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전태윤은 짙은 얼굴로 그를 무시한 채 앞으로 스쳐 지나가더니 차가운 말투로 조 비서에게 분부했다.“임원들 전부 통지해, 회의 진행할 거야!”‘뭐지? 지진이라도 날 셈이야?’소정남이 속으로 구시렁댔다.“알겠습니다.”조 비서는 소정남보다 눈치가 빨랐다. 소정남은 주요하게 절친의 어두운 표정에 매우 놀랐다.전태윤은 사무실에 들어간 지 2분도 안 돼 다시 나오더니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이번엔 소정남도 따라갔다.회의실엔 아무도 없었다.오늘 원래 회의가 없었으니 말이다.다만 전태윤이 조 비서에게 명령하여 임원들을 전부 회의실에 불러왔다.이건 폭풍전야가 틀림없었다!전태윤은 회의실에 들어가 자리에 착석한 후 차가운 표정으로 임원들을 기다렸다.소정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의자를 빼고 자리에 앉았다.“왜 그래 태윤아? 아침부터 누가 널 건드렸어?”그가 가까이 다가가 떠보듯이 물었다.“형수님과 싸웠어?”지난번 하예정과 트러블이 생겼을 때 바로 이 표정이었으니 말이다.회사 전체를 연 며칠 괴롭히더니 결국 어르신이 직접 나서서 부부 사이를 원만하게 화해시켰다. 회사에 드리웠던 먹장구름도 그제야 말끔히 걷혔다.전태윤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열고 하예정이 보낸 문자를 읽었다.자신과 김진우는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그녀의 해명이었다.한편 그녀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진우가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하며 마음을 접으라고 몇 마디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절대 남편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차기 연인을 찾는 것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으며 그녀에겐 오직 전태윤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진우가 감히 예정이한테 고백을 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결혼한 유부녀란 걸 뻔히 알면서 고백했단 말이야? 이건 엄연히 나를 향한 도발이야!’“정남아, 우리 회사 김씨 그룹이랑 거래하는 업무 있어?”“본사는 없고 지사가 몇 군데 거래하고 있지.”“어느 지사야? 당장 차단시켜!”“뭐?”전태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태윤은 아무 말이 없었다.“임원들 오기 전에 나한테 얘기해봐.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계속 그렇게 참았다간 네 몸도 다치고 회사 직원들한테도 안 좋아.”전태윤이 폭발하면 아무도 감당할 수 없기에 소정남은 지금 회사의 앞날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내가 예정이한테 외투를 가져다줬을 때 김진우도 같이 있었어.”말문이 막혀버린 소정남은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분명 오해일 거야. 태윤아, 가끔은 눈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지난번처럼 답답하게 혼자 화내지 말고 형수님한테 설명할 기회는 줘야지.”“김진우가 예정이한테 고백했어.”소정남이 말했다.“이제부터 김진우는 내 우상이야. 매우 대담하고 용기도 갸륵해. 역시 김 대표님이 키워내신 훌륭한 후계자야.”전태윤이 째려보자 소정남이 코를 쓱 만지며 웃었다.“태윤이 너 제대로 질투하는구나.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야!”전태윤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형수님이 김진우를 받아줬어? 두 사람 뭐라 했는데?”전태윤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예정이 한 손에 빗자루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나와서는 쓰레기통에 버리더라고. 그 후에 김진우랑 무슨 얘기 했는지는 못 들었어. 아, 그리고 김진우가 예정이 손을 잡으려 한 것도 봤어...”흥미진진한 상황에 소정남이 반짝이는 두 눈으로 다급하게 물었다.“그래 잡았어?”“아니, 예정이가 빗자루로 걔 손을 툭툭 치더라고.”“그래...”소정남이 말끝을 길게 늘어뜨리며 말했다.“못 잡았구나. 그런데 왜 질투해? 형수님이 김진우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뜻이잖아.”전태윤은 정색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예정이 김진우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하예정도 그에게 수많은 해명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고 자꾸만 질투 났다.“태윤아, 너마저 형수님을 사랑하게 됐다는 건 형수님한테 그럴만한 매력이 있다는 거야. 네가 형수님을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형수님을
