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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그녀는 전씨 그룹 문 앞에 차를 세운 후 전태윤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 내내 전태윤에게 적어도 스무 통은 전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예정이 조급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 다행히 이번에는 전화를 받았다.

“태윤 씨, 나 지금 태윤 씨네 회사 앞인데 상사한테 말해서 30분 정도 자리 비우면 안 돼요? 나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 나와봐요.”

전태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회의실 창가 쪽으로 걸어가 커튼을 열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회의실 층이 너무 높아 아무리 시력이 좋다고 해도 회사 문 앞에 세워져 있는 차가 하예정의 차인지는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태윤 씨, 듣고 있어요? 말 좀 해봐요.”

하예정이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 나와요. 안 나오면 태윤 씨가 퇴근할 때까지 회사 문 앞에서 기다릴 거예요.”

전태윤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지금 바로 나갈게.”

그는 커튼을 닫고 곧장 회의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전화를 끊은 그가 진지하게 분부했다.

“이 회의는 소 이사님이 진행하세요.”

소정남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역시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군.’

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전태윤은 임원들을 뒤로하고 쏜살같이 회의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회사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하예정을 발견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린 채 그가 던지고 간 우산을 쓰고 있었다.

우산이 없어 그냥 비를 맞으며 달려 나가려는데 눈치 빠른 프런트 직원이 재빨리 우산을 그에게 건넸다.

“대표님, 밖에 비가 많이 와서 이 우산 쓰고 가세요.”

“고마워요.”

전태윤은 프런트 직원이 건넨 우산을 쓰고 차분한 발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회사 문 앞에 서 있는 하예정을 본 순간 그동안의 질투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하예정이 달려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침울했던 기분이 순식간에 맑음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전태윤을 신경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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