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이경혜와 동씨 사모님도 인기척을 듣고 얼른 방에서 나왔다.여씨 사모님은 감히 이경혜에게 맞설 엄두가 안 나고 보물단지 딸 여운별이 자업자득한 거라 마지못해 동씨 사모님께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도망치다시피 여운별을 데리고 동씨 저택을 떠났다.분위기가 잠잠해지자 여운초는 하예정과 성소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실은 그녀도 두 사람이 왜 저를 도와준 건지 몰랐다.엄마가 고함을 지를 때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 중 한 명이 전씨 사모님이란 걸 알게 됐다. 요즘 전씨 사모님은 관성에서 제일 핫한 인물인데 이토록 정의로운 분이실 줄이야. 그녀에게 도움받을 거라곤 예상치도 못했다.사실 아무도 안 도와줘도 여운초는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새엄마 못지않게 사악한 친엄마와 새아빠 밑에서 살아가려면 조금씩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법... 여운초가 아무런 수단이 없었다면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도 없다.하예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돌아가서 저들이 계속 귀찮게 굴면...”그녀는 방금 했던 말이 여씨 사모님에게 제대로 먹혔을지 몰랐다.여운초가 담담하게 말했다.“저들은 결코 진정으로 이득을 본 적이 없어요.”하예정이 두 눈을 반짝이다가 결국 작별을 고했다.“그럼 잘 있어요.”“고마워요!”여운초는 다시 한번 하예정과 성소현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그리고 차분하게 맹인 지팡이를 짚고 길을 살피며 앞으로 걸어갔다.이때 그녀의 점원이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곧이어 여운초는 그 스쿠터에 앉아 동씨 저택을 떠났다.여씨 일가의 두 자매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밤이 깊어지자 많은 손님들이 뿔뿔이 흩어졌다.이경혜도 딸아이와 조카딸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먼저 하예정을 발렌시아 아파트로 보내줬다.두 자매가 여운초를 도와준 일에 관해 이경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전태윤은 일찌감치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문자를 받고 발렌시아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경혜의 차가 도착하자 전태윤은 가까이 다가와 먼저 차에 있는 이경혜에게 인사한 후 신사답
“내가 어떻게 심기를 건드렸는지 안 물어봐요?”전태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안 물어봐. 네가 어떻게 건드렸든 간에 난 영원히 네 편이니까.”그의 눈엔 아내가 곤 진리이다.“태윤 씨... 나 이렇게 믿어주고 예뻐해 주면 버릇 나빠져요.”“버릇 나빠지라고 이러는 거야. 그럼 나만 널 포용할 수 있고 넌 영원히 내 것이 되겠지. 아무도 내 와이프 못 뺏을 거야.”하예정은 실소를 터트렸다.“내가 태윤 씨 아내란 걸 알게 되면 누가 감히 날 넘보겠어요?”김진우는 그녀를 수년간 짝사랑했고 그녀가 유부녀란 사실을 알면서도 단념하지 못한 채 도리어 그녀가 전태윤과 이혼하고 본인에게 시집오길 바랐다. 심미란이 그에게 하예정의 초고속 결혼 상대가 전씨 집안 도련님 전태윤이라고 말한 후 김진우는 바로 철저하게 마음을 접었다.지난번에 김진우가 주말을 틈타 이틀 쉬며 집에 얼핏 다녀올 때 심미란이 효진이네 가족도 불러 김진우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심효진은 김진우가 많이 성숙하고 말수도 훨씬 줄어들었다고 했다. 사람들과 인사만 나눈 후 딱히 말이 없었으니까.심효진은 진우가 분명 아직도 하예정을 사랑하지만 전태윤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또한 감히 맞설 엄두도 안 날 거라고 했다. 그가 하예정에게 집착할 때 전태윤은 김씨 그룹에 압력을 가했으니 김진우가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어도 감히 본인의 가족 사업을 내걸 엄두는 안 났다.내기할 엄두도 안 나고 질 용기도 없다.오직 단념하도록 본인을 다그칠 수밖에...관성을 떠나 H시에 돌아가 출근하기 전에 그는 심효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10년 안에 아마도 연애나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심효진은 사촌 동생이 매우 안쓰럽지만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성격상 동생을 도와 하예정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무너뜨리고 김진우와 잘 되게 엮어줄 리는 없으니까. 지금이야 전태윤이 하예정을 사랑하고 그녀에게 엄청 잘해주며 그녀를 위해 성소현한테도 머리 숙이고 누나라고 부른다지만 설사 전태윤이 하예정을
