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 사모님은 가까운 곳에서 몇몇 사모님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두 딸아이의 인기척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대처 없이 여전히 딴사람들과 수다를 떨었다.여운초는 한참 침묵하다가 결국 동생이 준 술잔을 받으며 물었다.“이거 마시면 꽃값 줄 거야?”“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내가 번복하겠니? 이 술만 마시면 20만 원 전부, 한 장도 빠짐없이 다 너 줄게.”“알았어.”여운초가 잔을 들어 입가에 갖다 대고 막 마시려던 참인데 누군가가 불쑥 손 내밀어 그녀의 술잔을 뺏어갔다.“이 술 마시지 말아요.”낯선 이의 목소리였다.여운초는 상대의 목소리로 위치를 찾고는 고개 돌려 의아한 표정으로 마주했다.여운초의 술잔을 뺏어간 사람은 다름 아닌 하예정이다.다들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고 있을 때 하예정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여운초의 술잔에 가루를 탄 걸 알고 있다. 이는 누가 봐도 좋은 취지가 아닐 터이니 여운초가 마시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여운초는 할머니가 전이진에게 정해준 신붓감이다. 몰랐다면 모를까, 다 알게 된 판에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하예정은 선뜻 나서서 그녀를 지켜주었다.“하예정 씨, 이건 하예정 씨랑 상관없는 일이에요.”하예정을 본 여운별은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그녀는 하예정을 전씨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부르고 나면 자신이 이 시골 여자만도 못하다고 느껴질까 봐.“좀 전에 여운별 씨가 이 술잔에 약 타는 걸 봤어요.”말을 건넨 사람은 하예정이 아닌 성소현이었다.그녀는 하예정이 왜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미 나선 바에 그녀도 뒤처질 수 없어 함께 끼어들었다. 여운별 같은 레벨은 성소현의 안중에도 없다.그녀는 여운별의 음모를 바로 까발렸다.“성소현 씨,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른대로 해야죠. 내가 술에 약 타는 거 어느 눈으로 봤어요?”성소현이 턱을 치키고 거만하게 말했다.“내 눈 보이죠?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이런...
여운별은 실은 성소현과 하예정에게 도발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여운초를 한 번 도울 순 있어도 평생 도울 건 아니니까!여운별만 원한다면 아무 때나 여운초의 꽃 가게를 박살 낼 수 있고 여운초는 감히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못한다.여운초도 바보가 아니기에 성소현이 술에 약을 탔다고 한 이상 절대 그 술을 마실 리가 없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이 꽃은 그냥 너 줄게. 돈 안 받아도 돼.”말을 마친 그녀는 성소현과 하예정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에 감격을 담아 감사의 뜻을 표했다.“여운초,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냥!”여운별은 면이 안 섰다.그녀는 여운초가 떠나려 하자 손을 뻗어 덥석 붙잡고 그녀 앞에 성큼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꽉 잡고 강제로 그 술을 들이부으려 했다.하예정과 성소현은 거의 동시에 나섰다.하예정은 주먹질 솜씨로 가뿐히 전세 역전하여 여운별의 손에서 여운초를 구해냈을 뿐만 아니라 여운별의 턱을 꽉 잡았다. 한편 성소현은 그 술잔을 뺏어와 재빨리 여운별에게 먹였다.여운별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결국 그 술을 몇 모금 마셨다.그녀가 술을 다 마신 후에야 하예정도 천천히 풀어주었다.성소현은 술잔을 바닥에 힘껏 내던졌다. 잔디밭이라 해도 잔이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줄곧 담담하게 딴사람들과 얘기 나누던 여씨 사모님도 그제야 화들짝 놀랐다.제 딸이 손해 보자 여씨 사모님은 곧장 다가왔다.“엄마, 우리 가요, 얼른 가요.”여운별은 자신이 술에 무슨 약을 넣었고 마시고 나면 어떤 후과가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고 개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이건 그녀가 여운초를 위해 준비한 계략인데 성소현과 하예정의 간섭하에 결국 스스로 그 술을 마셔버렸다.여운별은 초조한 마음에 빨리 떠나고 싶었다. 약발이 나기 전에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운별아, 너 왜 그래?”여씨 사모님은 초조하게 물었다. 여운초가 옆에 서 있자 그녀는 표독스럽게 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여운초, 너 운