바로 그때 임원들이 하나둘 들어왔다.대표와 이사가 이미 회의실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본 임원들은 저마다 놀란 얼굴들이었다. 갑작스럽게 열린 회의라 절대 좋은 일은 아닐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전태윤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어떤 이들은 전이진에게서 조금이라도 단서를 알아내려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적어도 임시회의의 내용이 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전이진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그도 소정남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전이진과 전태윤이 모두 전씨 가문 사람인 건 맞지만 전태윤과 더 가까운 건 소정남이었다.소정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화장실 좀 다녀올게.”그러고는 전이진에게 눈짓했다. 그의 눈짓을 단번에 알아차린 전이진은 아직 사람들이 채 오기 전에 소정남을 따라나섰다.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다 꿰고 있었던 전태윤은 딱히 말리지 않았다. 소정남은 그가 폭발할 때마다 아랫사람들을 못살게 갈군다고 했었다. 이번 기회에 임원들이 어느 정도로 힘들어하는지 똑똑히 볼 셈이었다.임원들이 그의 생각을 알았더라면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대표님, 저희더러 대체 뭘 어쩌라는 겁니까? 차라리 잘못한 게 있으면 화끈하게 벌을 내리세요. 적어도 이유는 알아야죠.’전이진은 소정남의 뒤를 바짝 따라가 물었다.“이사님, 형 또 왜 저래요?”소정남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나지막이 물었다.“큰형수님 전화번호 알죠?”“알아요.”“그럼 지금 당장 큰형수님한테 연락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오라고 해요. 남편이 지금 질투 나서 눈이 돌았다고. 이 임시 회의는 미리 준비한 게 아니에요. 무조건 채 완성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아무거나 꼬투리 잡아서 임원들을 못살게 굴 거예요. 지금 기분이 나빠서 우리한테 화풀이 하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를 구할 분은 형수님밖에 없어요. 이진 씨도 지난번처럼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죠? 이진 씨는 태윤이 동생이라서 반박도 못 하고 집에 가서도 태윤이 눈치를 봐야 하잖아요.”전이진이 잠깐 침묵하
그녀는 전씨 그룹 문 앞에 차를 세운 후 전태윤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 내내 전태윤에게 적어도 스무 통은 전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예정이 조급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 다행히 이번에는 전화를 받았다.“태윤 씨, 나 지금 태윤 씨네 회사 앞인데 상사한테 말해서 30분 정도 자리 비우면 안 돼요? 나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 나와봐요.”전태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회의실 창가 쪽으로 걸어가 커튼을 열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회의실 층이 너무 높아 아무리 시력이 좋다고 해도 회사 문 앞에 세워져 있는 차가 하예정의 차인지는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태윤 씨, 듣고 있어요? 말 좀 해봐요.”하예정이 다급하게 말했다.“잠깐 나와요. 안 나오면 태윤 씨가 퇴근할 때까지 회사 문 앞에서 기다릴 거예요.”전태윤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 기다려. 지금 바로 나갈게.”그는 커튼을 닫고 곧장 회의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전화를 끊은 그가 진지하게 분부했다.“이 회의는 소 이사님이 진행하세요.”소정남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역시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군.’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네, 알겠습니다.”전태윤은 임원들을 뒤로하고 쏜살같이 회의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회사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하예정을 발견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린 채 그가 던지고 간 우산을 쓰고 있었다.우산이 없어 그냥 비를 맞으며 달려 나가려는데 눈치 빠른 프런트 직원이 재빨리 우산을 그에게 건넸다.“대표님, 밖에 비가 많이 와서 이 우산 쓰고 가세요.”“고마워요.”전태윤은 프런트 직원이 건넨 우산을 쓰고 차분한 발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회사 문 앞에 서 있는 하예정을 본 순간 그동안의 질투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하예정이 달려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침울했던 기분이 순식간에 맑음으로 바뀌었다.그녀는 전태윤을 신경 쓰고
