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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여씨 사모님은 가까운 곳에서 몇몇 사모님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두 딸아이의 인기척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대처 없이 여전히 딴사람들과 수다를 떨었다.

여운초는 한참 침묵하다가 결국 동생이 준 술잔을 받으며 물었다.

“이거 마시면 꽃값 줄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내가 번복하겠니? 이 술만 마시면 20만 원 전부, 한 장도 빠짐없이 다 너 줄게.”

“알았어.”

여운초가 잔을 들어 입가에 갖다 대고 막 마시려던 참인데 누군가가 불쑥 손 내밀어 그녀의 술잔을 뺏어갔다.

“이 술 마시지 말아요.”

낯선 이의 목소리였다.

여운초는 상대의 목소리로 위치를 찾고는 고개 돌려 의아한 표정으로 마주했다.

여운초의 술잔을 뺏어간 사람은 다름 아닌 하예정이다.

다들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고 있을 때 하예정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여운초의 술잔에 가루를 탄 걸 알고 있다. 이는 누가 봐도 좋은 취지가 아닐 터이니 여운초가 마시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여운초는 할머니가 전이진에게 정해준 신붓감이다. 몰랐다면 모를까, 다 알게 된 판에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하예정은 선뜻 나서서 그녀를 지켜주었다.

“하예정 씨, 이건 하예정 씨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하예정을 본 여운별은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그녀는 하예정을 전씨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부르고 나면 자신이 이 시골 여자만도 못하다고 느껴질까 봐.

“좀 전에 여운별 씨가 이 술잔에 약 타는 걸 봤어요.”

말을 건넨 사람은 하예정이 아닌 성소현이었다.

그녀는 하예정이 왜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미 나선 바에 그녀도 뒤처질 수 없어 함께 끼어들었다. 여운별 같은 레벨은 성소현의 안중에도 없다.

그녀는 여운별의 음모를 바로 까발렸다.

“성소현 씨,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른대로 해야죠. 내가 술에 약 타는 거 어느 눈으로 봤어요?”

성소현이 턱을 치키고 거만하게 말했다.

“내 눈 보이죠?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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