이때 이경혜와 동씨 사모님도 인기척을 듣고 얼른 방에서 나왔다.여씨 사모님은 감히 이경혜에게 맞설 엄두가 안 나고 보물단지 딸 여운별이 자업자득한 거라 마지못해 동씨 사모님께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도망치다시피 여운별을 데리고 동씨 저택을 떠났다.분위기가 잠잠해지자 여운초는 하예정과 성소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실은 그녀도 두 사람이 왜 저를 도와준 건지 몰랐다.엄마가 고함을 지를 때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 중 한 명이 전씨 사모님이란 걸 알게 됐다. 요즘 전씨 사모님은 관성에서 제일 핫한 인물인데 이토록 정의로운 분이실 줄이야. 그녀에게 도움받을 거라곤 예상치도 못했다.사실 아무도 안 도와줘도 여운초는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새엄마 못지않게 사악한 친엄마와 새아빠 밑에서 살아가려면 조금씩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법... 여운초가 아무런 수단이 없었다면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도 없다.하예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돌아가서 저들이 계속 귀찮게 굴면...”그녀는 방금 했던 말이 여씨 사모님에게 제대로 먹혔을지 몰랐다.여운초가 담담하게 말했다.“저들은 결코 진정으로 이득을 본 적이 없어요.”하예정이 두 눈을 반짝이다가 결국 작별을 고했다.“그럼 잘 있어요.”“고마워요!”여운초는 다시 한번 하예정과 성소현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그리고 차분하게 맹인 지팡이를 짚고 길을 살피며 앞으로 걸어갔다.이때 그녀의 점원이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곧이어 여운초는 그 스쿠터에 앉아 동씨 저택을 떠났다.여씨 일가의 두 자매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밤이 깊어지자 많은 손님들이 뿔뿔이 흩어졌다.이경혜도 딸아이와 조카딸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먼저 하예정을 발렌시아 아파트로 보내줬다.두 자매가 여운초를 도와준 일에 관해 이경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전태윤은 일찌감치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문자를 받고 발렌시아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경혜의 차가 도착하자 전태윤은 가까이 다가와 먼저 차에 있는 이경혜에게 인사한 후 신사답
“내가 어떻게 심기를 건드렸는지 안 물어봐요?”전태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안 물어봐. 네가 어떻게 건드렸든 간에 난 영원히 네 편이니까.”그의 눈엔 아내가 곤 진리이다.“태윤 씨... 나 이렇게 믿어주고 예뻐해 주면 버릇 나빠져요.”“버릇 나빠지라고 이러는 거야. 그럼 나만 널 포용할 수 있고 넌 영원히 내 것이 되겠지. 아무도 내 와이프 못 뺏을 거야.”하예정은 실소를 터트렸다.“내가 태윤 씨 아내란 걸 알게 되면 누가 감히 날 넘보겠어요?”김진우는 그녀를 수년간 짝사랑했고 그녀가 유부녀란 사실을 알면서도 단념하지 못한 채 도리어 그녀가 전태윤과 이혼하고 본인에게 시집오길 바랐다. 심미란이 그에게 하예정의 초고속 결혼 상대가 전씨 집안 도련님 전태윤이라고 말한 후 김진우는 바로 철저하게 마음을 접었다.지난번에 김진우가 주말을 틈타 이틀 쉬며 집에 얼핏 다녀올 때 심미란이 효진이네 가족도 불러 김진우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심효진은 김진우가 많이 성숙하고 말수도 훨씬 줄어들었다고 했다. 사람들과 인사만 나눈 후 딱히 말이 없었으니까.심효진은 진우가 분명 아직도 하예정을 사랑하지만 전태윤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또한 감히 맞설 엄두도 안 날 거라고 했다. 그가 하예정에게 집착할 때 전태윤은 김씨 그룹에 압력을 가했으니 김진우가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어도 감히 본인의 가족 사업을 내걸 엄두는 안 났다.내기할 엄두도 안 나고 질 용기도 없다.오직 단념하도록 본인을 다그칠 수밖에...관성을 떠나 H시에 돌아가 출근하기 전에 그는 심효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10년 안에 아마도 연애나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심효진은 사촌 동생이 매우 안쓰럽지만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성격상 동생을 도와 하예정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무너뜨리고 김진우와 잘 되게 엮어줄 리는 없으니까. 지금이야 전태윤이 하예정을 사랑하고 그녀에게 엄청 잘해주며 그녀를 위해 성소현한테도 머리 숙이고 누나라고 부른다지만 설사 전태윤이 하예정을
“이모가 이 말을 들으셨다면 아마도 당신을 노려봤을 거예요.”전태윤이 웃었다.“당신 이모는 항상 엄숙한 성격이었어. 그러다 퇴직한 후에야 그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진 거고. 이모를 따라다니려면 당신도 고생 많이 할 거야. 하지만 그 고생을 견뎌내기만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고. 당신 이모도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로 생각해.”하예정은 소파로 가서 앉았다.전태윤이 따라오더니 그녀의 발을 들고 마사지하기 시작했다.놀란 하예정은 발을 뒤로 빼려 했다.“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이게 뭐 하는 거예요?”“당신 앞에서 나는 단지 당신의 남자일 뿐이고 평범한 남편일 뿐이야. 내 와이프가 나를 위해 가장 싫어하는 하이힐을 신고 밤새도록 자기 발을 괴롭혔는데 남편으로서 이만한 배려도 못 해줄까 봐?”그의 힘 있고 달콤한 말에 하예정은 더는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오늘 밤 여운초를 만났어요.”전태윤은 하예정이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 따로 묻지 않고 그저 그녀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여운초가 누군데? ”전태윤은 머리도 들지 않고 하예정의 발을 마사지하는 데 열중했고, 여운초가 누구인지도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당신도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있잖아요. 작고 예쁜 얼굴에 큰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어 얼굴이 더 작아 보여요. 언제나 담담한 어투로 말하는데 차분해 보이는 성격이에요.”전태윤은 손동작을 잠시 멈추고 사랑하는 와이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내가 언제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 나는 당신 이외의 여자에게는 관심도 없고 사진도 보고 싶지 않아.”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질투하는 것도 아닌데, 당신 왜 그렇게 긴장해요? 여운초는 할머니께서 이진 씨의 와이프로 픽하신 거예요. 할머니께서 그녀의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그때 당신도 함께 봤잖아요.”“...그냥 한번 흘끔 본 거라 기억이 안 나, 내 와이프도 아니고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해서 뭐 하게?”그는 계속하여 그녀에게 마사지해 주었다.“글쎄