“이모가 이 말을 들으셨다면 아마도 당신을 노려봤을 거예요.”전태윤이 웃었다.“당신 이모는 항상 엄숙한 성격이었어. 그러다 퇴직한 후에야 그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진 거고. 이모를 따라다니려면 당신도 고생 많이 할 거야. 하지만 그 고생을 견뎌내기만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고. 당신 이모도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로 생각해.”하예정은 소파로 가서 앉았다.전태윤이 따라오더니 그녀의 발을 들고 마사지하기 시작했다.놀란 하예정은 발을 뒤로 빼려 했다.“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이게 뭐 하는 거예요?”“당신 앞에서 나는 단지 당신의 남자일 뿐이고 평범한 남편일 뿐이야. 내 와이프가 나를 위해 가장 싫어하는 하이힐을 신고 밤새도록 자기 발을 괴롭혔는데 남편으로서 이만한 배려도 못 해줄까 봐?”그의 힘 있고 달콤한 말에 하예정은 더는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오늘 밤 여운초를 만났어요.”전태윤은 하예정이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 따로 묻지 않고 그저 그녀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여운초가 누군데? ”전태윤은 머리도 들지 않고 하예정의 발을 마사지하는 데 열중했고, 여운초가 누구인지도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당신도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있잖아요. 작고 예쁜 얼굴에 큰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어 얼굴이 더 작아 보여요. 언제나 담담한 어투로 말하는데 차분해 보이는 성격이에요.”전태윤은 손동작을 잠시 멈추고 사랑하는 와이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내가 언제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 나는 당신 이외의 여자에게는 관심도 없고 사진도 보고 싶지 않아.”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질투하는 것도 아닌데, 당신 왜 그렇게 긴장해요? 여운초는 할머니께서 이진 씨의 와이프로 픽하신 거예요. 할머니께서 그녀의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그때 당신도 함께 봤잖아요.”“...그냥 한번 흘끔 본 거라 기억이 안 나, 내 와이프도 아니고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해서 뭐 하게?”그는 계속하여 그녀에게 마사지해 주었다.“글쎄
전태윤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응, 당신에 대해서도 똑똑히 조사했었어. 하지만 나는 내 눈과 느낌을 더 믿어. 그래서 처음에 신분을 숨기고 당신을 지켜본 거야.”“당신 성격으로 말하자면, 만약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똑똑하게 알아내지 못했다면, 나와의 초고속 결혼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도 처음에 내가 돈을 보고 다가온 여자라고 의심한 거예요?”“조사한 데 오차라도 있을까 봐 두려웠어.”하예정은 말문이 막혔다.“결혼은 간단한 일이 아닌데, 우리 둘 다 섣불리 결정한 것 같네요.”하예정은 한숨을 쉬며, 또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다행히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요 .”만약 시간이 다시 되돌아간다면, 그녀는 아마 다른 선택을 하였을지도 모른다.“예정아, 아까 하던 얘기 계속해 봐. 내가 잘 들어줄 테니.”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 초기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시기는 그가 그녀를 속이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만약 위가 아픈 전태윤을 보며 하예정의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더라면, 둘은 아직도 화해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신분을 숨기고 그녀를 속인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두려웠다.화제를 여운초에게 돌려놓으면 그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여운초에게 몇 살 연하의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아주 예쁘게는 생겼지만, 인품이 영 아니에요. 글쎄 여운초의 술잔에 약을 탔지 뭐예요. 그리고 여운초더러 꽃다발을 가져다 달라고 하더니 그 약을 탄 술잔을 주면서 그걸 다 마셔야 비로소 꽃값을 지불하겠대요.”“...”“나와 소현 언니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그렇게 나쁜 여동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나도 너무 화가 나서 약을 탄 술을 그 여동생의 입에 강제로 부어 넣었는데 약효가 얼마나 빠르던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더워하며 옷을 벗겠다고 아우성을 치더라고요.”“그래?”“그 집 사모님도 어찌나 편파적인지 여동생만 감싸는 거예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똑같은 거예요. 여운초도 자기 자
