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린은 반원명의 노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마치 진준수가 그때 그녀에게 했던 짓처럼 말이다.그 순간, 전세린은 6살짜리 아이와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사실을 망각했는지 한 걸음 한 걸음 진준수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입가에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진준수… 당신… 그 말 진짜야?”“정말 우리 모자를 사랑해 줄 거야? 더 이상… 우리 버리지 않을 거야?”진준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하지! 내가 지금 얼마나 초라해졌는데. 당연히 진짜지. 너한테 알려줄 게 하나 더 있어. 비록 우리 아버지가 사형당하고, 엄마가 감옥에 들어가긴 했지만 진 씨 집안의 재산은 아직 남아있어.”“그뿐만 아니라 진 씨 집안의 인맥도 여전히 남아있고. 나랑 결혼하기만 하며, 절대로 네가 지금 만나는 남자처럼 우유부단하고 여자 등이나 처먹는 사람은 안 될게.”“세린아, 나 알아. 너 무능한 남자 싫어하는 거. 너도 그때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거지? 맞지, 세린아? 그 사람…”말을 이어 나가던 그때, 진준수는 갑자기 반원명에게 손가락질했다.요 며칠, 진준수가 몰래 반원명을 조사해 본 결과 그가 알아낸 반원명이라는 사람은 그냥 호구가 따로 없었다. 여자 덕에 제일 좋은 사립 병원에 들어갔고, 여자 덕분에 성공을 거머쥐게 되었다.제일 유명한 의사?그건 그냥 쓸모없는 타이틀일 뿐이었다.하루 종일 전세린 옆에 붙어서 호구처럼 다 해주는 것 좀 봐라! 개와 다름이 없었다!아니 개보다도 못한 인간이다!“전 남자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 촌놈이야! 세린아. 저 사람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바보처럼 멍한 것 좀 봐. 시체와 다름이 없네! 이런 남자랑 사는 거 재미없지 않아?”“네가 대학 시절에 춤추는 걸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예술 영화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세계 여행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낭만을 얼마나 좋아했는데.”“이런 남자랑 산다고, 네가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을까?”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 말들은 전세린의 마음을 그대로 타격
행복에 잠겨있던 세 가족은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으스스한 목소리에 몸서리쳤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냉랭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반원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세 사람은 그만 얼어버리고 말았다.그들은 너무 주위를 잊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흥분했다. 그래서 반원명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특히 전세린. 그녀는 반원명이 자신을 무한하게 포용할 줄 알았다.“원명 씨…” 전세린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미안해요, 원명 씨. 원명 씨, 당신 나 사랑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나…”그녀는 말을 그만 멈추었다. “원명 씨, 당신 의술 엄청나잖아요. 나이도 어리고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여자 하나 찾는 건 아주 쉬운 일 아니에요? 그… 그 여대생… 그 여자가 당신 엄청 좋아해요. 이제는… 두 사람이 만나는 거 허락할게요.”그녀는 마치 인심이라도 쓰듯 말을 뱉어냈다.반원명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세린 씨, 제 말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원명 씨…”“방금 한 말, 다시 한번 해 볼까요? 수술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얼마나 빨리 움직일까요?”그 말에 전세린은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원명 씨,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우리가 부부가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아직도 날 몰라요?” 반원명이 그녀에게 되물었다.“원명 씨, 저… 저 애가 있어요. 그리고 진준수도 당신이랑 만나기 전에…”반원명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누구랑 어떤 과거가 있든, 당신이 누구랑 애가 있든, 당신의 애가 죽었든 살았든! 당신이 그 애를 죽였든, 그 애가 어디가 모자란 사람이든! 그건 다 당신 일이죠!”“반원명! 당신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어떻게 애한테까지 그런 말을 해! 당신이 의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아! 당신은 그냥 여자 등이나 처먹는 개천 용일 뿐이야!” 진준수가 말했다.“그래서, 나 같은 개천 용은 여자 등이나 처먹을 뿐만 아니라