전태윤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응, 당신에 대해서도 똑똑히 조사했었어. 하지만 나는 내 눈과 느낌을 더 믿어. 그래서 처음에 신분을 숨기고 당신을 지켜본 거야.”“당신 성격으로 말하자면, 만약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똑똑하게 알아내지 못했다면, 나와의 초고속 결혼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도 처음에 내가 돈을 보고 다가온 여자라고 의심한 거예요?”“조사한 데 오차라도 있을까 봐 두려웠어.”하예정은 말문이 막혔다.“결혼은 간단한 일이 아닌데, 우리 둘 다 섣불리 결정한 것 같네요.”하예정은 한숨을 쉬며, 또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다행히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요 .”만약 시간이 다시 되돌아간다면, 그녀는 아마 다른 선택을 하였을지도 모른다.“예정아, 아까 하던 얘기 계속해 봐. 내가 잘 들어줄 테니.”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 초기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시기는 그가 그녀를 속이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만약 위가 아픈 전태윤을 보며 하예정의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더라면, 둘은 아직도 화해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신분을 숨기고 그녀를 속인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두려웠다.화제를 여운초에게 돌려놓으면 그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여운초에게 몇 살 연하의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아주 예쁘게는 생겼지만, 인품이 영 아니에요. 글쎄 여운초의 술잔에 약을 탔지 뭐예요. 그리고 여운초더러 꽃다발을 가져다 달라고 하더니 그 약을 탄 술잔을 주면서 그걸 다 마셔야 비로소 꽃값을 지불하겠대요.”“...”“나와 소현 언니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그렇게 나쁜 여동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나도 너무 화가 나서 약을 탄 술을 그 여동생의 입에 강제로 부어 넣었는데 약효가 얼마나 빠르던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더워하며 옷을 벗겠다고 아우성을 치더라고요.”“그래?”“그 집 사모님도 어찌나 편파적인지 여동생만 감싸는 거예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똑같은 거예요. 여운초도 자기 자
“부잣집 사람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어. 그저 외부인들만 모를 뿐이지. 하지만 예정아, 당신은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전씨 일가는 그런 암투가 없으니까. 우리 가족들은 돈을 준다 해도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는 빼앗으려 하지 않을걸.”하예정은 전태윤의 말을 믿는다.그녀는 시댁 식구들과 몇 번 접촉했는데, 어른이든 동년배든 다 좋은 사람이었다. 유일하게 그녀에 대해 편견이 있고 그녀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은 그녀의 시어머니인데, 시어머니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그녀와 전태윤의 사이가 틀어졌을 때도, 시어머니는 그저 할머니를 모시고 와서 사과하셨을 뿐, 기회를 틈타 전태윤과 이혼시키려 하지 않았다.시어머니에게는 며느리 출신도 중요하지만, 아들의 생각과 행복이 더 중요했다.“여씨 사모님은 그때 나를 아주 사납게 노려봤는데, 집에 돌아가서 남편에게 내 험담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태윤 씨, 여씨 가문은 어떤 가문인가요? 내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해서 그 집 모녀의 미움을 산 게 당신한테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걱정되네요.”전태윤은 마사지를 다 한 후, 그녀의 곁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꼭 끌어안은 후 오만하게 말했다.“내가 자기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 관성에서 우리 전씨 가문과 겨룰 수 있는 가문은 당신 이모의 집안 말고는 없을 거야. 정말 끝장 볼 때까지 겨룬다면 당신 이모네 집안은 우리 전씨 가문의 적수가 아니야. 우리 전씨 가문은 식구가 많고 한마음인 데다 사돈도 많아. 그러니 우리 가문과 적이 되는 것은 동시에 몇 개의 재벌 가문과 적이 되는 것과 같아.”전태윤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여씨?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리고 그 집 비즈니스도 주로 관성이 아닌 다른 도시에 있어. 나도 그들을 얕잡아 보지 않고 그 집 내막을 파헤쳐 봤는데, 아마도 가산이 한 2천억 정도 될걸. 여씨네는 줄곧 조용하게 지내 숨어 있는 재벌가에 속해. 남편이 죽은 지 백일 만에 시숙과 재