“당신 정말 나빠요. 어떻게 나한테 설명할 시간도 안 줘요? 태윤 씨가 본 게 다가 아닐 수 있잖아요.”그녀는 그를 밀어내며 화난 얼굴로 그의 팔을 꽉 꼬집었다. 또다시 냉전이 시작되는 줄 알고 너무나도 식겁한 그녀였다.전태윤은 묵묵히 아픔을 견뎌내기만 했다. 너무도 아팠지만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녀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만 알면 되니까.“진우가 나한테 고백했었는데 내가 거절했어요. 난 이젠 당신 와이프예요. 태윤 씨가 날 버리지 않는 이상 평생 태윤 씨를 떠나지 않아요.”“정말이야?”전태윤은 아직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그녀를 속였다는 걸 알게 되어도 떠나지 않을까?“날 안 믿어요?”전태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예정아, 너랑 김진우가 함께 있는 걸 본 순간 엄청 화났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냥 본능적으로 피한 거야. 이 일이 네 탓이 아니고 김진우가 일방적으로 널 쫓아다닌다는 걸 나도 알아. 사실... 나 그냥 질투한 거야. 김진우가 널 사랑하고 있고 또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 십여 년이나 됐다는 것만 생각하면 화가 날 정도로 질투 나.”그와 하예정은 알고 지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십여 년을 알고 지낸 김진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김진우가 그보다 먼저 그녀를 알게 되었고 먼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정말 어느 것 하나 김진우를 앞선 게 없었다.“나랑 진우... 지난번에도 얘기했었잖아요. 나한테는 그냥 남동생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요. 내가 만약 진우한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더라면 태윤 씨랑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죠. 차라리 진우랑 위장 결혼을 해서 언니의 근심을 덜어줬죠.”전태윤은 그녀가 사실대로 솔직하게 얘기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방금 하예정의 말은 이런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김진우를 좋아했더라면 전태윤과는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가 뭘 하든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었다.“아직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멀리해. 남편이 속이 좁아서 네가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걸 못 보겠어. 김진우가 일방적으로 너한테 매달려도 질투 난단 말이야.”전에도 질투했었지만 그때는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녀가 누구와 함께 있든 상관이 없었다. 그녀에게 마음을 준 이후로 화도 났고 이성을 잃는 행동까지 보여줬다.“진우가 오면 쫓아내겠지만 그렇다고 다리를 분질러서 못 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전태윤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다시는 널 찾아오지 못 하게 할게.”“뭘 어떻게 하려고요? 어리석은 짓은 절대 해선 안 돼요.”전태윤은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있은 후로 난 절대 어리석은 짓 같은 거 안 해.”그녀와 여생을 함께 보내야 하니 말이다.그는 벌써 김씨 그룹과의 거래를 끊기 시작했고 김씨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마저 중간에서 가로챘다. 그러면 김씨 그룹에서도 전씨 그룹이 일부러 그러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전태윤은 김씨 그룹의 대표가 직접 찾아와 그 이유를 따져 묻길 기다렸다.하예정이 김진우를 말릴 수는 없어도 김진우의 부모는 그를 말릴 수 있지 않겠는가?“효진이를 봐서라도 너무 심하게 하진 말아요.”심효진 얘기에 전태윤이 자연스럽게 물었다.“효진 씨는 왜 김진우를 말리지 않았대요?”‘설마 효진 씨도 사촌 동생을 도와주려는 건가?’“효진이 열이 나서 병원에 갔어요. 지금 가게에 없어요.”하예정은 그제야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효진이가 진우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효진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진우가 마음을 접길 얼마나 바라는데요.”심효진의 절친으로서 그녀는 누구보다 심효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심효진은 하예정이 김진우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김진우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결과는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김진우가 계속 일방적으로 좋아한다면 나중에 상처받는 사람도 김진우일 것이다.심효진은 김진우의 사촌 누나라 당연히 가
