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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난 태윤 씨처럼 속 좁지 않아요.”

전태윤은 어이가 없었다.

“화난 거 맞네 뭐.”

“네네네, 화났어요. 내가 문자를 그렇게나 많이 보냈는데 전부 읽씹했잖아요!”

하예정은 차에서 내린 후 그를 끌어내리고는 우산을 그에게 건넸다.

“얼른 들어가서 일 봐요. 정말 가봐야 해요.”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도 고팠다. 그가 아침 일찍 내려준 대추차도 아직 마시지 못했다. 너무 배고픈 나머지 꼬르륵 하다못해 배까지 아플 정도였다.

“네가 가는 거 보고 들어갈게.”

성소현 모녀가 성소현 어머니의 여동생 때문에 그녀를 찾아왔기에 그녀를 이곳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도 없었다.

하예정은 운전석에 올라탄 후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점심때 밥 먹으러 오겠으면 나한테 미리 얘기해줘요. 안 그러면 설거지만 할 수 있어요.”

“알았어.”

이경혜 모녀가 가게에 있으면 그는 가지 않을 것이다.

하예정은 곧바로 차를 운전하여 떠났다. 전태윤은 제자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그녀의 차를 배웅하다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 하지만 소정남이 전이진과 함께 망원경으로 회사 앞의 달달한 부부를 지켜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정남은 임시 회의가 있다고 통지받은 임원들에게 일 얘기를 잠깐 한 후 바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먼 곳의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소정남이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정확히 보이지만 들리지 않아 쌀쌀맞은 대표님이 사모님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차 안에서 애들이 봐서는 안 되는 걸 했겠지, 뭐.’

전태윤같이 늘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도 할 건 다 했다.

사랑의 힘이 이토록 대단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질투의 힘이었다.

전태윤은 질투에 눈이 멀어 앞뒤도 가리지 않았다.

전이진이 피식 웃었다.

“형이 왔으니까 이만 가볼게요. 망원경을 형의 책상 서랍에 넣는 거 잊지 말고요. 형한테 들키면 뒤탈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거예요.”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의 말에 소정남은 재빨리 망원경을 챙기고 회의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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