“방에 가서 이 옷부터 갈아입어.”전태윤은 말하며 그녀를 안아서 들려 했는데 그녀에게 저지당했다.“내가 못 걷는 것도 아니고...”하예정은 일어서며 말했다. 전태윤이 마사지해 준 후, 그녀의 두 다리는 많이 거뿐해졌다.“당신은 나에게 도와줄 기회도 주지 않아. 나도 팔 힘을 키우고 싶단 말이야. 당신을 안고 걸으면 딱 맞춤할 텐데.”하예정은 그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당신은 매일 헬스하면서 꼭 나를 안고 단련해야겠어요? 어서 가요, 이젠 자야죠.”“그럼 난 가서 당신한테 목욕물 준비해 줄게.”전태윤은 그녀 먼저 방으로 들어가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워 넣고, 또 잠옷을 가져다 놓았다. 그는 그녀가 뜨거운 물에 목욕한 후, 편안하게 잠들기를 바랐다.샤워하고 나온 후 하예정은 침대에 올라가 전태윤의 옆에 누웠는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전태윤의 얼굴에 두 번 뽀뽀했다.“여보, 잘 자요.”전태윤도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당신도 잘 자, 좋은 꿈 꿔.”“난 악몽을 거의 꾸지 않아요.”하예정은 습관적으로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갔고, 전태윤은 흡족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안고 잠들었다.다음날, 부부는 각자 출근했다.멀리 서원 리조트에서.장소민은 일어난 후 같이 여러 번 고스톱을 쳤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장소민 씨.”상대방은 전화 너머로 장소민에게 말했다.“댁의 그 며느님은 너무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의 집안일에도 참견하는데 그러면 미움을 사기 쉬워요.”장소민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우리 애가 무슨 일에 참견했는데요? 누구 집안일에...? 혹시 당신 집에 실례되는 일이라도...?”“며느님이 어젯밤에 동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하러 갔는데, 혹시 몰라요? 성씨 사모님을따라갔던데... 자기 시어머니를 놔두고 성씨 사모님을 따라가는 게 어딨어요. 혹시 둘 사이가 나쁜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저 같으면 그런 레벨의 연회에 보내지 않겠어요. 비록 며느님이 시골 출신이라지만 이미 댁의 도련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 모든 여자의 이상형인 고씨 가문의 주인, 고씨 그룹의 대표가 여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 금세 강성 상류사회에 퍼졌다.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였다.심지어 병원에서 정화의 병간호를 하고 있던 이 가주도 이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병실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갑자기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그런 거였군, 역시 그런 거였어.”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혼자 중얼중얼하는 아내를 보며 정화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다.정화는 거세함으로써 수십 년간 해왔던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오랜 희생과 맞바꾼 정가네 재부를 지킬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단지 아내 곁을 지키는 일만 남았을 뿐.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수술을 했어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생긴 틈은 결국 완벽히 봉합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내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실체를 아이들에게 까발리지 않고 체면을 지켜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그와 등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여보, 무슨 일 있어?”정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상상도 못 할 빅 뉴스가 있어.”이 가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십 년이나 늙어 보이는 데다가 이제 남자구실도 못 하는 정화를 바라보자니 이 가주는 깨 고소했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그 불여우가 고현에게 대시해도 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줄 알아?”정화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해명에 바빴다.“여보, 나랑 윤정이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사람들이 모함한 거라니까. 그날 밤,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여보도 잘 알잖아. 게다가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고. 윤정이는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야.”정화는 바람둥이가 분명했다. 바람을 피운 전적도 있고 또 항상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지만 윤정이한테까지