“난 태윤 씨처럼 속 좁지 않아요.”전태윤은 어이가 없었다.“화난 거 맞네 뭐.”“네네네, 화났어요. 내가 문자를 그렇게나 많이 보냈는데 전부 읽씹했잖아요!”하예정은 차에서 내린 후 그를 끌어내리고는 우산을 그에게 건넸다.“얼른 들어가서 일 봐요. 정말 가봐야 해요.”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도 고팠다. 그가 아침 일찍 내려준 대추차도 아직 마시지 못했다. 너무 배고픈 나머지 꼬르륵 하다못해 배까지 아플 정도였다.“네가 가는 거 보고 들어갈게.”성소현 모녀가 성소현 어머니의 여동생 때문에 그녀를 찾아왔기에 그녀를 이곳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도 없었다.하예정은 운전석에 올라탄 후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점심때 밥 먹으러 오겠으면 나한테 미리 얘기해줘요. 안 그러면 설거지만 할 수 있어요.”“알았어.”이경혜 모녀가 가게에 있으면 그는 가지 않을 것이다.하예정은 곧바로 차를 운전하여 떠났다. 전태윤은 제자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그녀의 차를 배웅하다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 하지만 소정남이 전이진과 함께 망원경으로 회사 앞의 달달한 부부를 지켜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소정남은 임시 회의가 있다고 통지받은 임원들에게 일 얘기를 잠깐 한 후 바로 회의를 마무리했다.“먼 곳의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소정남이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정확히 보이지만 들리지 않아 쌀쌀맞은 대표님이 사모님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차 안에서 애들이 봐서는 안 되는 걸 했겠지, 뭐.’전태윤같이 늘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도 할 건 다 했다.사랑의 힘이 이토록 대단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질투의 힘이었다.전태윤은 질투에 눈이 멀어 앞뒤도 가리지 않았다.전이진이 피식 웃었다.“형이 왔으니까 이만 가볼게요. 망원경을 형의 책상 서랍에 넣는 거 잊지 말고요. 형한테 들키면 뒤탈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나가버렸다.그의 말에 소정남은 재빨리 망원경을 챙기고 회의실을 나섰다.
심효진은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려고 도씨 가문 사모님의 생일 파티에서 드러눕기까지 했다. 그 말인즉슨 집에서 그녀에게 결혼을 심하게 다그친다는 것을 뜻한다.만약 그가 심효진의 병문안을 온 걸 심효진의 어머니가 알게 된다면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비록 심효진이 그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아직 별로 만나보지 못했기에 부모님까지 뵙기에는 너무 일렀다. 소정남은 소지훈 말고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집안 어른들이 알게 된 후 우르르 몰려가 심효진을 놀라게 할까 봐 감히 얘기하지 못한 것이었다.심효진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소정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두 사람은 간단히 몇 마디 주고받은 후 통화를 마쳤다....성소현 모녀는 하예정의 서점에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김진우는 성소현 모녀가 온 후에 바로 서점을 나섰다. 왜냐하면 성소현을 만나면 멀리 피하라고 어머니가 귀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씨 가문은 만만치 않은 가문이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이경혜는 하예정네 자매가 자신의 조카라고 거의 단정 짓고 있었다. 하예정 가게의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둘러보았고 놓인 물건도 살펴보았다.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딸에게 물었다.“이 서점에 무슨 화장품이 이렇게나 많아?”하예정이 온라인 스토어에서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고 있다는 건 이경혜도 알고 있었다. 딸이 집으로 가져온 마네키네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아주 정교하게 잘 만들었고 딸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었다.이경혜의 질문에 성소현의 얼굴이 화끈거리더니 멋쩍게 말했다.“이건 다 제가 산 거예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필요하든 말든 그냥 싹 다 쓸어 담아서 샀어요. 사고 나서 진정한 다음에 보면 전부 다 필요 없는 물건이고 또 엄마가 뭐라 할까 봐 그냥 예정 씨네 가게에 가져왔어요.”이경혜는 어이가 없었다.“여기가 무슨 수거장인 줄 아나...”성소현은 혀를 날름 내밀더니 엄마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예정 씨가 사촌 동생일 수도 있잖아요. 언니로서 사촌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