“부잣집 사람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어. 그저 외부인들만 모를 뿐이지. 하지만 예정아, 당신은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전씨 일가는 그런 암투가 없으니까. 우리 가족들은 돈을 준다 해도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는 빼앗으려 하지 않을걸.”하예정은 전태윤의 말을 믿는다.그녀는 시댁 식구들과 몇 번 접촉했는데, 어른이든 동년배든 다 좋은 사람이었다. 유일하게 그녀에 대해 편견이 있고 그녀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은 그녀의 시어머니인데, 시어머니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그녀와 전태윤의 사이가 틀어졌을 때도, 시어머니는 그저 할머니를 모시고 와서 사과하셨을 뿐, 기회를 틈타 전태윤과 이혼시키려 하지 않았다.시어머니에게는 며느리 출신도 중요하지만, 아들의 생각과 행복이 더 중요했다.“여씨 사모님은 그때 나를 아주 사납게 노려봤는데, 집에 돌아가서 남편에게 내 험담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태윤 씨, 여씨 가문은 어떤 가문인가요? 내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해서 그 집 모녀의 미움을 산 게 당신한테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걱정되네요.”전태윤은 마사지를 다 한 후, 그녀의 곁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꼭 끌어안은 후 오만하게 말했다.“내가 자기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 관성에서 우리 전씨 가문과 겨룰 수 있는 가문은 당신 이모의 집안 말고는 없을 거야. 정말 끝장 볼 때까지 겨룬다면 당신 이모네 집안은 우리 전씨 가문의 적수가 아니야. 우리 전씨 가문은 식구가 많고 한마음인 데다 사돈도 많아. 그러니 우리 가문과 적이 되는 것은 동시에 몇 개의 재벌 가문과 적이 되는 것과 같아.”전태윤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여씨?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리고 그 집 비즈니스도 주로 관성이 아닌 다른 도시에 있어. 나도 그들을 얕잡아 보지 않고 그 집 내막을 파헤쳐 봤는데, 아마도 가산이 한 2천억 정도 될걸. 여씨네는 줄곧 조용하게 지내 숨어 있는 재벌가에 속해. 남편이 죽은 지 백일 만에 시숙과 재
“방에 가서 이 옷부터 갈아입어.”전태윤은 말하며 그녀를 안아서 들려 했는데 그녀에게 저지당했다.“내가 못 걷는 것도 아니고...”하예정은 일어서며 말했다. 전태윤이 마사지해 준 후, 그녀의 두 다리는 많이 거뿐해졌다.“당신은 나에게 도와줄 기회도 주지 않아. 나도 팔 힘을 키우고 싶단 말이야. 당신을 안고 걸으면 딱 맞춤할 텐데.”하예정은 그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당신은 매일 헬스하면서 꼭 나를 안고 단련해야겠어요? 어서 가요, 이젠 자야죠.”“그럼 난 가서 당신한테 목욕물 준비해 줄게.”전태윤은 그녀 먼저 방으로 들어가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워 넣고, 또 잠옷을 가져다 놓았다. 그는 그녀가 뜨거운 물에 목욕한 후, 편안하게 잠들기를 바랐다.샤워하고 나온 후 하예정은 침대에 올라가 전태윤의 옆에 누웠는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전태윤의 얼굴에 두 번 뽀뽀했다.“여보, 잘 자요.”전태윤도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당신도 잘 자, 좋은 꿈 꿔.”“난 악몽을 거의 꾸지 않아요.”하예정은 습관적으로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갔고, 전태윤은 흡족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안고 잠들었다.다음날, 부부는 각자 출근했다.멀리 서원 리조트에서.장소민은 일어난 후 같이 여러 번 고스톱을 쳤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장소민 씨.”상대방은 전화 너머로 장소민에게 말했다.“댁의 그 며느님은 너무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의 집안일에도 참견하는데 그러면 미움을 사기 쉬워요.”장소민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우리 애가 무슨 일에 참견했는데요? 누구 집안일에...? 혹시 당신 집에 실례되는 일이라도...?”“며느님이 어젯밤에 동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하러 갔는데, 혹시 몰라요? 성씨 사모님을따라갔던데... 자기 시어머니를 놔두고 성씨 사모님을 따라가는 게 어딨어요. 혹시 둘 사이가 나쁜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저 같으면 그런 레벨의 연회에 보내지 않겠어요. 비록 며느님이 시골 출신이라지만 이미 댁의 도련
