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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어머님, 기현 씨, 소현 아가씨랑 예준하 씨 꽤 친해 보이지 않아요?”

유청하는 좀 전에 별말 없이 쭉 들으며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소현 아가씨는 콧대 높고 도도하여 웬만한 남자는 눈에 안 들어온다.

전태윤을 수년간 짝사랑한 후 아가씨는 오직 그에게만 푹 빠져 있었는데 오늘 처음 전태윤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이토록 친절한 태도를 선보였다.

하예정이 얼른 해명했다.

“소현 언니는 예준하 씨랑 몇 번 만났어요. 처음 만났을 땐 언니가 준하 씨 길을 빼앗았는데 결국 준하 씨가 양보했대요.”

이경혜가 담담하게 말했다.

“예준하 씨는 참 괜찮은 분이야. 예씨 일가 남자들은 전씨 일가 남자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야. 단지 거리가 너무 멀어.”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예정도 성소현과 예준하가 잘 되길 바랐지만 예준하가 A시 사람이라 거리가 너무 멀고 이모에겐 딸이 소현 언니 한 명뿐이라 멀리 시집보내기 아쉬워할 듯싶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하예정도 바로 단념했다.

두 사람이 만약 진짜 서로 감정이 생긴다면 본인들이 알아서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것이다. 하예정과 전태윤의 현실적인 문제에 비하면 예준하와 성소현은 문제라고 할 것도 못 된다.

인제 예준하가 거액을 들여 성씨 일가의 바로 옆집에 별장을 샀으니 곧 이웃이 된다. 장거리에서 이웃이 되어 담장 하나만 사이에 두고 아주 가깝게 지낼 수 있다.

성소현은 예준하를 배웅하고 다시 집안에 들어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예정이 인제 제법 자연스럽게 걸어요. 우리 이만 출발해도 될 것 같아요.”

이경혜는 하예정에게 일어나서 몇 걸음 걸어보라고 했다. 하예정이 확실히 자연스럽게 걷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청하도 함께 일어나 시어머니가 옆에 놓아둔 정교한 지갑을 공손하게 건넸다.

“청하야,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아직 임신 초기라 거동이 불편하진 않아도 초기라서 각별히 더 신경 써야 해. 기현이가 옆에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쉬어. 난 소현이랑 예정이 데리고 나가봐야겠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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