그래서 아이는 진준수를 보자마자 친아빠가 자기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아이는 6년 동안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아이는 줄곧 자신의 엄마 아빠를 그리워했다.본능이 아이와 진준수를 친밀하게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이 아이는 진준수처럼 반년 동안 자신을 챙겨주고 키워준 양아버지를 경멸하고 있었다.이런 경멸은 반원명의 마음속에 미약하게 남아있던 아이에 대한 연민을 사라지게 했다.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란셋을 아이의 목덜미를 향해 찔렀다. 하지만 반원명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일촉즉발의 순간 진준수의 반응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집안이 몰락한 그 순간부터 진준수는 그렇다 할 능력이랄게 없었다.도망치는 능력은 무척이나 대단했다.도망이라 하면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야 했다.뛰는 것도 빨라야 하고, 손도 빨라야 했다.그래서 란셋이 아이의 목덜미를 찌르기 전에 진준수는 아이를 확 밀쳐버렸다.반원명은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그는 고개를 돌렸고, 악마처럼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화를 내며 진준수를 노려보았다. “저 아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신부터 해결하는 것도 별반 다르진 않지!”말을 끝낸 후, 반원명은 진준수의 대동맥을 향해 란셋을 들었다.그는 메스를 드는 남자였다. 대동맥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찔러야 목숨이 없어질지, 어딜 찔러야 치명적인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그의 행동은 무척이나 빠르고 정확했다.하지만 진준수의 행동은 그보다 더 빨랐다.사람은 생사가 걸린 상황이 될 때 보통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진준수가 그랬다.두 사람은 대낮에 서로 앞다투어 쫓고 쫓기며 난리를 피웠다.진준수는 도망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기 미친 사람이 있어요! 여기 여자 등이나 처먹는 남자가, 뱀파이어 같은 개천 용이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 살려주세요! 누가 신고 좀 해주세요!”그의 뒤를 쫓는 반원명은 빨개진 눈과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손에 란셋을 든 채로 미친
하지만 반원명의 손은 잠시 멈칫하기만 할 뿐이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경찰을 쳐다보았다. “좋아. 날 죽이려고?” 반원명은 차갑게 냉소했다.“…”반원명은 더 이상 경찰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악마에 씐 것처럼 전세린을 무섭게 노려보았다.그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그는 전세린을 산산이 조각내버리고 싶었다.반원명은 손을 들더니 다시 한번 모질게 란셋을 휘둘렀다.란셋이 전세린의 대동맥을 찌르려던 순간, 반원명은 그만 총에 맞고 말았다.손에 들려 있는 란셋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반원명은 자기 가슴에 난 구멍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천천히 아래로 쓰러졌다.잠시 뒤, 전세린은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었다.하지만 상처를 입은 반원명은 여전히 경찰들에 의해 바닥에 눌러져 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체포되고 말았다.길바닥에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이지 악랄한 행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총을 든 사람이 망나니가 아닌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게 참 다행이었다. 그는 반원명의 급소를 피해 총을 쐈다.반원명은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같은 시각, 주위를 맴돌던 사람도 수군대기 시작했다.“아이고, 정말 개천 용이었네.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자리까지 찾아줬는데 결국 사람이나 죽이고 말이야.”“들어보니 저 남자 부모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서 집을 거덜 낸다나 봐.”“그러니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니까.”“정말 이걸로 교훈을 얻었어. 앞으로 우리 딸이 남자친구라고 데리고 오면, 그 남자가 아무리 잘생기고 일자리가 번듯해도 시골 출신의 개천 용이면 무조건 걸러야겠어!”“우리 딸이 평생 늙어 죽는 한이 있다고 해도 말이야! 변태랑 결혼을 시킬 수는 없지! 정말 무섭다!”“그러니까, 정말 무섭다!”“아이고…”“여자도 참 불쌍한 사람이지…”“들어보니, 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립 병원 원장 딸이라던데. 제대로 된 집안 아가씨라나 뭐라나? 이상한 남자랑 만나는 바람에…”여러 사람의 의논 속에, 방금까지 도망을 다니던
