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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하예정은 줄곧 여운별만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약을 탄 술을 아무에게도 안 줬고 본인도 마시지 않았다. 하예정은 그녀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살짝 궁금했다!

곧이어 하예정은 답을 얻었다.

그 술을 다른 사람에게 안 준 게 아니라 술을 마실 사람이 이제 막 도착했기 때문이다.

스쿠터 한 대가 동가네 별장으로 질주해 왔는데 정원을 가득 채운 고급 차들 사이에서 스쿠터가 유난히 돌출되어 보였다.

스쿠터를 타고 온 사람은 스무 살 남짓한 여자아이였는데 중점은 그녀가 아니라 뒷좌석에 앉은 여자였다. 그녀는 품에 꽃다발을 안고 스쿠터에서 내린 후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서 길을 살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맹인이었다!

하예정은 술잔을 내려놓고 반듯하게 앉아 맹인 여자아이가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맹인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잔디밭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전이진에게 준 사진이자 그에게 정해준 신붓감이 바로 그녀였다. 할머니는 전이진에게 1년 안에 무조건 상대의 마음을 얻어 아내로 들여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행하지 못하면 뒷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랬다, 그 상대도 여씨 성이었다.

여씨 그룹 오너 여 대표의 의붓딸이자 조카딸인 여운초였다.

하예정은 동씨 가문의 연회에서 여운초를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여운초는 걸음이 매우 느렸다. 앞이 안 보이니까.

주차한 곳은 여운별과 그리 멀지 않아 일반인들은 2분이면 걸어올 거리인데 여운초는 십여 분을 걸어서야 겨우 여운별 앞에 도착했다.

“꽃 배달 좀 시켰더니 뭘 이렇게 늦게 와? 배달 속도가 이렇게 느린데 네 그 가게가 문을 안 닫는 게 기적이지 기적이야.”

여운별은 여운초보다 여섯 살 어려 올해 갓 스무 살이다. 여씨 사모님이 제 아주버님과 재혼하고 낳은 첫 아이라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여씨 일가는 2천억 자산의 숨은 재벌 가문이다. 여운별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이기적이고 교활한 성격으로 돼버렸다.

그녀가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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