠의 친여동생이라고요! 저와 형님처럼요! 형님!”“준명아!”큰형이 쓴웃음을 지으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준명아, 그때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께서 왜 우리 셋을 외국으로 보냈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 외국의 교육을 포함해서 모든 면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었어! 외국의 교육방식이 아무리 좋더라도 외국에 있는 건 남성과 경성에도 다 있었어! 근데 왜 꼭 출국해야만 했을까? 외국에 간 후 나와 네 둘째 형, 셋째 형 세 사람은 서양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굶기만 해서 한 해 동안 몇 킬로나 빠졌어! 외국에서의 처음 몇 해는 정말 괴로웠지
“네가 형편없는 사람들을 데려온 건 사실이야. 네가 직접 봐, 모두 어떤 사람들인지. 네가 집으로 데리고 와도 그들은 절대 예의 차리지 않을 거야! 그들은 우리 서 씨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준 재산들을 전부 나눠가질 거라고! 우리 서 씨 집안 전체를 망가뜨릴 거야! 동생아! 만약 우리가 한발 늦어서 이미 우리 재산을 나눠 가진 뒤였더라면 준명이 네가 나중에 우리 서 씨 집안 조상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한바탕 내뱉은 말은 이유가 정당했다.조상까지 들먹였으니.“이들은 남이 아니에요!”서준명은 화가 났다.그는 다시 한번 강조하여 말했다.“고모와 세희는 모두 우리랑 가장 가까운 친척이에요! 게다가 세희도 돈이 부족하지 않고요! F 그룹 재산은 나와 형님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아요!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요!”“그래? 돈이 안 부족하다고?”서명헌은 차갑게 웃으며 신세희를 힐끔 쳐다보았다.경멸스러운 눈빛이었다.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말을 이었다.“신세희! 서진희! 당신들이 내 부모님과 할아버지, 동생을 현혹시켰다고 서 씨 집안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 서명헌은 멍청하지 않아! 돌아오기 전 난 당신들에 대해 뒷조사까지 다 해봤어! 너! 신세희 맞지! 12살 때 임 씨 집안에서 하숙했지만 넌 어떻게 했어? 은혜를 원수로 갚았지. 임씨 집안은 산산이 흩어졌고 지금 임 씨 집안 세 식구 모두 교도소에 있더군! 정신병까지 걸린 것 같던데! 근데 너는 어떻게 했어?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8년 동안이나 도움을 받았지! 임 씨 집안 돈을 쓰고 은혜를 갚지 않았을뿐더러 원수로 같다니! 너 때문에 한 가정이 망가졌어! 임씨 집안을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우리 서 씨 집안까지 망가뜨릴 셈이야?”신세희는 차갑게 웃으며 서명헌이라는 남자를 쳐다보았다.입을 꼭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서명헌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서명헌은 엄마 서진희를 훑더니 입을 열었다.“그리고 당신! 늙은 아줌마! 당신이 나타나기 전 우리 가정이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