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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3화

뒤에 있던 서진희는 눈물까지 흘렸다.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던 사람이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해 참회하는 말을 들었을 때 서진희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버지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게 아니었다.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진심으로 참회한다 해도, 아무리 후회한다 해도 그 젊은 목숨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노인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목소리가 점점 더 쉬어갔다.

어찌나 쉰 목소리였던지 신세희도 견딜 수 없었다.

“어... 어르신 좀 쉬세요. 저와 어머니는 더 이상 어르신 탓을 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쉬고 계세요,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요. 어르신은 몸도 튼튼하시고 큰 병도 없으시니 100세도 꼭 넘으실 겁니다. 세상에 100세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어떤 여성작가는 112세까지 살았대요, 어르신은 112세가 되시려면 20년이나 남으셨잖아요.”

이 순간 신세희도 어쩔 수 없이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위로했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눈물을 흘렸다.

“내 마음이 너무 좁았어, 마음이 너무 좁았던 게야. 사실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가장 소질이 없고 한계가 없는 사람이 바로 나야! 내가 외손녀를 잘못 보지 않았더라도, 임서아가 진짜 내 외손녀였더라도 너한테 그렇게 모질게 대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내 행동은 권세만 믿고 업신여기는 행동이었어. 내 권력으로 아무 무기도 없는 소녀를 제압하려 했다. 얼마나 뻔뻔했던 걸까? 이렇게 오래 살고 보니 내가 늘 중요시했던 체면은 내가 제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더라. 늘 뻔뻔하고 체면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여기저기서 허세를 부리며 체면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제일 부족한 것이었지.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뻔뻔한 사람이야. 내가 저질렀던 일들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마. 세희야, 이 한계도 없고 소질도 없는 뻔뻔한 나쁜 노인네가 너한테 정중히 사과할게. 당시 권력만 믿고 너에게 모질게 대했었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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