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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4화

그 말은 반원명과 전세린을 당황하게 했다.

방금까지 악독하게 미친 말들을 퍼붓던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고분고분해졌다고?

두 사람은 그만 동시에 진준수를 쳐다보았다.

진준수의 얼굴에는 유감스러운 표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일종의 타협도 섞여 있었다.

“세린아, 미안해.” 진준수가 말했다.

“…”

“예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그때는 소중함이 뭔지 몰랐어. 내가 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죽일 놈이야. 결국 벌 받았잖아, 아니야?”

“우리 집은 망해버렸고, 아버지는 사형당하고, 엄마는 감옥에 들어갔고, 나도 하마터면…”

말하던 진준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이제 다시는 애를 못 낫는 몸이 되어 버렸어. 그냥 겨우 목숨 하나 부지하며 살고 있는 거야.”

진준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린아, 난 네가 너무 미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살려주지 않는 것도 밉고, 벼랑 끝에 서 있는 날 밀어버린 것도 너무 미워. 날 정상인처럼 살지 못한 네가 너무 미워.”

“하지만 너랑 아이를 본 순간 그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어.”

“다 나 때문이야!”

“내가 그때 너한테 너무 악랄하게 군 탓이야! 내가 너무 못됐었어!”

“네 말이 맞아. 인과응보인 거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게 다 응보야.”

“난 살아있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난 살아남았지. 난 그냥 살아남기만 한 게 아니야. 난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

“그때 그 아이, 유산하지 않았던 거지? 이 아이는 내 아이야!”

“세린아, 그것 봐. 너랑 나, 둘 다 다시는 애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어. 하지만 우린 같은 아이가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진정한 가족이라는 거지. 내 말이 틀려?”

“우리 세 가족 평생 서로 사랑하면서 살자. 나 이제 다 고쳤어. 앞으로 너랑 아이의 노예가 되어줄게. 너랑 아이 옆에서 살 수만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을게.”

“세린아…”

진준수의 말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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