오늘 밤 약속 자리에는 원래 고현이 참석해야 했지만, 고현이 오후에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고빈이 나서서 약속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빈은 고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여러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고현과 비교하면 능력이 좀 떨어졌다.“제 형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우리 형이 문제를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가 저를 찾아온 거죠.”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말했다.“또 전화가 왔네요. 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저한테 전화를 걸어 뭐 하려는 건지. 저와 저의 형은 20년 넘게 형제로 살긴 살았지만, 함께 잠을 자 본 적도 없고 함께 샤워도 해보지 못했는데 제가 어떻게 우리 형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는데...”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사실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고빈은 이미 성인으로 되었다.하지만 고빈은 확인한 적 없었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이 여자라고 하니 고빈도 그녀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우리 부모님이 날 속인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은 대체 여자예요? 남자예요?”고빈은 해명했다.“우리 형이 오늘 밤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석했는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네요. 저에게 우리 형이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셨는데 우리 형은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분명해요. 호영 씨도 예전에 우리 형을 위해 치마를 입은 적 있거든요.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면 정말 한 가족답네요.”고빈은 말을 마치고 진미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미리가 휴대전화를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고진호의 핸드폰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어쩐지 저에게 전화가 오더라니, 우리 부모님께서 전화를 꺼놓으신 거였군요. 이미 예상하셨을 거예요.”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고빈은 바로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버렸다.전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고빈은 전화를 바지 주
“고... 고 대표님, 지금 고 대표님이 여자라고 하신 거죠?”송씨 가문의 딸 송은하는 말을 더듬으며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현과 송은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송은하는 그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고현이 제발 말해줬으면 했다.비록 송은하는 고현을 짝사랑하고 고현의 대답도 받지 못해 단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현이 남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적어도 자신의 안목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만약 고현이 정말로 여자라면 송은하의 안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될 것이고 따라서 고현을 남자로 착각해서 짝사랑하게 된 셈이다.송은하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전부 침착할 수 없었다.고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저는 여자예요. 믿지 마실지는 여러분 몫이지만요.”그녀는 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았다.전호영 때문만 아니라면 고현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설명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고현은 심지어 전호영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 모두에게 말했다.“저와 호영 씨는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호영 씨도 게이가 아니고 저도 게이가 아니에요!”많은 사람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 제가 아는 지인을 봤는데 얼른 가서 인사드리고 올게요.”고현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소화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녀는 익숙히 아는 대표님을 보더니 몸을 일으켜 전호영과 함께 그 대표님께 인사하러 갔다.다만 고현이 인사하러 가는 그 대표도 그녀가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현도 설명하기 귀찮아 태연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인사하고 사업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예전에 고현은 연회에 참석할 때 다른 사람이 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전호영과 함께한 뒤로 마시기 시작했다.전호영과 함께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고현은 걱정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 누구에게도 고현을 모함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늘 밤 사람들은 이 연회를