요즘 반원명은 아이를 입양했다는 이유로 반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부모님과 조부모님 그리고 누나들을 찾아뵙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반 씨 집안 전체가 반원명에게 원망이 가득한 상태였다.전화해도, 반원명은 무척 성의가 없었다.결국, 반 씨 집안 전체가 말도 없이 차를 몰고 이렇게 올라오게 된 것이었다.그들은 반원명에게 죄를 물으러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었다.그뿐만이 아니다. 반 씨 집안사람들은 반원명이 점점 자기들에게 냉담하게 구는 이유가 전세린이 중간에서 이간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다들 전세린에게 따져 물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차가 집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반 씨 집안사람들은 전세린이 낯선 남자와 함께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그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장면이었다.“전세린! 이 창년아! 넌 우리 반 씨 집안의 며느리야!” 반영이는 전세린에게 삿대질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전세린! 네가 잘나가는 집안 출신이라는 거 하나 믿고 잘난척하나 본데! 우리 집안이 널 무서워할 것 같아! 우리 반 씨 집안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내가 이렇게 눈 뻔히 뜨고 살아있는데 내 동생 몰래 남자랑 바람을 피워!”“전세린! 너 죽고 싶어?” 둘째 반유이도 전세린에게 삿대질하며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그때, 반유이는 이미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여러 장 찍은 상태였다.핸드폰을 치운 후에야 반유이는 느긋하게 전세린에게 말을 걸었다. “전세린, 우리 반 씨 집안은 일 커지는 게 하나도 무섭지 않은 사람들이야. 너희한테는 집안의 명성이 엄청 중요하잖아.”“이건 꼭 알아야 해. 우리 반 씨 집안이 너희 집안 하나 망가뜨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거!”“다시 한번 말하는 데, 우리 반 씨 집안은 일 커지는 게 하나도 무섭지 않은 사람들이야! 오히려 일이 커지지 않을까 봐 걱정이지!”“내 손에 지금 네 증거가 있는데, 어때? 우리 한번 제대로 대화를 해볼까?”반유이의 말뜻은 무척이나 선명했다.그녀는
반원명은 무척이나 허약한 얼굴이었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기자를 쳐다보았다.기자는 얼굴에 이런 말이 적혀있는 듯했다. ‘이 사건, 커지게 만들어야 하는데.’반원명은 냉랭한 말투로 기자에게 되물었다. “살인범 취재해 보신적 있으세요?”기자는 웃으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반 선생님, 제가 지금 취재를 진행하고 있잖아요?”그 말에 반원명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긴 하네요...”잠시 멈칫하더니 그는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이런 생각은 해 보신 적 있으세요? 만약 당신이 살인범이라고 생각하고 보도까지 한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모든 사람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현장에서 집행까지 되어버린 거죠.”“그러다 시간이 지난 후,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당신 때문에 사실은 억울한 사람이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면 당신은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낄까요?”“당신…” 기자가 입을 열었다.“아니, 아니죠.” 반원명은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건 이미 죄책감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당신은 악몽을 꿀까요?”“당신은 죽음이 두려운가요? 분명 엄청 두려울 거예요.”“왜냐면 죽은 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그 사람을 만나게 될까 봐 두렵겠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아니! 그 사람이 당신을 기름 솥으로 던져버리고, 당신을 두 번 죽일까 봐 두려운 거겠죠!”“음… 아마 그것보다 심하게 할 수도 있어요! 거긴 지옥이니까.”기자는 반원명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고 말았다. 그는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당신… 당신 미쳤어요!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네요!”“나요? 내가 미쳤다고요?” 반원명은 신경질적으로 기자에게 물었다.그는 차갑게 웃으며 기자를 쳐다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기자의 눈에는 마치 귀신처럼 보였다.기자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늦었다. 반원명이 이미 그의 손목을 낚아챈 후였다. 반원명의 손에 꽂혀 있던 주사는 어느새 그의 손에 들려있
