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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1화

모녀는 서 씨 집안의 저택으로 향했다.

장엄하고 위엄 있는 저택 밖에 도착하자 서진희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엄마.”

신세희가 팔을 들어 엄마의 어깨를 감쌌다.

서진희는 딸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두려워하는 거 알고 있었던 거야?”

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두려움이야.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구나.”

저택의 대문을 바라보면 서진희는 어릴 적 넓은 저택 밖에서 동창이었던 고가영, 늘 공주 치마를 입고 있던 그 고귀한 어린 공주에게 쫓겨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친오빠도 떠올랐다.

이복남매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친오빠였으니.

서진희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었다. 친오빠가 발로 몇 미터 밖까지 차버렸던 일을.

그 일이 있었던 뒤 서진희는 며칠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있었고 매일 피를 토했다.

놀란 엄마는 매일 서진희의 침대 옆에서 눈물을 흘렸다.

서진희가 발길질에 맞아 죽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했다.

지금 오빠는 늘 우리 여동생이라고 불렀고 얼굴에 비치는 미안함은 서진희도 보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미안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지 않은가?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을까?

아무도 몰랐다. 어린 시절, 어린아이가 감당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그녀가 감당했고 그 나이대에 감당할 수 있는지를 막론하고 모두 그녀가 감당해야 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그녀의 어린 시절을 대신 책임져 주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딱 한 번뿐이다.

고가영의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고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사촌 오빠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가?

높은 관직에 있는 친아빠, 그리고 친오빠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어린 시절의 악몽으로 남아있다.

지금 그들은 한때 악몽이었던 곳으로 그녀를 초대한 것이었고 서진희에게 있어서 그건 고통이었다.

“엄마, 들어가기 싫으면 들어가지 마세요. 불효라는 말이든 인색하다는 말이든 용서할 줄 모른다는 말이든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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