과연 사실일까?고현은 원래 여자였는데 남자 분장하며 살았다고? 아니면 지금 남자인데도 치마를 입고 여자 행세를 하고 있단 말인가!모두가 고현 때문에 의문을 품었으나 아무도 감히 다가가서 물어보지 못했다.어떤 사람들은 고씨 가문과 사이가 매우 가까웠기에 고진호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진호 부부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송국호의 안내로 별장 안으로 들어온 고현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송국호의 며느리 김지윤은 고현을 몇 번이고 쳐다보면서 몇 번이나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부 배속으로 삼켰다.김지윤과 진미리는 함께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해본 사이라 꽤 친한 사이였다.“저한테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하셔도 돼요.”고현은 김지윤이 계속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송국호도 그의 며느리 김지윤을 바라보았다.김지윤은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넸다.“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그래요. 전 대표님께서 선물하신 건가요? 어디서 제작하신 거예요? 저도 맞추러 가야겠어요.”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선물한 치마가 아니라고 고 아주머니께서 사준 거예요.”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선물해봤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 뒤로 고현이 겨우 전호영에게 치마를 한 번 입어 보이긴 했지만, 그 치마들을 여전히 받지 않았다.고현이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호영도 그녀에게 치마를 선물하지 않았다.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할 계획도 전호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전호영이 알았더라면 그는 고현에게 더 예쁜 치마 몇 벌을 미리 선물했을지도 모른다.오늘 밤 고현이 입은 이 드레스는 예쁘긴 한데 등도 드러내놓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었다. 다른 재벌가 딸들은 어깨나 등을 드러내놓는 드레스를 입었다.김지윤이 되물었다.“고씨 사모님께서 구매한 거라고요?”그녀는 고현이 입은 드레스가 전호영이 선물한 거로 알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사람들도 남들처럼 고현이
송씨 가문의 어르신 송국호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하지만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변함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고현과 전호영은 이미 한 쌍의 커플로 되었다. 그들이 동성애자일지라도 두 가문의 어르신들 모두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좋게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뭔 소용 있으랴!그 또한 두 사람의 자유였다.고현이 여자 분장하든 전호영이 여자로 분장하든 그건 그들의 자유였다.“전 대표님. 고 대표님.”별장 주인의 성씨는 송 씨로서 이름은 국호였다 그는 팔순이 넘었지만 정정하시고 강성 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송씨 가문은 업계에서도 명망이 꽤 높은 가문이다. 따라서 송씨 가문의 연회에 고현도 체면을 세워 주어 참석했다.“어르신.”두 사람 모두 예의 바르게 송국호에게 안부를 물었다.송국호는 웃으며 맞이했다.“고 대표님. 전 대표님. 안으로 들어오세요.”그는 두 사람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송국호만큼 좋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고현을 가끔씩 힐끗 쳐다보았다.그들은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이 남성 옷을 입은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고현은 도도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평소 도도한 모습 때문에 그녀의 특유한 부드러움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고현이 치마로 갈아입고 여자로 변장하니, 마치 고현의 본래 모습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고현이 여자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현이 여자로 변장했지만, 그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사람을 매혹하는 것도 여전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손을 잡고 송국호의 안내로 화려한 별장 안으로 향했다.정원에 서 있던 사람들 전부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전호영 일행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이때 어떤 재벌가 딸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저분이 정말 고 대표님이라고요? 