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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전태윤은 강일구가 포장해온 조찬을 들고 식탁 앞에 걸어가 내려놓았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그는 하예정에게 따뜻한 대추차를 끓여주었다.

“아침을 직접 만드는 줄 알았더니 포장해왔네?”

야유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태윤은 굳이 고개 돌리지 않아도 할머니가 오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보는 척도, 대꾸도 안 했다.

“뭐 끓여? 향이 완전 진하네?”

이때 어르신이 안으로 들어와 뚜껑을 열어보다가 바로 닫았다.

“난 또 진도라도 뺀 줄 알았더니.”

어르신은 하찮은 표정으로 손자를 두어 번 노려보다가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전태윤은 굳은 얼굴로 끝내 변명에 나섰다.

“난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사실 어젯밤에 기회가 있었지만 타이밍이 너무 안 맞았다.

“마음, 마음부터 저격하란 말이야. 예정이 열 손가락이 텅 비어있는 게 안 보여?”

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그도 마음을 저격하려고 모진 노력을 해왔다.

반지를 진작 두 개 사서 몇 번 끼고 다니기도 했으나 그건 단지 성소현이 마음을 접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예정의 반지는 아직도 보관만 하고 있을 뿐 미처 건네지 못했다.

“나한테 오래된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어. 네 할아버지가 생전에 산 거야. 우리 부부가 함께 끼려고 샀는데 네 할아버지가 산 반지가 워낙 많았어야지. 이 할미는 하루에 하나씩 껴도 다 못 끼겠더라. 어떤 다이아몬드 반지는 보석함에 넣어두고 한 번도 껴보지 못했어. 계속 거기 두는 것도 공간만 차지하니 그냥 너 줄게. 네가 알아서 해.”

어르신의 보석함엔 온갖 진귀한 장신구들이 들어있다. 다만 어르신은 결혼반지만 줄곧 끼고 다닌다. 남편이 나중에 엄청 많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줬지만 그녀는 여전히 결혼 때 끼던 반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고마워요, 할머니.”

전태윤은 할머니의 보석함에 들어있는 물품들이 웬만한 주얼리 가게보다 값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대부분 골동품 같은 진귀한 액세서리였으니까.

그의 부모님 세대는 부부마다 할머니가 선물하신 커플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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