“자기 자식을 끔찍이도 아끼는 여 대표의 성격으로 댁의 며느님이 자기의 소중한 딸더러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게 했는데 가만있자 하겠어요? 아마도 여씨네 부부는 지금 댁의 며느님을 원망하고 있을 거예요. 쯧쯧, 이건 당신네 전씨 가문에게 번거로움을 가져다주는 거랑 마찬가지잖아요. 전씨 사모님, 며느님 좀 잘 가르쳐야겠네요. 지금 전씨 가문의 체면을 대표하고 있는데. 그리고 며느님이 출신도 별로 좋지 않고,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아무런 가르침도 받지 않고 성질이 야만적이라고 들었어요. 만약 사모님이 가르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전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수 있겠어요?”상대방이 일련의 말을 했는데, 모두 다 하예정에 대한 헐뜯음이었다.장소민은 듣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졌다.전현림은 아내의 얼굴빛이 급변하자 관심 조로 물었다.“누구의 전화인데? 뭐라 하는데 이러는 거야?”장소민은 남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하여 전화를 했다.“온씨 사모님, 이 일은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 우리 집 며늘애가 남의 집 일에 참견한다더니, 지금 온씨 사모님도 남의 집 일에 참견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내 며늘애가 어때서요? 우리 며늘애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게 아니라 착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준 거예요. 여씨네 큰아가씨의 생명을 구해줬다니, 난 우리 며늘애의 정의로운 행동이 자랑스럽네요.”“...”“우리 집 며늘애가 누구랑 사귀던지 나는 간섭하지 않아요. 그건 며늘애의 자유이니까요. 나는 우리 며늘애의 인품을 믿어요. 우리 며늘애가 기꺼이 왕래하려 하는 대상은 분명 인품이 좋은 사람일 거예요. 그리고 내가 우리 집 며늘애를 어떻게 다스리던 그건 당신들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며늘애가 무슨 일을 하든 우리 가족은 무조건 지지할 거니까요. 여 대표의 성격이 어쩌고저쩌고하는데, 우리 전씨 가문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예요. 여 대표가 어젯밤 일로 감히 우리 집 며늘애를 괴롭히기만 해봐요!”“아니 그게....”“우리 전씨 일가
“작은딸이 자기 친언니에게 약을 탔다고?”전현림은 듣는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그러니 우리 예정이는 그 집 큰딸의 목숨을 구한 것과 마찬가지죠. 분명 좋은 일을 한 건데, 말 함부로 놀리는 사람들이 예정이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한다잖아요. 그리고 또 이 때문에 여씨 사모님과 작은딸의 미움을 샀다며, 여 대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하는데, 나라고 뭐 가만있을 것 같아요? 예정이가 내 며느리인데, 뭐가 두려울 게 있어요? 그냥 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 거라면 온 관성 사람의 미움을 산다 해도 내가 책임지고 지켜줄 거예요! 화가 나 죽겠어요. 내 앞에서 이간질하려 하는데, 내가 우리 집 분위기를 망치기라도 하길 바라는 건지.”전현림은 웃으며 위로했다.“우리 마누라는 똑똑해서 절대 속지 않을 거야.”“내가 이렇게 화나 있는데, 당신은 아직도 웃어요? 예정이는 당신 며느리기도 해요. 앞으로 밖에서 누가 우리 예정이더러 시골 처녀라고 하거나 철이 없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기 좋아한다고 하면 절대 가만있지 말고 되받아쳐요!”장소민은 이만저만 화가 난 게 아니다.비록 그녀도 하예정의 출신이 좀 낮아 장남과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뭐라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수 없었다.게다가, 자신도 시어머로서 매번 하예정에게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눈치를 주거나 비난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욱이 뭐라 할 자격이 없다.전현림은 급히 응대했다.“알았어, 알았어, 안 웃을게. 난 그저 당신이 예정이를 그렇게 감싸는 걸 보고 뿌듯해서. 그리고 예정이는 우리가 보호할 필요가 없어, 태윤이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 아마 관성에서 제멋대로 행동해도 누가 찍소리 못할걸. 그럼 1년도 안 돼서 예정이한테 새 별명이 생길 거야. ‘관성여왕’이라고.”장소민은 남편을 흘겨보며 말했다.“이게 무슨 별명이에요? 그나저나 예정이가 게를 아주 좋아하던데... 다음에 태윤이가 집으로 데려오면 조씨 아저씨에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