내 눈이 멀어진 게 아니죠? 여자로 분장하시니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고현이 남자로 분장하는 것이 얼마나 성공적이고 인상 깊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고현은 분명 남자인데 전호영과 동성연애를 하고 있으니 전호영을 위해 여자로 분장한다고 생각했다.그들은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고현이 원래 여자였다면, 다들 그들이 눈이 멀었다고 하지 않겠는가?그들이 8년을 따라다니던 대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눈이 먼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경호원들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고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고현은 자신이 여자 신분을 회복하여 모두를 놀라게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들 그녀가 전호영을 위해 여자 분장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아마도 머리를 길러야 할 것 같다고 여겼다.그녀의 긴 머리가 허리에 닿을 때면 사람들은 분명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믿을 것이다..아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녀가 전호영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로 변장하기 위해 긴 머리를 기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휴. 어차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고현은 늘 여의치 않았다.어쨌든 그녀가 여자라는 진실을 말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의 몫이었다.연회가 열리는 별장에 도착하자 별장의 주위에는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별장의 대문도 활짝 열려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이 별장 정문 앞에서 손님들의 주차를 도와주고 있었다.별장 안에는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러 오신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현마저 체면을 살려 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면 오늘 저녁 연회가 엄청나게 크고 호화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모두 강성의 명망 있는 사람들이며 연회를 주최한 주인도 강성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그런 신분이 아니라면 고현도 체면을 새우 주지 않을 것이다.고현이 자주 타던 그 마이바흐 차는 강성 상류사회 사람들도 익숙히 잘 알고 있다.고현의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입구에 있는 사람이 급히 마중 나와 운전 기사에게 별장 안에 주차 공간이 있으니
진미리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전화기가 꺼져도 찾아올 수 있잖아요. 우리가 낳은 사람이 원래 딸이잖아요.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진미리는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꺼버렸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는 강성 상류층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고현의 경호원들과 고씨 가문의 노동자들도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씨 가문의 집사는 수없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삼켜버렸다.경호원들도 멍한 정신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후,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하지만 경호원들이 전호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불만인 것으로 보면 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 전호영이 고현을 비뚤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고현에게 여자 행세를 시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호영 이 나쁜 놈이 고현을 괴롭혀도 너무 괴롭힌다고 속으로 욕했을 것이다.하지만 고현과 전호영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느 사랑하는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 경호원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경호원들은 고현은 이미 전호영에게 속아 넘어가 진정한 게이로 되었다고 여겼다.너무 아쉬웠다!고현처럼 훌륭한 회사 대표가 전씨 가문의 전호영에 의해 삐뚤어졌으니 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 일인가!전호영은 신사처럼 고현을 위해 차 문을 열어 그녀가 차에 올라타도록 부축했다. 고현이 부축하지 않아도 된다는데도 전호영은 부축해야 한다고 고집했다.경호원들은 눈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정말 전호영을 한바탕 때리고 싶었다.도도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던 고현은 전호영으로 인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도록 망가지고 있었다.그나저나 고현이 치마로 갈아입으니 경국지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고현은 성격이 냉담했기에 여자로 변장하면 고귀하고 도도하게 보였다.그녀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경호원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호영 씨를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마음속으로 호영