의료계 종사자들은 모두 이로 인해 속을 태우고 있었다.토론 끝에 그들은 결국 반원명에게 진단서를 내리기로 했다.그는 정신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라 이미 자아 통제 능력을 잃어버렸다.게다가 반원명은 이번에 정신을 잃은 뒤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한 달 뒤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반원명은 남성으로 옮겨졌다.교수님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그를 회복시킬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반원명이 의식을 되찾고 다시 수술실에 들어가 환자를 구하길 바랬다.이게 바로 반원명이 소유해야 할 삶이었다.그는 아직 30대 초반 젊은이이다. 지금까지 줄곧 열심히 공부만 해온 그의 삶에 이런 슬픈 엔딩으로 끝나면 안 되었다.교수님은 더더욱 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리하여 반원명 수술을 직접 집도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은 실패로 끝났고 교수님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반원명은 수술실에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교수님은 괴로운 마음에 수술실에서 대성통곡했다.하지만 잃어버린 목숨은 되찾을 수 없다. 반원명의 화장일에 교수님은 병에 걸린 탓에 마지막 배웅을 하지 못했다.사실은 자신이 아끼는 제자가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재로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하지만 교수님은 반원명이 화장터로 옮겨져 화장하려던 순간에 그의 손가락이 꿈틀댈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그의 손가락만 꿈틀거린 게 아니었다.그의 입술도 약간 뻐금거렸다.꾹 감겼던 무기력한 눈꺼풀도 살짝 열렸다.아무도 그 순간 반원명의 의식이 어디서 떠도는지 알지 못했다.오직 그만이 알 수 있었다.그는 상공에 자신이 누운 채 용광로 안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화장터 안에서 그는 자신 외에 또 다른 자신을 보았다.그는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이었다.그도 똑같이 누워있었다.그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는데 구멍 주위의 피는 이미 검게 변해있었다.그 구멍을 본 반원명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주 슬펐다."왜 울어?"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반원명은 어렴풋하게 자신이 그 남자와 혼연일체가 되는 것을 느꼈다.점점 하나로 되어가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귓가에는 계속 누군가의 목소리가 맴돌았다."잘 살아, 산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 나 대신 그들을 잘 챙겨줘, 내 형, 내 형수, 내 딸, 그리고...""나 대신 잘 돌봐줘, 내가 미처 챙겨주지 못한 사람들이야...""나 대신 잘 돌봐줘...""나 대신 잘 돌봐줘..."그 소리는 점점 사그라들며 작아졌다."네 이름은 뭐야? 너도 반씨라면서, 이름이 뭔데?""호... 호영... 호영이라고 불러, 난... 반씨 가문의 넷째..."그 소리는 점점 사라졌다.호영? 반씨 가문 넷째?반원명은 갑자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도 반씨 가문의 넷째이다.그도 반씨 가문에서 자란 아이다.그도 가족 사랑이 필요했다.어찌 두 사람이 이리도 닮았단 말인가?그렇다.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었다.그가 바로 그 자신이다.그 자신도 바로 그이다.반원명은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점차 의식을 되찾았다.의식을 되찾은 그는 조금 전 모든 상황이 환각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그의 뇌 손상으로 인한 환각이라 여겼다.마치 지금 그가 그 자신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누워있던 자신은?그 자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왜 보이지 않는 거지?그는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그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그는 급격히 피곤함을 느꼈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심지어 곧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다.곧 죽는 건가?아니다!그는 죽어선 안 된다!그는 반드시 살아야만 한다!남이 아닌 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야만 했다.그는 아직 그를 생각하는 교수님, 대학 동기, 그리고 자신의 의술을 발휘할 수 있는 남성이라는 대도시가 있다.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그는 살고 싶었다!그는 점차 고열을 느끼게 되었고 용광로 안에 들어가 뼛가루로 되고 싶지 않았다.반원명은 끊임없이 몸부림쳤다."살려줘, 살려줘, 살려달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