고현은 전호영의 팔짱을 끼고 핸드폰을 넣은 가방을 들며 전호영에게 말했다.“호영 씨, 우리 출발해요.”“경호원들과 함께 가시겠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아니면 제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건데요?”분명히 그녀는 고현이지만 오늘 밤 여자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아마 많은 사람이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나타나야만 경호원들의 낯익은 얼굴을 통해서라도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을 것이다.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갔고 꽃에 물을 주고 있던 고진호 부부는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현이 여전히 자신이 고른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딸의 짧은 단발머리를 보자 진미리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가발을 그렇게 많이 샀는데 하나도 착용하지 않는다니... 휴.”진미리는 다시 고현의 발을 보았다. 고현의 치맛자락이 좀 길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걸을 때 무슨 신발을 신고 있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고현이 여전히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을 열었다가도 바로 삼켜버렸다.어쨌든 연회에 참석할 사람은 고현일 텐데, 다른 사람이 비웃어도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미래의 사위도 개의치 않은데 진미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뭔 소용 있으랴!진미리는 못 본 척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아저씨, 아주머니.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전호영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녀는 더는 사람들이 전호영이 동성애자라고 뒤에서 비난하는 것이 싫었다.그녀는 그를 위해 치마를 입으려 했다!전호영은 드디어 고현이 그를 위해 여자의 신분을 드러내게 되는 날을 기다려 왔다.전호영이 기분 나쁠 리가 없었다.그는 헤벌쭉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었다.“그래, 다녀와.”고진호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고현이 입을 열었다.“호영 씨는 너무 뻔뻔스럽네요.”전호영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제가 뻔뻔스럽지 않았다면 고현 씨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을걸요. 우리 큰형을 따라 배웠거든요. 우리 형이 형수님에게 구애한 적 없지만 뻔뻔스럽게 자신의 미래 아내를 쫓아다녀야 한다고 저에게 말했거든요. 우리 큰형도 옛날에 체면을 중요시하게 여겼지만, 우리 형수님과 지내면서 점점 뻔뻔스럽게 되었어요.”전태윤 부부가 금방 결혼했을 때 많은 갈등이 있었고 냉전도 자주 했었다.전호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더 깊이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때로는 전태윤 부부가 싸움이 심해질 때면 전씨 할머니까지 나서야 했다.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 대표님께서 호영 씨가 자신을 뻔뻔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아마 호영 씨는 이 세상에서 없어질지도 몰라요.”고현은 전씨 가문의 형제들이 맏형 전태윤을 유난히 존중했고 또 가장 두려워한다고 전해 들었다.전태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차갑고 도도한 모습이지만 하예정 앞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전씨 가문은 형제들은 서원 리조트에서 함께 산 덕분에 사촌 형제지간일지라도 정이 아주 깊었다.따라서 맏형 전태윤의 지위도 높았고 그의 형제들도 그를 잘 따랐다.“큰형이 지금 여기에 없는데요 뭐. 그리고 제가 한 말도 사실인걸요. 우리 형도 형수님이 생긴 뒤로 뻔뻔해졌거든요. 우리도 따라 한 것뿐이에요.”고현은 여전히 웃으며 말을 건넸다.“호영 씨가 뻔뻔한 사실을 남에게 밀지 마세요. 그만하고 우리 얼른 가요. 호영 씨, 네가 오늘 제가 드레스 입고 하이힐을 신는다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제가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겠어요?”전호영은 그녀가 벗은 하이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제가 뭘 더 신경 쓰겠어요? 제가 언제 다른 사람이 비웃을까 봐 두려워했었나요? 저는 남들 시선이 두렵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시선이 신경 쓰였다면 오늘 같은 달콤함도 없었을 거예요.”전호영은 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